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도 중요하지만 내가 이런 걸 하고 있다고 알려야 합니다

도시 전체가 배움의 터전이 되고 시민 모두가 더불어 배우는 도시,
삶과 배움의 경계가 없는 서울은 학교입니다.
학습하는 시민, 성장하는 도시를 위해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이 함께합니다.

<다들>이 서울은 학교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매월 서울자유시민대학, 모두의학교, 동네배움터 소식을 전합니다.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이 운영하는 각양각색의 학교에서 일어나는 재미난 이야기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

 

지금 웬만한 파워포인트 스킬의 80%는 유튜브에 올라와 있습니다. 아마 2~3년 내에 100%가 올라갈 거예요. 유튜브에서 찾으면 다 배울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제2의 직업으로 목공을 배웠습니다.

‘어… 잠깐! 강사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저 지금 파워포인트 기술 배우러 왔단 말이에요. 근데 유튜브에 다 올라와 있다니… 게다가 프레젠테이션 강사가 지금 목공을 배우고 있다니… 이럴 거면 강의는 왜?…’ 같은 말들이 목구멍 밖으로 치솟을 것 같은 기분을 꾹 누르고 이야기를 마저 듣다보니 강사님의 파란만장한 경험담에 빠져들게 되었다.

남기만 강사는 대학 시절 수많은 청중 앞에서 강의하는 강사를 보고 매력을 느껴 ‘이 길이 내 길이다’ 정하고 졸업도 하기 전에 창업을 한다. 인터넷 파워포인트 관련 커뮤니티에 무료 강의 소개를 올리고, 의뢰가 오면 강의를 한 후 사진 찍고 후기 써서 올리는 식으로 3년간 꾸준하게 데이터를 축적했더니 2006년 기회가 왔다. MBC 신입 아나운서 교육을 맡게 된 것이다. 인터넷을 보고 의뢰한 주최 측은 당연히 경험 많은 40대의 강사가 오리라 예상했다가 신입 아나운서와 나이가 같은 새파란 젊은이가 오자 당황했지만 대타를 찾을 시간이 없어 그대로 투입한다. 여기서 강사님은 7시간의 교육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최고 점수를 받는다. 드디어 유료 강의의 세계에 발을 디딘 것이다.

도전도 중요하지만, 내가 이런 걸 하고 있다는 걸 항상 알려야 합니다. 키워드에 걸리게 열심히 인터넷에 자료를 올리고, 한 번의 기회가 왔을 때 잡으셔야 해요.

3년 만에 온 기회, 15년 만에 온 폐업

이렇게 강사로 발돋움하기까지의 과정을 파워포인트 문서로 엮어 슬라이드쇼로 보여줬다. 콜링의 ‘Wherever you will go’를 배경음악으로 돌아가는 강사소개는 한편의 인간극장이었고, 단번에 수강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강사님은 이게 바로 디지털 스토리텔링 기법이라고 하며 덧붙였다. “이 강좌를 다 듣고 나면 여러분들도 이런 디지털 스토리텔링을 만들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감동받은 마음을 추스르기도 전에, 강사님은 그러나 이제 세상이 변했고, 유튜브가 생기면서 파워포인트 강의 의뢰가 줄어들었으며, 결국 작년에 폐업했다고 하셨다. 수강생들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강사님은 아내의 일을 돕기 위해 나무를 잘라 목공을 배웠고, 그걸 제2의 직업으로 삼고 있으며, 지금은 목공 강의를 나가고 있다고 했다. 100세 시대에 제2의 직업은 필요하며, 강의하는 기술은 어떤 분야에나 적용할 수 있는 자신만의 원천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30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강사 소개’와 ‘디지털스토리텔링이란 무엇인가’에 이어 ‘100세 시대의 직업 변천’까지 한 두름에 꿰어 보여준 놀라운 도입부였다.

 

네이버 세대를 위한 유튜브 강의

수강생들은 나이가 많았다. 유튜브에 한 번도 들어가 보지 않은 사람들도 꽤 있는 것 같았다.

“여러분들 연배에선 뭔가를 알아보기 위해 네이버를 검색하죠. 그러나 요즘 젊은이들은 죄다 유튜브를 검색합니다. 거기 모든 것이 나와 있어요.”

그러나 세상이 아무리 유튜브 판으로 변해도 거기에 익숙해지기 힘든 세대가 있기 마련이고, 그런 분들을 위해서는 또 이런 강의가 필요한 법이다.

자, 이제 본격적으로 ‘효과적인 강의를 위한 매체활용 스킬’을 알아볼까?

제목만 보면 뭔가 어려워 보이지만, 이 강의는 파워포인트 작성법을 주로 다루는 강좌다.

나도 모 문화센터에서 글쓰기 강좌를 진행하는 강사이다. 처음 강의를 맡았을 때, 난생 처음 파워포인트로 한 회당 20페이지가 넘는 교안을 만들면서 스트레스를 받아 허리가 나간 경험(스트레스가 허리로 오는 체질)이 있다. 화살표 하나 넣는데도, 글자 크기 하나 바꾸는데도 전체 시안이 틀어지거나 페이지가 넘어가버려 미칠 것 같았다. 스트레스가 심해서 한달 내내 한의원을 다니며 침을 맞고 물리치료를 했었다. 만약 그때 이런 강의를 한번이라도 들었으면 한의원 다닐 일까지는 없었을 것이다.

미리 연락을 받고 각자의 노트북을 준비해온 수강생들은 멀티탭에 코드를 꽂고 부산하게 강의 준비를 했다.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들을 어린이집에 넣고 출근하신 학습매니저님이 어디선가 멀티탭을 끊임없이 공수해와 수강생들의 모든 노트북을 전원에 연결시켰다.

그리고 강사님은 학습에 필요한 자료들을 USB에 넣어와 나눠주셨다. 웹하드에 올려 다운받게 해도 되지만 여러 명이 동시 접속하는 와이파이 환경에서 다운받으려면 몇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10개 정도의 USB를 나눠주고, 수강생들은 자기 노트북에 복사를 하고, 모르는 분에게는 가르쳐주느라 교실이 어수선했다.

“강의 시간이 어수선합니까? 당연한 겁니다.”

강사님은 멀티미디어 강의란 원래 이렇고, 강의라기보단 실습시간이라 생각하라고 했다.

PPT에 활용하려면 jpg 파일보다 png 파일로!

오늘은 첫 시간이라 커리큘럼 설명과 간단한 워밍업을 했다. 아이콘 아카이브라는 사이트를 알려주며 거기서 어떻게 아이콘을 다운받아 PPT 문서에 활용할 수 있는 지를 배웠다.  jpg보다는 png 파일로 된 아이콘을 다운받길 권장했다. png는 해상도도 높지만 투명한 영역을 지원하기 때문에 jpg보다 깔끔한 문서를 만들 수 있고, 활용하기가 쉽단다. 이제까지 두 파일을 많이 썼는데도 차이점은 오늘에서야 알았다고 하는 수강생도 있었다. 음~ 생활밀착형 깨알팁 강의다.

나도 강의록 첫 화면에 사용하기 위해 수많은 이미지를 검색하고, 심지어는 내가 직접 찍은 사진까지 활용해봤지만, 이런 다양한 아이콘을 모아둔 사이트가 있는지 몰랐다. book이나 apple 같은 키워드로 아이콘을 모아보다가 재밌어져서 나중에는 peace니 style이니 하는 추상명사도 넣어봤는데, 적절한 아이콘들이 제법 나왔다. 그 중 마음에 드는 아이콘을 선택하면 그와 비슷한 스타일로 그려진 다른 아이콘도 연결되어 뜨기 때문에 비슷한 스타일의 그림을 다운받아 활용하기도 좋다.

앗,  투명한 원이 서식복사 하니까 투명한 화살표로 바뀌네?

그 다음엔 PPT 파일을 열고 서식복사를 배웠다. 어떤 도형을 마음에 드는 형태로 만든 후, 서식복사를 하면 다른 도형을 그 형태로 바꿀 수 있는 마법의 기술이었다. 내가 위치와 크기만 잡아놓은 기본형 밋밋한 화살표에, 원래 있던 투명한 젤리형태의 원형을 서식복사 했더니, 화살표가 투명한 젤리형태로 바뀌었다!  역시 사람은 배워야 해!

난 도형 만들 때마다 같은 크기, 같은 투명도, 같은 외곽선으로 만들겠다고 일일이 값을 매겨주느라 시간이 정말 엄청 걸렸었다. 거기다 하나라도 까먹으면 외곽선, 투명도 등이 달라져 뭔가 엉성한 도형이 되어 다시 만들기를 반복했었는데, 이런 간단한 방법이 있었다니! 역시 모르면 몸이 고생한다는 옛말 그른 것 없다. 진작 알았다면 침 맞는 횟수가 줄거나 덜 아팠을 텐데!

이렇게 저렇게 따라하다보니 휘리릭 2시간이 흘렀다. 점심시간이다. 오후에 더 들어야 한다.

지루하지 않은 과정이고 숨은 조력자들도 있어 작년의 경우 70대 중반임에도 수업을 어렵지 않게 잘 따라오는 것은 물론 오히려 잘하시는 분도 있었다고 소개하며 이번에도 쉽게 잘 따라갈 수 있다며 강사님이 격려를 해주시기도 한다.

평생학습 종사자를 위한 역량강화 프로그램

서울자유시민대학에는 34개소의 학습장이 있다. 그중 은평구 녹번119안전센터 2층에 있는 은평학습장엔 다른 학습장과 달리 ‘전문가 역량강화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평생교육 강사와 인문독서지도사를 대상으로 하는 과정이 진행 중이다. 오늘 방문한 과정은 ‘평생교육강사 역량강화과정’이다. 자격증을 취득하고 이제 막 강사로 활동하고자 하거나, 초보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분들이 더 전문가다운 강의를 할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는 과정이다.

이번 2018년 상반기에는 월요일과 수요일 각각 하루 4시간씩 총 40회의 강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강좌는 ‘강의콘텐츠 개발과 교안 작성’, ‘효과적인 강의를 위한 매체 활용 스킬’, ‘효과적인 교육을 위한 교수자의 리더쉽’, ‘교수자를 위한 퀀텀 창의적 교수법’ 등 총 4개이며, 이를 모두 수강해야 한다. 한 강좌 당 결석은 3회까지만 허용되며, 4과목 모두 70% 이상 출석시 수료증이 나온다.

그 중 ‘효과적인 강의를 위한 매체 활용 스킬’ 강좌에선 쉽고 빠르게 파워포인트 문서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데, 10주차까지 들으면 사진, 배경화면, 다이어그램, 슬라이드를 이용한 게임, 디지털 스토리텔링, 동영상까지 마스터할 수 있다. 파워포인트를 다루다가 클릭 한 번에 한숨 한 번 내쉬는 분들, 남이 만든 문서에 덮어쓰기 해서 겨우 내 문서 만드는 분들, 내가 만든 파워포인트는 왜 이렇게 볼품없는지 괴로운 분들은 이 강좌가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평생교육강사 역량강화과정’은 10주간 4개의 강좌를 수강해야 하므로 학습자끼리의 유대가 강하고 네트워크도 잘 되어 있다. 점심시간이 되자 “은평구청 구내식당에서 4천원 짜리 백반 드실 분 모이세요.”하는 말에 몇몇분은 무리지어 나갔고, 또 누군가는 가방에서 싸온 점심을 주섬주섬 꺼내어 둘러앉았다. 도움이 되는 알짜 강의도 듣고, 친구도 만들 수 있는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