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시민과 만나기로 했다

 

도시 전체가 배움의 터전이 되고 시민 모두가 더불어 배우는 도시,
삶과 배움의 경계가 없는 서울은 학교입니다.
학습하는 시민, 성장하는 도시를 위해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이 함께합니다.

<다들>이 서울은 학교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매월 서울자유시민대학, 모두의학교, 동네배움터 소식을 전합니다.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이 운영하는 각양각색의 학교에서 일어나는 재미난 이야기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

 

월요일은 모두의학교에서 야근하기 제일 좋은 날이다. 평일 중 유일하게 야간개장(?)을 하지 않기 때문! 그렇다고 방문객이 없는 건 아니다. 독산동 주택가 한복판에 들어서면서 ‘지역의 거실’이 되겠다고 선포한 이상 모두의학교는 운영시간이 아니라고 해서 문을 걸어 잠그고 있을 수만은 없다. 운동장에서 배드민턴 치다가 목마르다고 유리문을 두드리는 아이들, 차마 두드리진 못하고 화장실 한 번만 쓰면 안 되겠냐고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는 어른들에게 문전박대란 없다. 왜냐고? 시민이 주인이니까!

시민이 주인이다.”

 

모두의학교를 찾아오는 다양한 평생교육 관계자, 프로그램 참여자, 언론인 등을 만났을 때, 우리가 반복적으로 내뱉는 말들 중 하나다. “우리 모두가 이곳의 주인이에요. 그러니 하나하나 아끼고 소중하게 다뤄주세요. 가꿔주세요. 알려주세요.” 하고 구구절절 덧붙이며 말이다.

 

참 쉬운 말 같지만, 이해하기 어렵고 지키긴 더 어려운 말이다. 자칫 오해하면 “내가 주인이라면서 왜 내 맘대로 시설을 못 쓰게 하느냐”면서 호통을 치게 된다. 또 “스마트폰, 밸리댄스 같은 건 안 가르쳐주고 왜 이상한 것만 하느냐”고 면박을 주게 된다.

 

그러나 요즘 조물주 위에 있다는 건물주가 시켜도 어느 것 하나 시키는 대로 할 수 없는 곳이 모두의학교다. 그 어떤 주인이 와서 “당장 건물 외벽을 새하얗게 칠하시오!” 하더라도 우리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아니, 하지 않는다. 이곳엔 또 다른 주인, 수많은 주인이 있기 때문이다.

 

 

주인이 시민이다.”

 

거꾸로 해보면 조금 쉬워진다. 어쩌면 주인이 여럿이라는 말 같다. 맞다. 모두의학교는 내 것도 네 것도 아닌 우리의 것이다. 그래서 한 걸음 한 걸음이 조심스럽다. 시설 운영이나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회의가 한두 번에서 끝나지 않고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까지 이어진다. 가능한 많은 시민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서다. 그러니 때로는 모두의학교라는 이름이 너무 부담스럽고, 작명가가 미워지기도 한다.

 

모두의학교 1층에 ‘버킷리스트’ 작성 공간(일명 버킷리스트존)이 들어선 것도 사실 주인이 시민이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진짜로 배우고 싶은 것이 뭔지, 어떤 방법으로 배우고 싶은지, 그걸 통해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알고 싶었다. 알아야 했다. 그게 모두의학교라고 생각했다.

 

2층에 서재를 만들면서 시민 의견함을 비치한 것도 물론 같은 이유에서였다. 접수된 내용을 100% 반영할 순 없지만, 조금이라도 더 많은 시민의 꿈이 모두의학교에 담겼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가능한 모든 것을 시민과 함께

 

이러한 지향점은 분명 모두의학교만의 특장점이지만, 때때로 쉽고 빠른 길을 놔두고 너무 돌아가게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져온다.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각 분야 전문가들 모셔놓고 자문 구하는 것으로 모자라, 포럼이니 워크숍이니 갖가지 행사를 만들며 시민들에게 묻고 또 묻는 게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생각 말이다.

 

우습게도 이러한 생각은 금세 전복된다. 시민들의 이야기는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흘려보낼 만한 게 없다. “복도는 왜 항상 일직선이어야 하나요?” “교실 안이 궁금한데 창문이 너무 높아서 들여다 볼 수가 없어요.” “직장인을 위해 평일 야간이나 주말 프로그램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인터넷을 사용할 줄 모르는데 전화로는 참여 신청이 안 되나요?” 등등. 아이들은 누구도 주목하지 못했던 문제점을 발견하고, 어른들은 정말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한다. 이때마다 모두의학교는 하나둘 해결책을 만들어가며 새삼 확신한다. 계속해서 시민과 함께해야 한다는 것을. 가능한 모든 것을 말이다.

 

 

 

칠월칠석엔 모두의학교로

 

2018년 7월 7일 토요일, 작년 가을 개관식 이후 가장 큰 행사를 연다. 이름하야 칠월칠석 모두의학교 개강파티! 일 년에 딱 한 번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이날(진짜 칠월칠석은 음력이지만) 우리는 시민과 만나기로 했다. 또 한 번 시민과 함께하기 위해.

 

지난 3월 17일 첫 정규학기(봄학기)를 시작하며 시민학교 공동 입학식을 준비하고 많은 시민을 직접 만나긴 했으나, 이번처럼 어떤 세리머니를 위해서가 아니라 ‘만남’ 그 자체를 위해 시민을 초대하는 건 처음이다. 모두의학교를 알건 모르건 누구나 올 수 있고, 와서 모두의학교와 만나고, 함께하면 된다.

 

요즘 우리 파티플래너들은 볼거리, 즐길거리 넘치게 준비하느라 매일 야근이다. 눈 밑에 점점 다크서클이 드리우고 서로에게 조금씩 까칠해진다. 그런데 이상하게 재밌다. 1층부터 5층까지, 운동장이며, 옥상이며 온통 시민들로 북적일 걸 생각하니 두근두근 설렘이 인다. 친구 몰래 촛불 켠 생일 케이크를 들고 있는 심정이랄까…

 

칠월칠석을 기다리며… 오늘의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