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학교, 너는 누구? 거긴 어디?

 

도시 전체가 배움의 터전이 되고 시민 모두가 더불어 배우는 도시,
삶과 배움의 경계가 없는 서울은 학교입니다.
학습하는 시민, 성장하는 도시를 위해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이 함께합니다.

<다들>이 서울은 학교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매월 서울자유시민대학, 모두의학교, 동네배움터 소식을 전합니다.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이 운영하는 각양각색의 학교에서 일어나는 재미난 이야기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

 

겨울이었다. 두터운 외투에 장갑까지 야무지게 챙기고서야 밖을 나설 용기가 나는 추운 날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지하철에 버스를 갈아타고 언덕배기 구로전화국사거리에 내리니 왕복 10차선의 남부순환로가 장엄하게 내려다 보였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내비게이션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관광객마냥 핸드폰을 쥐고서 한 바퀴 빙 돌아보니 좁은 골목 어귀를 가리켰고, 몇 걸음 걷다 제대로 가고 있는지 의심스러워 두리번거리는 찰나였다. 누가 봐도 “학교요” 하는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웬걸. 이 학교가 아니란다. ‘금천문화예술정보학교? 모두의학교가 아니고?’

우습게도 두 학교는 붙어 있었다. 2016년까지 한울중학교란 이름으로 한 울타리 쓰던 본관과 신관이 각각 금천문화예술정보학교와 모두의학교가 된 것. 어쨌거나 모두의학교를 찾아가는 여정은 낯설고 어려웠다. 소위 역세권도 아니고, 서울 중심부에서도 꽤 떨어져 있는 데다 여의도 63빌딩이나 잠실 롯데월드타워 같은 거대한 랜드마크도 눈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첫 출근 후 한 달, 두 달 지나며 어느덧 집보다 모두의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직원들도 근처 살던 한두 명을 제외하곤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어떻게 찾아갈지, 또 퇴근은 어찌 할지.

2018년 1월말, 모두의학교 운영진이 된 신규 직원들은 어쩌다 쿼트러플 초역세권에 위치한 본원(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에 가기라도 하면, “어떻게 다녀요? 전철역이랑 멀어서 힘들지 않아요?” 하는 질문을 받기 일쑤였다. 실제로 우리는 며칠간 적응기를 가져야 했다.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에 내려 택시를 타기도 하고, 신림역에서 버스를 타보기도 했다. 또 시간 날 때마다 휴게실에 모여앉아 출퇴근기(紀)를 공유하곤 했다. 서울자전거 ‘따릉이’를 설치하자는 둥 셔틀버스를 운행하면 안 되겠냐는 둥 아이디어 내기에 열을 올렸더랬다. (이 아이디어 중 하나는 곧 실현된다. 따릉이 설치가 확정됐다!) 그땐 그저 당장 내일, 모레 출퇴근이 두려운 이들의 몸 사리기였지만, 2018년 3월 17일이란 첫 정규학기 개강일이 정해진 뒤로는 직원들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시민들은 어쩌지? 어떻게 오시라고 하지?’

모두의학교가 자리한 금천구 독산3동은 재미난 동네다. 몇 걸음만 옮기면 행정구역이 바뀐다. 동(洞)만 바뀌는 게 아니라 구(區)까지 바뀐다. 좌로는 구로구, 우로는 관악구가 접해 있고, 북으로는 동작구다. 직원들이 매일 도보로 애용하는 구로디지털단지역까지만 나가면 길 건너가 영등포구다. 심지어 관악구는 모두의학교에서 찻길 하나 건너지 않고도 닿으니, 알면 알수록 사통팔달 요충지가 따로 없다.

돌이켜보면 처음 모두의학교를 찾던 날, 버스정류장에서 200미터도 채 안 걸었다. 3분도 안 돼 학교 건물을 발견했으니 말이다. 물론 옆 학교 금천문화예술정보학교였다는 게 함정이지만. (지역 주민들 중에는 여전히 두 학교를 한 학교로 오해하시는 분도 있다.) 두 학교가 자리한 블록을 감싸고 있는 또 다른 정류장들에 내렸더라면 모두의학교를 먼저 마주했을 거다.

모두의학교 일원으로서 여기가 뭐하는 곳인지, 뭘 해야 하는 곳인지 알아갈 즈음 시민들에게 이름부터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녀노소 누구나 선생이 되고 학생이 될 수 있는 학교라는데, 시민이 주인이라는데, 한 사람이라도 더 알아야 이름값하지 않겠나 하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머지않아 그것은 ‘버스정류장 이름을 모두의학교로 바꾸고 싶다’, ‘전철역 출구 안내판에 모두의학교를 써넣고 싶다’는 용감한 생각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곧 행동이 되고 머지않아 현실이 됐다.

▲버스정류장 명칭 변경 안내문, 구로디지털단지역 출구 안내판

▲모두의학교 위치(출처: 서울지도, 지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서울지도로 이동합니다.)

“네? 뭐라고요? 15분이나 걸린다고요? 걸어서요?”

“여보세요? 거기 어떻게 찾아가나요? 가까운 전철역이 어디죠?” 이런 문의 전화를 받을 때마다 우리는 당당히(?) 소개한다.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걸립니다!” 이때 돌아오는 답변은 십중팔구 이렇다. “네? 뭐라고요? 15분이나 걸린다고요? 걸어서요?”

행사가 있거나 새 프로그램이 시작되는 날이면 꼭 연출되는 장면이다. 직원들에게는 제법 익숙해진 ‘도보 15분’이 초행길 시민들에게는 쉽지 않을 터.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도 안내한다. “구로디지털단지역 1번 또는 6번 출구로 나오셔서 중앙버스정류장으로 가세요. 5616번이나 6512번 타고 바로 다음 정류장에 내리셔도 돼요. 이름이 모두의학교·금천문화예술정보학교예요.” 그리고 좀 머쓱해하며 덧붙이는 말은 이거다. “그런데 역에서 정거장까지 좀 걸으셔야 해요….”

사실, 모두의학교에 닿는 법은 이보다 많다. 2호선 신림역에 내리면 5번 출구 앞 버스정류장에서 1번, 9번, 500번, 651번, 5528번, 5530번, 6512번 중 하나를 타고 다섯 정류장 후 천주교성령봉사회관·등불교회 앞에 내려도 된다. 5525번을 타고 독산3치안센터 정류장에 내려도 가깝다.

전철역에서 “15분이나” 걸리긴 해도 걸어올 수 있고, 8개 시내버스가 3분 거리에 서니 모두의학교는 사실 찾아오기 어려운 곳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처음 오셨다는 말만 들으면 오지랖이 발동한다. “어떻게 오셨어요? 불편하지 않으셨어요?” 하고 말이다. 멀리서도 한눈에 보이는 고층빌딩 없는 주택가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다는 게 이유일까.

“키 작은 랜드마크를 꿈꾸다”

모두의학교가 자리한 독산동은 1960년대부터 수출산업단지로 조성되기 시작해 한때 10만여 명이 종사했다는 ‘구로공단(지금의 서울디지털국가산업단지)’ 가까이 있다. 대규모 산업단지의 베드타운이었던 셈이다. 그래서인지 2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엔 5~10분 거리를 두고 중학교가 네 개나 있었다. 모두의학교에게 건물을 내어주고 이사 간 한울중부터 난곡중, 미성중, 문성중까지.

그런데 서울디지털국가산업단지로 바뀐 이름이 말해주듯 제조업에서 첨단산업으로 산업 환경이 바뀌고 수도권 일대 곳곳에 신도시 개발이 활발해지면서 독산동에도 변화가 찾아왔다. 여기에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더해져 학교 수에 비해 학생 수가 적은 상황이 온 것이다. 이에 한울중학교는 중학교가 없던 인근의 시흥동으로 이사를 가고, 그 자리에 모두의학교가 들어서게 된다.

▲ 2016년 한울중학교로서의 마지막 모습. 어떤 공간으로 변화할지 시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그렇게 1971년부터 2016년 초까지 45년간 중학교(대림여중, 한울중)로만 사용되던 공간이 세대와 성별, 지역을 넘어 시민 모두를 위한 학교로 탈바꿈했다. 매주 할머니들이 모여 예술을 논하고, 3대가 함께 옥상텃밭 가꾸는 법을 배운다. 건축가를 꿈꾸는 초등학생들이 건물 곳곳을 누비며 공간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물론, 이름값하기엔 아직 이르다. 그래서 모두의학교는 꿈꾸고 있다. 독산동, 아니 서남권의 랜드마크를. 키 작은 랜드마크!

 

언젠간 될 수 있겠지?

 

오늘의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