“빅데이터, 사람 마음을 이해하는 일”

2017년 우리 사회 방향을 미리 읽을 수 있을까요? 여러분은 누구에게 묻고 싶은가요?
옛날에는 점술가를 찾았다면 요즘은 빅데이터 전문가를 찾는다고 합니다.
웹진 <다들>의 발행인인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김영철 원장이 빅데이터 전문가로 유명한 다음소프트 송길영 부사장을 만나 여러분의 질문을 대신해봅니다.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송길영 부사장과의 인터뷰는 여의도의 한 한정식집에서 진행됐다. 여의도에서 남도 한정식 밥상을 꽤 맛깔나게 차려내기로 유명한 곳이다. 여야 정치인 가운데 음식 맛을 좀 안다는 사람은 이 집을 맛집들이 밀집해 있는 여의도 일대에서도 최고의 맛집으로 꼽는다.
빅테이터를 분석해 사람들의 집단적 욕망과 내면의 욕구를 읽어내는 우리 시대 최고의 전문가를, 그것도 처음 인터뷰하면서, 맛있는 음식이 즐비하게 차려진 한정식 밥상을 놓고 마주 앉는 이 낯선 광경은, 아주 우연하게 만들어졌다. 인터뷰 상대 섭외를 담당한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정책·홍보팀의 김혜영 팀장이 인터뷰 약속 장소로 가는 승용차 안에서 송 부사장이 상당한 수준의 맛집 마니아라는 사실을 귀뜸해주었고, 내로라하는 ‘맛집 평론가’를 자부해 온 필자가 장소를 급히 바꿔 점심 겸 인터뷰 장소로 이 집을 정한 것이다.

점심시간을 1시간쯤 앞둔 지난 1월 12일 오전 11시, 일행이 한정식집 너른 방에 자리를 잡고 조금 앉아 있자니, 부잣집 도련님 같은 맑고 고운 얼굴에 둥근테 안경을 쓴 청년(?)이 말총머리를 길게 뒤로 늘어뜨린 채 잽싼 몸놀림으로 들어섰다.

느닷없이 약속 장소를 바꿔 죄송합니다. 맛집 마니아라는 얘기를 듣고 괜찮은 집 소개도 할 겸 제 단골 식당 음식 품평도 들을 겸 여기로 모셨습니다.(웃음)

아, 여기요? 제 단골집입니다. 이 집에서 저희 가족모임도 했는데요.

마니아라면 이런 맛집쯤은 기본으로 알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듯, 당당하고 거침없이 맞받는 모습이 범상치 않다. 하긴, 한 분야, 그것도 디지털 시대, 빅데이터로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최신 분야의 최고 전문가 아닌가.
잠시 뒤 싱싱한 굴 무침과 모듬전, 멍게 초회, 시금치를 비롯한 각종 나물, 잘 무쳐낸 잡채, 그리고 꾸들꾸들 잘 말려진 영광굴비에 밥은 꼬들꼬들 쪄낸 오곡밥 등 한 상 그득 차려진 진수성찬이 모습을 드러냈다. 곧바로 인터뷰가 시작됐는데, 1시간30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 내내 그의 말은 그대로 적으면 문장이 될 정도로 정돈되어 있었고, 말투 역시 시종 당당하고 거침없었다.

야, 이 굴무침 아주 죽이네요.

본격적인 첫 질문이 나오기도 전인데, 굴 무침을 한 젓갈 입에 넣은 그가 남도식으로 무쳐낸 굴 무침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이런 상대에게 초반에 기가 죽으면 인터뷰는 죽도 밥도 안 되는 법, 오히려 상대의 기를 압도해야 인터뷰가 산다.
주인을 불렀다. “이 집, 그 수제 막걸리 있지요? 그거 한 병 주쇼.” 그러고는 다짜고짜 그의 잔에 한 잔 가득 따랐다. “술을 잘 못한다고 들었습니다만, 이 술은 막걸리 중에서도 아주 귀한 거니까 한 잔 맛 봐요.”

“야, 이 막걸리 죽이네. 아, 좋습니다. 술은 잘 못하지만 맛은 알지요.”

이쯤 되면 압도는 아니지만 지지는 않을 것 같다. 질문을 시작했다. 이날 인터뷰 자리에는 김혜영 팀장과 전아림·조한준 주임, <다들>의 이유정 작가 등이 함께 했다.

2015년 고려대 신입생 입학식 때 격려사를 했지요? 찾아 읽어보았는데 인상 깊었습니다. 배움은 평생 하는 것, 교수님들과의 만남을 첫 4년만 하고 중단하지 말라, 졸업 후에도 계속 배우고 통찰하라, 이렇게 얘기했던데, 사실 이런 말은 저희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의 모토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몇 학번입니까?

그건 비밀입니다. 그걸 얘기하는 순간 사람들이 “아, 얘는 몇 학번이라서 이렇구나” 하고 미루어 짐작해 버립니다. 그래서 일부러 알리지 않습니다. 나이도 밝히지 않아요. 사실 이름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만들어주신 부모님에게나 이름이 중요하지 남에게 이름이 뭐가 중요한가요? 그런 의미에서 제 명함은 앞면이 아니라 뒷면이 진짭니다.

△ 그의 명함 뒷면이다. 자신을 ‘마음 캐는 광부’라고 여기는 모양이다.

조지 마이클이 ‘Wham’이라는 그룹에 있다가 솔로로 데뷔할 때 라는 앨범을 냈습니다. “편견 없이 들어라!” 얼굴 예쁘장한 아이돌이라는 선입견으로 보지 말라는 얘기였지요. 저도 그렇습니다. 지자체에 가면 꼭 물어보는 게 있어요. 나이, 출신 학교, 고향…, 이런 거. 그걸 기관장이 궁금해 하시는 건지, 일하시는 분들이 알아서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 작은 땅덩어리에서 왜 굳이 그걸 알아야하는지……. 사람을 봐야지, 다른 걸 보려고 하는 게 영 마땅치 않습니다.

맛있는 음식 먹는 것 말고, 또 다른 취미는 없나요?

사실 저는 취미를 직업으로 만든 행복한 경우입니다. 취미를 극히 이기적으로, 직업으로 만든 것이지요. 취미를 직업으로 만들려면 누군가가 후원을 해줘야 됩니다. 메디치가 같은 패트론이 있어야 되는데, 그게 없으니까 회사들한테 돈 내라고 해서 비즈니스를 만든 거지요. 그러니까 저는 아주 해피한 경우이지요.
이런 경우가 없는 게 아니고 종종 있습니다. KBS의 이욱정 PD 같은 사람은 요리에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몇 년 째 만들고 있어요. 본인이 쿠킹 클래스를 하고 그걸 기반으로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까지 하고 있습니다. 취미가 업이 되고 브랜딩이 됐을 때, 그때는 아름다운 경지에 들어갑니다.
<궁극의 인문학>을 쓴 전병근 기자도 그런 예입니다. 예전에는 지면에 한계가 있어 인터뷰를 해도 축약을 해야 했지만, 미디어가 바뀌고 인터넷에는 다 실을 수 있게 됐잖아요. 그렇게 인터뷰를 한 뒤 여덟 명을 골라 책을 냈어요. 그게 <궁극의 인문학>이지요. 전병근 기자는 그 책을 기반으로 전직까지 했습니다.

어느 인터뷰에서 “빅데이터를 살펴보는 목표는 사람의 욕망을 예측하기 위한 게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더군요. 퍽 인상 깊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존재’라고 확신하는 편인데, 이 대목에서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사람이 이해가 됩니까?

집합적으로 봤을 때, 사람은 이해할 수 있는 대상입니다. 사람을 개체가 아니라 집합적으로 보면 행동의 단초를 조금씩 알 수 있지요. 궁극적으로 개인을 본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 중에서도 나를 본다는 게 제일 어려운 일이구요. 타인을 통해 나를 어림짐작할 뿐, 본인을 제대로 보기 위해선 수련을 해야지요.

이공계열을 전공해 이 일을 하고 있는데, 이 일이 공학적인 마인드로만 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공학에서 출발은 하지만 인문학의 영역까지 넘나들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인문학과도 접점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네, 결국 인문학 쪽으로 가게 되지 않을까요? 수단은 목적보다 우위에 설 수 없으니까요.
자연과학(science)은 탐구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표현과 실익에 대한 부분을 간과하더라도 진행할 수 있어요. 하지만 공학(engineering)이 되면 사람들에게 필요한 방법이라는 형태로 가게 되거든요. 즉 합목적적인 형태의 수단이 되어버려요. 그때부터는 이걸 왜 하고 있는지, 누굴 위해서 하고 있는지 고민할 수밖에 없지요. 수단은 목적보다 우위에 설 수 없기 때문에. 그 고민의 부분이 바로 인문학입니다.
과학을 전공한 사람들의 특징이 뭔지 아세요? 증명할 수 없고, 반복할 수 없으면 과학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래서 순수과학(pure science)을 전공한 사람들은 사회과학(social science)을 안 좋아해요. 증명할 수 없고 반복할 수 없으니까. 좁은 의미에서 보면 그렇지만, 넓은 의미에서 보면 가능해요. 진화심리학, 행동경제학 등이 바로 순수과학과 인문학이 합쳐진 분야입니다. 인간이 창조한 데이터가 커지고, 누적되면 이걸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지요.
예를 들면 <빅데이터 인문학-진격의 서막> (원제: Uncharted)이라는 책을 쓴 두 명의 언어학자는 전 세계 도서관의 책 800만권을 스캔한 구글의 통계를 ‘엔그램 뷰어’라는 도구로 분석했어요. 그랬더니 우리가 알고 있는 규칙 동사가 사실은 불규칙 동사였고, 불규칙 동사가 규칙 동사였다는 사실을 알아낸 겁니다. 사람들의 습관을 과학으로 증명해낸 것이지요.
또 <음식의 언어>(원제:The language of food)라는 책도 있는데, 전 세계의 메뉴판을 스캔해서 빅데이터를 모아 분석한 책입니다. 거기에 따르면 값이 싼 음식일수록 화려한 수식어를 사용하고, 값이 비싼 음식일수록 건조한 서술을 한다고 거예요. “맛있고, 촉촉하고, 바삭바삭해요” 하면 값이 싼 음식이고, 비싼 음식일수록 ‘호주산 방목한 목초를 먹고 자란 소’, 이런 식으로 나온다는 겁니다. 이런 방식으로 사람들의 행동과 인지에 대한 것을 통합시켜 분석하지요.

이야~, 이거 빅데이터가 인간을 꼼짝 못하게 하는군요. 나는 그 빅데이터가 못하는 영역이 많았으면 좋겠는데요.

데이터의 출발은 사람이니까요. 사람이 존재하지 않으면 데이터는 형성될 수 없어요. 그러니까 중심은 사람에 있는 거고, 다만 그걸 해석하는 사람의 지성이 얼마나 높은지, 그걸 사용하겠다는 사람의 순수 의지가 얼마나 투명한지에 따라서 잘못 쓰일 수 있으니까 좀 조심스럽지요. 데이터는 도구일 뿐입니다. 칼을 주면 누군가는 요리를 하고, 누군가는 사람을 죽이잖아요. 칼의 문제가 아닌 거지요. 데이터도 마찬가지입니다. 쓰는 사람의 도덕성, 지성의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관우 대 장비로 대결을 할 경우에는 문제가 없지만, 아이어맨 같은 증강 수트를 입은 사람이 관우와 대결을 해서 이길 경우, “이건 공평한가?” 같은 문제가 불거지지요. 이런 식의 윤리에 대한 고민이 이제 막 시작됐습니다.

사람의 욕망에 관한 데이터 분석에 한계나 좌절을 느끼지는 않습니까?

늘 느끼지요. 저희가 가진 정보가 굉장히 크고 많지만 그것이 모든 것을 말하지는 않아요. 누군가는 침묵하고 누군가는 자기의 생각을 다 말하지 못할 수도 있구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저희 같은 사람이 꼭 필요한, 유용한 사람일 수 있는 겁니다. 데이터가 명백하다면 해석자가 필요 없어요. 항상 부족하기 때문에 해석하거나 유추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법이지요.

이렇게 데이터가 모여 있고 그걸 분석하면 사람의 마음이 보이는데, 그렇다면 당연히 시장권력인 기업이나 정치권력이 달라붙게 되지 않나요?

엄청난 요구가 그쪽에서 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몇 번의 대통령 선거가 있었지만, 저희는 일체 정치 쪽으로는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거구요.
기업과 일을 할 때도 저희는 “이걸 하면 팔려요” 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이걸 원합니다”라고 말하지요. 이걸 기업들은 ‘시장 친화적’이라고 이해하고, 저희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기업이 하도록 제안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일을 충실히 잘하면 비즈니스가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됩니다. 흔히 “개같이 벌어 정승처럼 쓴다”고 하는데 그건 돈 버는 방법의 비윤리성을 묵인하는 말이고, 빅데이터에 기반한 사업을 하게 되면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주게 되니까 기업의 사회적인 역할을 처음부터 제대로 하게 되지요.
재밌는 건 이게 처음 시장 사회로 진입할 때의 시스템과 비슷해요. 처음에 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아니까 혼자 할 수 없는 일들을 협업했어요. 신뢰를 통해 거래했단 말이에요. 그런데 사회가 커지고 산업화되다 보니 익명성이 커졌고, 신뢰가 깨지고, 결국 그 자리를 돈이 메꾼 거거든요. 금전이 목적이 된 겁니다. 이제 이런 사회구조를 바꿔야 되지 않을까요? 거기에 우리가 일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데이터가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소비자가 원하기 때문에 기관과 기업들이 이 작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지요. 소비자를 보고, 더 나아가 사람을 봐야 되는 겁니다.

도덕적, 철학적 기반이 단단하십니다. 책을 많이 봅니까?

네, 항상 보지요. 꼭 책을 본다기보단 텍스트를 보는 게 직업입니다. 트윗, 블로그, 게시판, 책…, 쉬지 않고 봅니다. 약간의 활자중독증이 있는데, 그런 증상에 적합한 일을 하고 있는 셈이지요.

송 부사장님 같은 사람한테 저는 시집을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예전 신문사에서는 편집 전문기자들이 편집부에 가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시집 100권을 사서 마구 읽는 거였어요. 시의 구절들이 머리에 남고 입에 익으면 거기서 신문 기사의 제목이 나온다고 하니까요. 몇 마디 논리적 문장보다 한 마디 시적 표현이 독자에게 감동을 주고 사람을 압도하는 제목이 되는 경우가 많지요. 시집 100권을 읽고 나면 사물이 다 시적으로 보입니다. 시의 역사가 누천년이 된 거 아닙니까? 시에 인류 정신의 모든 것이 집약되어 있어서 그 몇 마디로 복잡한 사회 현상을 압축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거거든요. 이 원리는 특히 자연과학하는 사람한테, 송 부사장 같은 분한테 대단히 중요할 수 있지요.

좋은 방법이네요. 활용해 보겠습니다. 실제로 확정적이지 않고 모호할수록 더 의미의 해석이 커지거든요. 데이터도 마찬가지예요. 모호할수록 나아요. 인간의 힘도 똑같습니다. 그가 하는 일이 정교화되지 않을수록 그 사람의 파워가 커집니다. 정해진 일을 할수록 재량권이 줄어들지요.

강연 요청이 많지요?

오래 했으니까 쌓이는 게 있습니다. 제가 강연을 하면서 알게 된 첫 번째는 상대편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게 돼요. 사람들이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부분이 있거든요. 두 번째는 질문을 받을 때 내가 한 이야기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의 변화를 추적할 수 있어요. 세 번째는 인터랙션이나 스토리텔링에 대한 기술이 내재화됩니다. 강연은 일종의 무대공연이거든요. 기술이 축적되지요.
강연은 무척 소중한 체험이지만, 만족스럽게 하지 못하면 다음에 다시 초대받지 못해요. 그래서 매번 무대에 올라갈 때마다 목숨 걸고 해야 됩니다. 강연을 오래 하는 사람들은 나름의 퍼포먼스가 어느 수준 이상 올라간 분들이지요. 청중들에게 감동이건 지식이건 뭔가 남아야 되니까요.
강연하기 위해서는 스토리텔링을 위한 오리지널리티가 있어야 하고, 그걸 전달해줄 기술(Delivery Skill)이 있어야 됩니다. 간혹 젊은 친구들 가운데 강연자를 직업으로 삼고 싶은데 어떡하면 되냐고 물어보는 친구들이 있어요. 강연자라는 직업은 없습니다. 엄홍길은 히말라야 다녀왔으니까, 김성근은 야구의 신이니까 자신의 경험을 강연에 던지는 거거든요. 자기 컨텐츠를 강연으로 전달하는 거지, 강연이 직업이 되면 시중에 떠도는 가담항설을 모아서 사람들을 현혹하는 형태로 나오니까 바람직하지 않지요.

빅데이터에 의하면 2017년 한국 사회의 유망 업종이 무엇인가요?

제가 ‘세바시’ 강연에서 고용정보원이 만든 차트에 따라 우리나라 50년 유망 업종을 다 보여드렸어요. 50년대 유망 직업이 서커스 단원, 타이피스트, 전화교환원이었어요. 이 직업이 10년마다 변해요. 그런데 문제는 내 인생이 길어진다는 거예요.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은 평균 수명이 140년이 될 거라는데, 그런 시대에 유망 직종을 선택하는 순간, 걔는 10년 뒤에 실직인 겁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유망한 건 피해라. 유망한 걸 하는 순간 100만 명이 몰려들고, 그들과 싸워야 한다.”
요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원데이 클래스가 유행이잖아요? 그 중에 앙금플라워 케이크를 만드는 클래스가 있어요. 팥 앙금으로 꽃을 만들어 케이크 위를 장식하는건데 참 예뻐요. 그런데 그걸 일주일이면 배울 수 있대요. 그렇게 쉬우니까 일주일 후면 100만 개의 앙금 케이크가 쏟아져요. 취미로 배우는 거야 괜찮지만, 이걸 제2의 직업으로 생각하고 라이선스를 따서는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불안감만 조성하는 거지요.
지자체 관광 관련 강의를 가면 제가 항상 드리는 말씀이 있어요. “벤치마크 하지 마라.”
인터넷에 벽화마을, 레일바이크 쳐 보세요. 수십 개가 떠요. 왜 그런 줄 아십니까? 지자체 공무원들이 일하는 방법이 바로 벤치마킹이거든요. 피사에 가는 이유는 사탑이 있기 때문이에요. 사탑이 여러 군데 있으면 누가 피사에 가겠어요? 오리지널리티와 유일함이 거기에 갈 이유인데, 제발 똑같은 거 만들지 마세요. 저는 말합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습니까? 구글링 해보세요. 있다면 하지 마세요.”
공무원들이 일하는 방식을 다 바꿔야 돼요. 선진국 벤치마크 하는 순간 2등이 돼요. 관광은 2등이 없는 분야거든요.
저희는 일할 때 벤치마킹을 하지 않습니다. ‘이걸 해서 도움이 되는가? 재미있는가? 어려운가?’ 이걸 물어보고 시작합니다. 너무 쉽거나 재미없는 일, 이런 건 하지 않습니다.
최근에 본 기사 중 가장 무서웠던 게 이런 겁니다. “아버지가 평생 동안 번 돈을 다 투자해서 자식 명문대학 보내고 공부시켰는데, 그 자식은 아버지가 거들떠보지도 않던 기업에도 들어갈 수 없다”, 이런 거였어요. 과거의 기준으로는 이제 안 되는 겁니다. 이제는 글로벌로 경쟁하는 시대이고, 인생이 길어져서 초반 성공은 아무 것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은퇴한 선배들이나 친구 분들을 잘 보세요. 그 분들의 삶으로부터 어떤 패턴이 보이지 않나요?

보이지요. 너무 잘 보이지요. 언론계를 은퇴한 선배들은 확연한 패턴을 보여요.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농사를 지으러 갑니다. 자신들이 취재할 때 쌓아놓은 인맥을 통해 정착하더라구요. 그리고 일부가 아등바등 정치권에 진출하고, 그 사이 어드메쯤 있는 사람들이 마누라한테 기생해 룸펜 프롤레타리아의 길을 가구요.(웃음)

흥미롭네요. 퇴직이나 은퇴가 문제가 아니라 그 이후의 삶이 있으니까, 저는 요즘 그 이후의 삶에 관심 있어요. 평생교육이라는 게 점점 중요해지는 시대입니다.
어느 하루가 아니라 하루하루의 누적이 중요해요. 저의 경우, 사업을 안착시키는 데 오래 걸렸어요. 2005년쯤부터 시작했는데, 자리를 잡은 건 2010년도쯤 이었으니까요. 그때쯤에서야 내가 2006년부터 이 일을 시작했구나, 알게 됐지요. 일상은 변화가 느리기 때문에 내가 언제 바뀌었는지 기억을 못합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까 “아, 그때였구나”, 이걸 알게 된 거지요.
그래서 저는 “1월1일을 맞아 다이어트 해야 겠어” 라거나 “인생을 바꾼 단 한권을 책을 꼽아주세요” 같은 질문을 가장 싫어해요. 살아가면서, 누적되면서 힘을 갖게 되는 거지, 어느 날 대오각성한다는 건 부처님이 아닌 다음에야 힘듭니다. 하긴 부처님도 보리수나무 아래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는 거 아닙니까?
뉴턴의 사과가 떨어진 게 문제가 아니라 그는 이미 거인의 어깨에 올라가 있었다는 거지요. 남들이 많이 공부한 위에 올라갔고, 고민을 했으니까 발견한 거지 보통 사람들이 떨어진 사과를 봤다고 어떻게 만유인력의 법칙을 만들었겠어요? 준비 기간이 중요하고 진짜이지, 터닝 포인트가 아니라는 겁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올해 대선은 어떻게 될 거라고 예측하나요?

하하하하…, 대선이요? 선거 전에는 정말 전화가 많이 옵니다. 하지만 안 받아요. 도망 다니지요.
“정의는 승리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대중의 생각은 보입니다. 명백히 보입니다. 요즘 언론의 여론조사가 안 맞는다고 하는데, 데이터를 보는 사람들은 그럴 것이라고 이미 알고 있었다고 해요. 데이터를 보면 흐름이 보이거든요. 중요한 건 순간(spot)이 아니라 경향(tendency)이거든요.
한국사회가 어떻게 흘러갈지 대충 보여요. 때로는 어떤 개인이 어떻게 살아갈 지도 보이구요. 그것은 예측(prediction)하는 게 아니라 이해(understanding)하는 겁니다. 예측이란 상대와 관계없이 객관화, 수치화시켜서 추세를 보여주는 거구요, 이해란 ‘너의 인생과 소망과 기호가 이렇게 될 것’이라고 상대를 알게 되는 겁니다. 그 중심에 사람이 있구요.
사실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모든 변수를 기반으로 예측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이해하는 순간 그 사람 입장에서 서 보게 되고, 그 사람의 사고체계와 기호가 그의 의사를 추동하게 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데이터는 예측이 아니라 이해하는 겁니다.

오늘 인터뷰를 해 보니까 인터뷰어인 나보다 한 20, 30년 더 살은 사람 같네요. 빅데이터를 오래 들여다봐서 그런지, 인생이 깊은 것 같기도 하구요. 어쨌든 멋집니다. 멋쟁이 청년이네요.

다 선배님들이 잘 가르쳐 주고 그걸 잘 주워 먹어서 그런가 봅니다. 제가 순진해 보이니까 교수님들이나 선배님들이 아주 잘, 친절하게 이것저것 자상하게 가르쳐 주시거든요.(웃음)

그래도 그걸 잘 소화한 건 본인이니까 소화력이 대단한 것이지요. 앞으로 이런 실력과 성취와 내공을 잘 살려서 우리 사회 공동체를 사람 살기 좋게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오늘 장시간 수고 많았습니다. 가끔씩 품격 있는 맛집에서 재미있는 회동을 기대합니다.(웃음)

△ 여의도의 한 한정식집에 둘러 앉은 송길영 부사장과 김영철 원장, <다들> 인터뷰 팀

정리/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김영철 원장, <다들> 작가 이유정
사진/이근원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