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 힘이 되는 동네배움터

동네에서 배움은 어떻게 이루어졌을까요? 이제 동네에서 배움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요? 지난 해, <서울형 동단위 평생학습센터 운영 모델 개발 연구>를 맡아 서울의 동네 속 배움에 대해 세밀하게 살펴본 공주대 양병찬 교수님이 직접 ‘동네배움터’를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100년 전 이 땅에

우리 선조들은 근대화의 파고 앞에 어떤 마음이었을까. 외세로부터 뿌리까지 변화를 요구받는 심경은 어떠했을까. 전통의 문물은 물론 경제, 문화, 교육 등 사회 전반에 흐르던 분위기는 불안 그 자체였을 것이다. 교육자강론도 그런 가운데서 나왔다. 스스로 강해지기 위해서 결국 신학문을 배울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근대 학교를 세우는 것이었다. 제국이 공립학교를 세웠고 이어 지방에는 선각자들의 유지에 의해 학교 문을 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제의 병탄으로 자강의 꿈은 막혀버렸다. 그 후 해방까지 배움은 선민에게만 제공되던 특권이었다. 당시 모든 이를 위한 교육은 ‘방방곡곡’에 학교라는 시스템을 갖추는 피나는 노력을 통해서 가능했다. 학교 설립이 정부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해서 지역 유지와 학부모, 주민들의 피땀이 모여서 우리 마을의 학교들이 세워졌다.
A. Sen이 말한‘동아시아전략’은 우리 땅에서 민관 협력의 과정에서 이룩된 것이다. 이렇게 국가와 주민들의 줄탁동시로 한강의 기적은 일어났다.

주민들의 사회적 학습 열망

오늘날 우린 또 다시 불안한 마음으로 새로운 격랑 속에 들어가고 있다. 초지능, 초연결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학교만으로 충분치 않으니 “평생교육이 대세”라는 식으로는 안 된다. 19997년 평생교육법 제정과 함께 평생학습전담 체제, 2001년 평생학습도시 사업 등 평생교육 기반 구축이 진전되어 왔다. 시스템 구축을 통해서 더 많은 교육 기회(more education)를 제공하여 개인적 요구를 만족시켜 왔던 것이다. 그동안 평생교육 현장에서는 왜 그리고 어떻게 ‘함께’ 학습해야(learning together) 하는지 학습조직화에 대한 깊은 성찰은 없었다. 앞에서 학교가 확산될 때, 주민들의 열망은 전국에 들불처럼 번졌다. 21세기 평생학습은 주민들 스스로 만들어가는 학습 열망을 어떻게 끌어낼 것인지가 과제이다. 이제 편하게 동네에 함께 모여 상호 학습하며 도모하고 꿈꾸는 주민들의 열의를 사회적 학습 과정으로 재창조해야 한다.

동네배움터의 공적 구조

서울시가 5년 전부터 진행하고 있는 동네배움터 사업을 통해 시민의 주체적 참여 학습 모델이 정착되고 있다. 주민자치센터를 비롯하여, 전통시장, 작은 도서관, 카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공간에서 오카리나, 바리스타, 사진, 지역문화역사, 자녀교육법, 전통주학교, 원예, 공예, 건강 등 주민들이 원하는 주제를 가지고 함께 배우면서 동네배움터는 시작된다.

이는 주민들의 생활 과제와 지역의 변화 등 주민의 일상에 뿌리내리는 힘을 실어주는 학습으로의 관심을 확장시킨다. 동네배움터 사업은 주민자치센터형과 주민조직형으로 나눌 수 있다. 평생교육법에 근거한 읍·면·동 평생학습센터는 주민자치센터 공간을 최전선의 평생학습시스템으로 작동하게 하는 것으로 기존의 주민자치(교육)프로그램과 연결하여 운영하고 주민조직형은 동네의 공공 공간에서 주민들의 학습활동과 마을만들기 활동을 연결하는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동네배움터(평생학습센터)는 운영위원회를 구성하여 공적 운영 구조를 갖게 된다. 또한 교육 프로그램 기획 및 운영, 강사 지원 및 학습자 상담, 학습동아리 발굴 및 지원, 학습공동체 활동 기획·실행 등 주민들의 학습지원 역할을 담당하는 평생교육사나 교육플래너를 배치함으로써 전문적 운영을 도모해야 한다.

주민의 힘을 통한 마을공동체 만들기

이 사업은 주민들의 학습은 지역 성장의 기반이라는 전제로 유네스코가 전세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지역사회학습센터(CLC : Community Learning Centers)의 서울형 모델이다. 유네스코의 지역사회학습센터나 서울시 동네배움터(평생학습센터)에서 가지고 있는 원칙은 근거리에 센터를 만들어서 주민들에게 필요한 교육에 주민들이 참여하여 세대간 교육 교류나 재능기부 등의 방식으로 상호 협력적으로 추진한다. 이러한 협동적 학습 방식은 주민의 공동체 의식을 높이고 협력 역량을 높인다. 결국 주민의 공동 학습은 지역을 주체적으로 만들어가는 마을공동체를 창조하게 될 것이다. 최근 전국적으로 주민자치회를 통한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험하려고 하고 있다. 이의 성공을 위해서 자치적 실천 역량을 가진 주민들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동네배움터는 풀뿌리 주민 자치력과 민주적 시민 역량을 키우는 최일선의 공적 공간이 되어야 할 것이다. 주민의 힘을 키우는 동네배움터가 동네마다 생겨서 지역을 더 건강하고 행복한 마을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