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 ‘문화’가 함께 가는 유럽평생학습

몇 주 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다녀왔다. 7월 5-7일, 3일간 열린 유럽 평생학습플랫폼(Lifelong Learning Platform, LLLP)의 2018년도 연차대회에 기조연설 초청을 받아서다. 유럽 전역의 약 40개국에서 200여 명이 참석하여 첫 이틀은 “평생학습문화”를 주제로 강연, 발표, 토론과 문화체험, 사회적 교류를 위한 프로그램을 이어가고, 셋째 날은 하루 종일 총회를 진행하였다. 첫날 저녁에는 비엔나 시장이 참가자들을 좋은 음식과 와인으로 만찬에 초대하였는데, 이 지역 만찬문화대로 음식을 앞에 놓고 몇 사람이 연속해서 연설을 늘어놓는 바람에 나 같은 한국인은 짜증을 참느라 힘들었다.

 

유럽 평생학습플랫폼 2018년도 연차대회에서 기조연설에 나선 김신일 교수

학습사회 성공의 열쇠는 ‘학습문화 확산’

금년도 연차대회 주제로 “평생학습문화”를 설정한 것은 유럽연합이 추구하는 교육의 방향을 반영한 것이다. 유럽연합은 2017년 11월 “교육과 문화를 통한 유럽정체성의 강화”를 새로운 정책방향으로 선포하고, 교육현장과 문화 활동에서 교육과 문화를 보다 긴밀하게 연결하고 통합하는 사업을 지원하기 시작한 데 따른 것이다. 그래서 이번 대회의 발표와 프로그램은 문화의 교육적 기능, 문화적 다양성의 교육적 의미, 평생학습문화의 조성 등에 관한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나는 기조강연에서 학습사회의 건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제도와 시설 등의 확보가 필수적이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 요건은 평생학습문화라는 사실을 지적하고, 그러므로 학습사회 건설을 위한 앞으로의 정책은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핵심 소프트웨어인 학습문화의 조성에 중점을 두어야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기조강연을 통해 “학습사회 건설을 위한 정책은 핵심 소프트웨어인 학습문화 조성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셋째 날은 총회였는데 한두 시간에 마치는 약식이 아니라,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 까지 점심 먹어가며 지난 1년간 조직의 활동을 꼼꼼히 보고하고 따지고 새로 계획하는 매우 진지하고 심각한 회의였다. 특히 OECD와의 협력을 위한 정책보고와 토론, 조직의 활동내용과 활동방식에 대한 평가와 개선방향 토론, 장기사업의 목표수립을 위한 토의, 2018-2020 사업계획의 채택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토의에 참여하는 회원들의 진지함이 인상적이었다.

 

김 교수가 참가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눈에 띈 참가자들의 영어구사력

이번 대회에서 내 주목을 끈 또 한 가지는 참가자들의 영어구사력이었다. 유럽의 각기 다른 40여 개국에서 모인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대부분인데 영어를 통한 상호간의 의사소통에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다. 내가 10여 년 전 유럽의 여러 기관과 단체를 방문하면서 경험했던 그들의 영어실력과는 크게 달라져 있었다. 이들은 지금 영어를 자국어처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유럽을 ‘하나의 공동체’로 만들어 가고 있는 노력의 결과이다. 유럽연합은 2012년에 언어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하여 “모든 유럽시민은 자국어 외에 2개의 언어를 더 배워야한다”고 선포함으로써, 오히려 결과적으로 영어가 일반화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유럽연합의 재정지원을 받는 사업에서 언어교육이 관련된 프로그램은 이 원칙을 지키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영어학습자가 확대되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영어를 유럽인들에게 심어놓고 정작 영국은 브렉시트로 유럽연합을 떠났다는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특히 눈에 띈 것은 참가자들의 영어구사력. 한 참가자가 영어로 질의를 하고 있다.

시민참여 확대 위해 평생학습플랫폼 결성

유럽평생학습플랫폼은 생각보다 젊은 조직이다. 유럽 평생학습운동에 시민들의 참여를 강화하기 위하여 2005년에 ‘유럽평생학습 시민사회플랫폼’을 창립한 것이 출발이다. 10년 뒤 2015년에 ‘평생학습플랫폼’으로 명칭을 바꾸고 조직과 사업을 확대하였다. 현재 포용적 우산조직으로 40여 개의 유럽 내 및 국제기관들이 참여하여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 네트워크에 유럽 전역의 정규, 비정규, 무형식 학습을 포함하는 다양한 분야의 기관과 조직들 5만여 개가 소속되어 있다. 사무국은 벨기에 브뤼셀에 두고 있으며 상근 직원 6명과 수명의 임시직이 일하고 있다. 사무국은 뉴스레터, 인터넷, SNS 등을 활용하여 5만여 기초조직들과 끊임없이 정보와 정책적 가치를 교류하고 공유하기 위하여 노력한다. 네트워크의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재정(2017년)은 수입이 320,944 유로이며 그 가운데 유럽연합의 ‘에라스무스+’프로그램 지원을 비롯한 국제기구의 지원이 247,130 유로이고 회비 수입은 45,025 유로이다. 지출은 318,809 유로이며 그 가운데 인건비와 행정비가 각각 223,637 유로와 86,475 유로를 차지한다. 재정 규모가 적게 보일 수 있지만, 연차대회를 포함한 대규모 행사와 사업은 큰 국제기구와 공동으로 주최함으로써 재정 문제를 해결한다. 즉 사업 추진을 자체 시행 방식만이 아니고 다른 기관들과 연대, 협력함으로써, 파트너십을 통한 학습사회건설을 실천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U정책 참여와 연구 등 다양한 활동

평생학습플랫폼은 유럽에 건강하고 정의로운 평생학습사회를 건설하는 정책에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의견을 반영하고 추진력을 강화하는 목적을 가지고 출발하였으므로, 그에 관한 활동을 진행한다. 주요 활동을 살펴본다.

 

– EU정책 참여

유럽연합의 교육정책을 회원 단체들에게 알리고, 회원들의 결집된 주장을 유럽연합 정책에 반영하기 위하여 노력한다. 그 일환으로 유럽연합 교육정책과 관련된 “우리의 주장”과 “실천 과제”를 매월 회원들에게 배포하여 유럽연합에 대한 회원들의 적극적 참여를 확대시킨다.

 

– 연구

최근의 연구로, 회원국의 평생학습정책 추진 상황을 점검하기 위하여 2016년에 스웨덴,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헝가리, 오스트리아 5개국에 대한 조사연구를 시작하여 2018년에 마칠 예정이다. 보고서가 나오면 국가 단위의 평생학습사회 건설에 관한 체계적 토론을 하게 될 것이다. 다른 하나의 연구는 비정규 및 무형식 학습의 가치 인정을 위한 비정부기구의 역할에 관한 연구로 80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 연구는 평생학습의 가치 인정에 관한 사회적 논의를 활성화시키는 계기로 활용할 것이다.

 

– 평생학습주간과 평생학습상

평생학습플랫폼의 제7회 ‘평생학습주간’은 2017년 11월 20-24일에 유럽청년포럼이 진행하는 ‘유럽직업기술주간’ 행사와 공동으로 개최하였다. 그 결과 청년 관련 기구와의 연대를 강화하고 평생학습에 직업기술교육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한편 제2차 평생학습상 시상식은 심사를 거쳐 평생학습주간인 11월 21일에 세 기관에게 수여하였다.

 

– 유럽의회와의 유대

유럽의회(European Parliament) 내에 평생학습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의원들과 플랫폼 대표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평생학습에 관한 주요 의제와 쟁점에 관해 대화하는 협의회를 진행하고 있다. 2017년 3월 21일에는 포용적 교육제도를 주제로 협의하였고, 9월에는 시민의 권리를 신장시키고 강화하는 교육에 관하여 토론하였다. 이러한 협의회는 의회 의원들에게 현장의 목소리를 듣게 하고 플랫폼대표들에게는 의회의 분위기를 알게 함으로써 양자의 협력을 이끌어 내고 있다.

 

대회 참가자들이 조별로 비엔나 문화탐방을 하고 있다.
끝으로 유럽 평생학습플랫폼은 비록 하나의 유럽공동체를 지향하는 EU의 시민단체이지만 그 성격은 국제기구이다. 그러므로 한국의 한국평생교육총연합회나 전국평생학습연석회의와 그것과 같을 수는 없다. 그렇기는 해도 평생학습사회 건설을 이끌어가는 시민참여에 기초한 역할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는 참고할 것들이 없지는 않겠다. 무엇보다 이 글로벌 시대에 유럽과의 협력을 위해서도 그들이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아둘 필요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