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생각해 보는 스승의 날의 의미

김영란법이 시작된 이래 첫 스승의 날을 맞은 올해, 언젠가부터 물질적인 선물이 오가는 것이 의례적인 모습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달라진 스승의 날 풍경 속에서 ‘스승의 날 참된 의미’를 기자의 시선으로 정리해보았습니다.
※ 공감신문에 실린 동명의 글(클릭하여 원문보기)을 재구성한 글입니다.
박진종 (공감신문 기자)

매해 5월 15일 스승의 날이다. 스승의 날은 교권존중과 스승공경의 사회적 풍토를 조성하고, 교원의 사기진작과 사회적 지위향상을 위해 지정된 날이다. 1963년 청소년적십자 중앙학생협의회에서 시작됐다.

정확히 설명하면, 이 단체에서 활동한 여고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기념일이 우리 스승의 날의 기원이다. 당시 충청남도 강경여고 청소년적십자단원들은 병환 중에 있는 현직 선생님과 퇴임한 옛 선생님을 찾아뵙고, 위문하는 봉사활동을 벌였다. 이런 활동이 알려지면서 지금의 스승의 날로 발전하게 됐다.

이처럼 스승의 날은 사제지간의 정을 나누고, 봉사하기 위해 시작됐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스승의 날은 카네이션을 포함한 선물 등을 스승에게 건네는 날이 됐다. 카네이션은 부모님에 감사하는 어버이날에도 쓰인다. 과거 우리나라는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 하여 임금, 스승과 아버지를 동일시 여겼다. 이 같은 문화가 최근에도 반영돼, 스승에게 카네이션을 전하는 것으로 보인다. 군사부일체라는 한자성어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조상들은 스승을 매우 중요한 존재로 여겼다. 어순으로 보면 임금 다음이지만, 아버지 보다 앞이다.

 

선생님, 카네이션도 드리면 안 되나요?

올해 스승의 날은 매우 혼란스러웠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시행된 후 맞는 첫 스승의 날이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교육부의 교권침해 현황까지 발표되면서 혼란으로 인한 교내 우울감은 더 높아졌다. 김영란법은 교원을 포함한 공직자(공무원, 공직유관단체 임직원 등), 정치인, 언론인 등이 부정청탁 받는 것을 방지하고, 금품 등의 수수(收受)를 금지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제정됐다. 존경해도 부족함이 없을 스승인데, 김영란법 대상에 포함되면서 손 편지 하나도 섣불리 전하지 못하게 됐다.

필자의 지인이자, 인천 모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A교사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안타까운 경험을 한다. A교사가 재직 중인 학교에는 방과 후 실시되는 제빵 수업 과정이 존재한다. 이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들은 본인이 만든 쿠키나 빵 등을 좋아하는 친구, 선생님에게 선물했다. 제빵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 중 A교사에게 쿠키, 빵을 선물하던 2학년 학생이 있었다. 김영란법 시행 후 어느 날, 그 학생은 ‘김영란법 때문에 제가 만든 쿠키, 빵을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앞으로 쿠키, 빵 대신 편지를 드릴게요. 앗! 편지도 김영란법에 적용 되나요?’라는 글을 편지에 써 쿠키, 빵 대신 A교사에게 전했다고 한다. 그 편지를 받은 A교사는 필자에게 매우 안타까우면서 슬프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올해 스승의 날을 앞두고 공개된 국민권익위원회의 카네이션, 선물 등에 대한 기준 해석도 매우 엄격했다. 국민권익위원회 해석에 따르면 재학생이 카네이션을 교사에게 전하려면 학생 대표 등이 교사에게 공개적으로 전해야 한다. 학생 대표는 전교 회장, 학급 반장 등을 의미한다. 임원이 아니어도 공개적인 자리에서 대표로 선물하는 카네이션은 문제되지 않는다. 또 학생에 대한 평가·지도를 상시적으로 담당하는 담임교사 및 교과 담당교사에 대한 학생의 선물은 가액 기준인 5만원 이하라도 원활한 직무수행, 사교·의례 목적을 벗어나므로 금지된다. 개인적으로는 꽃 한 송이도 주지 못하고, 1000원이하 음료수도 선물하지 못한다.

 

교권 침해 지속적 증가, 심리 치료받는 교사 늘어

-출처 : 교육부 내부자료(교권보호위원회 연간 집계 건수)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의 ‘최근 5년간(‘12~‘16) 연도별 교권침해 현황’도 발표됐다. 이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학생과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 사례는 ▲2012년 7971건, ▲2013년 5562건, ▲2014년 4009건, ▲2015년 3458건, ▲2016년 2574건으로 집계됐다.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는 폭언·욕설이 1만4775건(62.7%)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수업진행방해 4880건(20.7%), 기타 2535건(10.8%), 폭행 461건(2%) 순이었다. 특히 교사에 대한 성희롱은 최근 5년간 지속적으로 그 발생 비율이 증가했다. 지난해 112건이 발생했다. 또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도 92건으로 2012년 대비 2.0%포인트 증가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2016년 교권 회복 및 교직 상담 결과 보고서’를 공개하며 최근 교권 침해가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교총에 접수된 교권 침해 상담 사례는 전년보다 증가했다. 교총은 교권 침해 상담 건수가 최근 7년간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증가 폭도 점점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3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아울러 피해 교사들은 대부분 육체적·정신적 충격을 받아 병가를 내는 등 한동안 교단에 서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리치료를 받는 교사도 적지 않다. 당초 스승의 날은 병환 중에 있는 전·현직 선생님에 대한 위문 봉사활동으로 시작됐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이 같은 현실은 교사와 학생, 학부모 관련 주체와 우리 사회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는 부정청탁 등의 비리가 만연했다. 이는 일부 학부모와 교사들을 통해 교내에도 침투했다. 교권 침해 사례도 증가했지만, 학생 인권 침해 사례도 적지 않았다. 지난 2012년 만들어져, 일부 지역에서 시행 중인 학생인권조례가 이를 방증한다 할 것이다.

 

서로에 대한 존중, 첫 스승의 날 의미 되새기며…

스승의 날인 5월 15일은 조선의 성군인 세종대왕 양력 생일이다. 세종대왕은 신분제 사회 조선에서 신분에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등용해 참신한 정치를 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장영실이다. 장영실은 노비 출신이었지만 종3품의 관직까지 오른다. 또 세종대왕은 훈민정음(訓民正音)을 창제했다. 훈민정음은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소리’라는 의미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단어 순서를 민음훈정(民音訓正)으로 바꿔보면 ‘백성의 소리를 새김이 마땅하다’라는 의미가 되고, 민음정훈(民音正訓)으로 바꾸면 ‘백성의 소리를 바르게 새겨라’라는 의미가 된다.

이런 의미가 세종대왕이 의도한 바라면, 이는 후손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의미가 아니었을까. 앞서 설명한 군사부일체는 임금, 스승, 아버지는 하나라는 뜻이다. 이런 관점에서 훈민정음의 다양한 의미를 해석하자면, 스승은 제자를 바른 소리로 가르쳐야 하고, 제자의 소리도 바르게 새겨야 한다. 김영란법으로 스승의 날과 교내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제 스승의 날, 교내가 물질적인 것들로 물들지 않게 됐다. 제자는 교사에 감사해야 하고, 교사는 제자를 차별하지 않아야 한다. 서로가 존중해야 한다. 앞으로 다가올 스승의 날은 1963년 충청남도 강경여고 청소년적십자단원들이 시작했던, 그날의 의미를 학생, 교사, 사회 모두가 되새길 수 있는 날이 되길 바란다.

박진종

박진종

– 공감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