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이름을 불러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도시 전체가 배움의 터전이 되고 시민 모두가 더불어 배우는 도시,
삶과 배움의 경계가 없는 서울은 학교입니다.
학습하는 시민, 성장하는 도시를 위해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이 함께합니다.

<다들>이 서울은 학교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매월 서울자유시민대학, 모두의학교, 동네배움터 소식을 전합니다.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이 운영하는 각양각색의 학교에서 일어나는 재미난 이야기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

 

 

녹번산골마을(이하 산골마을)의 동네배움터는 마을회관인 ‘녹번산골드림e’(은평구 통일로 578-27, 이하 드림e)에서 진행되고 있다. ‘드림e’는 2016년에 조성됐다. 본래 산골마을에는 이렇다 할 마을회관이 없었다. 그전까지는 주민들 간 별다른 왕래가 없었기에 마을회관이 딱히 필요하지 않았다고. 그러나 2012년, 주민참여형 마을 재생사업을 시작하게 되면서 주민들은 함께 모여 회의할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렇게 찾은 곳이 긴 시간 방치되어 있던 빈 집 한 채. 주민들은 한동안 그곳을 마을회관처럼 이용했다.

그때부터 마을에 작은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20~30여 년을 한동네에 살았지만 한 번도 인사를 나눈 적 없던 이들이 대화를 나누며 소통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주민들은 함께 청국장과 천연비누 등을 만들어가며 마을을 위한 수익사업을 벌여갔다. 그렇게 서울의 대표적인 노후 주거지역이었던 산골마을은 눈에 띄게 탈바꿈했다.

그리고 2016년, 임시 마을회관 역할을 하던 공가를 허물고 자그마한 2층 건물을 신축했다. 책걸상과 스크린 시설 등이 갖추어진 교육실, 부엌, 황토방, 베란다 등이 갖추어진 이곳은 마을공동체 활동에 필요한 공간으로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다.

바로 여기, ‘드림e’에서 녹번산골마을 동네배움터 원영미 플래너를 비롯해 신현수 마을대표, 성영희 마을총무, 윤순자 마을주민 등 동네 어르신들과 도담도담 이야기꽃을 피웠다.

 

 

모든 마을 주민의 꿈이 이루어지는 곳, ‘드림e’

신현수: (하얀 통에 담겨 있는 광물가루를 보여주며) 저기 앞 큰길가에 산골(山骨, 골절 치료에 쓰는 광물) 판매소가 크게 있었어요. 그래서 산골마을이 된 거죠. 흔히 생각하는 그 산골(山―)이 아니야.(웃음) 여기 ‘드림e’는 2016년에 개관했어요. 마을 주민 20여 명의 회비와 또 청국장 만들기 등 소규모 마을 수익사업 활동을 통해 협조하며 큰 어려움 없이 운영하고 있죠. 사실 처음 집을 짓다 보니, 우리야 설계도를 잘 볼 줄 모르고 하니 지금 와서 조금 부족한 점도 보이지만, 크게 후회 없이 그래도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보는 사람마다 좋다고 말하고, 마을의 자랑거리죠. ‘드림e’라는 이름은 내가 지었어요. “모든 꿈이 마을회관에서 이루어진다”는 의미를 담아 ‘dream’과 ‘everybody’를 합쳤어요. 한글로 ‘드린다’는 의미도 되고요. (‘e’는 ‘Energy’를 의미하기도 한다. 산골마을은 지난 2013년 에너지자립마을 조성사업에 선정된 바 있다.)

원영미: 산골마을은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 거주하는 편이에요. 평균 나이가 70~80대죠. 제일 어리신 분이 여기 계시는 60세 윤순자 어르신이에요.(웃음) 아무래도 어르신들이라서 음식솜씨가 좋아요. 일주일에 보통 1~2번 주민들이 함께 모여 마을밥상도 열고 그래요. 최대 40여 명까지 수용할 수 있거든요. 마을회의도 하고, 탐방객들 오시면 손님맞이 공간도 되고, 마을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어요.

성영희: 여기가 원래 헌집이 있던 곳이에요. 쓰러져가는 집에서 몇 년간 있었지. 물이 질질 새고, 흙이 막 쏟아지고. 거기에서 청국장도 떼었어요. 지금도 생각나요. 추워서 연탄 갈고.(웃음)

신현수: 이전에는 그런 공간조차 없어서 그늘나무 아래에서 회의를 시작했어요. 마을 주민이 회의하면서 하나둘 모이기 시작하니 서로 얼굴을 알게 됐죠. 여기 있는 분들하고 이 동네에 30여 년을 살았지만 전혀 몰랐어요. 지금은 서로 집 사정도 잘 알게 되고, 참 많이 변했어. 마을공동체로서는 자화자찬이 아니라 꽤 유명해져서 전국에서 탐방하러 많이들 와요.

원영미: 마을 주민들의 관계개선뿐만이 아니라 물리적 환경도 많이 변화했어요. 작년에는 ‘꽃 피는 서울상’ 대상도 수상했죠. 외국에서도 가끔 탐방을 와요.

 

 

서로의 이름을 불러줄 수 있어 참 좋은 동네배움터

원영미: 동네배움터는 작년부터 시작했어요. 제의를 받았을 때 이미 공간이 마련되어 있으니 진행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일단 마을 어르신들이 고령이라 어디에 나가서 배우는 게 쉽지 않아요. 마을 내에서 진행하니 오시기 편하시고, 어르신들에게 맞게끔 수업을 짜서 진행할 수 있으니 참 좋죠. 그래서 참여도가 높아요. 그런 배움의 기회를 통해서 자주 모이시니 주민 간 관계도 좋아졌고요. 선생님들도 열심히 해주셔서 감사하죠. 단순히 강의만 하는 게 아니라 이 더운 데 어르신들 위해서 빵도 사 오시고 그래요.

성영희: 내가 그래서 참기름도 가져다 줬어요, 선생님들이 참 착해.

 

원영미: 작년에는 목공수업, 단전호흡, 심리미술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특히 단전호흡은 호응이 좋아서 개인적으로라도 하고 싶다고, 많이들 그러셨어요. 그래서 올해 또 진행하고 노래교실과 원예교실을 추가했어요. 수업은 마을 주민의 의견을 수렴해서 정하고, 세부적인 내용은 선생님들께서 어르신들에게 필요하거나 맞게끔 구성해주세요. 오늘은 원예수업이 있는 날이에요. 원예수업 때는 꽃꽂이나 다육식물 심기, 토피어리 만들기 등을 진행해요.

 

성영희: 내가 무언가를 배워서 할 수 있다는 거, 그게 참 좋아요. 생전 보지도 못한 것들도 많더라고.(웃음) 무엇보다 이웃들과 친밀감이 생겼어요. 이제 순자 씨, 옥희 씨, 서로 다 이름을 불러요. 사실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우리가 서로의 이름을 불러 보겠어요.

 

윤순자: 맞아, 그리고 집에 있으면 잠만 자게 되잖아요. 이렇게 배우면서 자꾸 머리도 쓰고 활동하니 활력도 생기고. 건강해지는 걸 느껴요.

 

신현수: 작년 목공수업 때 만든 테이블하고 의자를 마을 쉼터에 비치해놨어요. 내가 짰다고 자랑하면 안 믿더라고.(웃음) 여기 이 공간 안에 있는 것 중에서도 만든 게 많아요.

 

원영미: 말씀하신 것처럼 어르신들이 굉장히 뿌듯해하세요. 원예수업에서 만드신 결과물도 여기에 두고 여럿이 보게끔 하겠다고 놓고 가시는 분이 많으세요.(웃음)

시간 가는 줄 모른 채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수업 시간이 다가왔다. 원예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은 이곳에 오면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온 기분”이라고 한다. “동네배움터라서 그런지 다들 친분이 있으셔서 분위기도 화기애애하고, 어르신들도 물론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시고 좋아하시지만 여기 오면 제가 오히려 ‘힐링’을 하는 느낌이에요.”

수업을 듣기 위해 다른 어르신들도 삼삼오오 동네배움터로 모이셨고 곧, 수업이 시작됐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앞으로도 이렇게 녹번산골마을 동네배움터 ‘드림e’에 어르신들의 꿈과 열정적인 활기가 가득 넘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