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 인권? 그럼, 국민 안전은요?”

 

얼굴이 알려져 불편하시진 않습니까?

뭐, 알아보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하지만 전혀 불편하지 않아요. 제가 체질적으로 불편함 같은 거, 잘 안 느끼거든요.(웃음)

거의 연예인 체질이시네요?(웃음)

아뇨, 그런 거 의식 하지 않고 그냥 평상시 하던 대로 하니까요. 누가 알아본다고 달라질 게 있나요? 누가 알아보고 인사하면 나도 인사하면 되구요.

 

어느 인터뷰에서 “아무리 바빠도 언론 인터뷰는 마다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 말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어제 저녁 TV 뉴스에도 강진 여고생 실종 사건으로 인터뷰를 하시던데요, 연예인 취향은 아니라고 하셨으니까, 인터뷰를 거부하지 않는 다른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요?

전자발찌 도입을 둘러싸고 찬반 양론이 격렬하게 대립할 때 언론 인터뷰를 엄청 많이 했습니다. 결국 제 생각대로 도입을 하게 됐는데, 그 일을 겪으면서 언론 노출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체감하게 됐지요. 그 뒤로는 제가 가진 전문 지식이 사회에 유용하게 쓰이게 하자는 뜻에서 가급적 인터뷰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강진 여고생 사건이 발생한 요즘은 인터뷰이 요청이 많겠습니다.

아무래도 그렇지요. 특히 아동이나 청소년, 여성과 관련한 강력 사건이 터지면 줄을 잇고, 그렇지 않을 때는 한동안 조용하기도 하구요. 인터뷰 요청을 거부하지 않지만, 교수로서 꼭 해야 할 일을 소홀히 하지않는 범위에서 응합니다. 그래도 그 시간 말고는 가급적 언론에 도움을 주고 싶어요.

범죄자 인권보다 피해자 인권이 앞서

전자 발찌를 도입한 장본인입니다. 일부에서는 ‘범죄 우려‘ 때문에 사람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건 ‘인권침해‘라는 반론도 있습니다. 범죄좌의 인권도 인권이라는 주장이 설득력 없는 것도 아니구요.

그런 주장에 동의 못합니다. 그렇다면 피해자 인권은 누가 지켜줍니까? 그런 얘기 하는 분들은 피해자 인권에 대해 아예 언급하지 않더라구요. 형사사법제도의 중심이 되는 사람이 범죄자다 보니 범죄자의 인권 침해에 대해서만 강조하는 것이지요. 그들이 희생양으로 삼은 피해자는 증인에 불과합니다. 아예 관심에서 사라졌다구요. 우리나라 범죄 피해자 가운데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사람이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인 나영이였을 거예요. 그런 나영이도 피해가 회복됐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저는 인권을 절대 가치로 취급하는 의견에 단호히 반대합니다. 그 전에 공동체의 안전과 피해자의 인권이 있는 겁니다.

일반 범죄자들의 위험을 미리 예견해서 관리하자는 게 아닙니다. 제가 전자발찌를 부착하고 감독의 대상으로 삼자고 말하는 대상은 출소 뒤 6개월을 혼자 행복하게 살아본 적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언제나 6개월 이내에 주변에 있는 아동이나 청소년, 여자 등 취약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가한 사람들이예요. 바로 그런 사람들을 국가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지요.

 

‘욕구(Need) 충족’이 최고의 범죄 예방책

범죄자에게 ‘교육’이 효과가 있습니까?

효과가 있는 사람도 있고, 없는 사람도 있지요. 효과가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교육을 안 해도 효과가 있을 사람들이에요. 애당초 자기 잘못을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인데, 앞으로 제대로 살아보려는 결심까지 있으면, 교육의 효과가 더 크구요.

교육의 효과가 그리 크지 않다는 말씀인데, 그렇다면 가장 결정적인 범죄 예방 대책은 무엇인가요? 

소년원 교육 프로그램 중에 재범률을 가장 떨어뜨리는 과목이 제과제빵이에요. 제과제빵반을 시작한 지 4~5년 되는데, 아직까지 재범이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어요. 기록적인 결과이지요. 아이들의 ‘욕구’(need)를 충족시켜줬기 때문입니다. 그런 아이들을 교실에 모아놓고 뭐가 선이고 뭐가 악인지 교육해 봐야 말짱 헛일입니다. 그래 가지고는 갱생이 불가능하지요. 현실적인 장애를 넘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교도소 나오면 당장 먹고 살 길이 막막하고 가정은 다 해체돼 비행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어요. 그 경로에 어떤 방식으로 개입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이미 검증된 답도 다 나와 있어요.

그런데 이런 정책이나 대책을 집행하려면 예산과 인력이 있어야 되잖아요? 근데 그게 확보가 잘 안 된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겁니다. 저는 새삼 뭘 더 해야 된다고는 생각지 않아요. 정치하는 사람들이 우리 같이 현장을 아는 사람들 말을 귀담아 듣고 소년원에 예산을 더 배정해주면 해결됩니다. 청소년들은 투표권이 없잖아요? 그러니 예산 배정이 안 되는 거예요. 어쨌든 투입한 만큼 갱생은 가능합니다.

범죄를 저지르는 요인은 타고 나는 건가요? 아니면 환경적인 게 더 큰가요?

환경적 요인이 가장 일반적이긴 합니다. 빈곤보다 더 방대한 범죄 요인은 없어요. 하지만 빈곤만이 이유라면 최근엔 복지제도가 도입되고 굶어죽는 사람도 없으니까 범죄가 발생하지 않아야 하는데, 오히려 흉악범죄가 기승을 부리잖아요?

빈곤만이 요인이 아닌 겁니다. 그래서 이유를 찾는데, 우리나라에선 유전이나 선천적 이유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이고 반면에 서구 사회에선 범죄 취약성이 유전한다고 보는 입장이지요. 그래서 본능(nature)이냐, 양육 조건(nurture)이냐 논쟁이 있는 거구요. 우리나라에선 후천적 요인, 즉 학대나 방임이 범죄 유발 요인이 된다고 믿지만, 서구 사회에선 선천적이라는 쪽에 많은 비중을 둡니다. 서구는 워낙 인종이 다양하고 많은 사람들이 있다 보니 그런 생각에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1세대 프로파일러로서, 황무지를 개척하던 시대 상황이 궁금합니다.(웃음)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이 일을 하기 시작했는데, 그때는 물론 프로파일러라는 전문 영역이 탄생하기 전이었지요. 자문 위주로 일하면서 어딜 가나 전담 인력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제는 경찰청마다 범죄분석 요원이 배치되어 있는데, 그렇다 해도 아직 100명이 채 안 돼요. 60~70명 정도지요. 사건이 발생하면 초동 단계에서는 지구대에서 담당하고 이후 분석이 필요할 때 프로파일러가 투입됩니다.

프로파일러 다음에 생긴 게 피해자 전문 요원이에요. 경찰 중에 피해자를 잘 다룰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거든요. 피해자나 피해자 가족들은 사건 초기에 많은 심리적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에 봉착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경찰에서 그 분들을 증인으로만 취급한 뒤 빼먹을 거만 빼먹고 버렸어요. 그러다 보니 2차 피해도 발생하구요. 당연히 일상으로 복귀하기도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훈련받은 전문 요원들이 피해자 조사를 하게 해달라고 저희들이 거듭 요청했지요. 그 결과로 최근에도 피해자 전문 요원 40명을 특채했구요. 지금 전국에 200명 가까이 될 겁니다.

 

학자를 넘어 사회적 실천가로 활동

특별히 기억 나는 제도 개선 사례는 무엇입니까?

원스탑센터, 해바라기 센터라고도 합니다. 나영이가 경찰에서만 피해 조사를 8~9번 받았어요. 그런데 검찰에서 또 받고. 그래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해 이겼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원스탑센터가 만들어졌어요.

지금은 아동 성폭력 범죄 조사는 한번으로 끝납니다. 그야말로 원스탑이지요. 아이들이나 장애인들은 항상 진술이 부족하거나 했던 진술을 번복하거든요. 그래서 증거 능력 확보가 안 돼서 피의자들의 유죄 판결을 끌어내지 못 했는데, 2008년부터는 진술분석 전문가가 피해자 진술 때 함께 의견서를 씁니다. 피해자가 진술을 못하는 이유가 지적장애 때문인지, 연령 때문인지, 평소의 어휘력 때문인지 의견을 달아요. 그렇게 녹취록과 CD, 의견서를 같이 보내면 법정에서 의견서를 쓴 전문가를 부릅니다. 아이를 부르지 않구요. 전문가가 대신 이야기를 하고, 그래도 부족한 부분은 CD를 재생하구요.

덕분에 신빙성이 떨어져 폐기처분됐던 증거들의 효력이 생겼어요. 제가 처음 참여했던 2008년엔 장애인 성범죄가 1년에 5건 기소됐는데, 지금은 전문가 입회 제도 덕분에 1년에 수백 건의 장애인 성범죄가 유죄 판결을 받습니다. 절차적 개선이 된 건데, 큰 진전이지요.

 

법무부나 경찰 조직들과 오랫동안 일을 했는데, 혹시 갈등이나 충돌은 없었습니까?

그런 건 없었어요. 제가 인권변호사라면 모를까, 그 분들을 돕는 조력자로 참여했으니까요. 사건이 해결되지 않으니까 저를 부르는 거구요. 옵서버로 도움을 제공하기 때문에 별로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았지요.

법무부나 경찰이 대표적으로 답답한 기관인데, 그래도 아쉬운 점이 없지 않았을 텐데요?

아쉬운 점이야 왜 없었겠습니까? 특히 법무부에 아쉬웠던 건 범죄자를 못 만나게 하는 거예요. 저 같은 연구자는 범죄자를 만나지 않으면 연구를 못하는데, 그게 언제나 설득이 잘 안 됐어요. 지금은 그 분들한테 어떻게 어필해야 하는지 터득했지만 옛날엔 그야말로 무대포로 덤볐으니까요.(웃음)

전자발찌 같은 제도가 필요하면 성범죄자들을 만나 연구하고 재범 가능성을 입증할 수 있어야 될 거 아니에요? 그래서 성범죄자를 만나 연구하겠다고 하면 이 사람들이 여러 이유로 거절합니다. 보안 때문에 안 된다는 건데, 짐작컨대 민간인이 범죄자를 만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여자가 성범죄자를 만나다가 사고라도 나면 우리가 책임져야 되는 거 아니냐, 그러니 애당초 만나게 할 기회를 주지 말자, 이런 게 아니었나 싶어요.

그 분명하신 성격에 울분도 많이 참으셨겠습니다.(웃음)

그럼요. 화도 엄청 많이 나고 좌절감도 많이 느끼구요. 왜냐하면 당시 제가 법무부 과제를 수행하고 있었거든요. 자기네들이 연구 과제를 줘놓고 좀 더 제대로 하려고 범죄자 만나겠다는데 안 된다니까요. 수형자 분류심사제도를 위해 도구를 개발하려면 범죄자를 유형화해야 했고, 유형화하려면 범죄자의 특성을 파악해야 했고, 그러려면 당연히 만나야 했지요. 제가 법학자였으면 안 만나고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심리학자는 사람을 만나 면담하고 평가하는 게 연구 방법이거든요. 그때 거절을 당하고는 이걸 계속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결국 학교에 요구해 해외 파견을 나가게 되었지요.

고교 때 소설 주인공 닮고 싶어 심리학과 진학

외국은 어떻게 하고 있던가요?

2002년 당시 미국 텍사스는 형사정책이 엄격해 한 달에 몇 명씩 사형을 집행하는 주였어요. 형사정책 예산이 교육 예산보다 더 많았을 정도니까요.

텍사스주립대학에 형사정책학부가 특화돼 있었어요. 교도소들이 모여 있는 지역 한 가운데 캠퍼스가 있어요. 그곳에 가면 형사정책 분야에서 심리학자들이 어떻게 하는지도 알 수 있고, 기관에 마음대로 방문할 수도 있었구요. 시설을 돌아다니면서 저와 같은 필드의 선생님들이 교도소에서 어떤 일들을 하는지, 저와 비슷한 일을 하는 경찰이 무슨 일을 하는지 직접 봤지요.

바로 그때, ‘아~, 내가 이 일을 평생 할 수 있겠구나’ 하는 확신이 들더라구요. 이런 전문 영역이 있구나 하는 걸 그때 처음으로 알게 된 셈이지요. 범죄심리학(forensic psychology) 박사과정 수업들을 청강하면서 그 커리큘럼을 그대로 한국에 가져오면 되겠다 싶어 그걸 들여오기도 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뭘 창설하거나 그런 건 아니고, 이미 영미권 국가에선 일반화된 학문 분야를 가져와 우리나라에 맞게 적용을 한 겁니다.

심리학과(연세대)를 졸업했는데, 그때부터 이런 일 하려고 작정하신 건 물론 아니지요?(웃음)

전혀요.(웃음) 고등학생 때,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를 읽고 감명 받았는데, 그 소설 주인공이 심리학을 전공했거든요. 심리학이 뭘 하는지도 잘 모르고 사람에 대한 연구를 하는 곳이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지원했지요. 제가 문과이긴 하지만, 인문학자 타입은 아니라 문과 중 가장 과학에 가까운 학문을 선택한 겁니다. 공부는 재밌었지만, 어렵다는 생각은 했어요. 물론 당시엔 이게 나중에 어떻게 활용될 지 전혀 몰랐지요.

대학 들어갈 때 1지망이 심리학, 2지망이 사회복지학, 3지망이 신문방송학이었어요. 석사논문 주제가 ‘도움행동’(helping behavior)인 것도 이런 성향 때문입니다. 유학을 가면서 좀 더 기술적인 공부를 하고 싶어서 아이오와주립대에서 측정 쪽을 공부했어요. 박사 수료까지 했는데, 남편과 아이들이 한국으로 돌아오겠다 해서 함께 돌아왔어요. 내가 심리학자가 아니면 모를까 심리학자로서 아이들을 남에게 맡기는 게 어려웠거든요. 그래서 연세대 박사과정에 편입해 논문을 썼습니다.

범죄 관련 영화나 소설은 좋아하십니까?

잘 안 봅니다. 그나마 열심히 봤던 드라마는 <크리미널 마인드>예요. 이 드라마에는 프로파일링할 때 학교에서 다룰 만한 논문 결과들을 언급하는 내용이 있어요. 아카데믹한 걸 어떻게 현장에서 활용하면 되는지 배울 수 있지요.

실제로 이 드라마는 미국의 수사 기법을 발전시켰어요. 드라마적 상상력이 실존하지 않는 기술들에 대한 현장의 수요를 반영해 만들어진 건데, DNA를 활용하는 방식 같은 것들이 뒤따라 발전을 해왔거든요. 이 드라마는 범죄가 아니라 기술이나 제도가 중심이 되는 드라마라서 공부가 되니까 보게 되더라구요.

범죄심리학자나 프로파일러는 너무 팍팍한 영역이라 별다른 취미도 없을 것 같은데요? 어느 인터뷰를 보니까 학생들하고 교도서에서 범죄자들 면담하고 나와 교도소 근처에서 매운 낙지 먹으면서 토론하는 게 취미라고 말씀하신 걸 읽었습니다.(웃음)

맞아요. 대학원생들과 어울려 다니는 거, 그거 취미예요.(웃음) 교도소 면담 후 대학원생들과 근처 낙지볶음집에서 낙지볶음 먹으며 이야기하는 거, 아주 좋아해요.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구요. 그리고 워낙 운전을 많이 하고 돌아다니니까, 운전도 좋아합니다.

장족으로 발전한 과학수사, 전문성 확보는 숙제

1세대 프로파일러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우리나라 경찰 과학수사, 믿을 만합니까?

우리 경찰의 과학수사, 굉장히 발전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발전하고 있습니다. 신뢰할 만 합니다. 다만, 절차적으로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어요. 그 절차가 제대로 되려면 절차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을 선발해야 합니다. 이를테면 이런 겁니다. 우리나라는 공무원 선발에 학력 제한을 둘 수 없다 보니까 학력을 기준으로 사람을 뽑을 수가 없게 되어 있어요.

근데 어떤 특정한 영역에서는 전문가가 반드시 필요하거든요. 학력으로 사람을 뽑는 서구 사회를 보면 공무원 조직이 열려 있어요. 중간 보직으로도 학력에 따라, 전문성에 따라, 쉽게 유입이 되구요. 그래서 그 사람이 전문적으로 현장에서 닦아왔던 실력이 다른 현장에도 쉽게 스며들어가구요.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그렇지 못하다는 말씀이지요?

제가 보기엔 과학수사가 경찰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져야 하는 기능이에요. 수사를 잘하고, 범인을 순식간에 검거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어야 국민이 안심을 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경찰이 관료조직화하면서 그런 기능은 주요하지 않은 기능처럼 취급하고 있습니다. 직급도 낮은 경장들이 이런 기능을 하게 내버려 두고 있구요. 이건 진짜 잘못된 관행입니다.

미국 FBI에선 심리학 박사 300명이 일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선 이런 박사들, 절대 경찰 못 됩니다. 저도 마찬가지구요. 아무리 전문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해도, 전문성 가진 인재들을 인정해 주지 않으면 결코 한발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어요.

화학박사, 생화학박사를 뽑아서 투입하고 기술 개발해야 되는데, 우리는 순경 뽑아서 연습시킨 뒤 곧바로 현장에 투입하거든요. 이렇게 아마추어들이 수사를 하는 바람에 심지어 DNA 추출할 때 피해자 DNA랑 실험하는 사람의 땀이 섞여 들어가서 훼손되는 경우도 생깁니다. 진짜 안타깝지요. 박사들이 했으면 그렇게 되었을까 싶구요. 사실 그런 어처구니 없는 과정을 거쳐 미제 사건이 돼버린다구요.

여성 살해 비율 더 많은 이상한 나라, 한국

이제껏 많은 강력 사건, 특히 연쇄살인 사건을 다루면서 범인도 만나고 자문도 했는데, 어느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나요?

제가 아줌마이고 여자이다 보니 연쇄살인 사건보다는 배우자 살해 사건 같은 게 더 기억에 남아요. 정말 도와주고 싶은데 정당방위 인정을 못 받고 실패한 사건들, 이를테면 남편에게 30년 이상 학대받다가 살해했는데 정당방위도 인정 못 받은 분들, 그때마다 우리나라 형사사법기관이 얼마나 무력한가를 절감하게 됩니다. 그런 분들도 결혼 초기에 폭행당하면 경찰에 신고하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반의사불벌죄(反意思不罰罪)가 있어서 가정폭력처벌법으로는 가해자랑 분리 못 시켜요. 도대체 뭘 보호하겠다는 건지, 부부폭력을 형사사건으로 처리 안 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도대체 누굴 설득해야 그걸 형사처벌 할 수 있는 건지도 궁금하구요.

기본적으로 폭력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들이지요. 길바닥에서 남자가 여자를 패는데 “마누라다” 그러면 다 지나가잖아요? 가정이라는 걸 정말 올드하게 생각하는 겁니다. 공적인 영역이 사적인 영역을 침범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런데 사적인 영역을 존중해주는 게 여자들의 목숨을 잃게 만드는 원인이 되거든요. 오늘날도 매년 100명씩 죽어요. 문명국가에서 이건 아니지 않아요? 형사처벌 안 하고, 징역도 안 가고, 결국 가해자가 돌아오니까, 신고도 안 하는 것이지요.

배우자 살해 사건이 언제 일어나냐 하면, 아이들이 집을 떠날 때 일어나요. 아이들이 다 커서 남자애가 군대를 가거나 딸이 시집을 가서 더 이상 뜯어말릴 아이들이 없으면, 둘이서만 남게 되면, 점점 더 폭행이 심해지고. 결국은 맞다가 자기가 살고 싶으면 덤벼야지요. 방법이 없으니까.

제가 그런 사건은 적극 지원합니다. 지금은 전문심리위원 제도가 생겨서 재판까지 가서 의견 개진을 하지요. 구치소에 있는 배우자 살해범 만나서 면담도 하고, 심리 평가도 하고 해서 의견서를 작성해서 제출을 하거든요. 정당방위 제발 인정해달라구요. 하지만 한 건도 인정 못 받습니다. 맨날 불발이긴 한데, 그래도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는 되겠지요.

공부는 즐거움의 원천

평생교육의 현장, 저희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에서 운영하는 서울자유시민대학 같은 곳에서 보다 많은 시민들을 대상으로 선생님의 전문 영역과 경험들을 강의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재작년에 <사이코패스는 일상의 그늘에 숨어 지낸다>는 대중서를 처음 냈습니다, 그게 저로서는 대중과 소통하는 유일한 길이었던 것 같아요. 지난주에 EBS에서 <배워서 남줄랩>이라는 프로그램 2회분을 찍었어요. 일곱 명의 래퍼들을 앉혀놓고 데이트 폭력에 대해 교육했는데, ‘참 얘기하기 어렵다’, ‘전달이 어렵다’,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들이 자기가 경험한 거 아니면 잘 이해를 못 하잖아요? 서구사회는 살인사건 중 피해자 성비가 남자 70%, 여자 30%예요. 남자들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조폭도 다 남자고, 총기사고는 남자들이 내니까요. 폭력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폭력의 피해를 많이 당하는 것이지요. 이게 당연한 거예요.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우리나라는 폭력 피해자 60%가 여자예요. 남자가 더 적게 죽는, 몇 안 되는 희귀한 나라가 대한민국이지요. 그 얘기는 한국 여자들이 미국 남자들 못지 않게 드세거나 폭력 친화적이라는 말인데, 그게 말이 됩니까?

그 실제 이유는 대부분 가정폭력이나 데이트 폭력에 잘 개입을 안 하는 형사사고 절차 때문이거든요. 그러니까 제도를 바꿔야 된다고 했더니, 제 강의를 듣는 래퍼들이 몇 명이나 더 죽느냐고 물어요. 7명의 래퍼 중 6명이 남자, 1명이 여자였거든요. 사실 숫자로는 얼마 안돼요. 우린 총기도 없고 이러다 보니까. 30명이 더 죽는다고 했더니 래퍼들이 “30명이 더 죽는 게 뭐가 그렇게 큰 차이냐? 우리는 군대를 가야 되는데!” 이런 논리를 펴는 겁니다. 지금 사회가 여혐, 남혐 난리잖아요? 서로 이해할 생각도 없고, 그들을 이해시키려고 제가 몇 시간 동안 열심히 노력했지만 이해가 된 건지, 알았다고 적당히 봐주는 건지…. 여하튼 설득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아마 대중교육을 하면 그런 비슷한 느낌을 받을 것 같은데, 아직은 제가 준비가 안 되어 있다는 생각입니다. 아직 인내심이 부족해서, 그래서 나이가 더 들어야 될 것 같아요.(웃음) 지금은 연구할 수 있는 여건이 많이 개선이 됐거든요. 아직은 누군가 연구도 계속해야 하니까, 5년 정도는 더 연구를 하다가, 나중에 기회가 되면 대중 강의를 해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수정은 누구인가?

1964년생. 연세대와 미국 아이오와주립대에서 수학했다. 전공은 심리학, 사회심리학, 심리측정이다. 대한민국에서 범죄심리학이라는 낯선 분야를 개척했다고 평가받으며, 흔히 1세대 프로파일러로 통한다. 각종 방송 프로그램 출연과 인터뷰로 강력 범죄 해결 및 예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제고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는 19년째 출연해 다양한 범죄 사건 및 범죄자의 심리를 분석해주고 있다.

현재 경기대 교양학부와 경기대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대법원 양형위원회 전문위원, 대검찰청 성폭력대책위원회 위원, 경찰청 쇄신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