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엽고 사랑스럽게 보이려면 오른쪽 아래에서 사진 찍으세요!

도시 전체가 배움의 터전이 되고 시민 모두가 더불어 배우는 도시,
삶과 배움의 경계가 없는 서울은 학교입니다.
학습하는 시민, 성장하는 도시를 위해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이 함께합니다.

<다들>이 서울은 학교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매월 서울자유시민대학, 모두의학교, 동네배움터 소식을 전합니다.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이 운영하는 각양각색의 학교에서 일어나는 재미난 이야기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

 

밤마실, 자라남, 마중물?

8월. 학교도 방학을 하는 무더운 계절.

서울자유시민대학도 7월 초에 거의 모든 강좌가 끝나고, 본격적인 가을강좌는 9월에 시작된다. 그 방학 사이, 서울자유시민대학 본부에서 하계 특별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직장인, 어린이, 학부모 등 강의대상에 따라 ‘밤마실’, ‘마중물’, ‘자라남’이라는 세 개의 키워드로 7~8월 간 운영한다.

‘밤마실’은 직장 다니느라 낮동안 평생교육에 참여하기 어려운 직장인을 위해 매주 월, 수 저녁 7시에 시작하는 강좌로 시, 미술, 여행 등 여름밤에 듣기 좋은 말랑말랑한 주제로 꾸몄다. ‘자라남’은 여름방학을 맞은 어린이와 학부모를 위한 맞춤 강좌로 감정코칭, 진로교육, 창의융합 인재육성에 관한 특강이다. ‘마중물’은 삶을 함께 나누고 싶어하는 시민들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4차산업혁명, 기후변화, 독도 등 다양한 핫이슈에 대한 특강과 어반스케치, 스토리텔링, 소매틱 움직임 등 함께 체험할 수 있는 시간으로 꾸렸다.

오늘 듣는 ‘우리들의 잠든 감각을 깨우는 시간’, 줄여서 ‘우감시’는 ‘마중물’ 강좌들 중 하나이다. 처음 제목만 들었을 때 무슨 강좌일까 궁금했다. 잠든 감각을 깨운다니 뭔가 만지거나 움직이는 시간이 아닐까 했는데, 영화를 보면서 구도, 색채, 음향 등을 통해 심리분석하는 인문학 강좌라고 한다. “아…”하며 고개는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잘 모르겠네’ 했다.

서울자유시민대학 본부에 가려면 정문부터 경사 30~40도의 오르막을 200m쯤 올라야 한다.

 

서울 시민의 건강을 배려하는 본부의 위치

서울자유시민대학 본부는 서울교육청 옆 옛 기상청 건물에 있다. 연일 낮기온 35도를 오르내리는 무더위에 걸어서 가기 쉬운 곳은 아니다. 지하철이든 버스든 대중교통 정류장에서 족히 15분은 걸어야 되는데다가, 정문에 도착한다고 끝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문부터 강좌가 이루어지는 건물까지 경사 30~40도의 오르막을 200m쯤 올라야 한다.

선선한 계절에도 이 거리를 걷고 나면 땀이 촉촉이 배는데, 한 여름이야 더 말할 것도 없다. 강사님조차 “서울시에서 서울시민의 건강을 위해 노력한다고, 올 때마다 긍정적으로 마음을 먹습니다.”라고 농담을 하셨다. 팁을 드리자면 바로 앞까지 오는 버스가 딱 한 대 있다. 종로5번 마을버스. 물론 그 버스에서 내려도 오르막을 200m 올라야 하지만.

 

교재를 받고 싶다면 수강 신청은 필수!

‘우감시’가 진행되는 1층 시민홀은 요즘 감각에 맞게 하얀 폴딩도어로 공간을 분할하고, 빨강, 보라, 파랑 등 원색 빈백이 창가에 쪼르륵 놓인 예쁜 공간이다. 햇살이 들이쳐 영상을 볼 때는 암막커튼을 쳐야했다.

영화 보기 전 창문에 암막커튼 치는 중

창문 너머에는 초록 숲이 사방으로 보여, 쉬는 시간에 빈백에 앉아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거나 책을 읽는 수강생들의 모습마저도 한폭 그림 같았다.

강의가 시작되기 전, 출석체크를 하는 학습매니저에게 와서 교재를 달라고 하는 청강생들이 많았다. 수강신청자 수에 맞춰 인쇄한 한정수량의 교재라 함부로 드릴 수가 없다고 하는데도, 깨끗하게 보고 돌려주겠다며 막무가내로 내놓으라는 분들이 있어 학습매니저가 매우 곤란해 했다. 교재를 받고 싶으면 수강신청을 하든지, 수강신청하지 않고 청강하려면 그냥 듣든지 둘 중 하나만 하면 안될까? 살펴보니 강의 내용과 교재가 꼭 맞는 것도 아니던데.

 

남자 앵커가 여자 앵커 오른쪽에 있는 까닭은?

영화는 ‘활동사진’이다. 즉, 사진을 여러장 붙여 움직이게 만든 것이 영화인만큼 사진의 구도나 컬러를 이해하면 영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오늘은 그 중 ‘구도’에 따른 심리를 공부하는 날이다.

화면을 4사분면으로 나눴을 때, 오른쪽 위는 셰익스피어 이래로 귀신의 영역이었다. 신화적인 존재나 신비로운 존재가 나타날 때 오른쪽 위에서 나타난다. 오른쪽 아래는 여행자의 영역. 낯설지만 현실적인 영역으로, 강 위에 배 같은 이미지는 주로 화면 오른쪽 아래에 띄워져 있던 기억이 날 것이다. 왼쪽 아래는 여성이 친근하고 현실적인 영역. 여자들이 이 영역에 있으면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인다.

TV뉴스를 보면 앵커의 위치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남자 앵커가 오른쪽, 여자 앵커가 왼쪽 아래에 앉는다. (화면을 보는 시청자의 입장에선 남자가 왼쪽, 여자가 오른쪽임) 이는 오른쪽 위가 신비로운 영역이고, 왼쪽 아래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사진 찍힐 때 귀엽고 사랑스럽게 보이려면 프레임의 왼쪽 아래에 자리를 잡는 게 좋다. 외우자, 왼쪽 아래!

 

영역과 함께 중요한 것이 각도. 셀카의 탄생이래로 모두가 알게 된 것처럼 15도 높은 앵글에서 사람 얼굴을 잡으면 작고 예뻐 보인다. 로맨스에서 여주인공의 얼굴이 얼짱각도로 잡히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반면 대하사극에서 장군은 말에 올라타 있고, 아랫사람 시점에서 찍히는데, 이는 턱을 드러내기 좋은 위치이며, 턱이 강조되면 거만하고 존귀하게 보인다. 고로 같은 여성이라도 CEO 등 권위를 세우고 싶다면 화면 오른쪽 위에 얼굴이 오고, 15도 아래쪽에서 촬영하는 게 효과적이며, 귀엽고 사랑스럽게 보이려면 화면 왼쪽 아래에 얼짱각도로 찍는 게 효과적이다. 예전에는 여성을 무조건 위에서 찍었다면 <공동경비구역 JSA> 이후로 여성을 남성과 같은 높이에서 찍기 시작해 요즘은 눈높이로 찍는 추세라고 한다.

 

머리 셋이 역삼각형이면 셋은 갈등 중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사람이 등장하면 머리의 위치를 보라. 세 사람이 등장했을 때, 그들의 머리가 역삼각형 구도로 있다면 그들은 갈등하는 중이다. 만약 삼각형으로 있다면 다정하고 안정적인 관계이다. 오~~ 그 이야기를 듣고 영화를 보니 등장인물들의 머리 위치가 눈에 들어왔고, 삼각형이 뒤집어졌냐 아니냐에 따라 갈등관계가 정말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다. 시나리오를 10년 이상 썼다면서 이런 기초 영상문법을 이제야 알다니!

2인 이상이 나왔을 때는 서로의 미간이 90도를 이루어야 한다. 그래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우리가 대화를 나눌 때는 얼굴을 마주 보지만, 화면에서는 90도각도를 이루어야 대화하는 것처럼 보인다.

머리의 위치가 중요한 것은 주인공 혼자 등장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주인공이 바라보는 앞쪽이 비어있을 때는 앞으로 할 일이 많다는 미래지향적인 암시이고, 머리의 뒤쪽이 비었을 때는 주인공이 생각이 많다는 암시이다.

역삼각형이 갈등, 삼각형이 안정을 나타낸다면 사선구도는 움직임, 나열구도는 지루함을 느끼게 한다. 그러므로 역동적으로 보이고 싶다면 사선구도를 쓰는 게 좋다.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어떡해야 하나요?

요즘은 워낙 포토샵 기술이 발달해서 누군가 “사진을 어떻게 찍어야 잘 찍을 수 있나요?” 물으면 강사님은 “흔들리지만 않게 넓게 찍으세요.”라고 알려준단다. 넓게 찍으면 어디를 잘라내어 집중하게 할지 결정할 수 있으니 말이다. 사진 못찍는 사람은 이것만 기억하자! 흔들리지 않게, 넓게!

하지만 그보다 좀 더 잘 찍고 싶다면, 화면을 가로 두줄, 세로 두줄로 각각 삼등분해 그 사진의 포인트가 되는 부분을 선들의 교차점 4곳 중 한곳에 오게 하면 된다.

이나영의 입술이 오른쪽 위 교차점에 와있는 완벽한 구도

다시 뉴스 앵커들의 위치로 돌아와 보면, 4곳의 교차점에 각각 남성 앵커의 미간, 여성 앵커의 미간, 넥타이, 브로치가 와 있다. 완벽한 구도이다. 증명사진처럼 사람을 중간에 세우고 정면으로 찍는 사람은 아마추어, 피사체의 눈이나 입이 4곳의 교차점 중 한곳에 오도록 찍는 사람은 프로라고 할 수 있겠다. 아~ 내가 찍은 사진을 친구들이 그토록 싫어했던 이유를 이제야 알겠다. 미안했다, 친구들아. 앞으로는 잘 찍어보도록 할게.

바다나 산맥이 내가 보는 것처럼 장엄하게 사진에 찍히지 않는 이유는 원근감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풍경사진을 잘 찍고 싶으면 원근감을 나타낼 수 있는 나뭇가지나 가까운 곳의 물체들을 살짝 걸치고 찍어보자.

배운대로 나뭇가지를 걸고 찍어봤는데 원근감이 느껴지나요?

그런 의미에서 사진가들이 제일 싫어하는 장소가 사막이라고 한다. 하늘과 모래땅 외에는 아무 것도 없어서 원근감을 나타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럴 때 프로들은 자신의 가방이나 신발 등을 놓고 찍는다. 그렇게라도 원근감을 주기 위해서다.

 

기둥 사이에 있는가? 기둥으로 갈라져 있는가?

사진 잘 찍는 꿀팁을 저장한 후, 두 번째 시간에는 단편영화 한편을 보고, 구도를 분석했다. 김지운 감독의 <선물>이라는 단편영화로, 김아중과 정우성이 연인이자 킬러(혹은 비밀요원)로 출연하는데, 적재적소에 명품 패션과 코스메틱이 소개되는 일종의 홍보영화다.

여기서 강사님은 기둥에 주목하라고 하셨다. 정우성과 김아중이 만나는 레스토랑 장면에서 초반에는 둘이 기둥 사이에 있었으나, 잠시 뒤 기둥 하나를 사이에 두고 둘이 갈라진다. 이는 그들이 심정적으로 한 팀이었다가 분리되었다는 걸 암시한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바로 그 시점에서 둘 중 한명이 변절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마지막 장면을 앞두고 김아중은 화장실에 다녀오는데, 계단을 따라 오른쪽 위로 올라간다. 오른쪽 위는 첫 시간에 배웠듯이 귀신의 영역. 즉 김아중이 천국으로 간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김아중이 죽는 장면이 나오기도 전에 구도를 아는 사람이 보면 그녀가 죽을 것이 암시되는 것이다. 오…놀라웠다.

보통 3층까지 있는 건물의 경우 3층은 죽음, 2층은 갈등, 1층은 현실을 의미한다. 정우성은 2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데, 이는 갈등을 끝내고 현실로 복귀한다는 뜻이다.

 

아이들이 떼지어 지나가면 꼭 문제가 터진다

건물에서 나온 정우성이 거리로 나설 때, 뒤편으로 두 명의 손님이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는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의미이다. 만약 주인공의 뒤가 아니라 앞으로 뭔가가 지나간다면 그것은 앞으로 문제가 생긴다는 뜻이다. 특히 아이들이 떼를 지어 지나가거나 차가 지나가는 장면은 100% 그 다음에 주인공에게 골치아픈 문제가 생긴다는 뜻이다. 이 설명을 듣고 나니 <영웅본색>의 클라이맥스에서 주윤발 앞으로 빨간 트럭이 지나가던 장면이 떠오른다. 그러고 그는 죽었지. 하…이런 것이 영화문법이었구나! 다시 한번, 시나리오를 10년 이상 쓰고도 이런 기초문법을 몰랐다니…글의 영역과 영상의 영역은 이렇게 다른 것인가!

두 주인공이 만나는 레스토랑 천장에는 거대한 샹들리에가 매달려 있다. 샹들리에는 작은 구슬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구슬들이 떨어져서 흩어지는 장면을 연상시킴으로써 불길한 예감을 준다. 또한 샹들리에는 중심에 있어도 중심을 잡는 역할이 아니라 두 사람을 갈라놓는 역할을 한다. 물론 이 설명을 할 때 나는 <하녀>의 전도연이 샹들리에에 매달렸던 장면을 떠올리고 있었다.

영화에서 거울은 사람의 이중성을 드러낸다. <선물>에선 초반부터 영화 내내 김아중이 거울을 보거나 엘리베이터에 자기 모습을 비춰보는 등 이중적인 인물(배신한 스파이)이라는 암시를 주다가, 마지막 반전 이후 정우성이 자동차 안의 미러를 보며 통화하는 장면을 넣음으로써 실제 이중적인 사람은 정우성이었음을 보여준다.

영화 해석이 끝나고 나자 수강생 한 명이 “이래서 영화는 세 번씩은 봐야된다는 거군요.”라고 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

강의가 끝나고 나오는 길에 자유시민대학 풍경을 사진 찍고 있는데, 옆자리에서 함께 강의를 들었던 여자분이 “선생님이 가르쳐주신 대로 찍고 있어요?”했다. 그렇지 않아도 카메라 화면에 가상의 줄을 긋고 교차점에 무엇을 갖다둬야 되나 고민하던 참이라 애매한 웃음을 흘리며 “하하…네” 했다. 보시다시피 좋은 사진 찍는데는 실패했다.

강의 듣고 찍었으나, 실패한 사진들.

다만 예전에는 아무렇게나 찍어놓고 잘 찍은 줄 알았는데, 이제는 확실히 못찍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것만 해도 배운 보람이 있다.

‘우감시’를 듣고 난 뒤 전쟁영화를 보다가 “오… 저 두 기둥 사이에 군대가 보이잖아. 저 군인들은 지금 한 마음이라는 거잖아. 그렇지, 쟤들은 지금 자신들을 구하러 오는 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중이니까 당연히 한 마음이지.”했다. 아…이래서 아는 만큼 보인다는 거구나! 이래서 사람은 배워야 하는 거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