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고향, 서대문구 ‘천연옹달샘’

도시 전체가 배움의 터전이 되고 시민 모두가 더불어 배우는 도시,
삶과 배움의 경계가 없는 서울은 학교입니다.
학습하는 시민, 성장하는 도시를 위해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이 함께합니다.

<다들>이 서울은 학교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매월 서울자유시민대학, 모두의학교, 동네배움터 소식을 전합니다.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이 운영하는 각양각색의 학교에서 일어나는 재미난 이야기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

깊은 산 속 옹달샘이 아닌, 그것도 서울 중심에 위치한 서대문구의 옹달샘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천연옹달샘’을 검색해 보니 ‘마을활력소’ 그리고 ‘동네배움터’라는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 ‘마을활력소’란 무엇을 하는 공간일까? 이 공간은 무엇을 위해, 그리고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천연옹달샘’ 전면 모습, 소박한 간판이 목조 건물과 잘 어울린다. 샘이 퐁퐁 솟아나오는 모습을 디자인한 간판이 분위기에 한 몫 한다.

상수도가압장에서 마을활력소로, 동네배움터로

정말 오랜만에 미세먼지 없는 깨끗한 토요일, 서대문구의 마을활력소이자 동네배움터, ‘천연옹달샘’을 찾아가 보았다. 시끌벅적한 독립문 영천시장을 지나 한 골목 꺾어 들어가 보니, 고즈넉한 목조 건물에 새겨진 ‘천연옹달샘’이라는 글씨가 깔끔하게 눈에 들어왔다. 서대문구의 14개 행정동 중 천연동에 위치한 이 공간은, 동의 이름을 따 ‘천연’이라 지었고, 약 20년간 폐허로 있었던 곳을 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바꾼 장소였다.

▲ 테라스에서 올려다 본 은행나무의 모습. 사진에 다 담기지 않는다.

지금처럼 수도관이 잘 갖춰지지 않았던 1940~1950년대에는 지대가 높은 지역에 물을 끌어다 올려주는 상수도가압장이 필요했는데, 이 공간이 바로 가압장으로 사용되던 곳이었다. 물이 머물렀던 공간인 만큼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물처럼 존재하고자 ‘옹달샘’이라 이름 붙였다. 500년 넘게 천연동을 지켜온 은행나무를 가지 하나 훼손하지 않고 어우러지게 리모델링한 건물이 동네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요일이라 공간에 사람은 없었지만 그 공간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담당자 임영 선생님을 만나볼 수 있었다.

Q. 동네 주민을 위한 공간이라고 들었는데, 주민들을 위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A. 배움터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교육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초반에는 아이들을 위한 공방 체험, 과학 교실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했는데, 입소문이 나면서 학부모들의 관심과 참여가 늘어났습니다. 최근에는 지역 어머니들이 함께 모여 ‘동네 밥상’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함께 밥상을 나누는 음식 공동체로 지역 주민들이 하나 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제는 남녀노소 구분 없이 모여서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다발적 소통이 일어나는 ‘동네 사랑방’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Q. 세대 차이가 사회 문제로 다뤄지는 요즘, 모든 연령의 소통이 한 공간에서 이뤄진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A. 이 공간을 기획하고 준비한 지난 2년간은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실제로 싸우기도 했고, 마음이 상하기도 했지만, 화해하고 서로의 의견을 듣다 보니 점차 이해함이 생겼습니다. 이제는 공간을 운영하면서 어려움이 생길 때마다 어르신들께 묻고, 도움을 받습니다. 세대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는, 또래모임을 활성화 시키고 그 안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인데, 모임을 통해 쌓인 이해심을 기반으로 서로 소통하다보면 세대 간의 이해도 가능해집니다. 엄마들 위주의 모임인 ‘친친동아리’와 청소년 위주의 모임인 ‘친친탐방대’를 운영하고 있는데, 또래 모임이 활성화 될수록 세대 차이도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Q. 백화점에서 운영하는 문화센터가 지역의 문화와 교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천연옹달샘’의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백화점 문화센터의 프로그램이 잘 차려진 뷔페라고 한다면, 천연옹달샘은 매일 먹어야 하는

‘집 밥’ 같은 존재입니다. 꼬슬하게 지어진 밥 한 그릇과 따뜻한 국, 소소하지만 담백한 반찬들. 화려한 뷔페보다 실제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고 내일을 살아갈 힘을 주는 것은, 집에서 잘 먹은 밥 한 그릇입니다. 실제 우리 공간을 방문하는 많은 분들이 위로 받고 간다는 말을 자주 하십니다. 몰라서 안 오는 사람은 있어도 한번 알 면 발걸음을 끊을 수 없는 곳이 바로 우리 ‘천연옹달샘’입니다. 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은 ‘고향’ 이라는 개념이 흐릿하다고 하는데 저는 이 공간이 아이들에게 정이 넘치는 ‘고향’이 되기를 바라며 운영하고 있고, 아이들이 실제로 ‘지역’에 대한 관심과 애착이 커지는 걸 보면서 보람을 느낍니다.

임영 선생님과의 짧지만 깊은 대화 속에서 진심 어린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받을 수 있는 모든 사랑과 관심을 이 공간을 통해 받고 있다는 그녀의 마지막 한 마디가 내 마음을 울렸다. 어쩌면 이 공간을 통해 지역 주민들은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삶’을 그리고 ‘사랑’을 실천하고 배워가고 있는 건 아닐까.

‘고향’의 부재가 주는 그리움을 딱히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갑자기 그리워졌다. 나의 고향은 어디에 있을까. 지금 살고 있는 이곳이 진정한 터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하지만 다행인 것은 ‘천연옹달샘’에 언제든 찾아와 삶을 나누라는 따뜻한 초대가 있었고,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을, 열린 마음으로 운영하는 임영 선생님과 천연동의 은행나무가 누구보다 든든하게 서 있었다. 어쩌면 나의 고향은 ‘천연옹달샘’으로 부터 시작될지도 모르겠다.

천연옹달샘   이용 안내

주소: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독립문로10길 5 (천연동)
전화: 070-8119-6346
홈페이지: http://cafe.naver.com/ods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