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없는 매력으로 미국까지 접수한 72세 유튜브 크리에이터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 기획조정국장 이경아 이하 이경아 : 제가 사실 선생님 팬이에요. 유튜브 영상을 6개월 가까이 보다가 선생님 사례를 꼭 소개하고 싶어서 편집진에 부탁을 했어요. 인터뷰는 생전 처음이라 조금 어색해도 양해 부탁드립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박막례 이하 박막례 : 아이, 내가 잘 못하겄지!

이경아 : 그동안 박막례 할머니를 저만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주변 분들이 다 아시더라구요. 정말 인기 스타시구나, 실감하면서 왔습니다. 얼마 전에 큰 상 받으셨더라구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이었죠? 정말 자랑스러우실 것 같아요.

박막례 : 나는 진짜 아무것도 모르고, 일만 하고 살아온 사람인데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겄어요! 꿈에도 상상을 못한 일이지. 잠이 안 왔어요. 지금도 어쩌고 생긴 일인지 모르겄어요. 호호호호.

이경아 : 젊은 층에서 워낙 인기 많은 유튜브 크리에이터이시잖아요. 당연한 결과 아닐까요?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치매 예방을 위해 배우기 시작한 유튜브

 

이경아 : 다른 인터뷰 보니까 유튜브를 시작하신 계기가 치매 예방이었다고 하셨는데, 저도 나이가 적진 않거든요. (웃음)

50대가 되다 보니 스마트폰 다루는 것도 겁나고 그랬어요. 선생님께선 그런 걸 새롭게 배우는 게 힘드시진 않았나요?

박막례 : 처음에 이거 할 적에는 스마트폰이 뭣인지도 몰랐지. 카톡이나 문자 같은 건 애들이 가르쳐줘서 했던 거고, 유튜브며 이런 건 생각지도 못했어요.

우리가 네 자매예요. 근디 왜 언니들이 다 그렇게 치매가 와요. 시방 막내 나만 저기 허지 언니들 셋이 다 요양원에 계시고 너무 심해요. 둘째 언니는 나도 못 알아봐.

이경아 : 나이 차이는 얼마나 나세요?

박막례 : 큰 언니가 91살. 둘째 언니가 90살. 셋째 언니가 올해 79살인가. 내가 치매 걸릴 나이는 아니어요. 근디 병원 가니까 원장님이 그래. 언니가 몇 달 전부터 병원에 오면 진료를 받고도 금세 나와서 잊어버리더래. 왜 진료를 안 봐주냐고 그러더래. 처방전까지 갖고 있음서. 그래서 나도 조심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러고 집에 와서 이틀인가 삼일인가 됐는데, 우리 큰아들이 이모들 좀 어떠냐고 그래.

이경아 : 이제훈 씨 닮았다는 큰아들이요? (웃음)

박막례 : 응응. 아하하하하하. 그래서 “이 새끼들아 이모들이 문제가 아니라 엄마도 치매 조심하라고 그러더라!” 그랬지. 긍게 우리 손녀 유라가 밥 먹을 땐 암말도 안 하더니 속으로 ‘할머니 치매 걸리면 안 되는데’ 하고 깜짝 놀랐던가봐. 한 20일 있다가 외국으로 놀러가겠냐고 하는 거예요. 근디 우리 유라가 짠돌이라 돈을 안 써. 근디 지가 낸다고 따라만 오라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따라갔지.

호주였나봐. 비행기 타고 가갖고 사진을 계속 찍더라고요? 난 첨에 카메라가 가벼운 줄 알고 암말도 안 했지. 근디 카메라 다리가 엄청 무겁더라고. 그래서 “뭣 허러 사진만 찍고 그러냐?” 그랬더니 우리 유라가 그걸 핸드폰에다 보내줄 테니 잠 안 오면 보랴. 그런 걸로 다 치매 예방된다고.

하룬가 이틀인가 있으니께 나한테 싹 보냈더라고요? 근디 진짜 재밌어. 어떻게 찍는지도 모르고 찍었는데. 짐승 같은 것도 탱거룬가 캥거룬가 고것이 이빨이 그러고 긴지도 몰랐는디. 아하하하하하. 그러다 며칠 있은 게 또 대박났다고 글더라고? 그래서 “뭔 대박이 나냐? 누가 대갈 터졌냐!” 막 그랬어. 근데 반응이 엄청 좋다고 글더라고요. 그래서 또 한 번 찍어볼까 했던 거예요.

이경아 : 저도 재밌게 봤어요. 드라마 주인공 따라하시는 거. (웃음)

박막례 : 우리 둘째 아들이 애기 낳고 엄마 전라도 말 좀 하지 말라고 그래요. 서울 온 지가 벌써 몇십 년 됐는디 아직도 허냐고. 나 스물 둘에 올라왔거든요. 근디 내가 전라도 말을 못 버린다고 저그 애들 말투를 버린다고 고치래. 그래서 데리고 오지 말라고 혔어. 하하하하. 근디 우리 유라가 영상 찍으면 내가 사투리를 써서 듣는 사람들이 불편할까봐 허지 말라고 혔어. 근데 알고본께 그렇게 좋은 것을! 전라도 말이!

이경아 : 맞아요. 다들 재미있어 하시잖아요. 정겹고.

박막례 : 그렇게 좋은 것을 누가 알았어? 그냥 말해도 좋은지. 유라랑 한 번씩 그러니께 뭣이 들어오대? 치매 때문에 시작했다니까 외국도 보내준다 글고. 그렇게 된 거여.

 

구글 초청으로 간 미국에서

‘가르치기 싫으면 입양이라도 보내지’ 생각

 

이경아 : 요즘 특히 젊은 분들 사이에서 엄청 인기가 좋으세요. 혹시 비결이 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저도 배우고 싶어요.

박막례 : 아이, 내가 뭐 배운 것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데 장관님 상이 뭐여. 그때 긴장해갖고 내가 허고잡은 말 하나도 못 허고 엉뚱한 소리만 퉁퉁 다 하고 왔어. 그 상 나 말고 우리 유라 주라고 하고 싶었는데.

이경아 : 왜 예전에 올리신 영상 보면 아버지한테 한글 안 가르쳐줬다고 원망하는 내용 있었잖아요? 저 그거 보고 엄청 울었어요. 70대에 들어서신 후에 스마트폰에 유튜브도 배우시고, 공부도 하시는 것 같은데 그런 배움을 소위 평생교육이라고 해요. 그런 배움들 중에 어떤 게 가장 의미 있고 재미있게 느껴지셨나요?

박막례 : 우리 살림이 못 살아서가 아니고 가르칠 만했는데 딸네들을 그렇게 안 가르치더라고요. 입학해놓고 학교를 안 보냈어. 지금 생각으로는 이해해요. 그 당시에 우리 오빠들이 셋이나 돌아가셨어. 나는 얼굴도 잘 몰라. 그러니까 우리 어매, 아버지는 쓰잘 데 없는 딸네를 가르쳐서 뭐하나 싶었던가봐. 지금이나 아들 딸 분간 않고 귀하게 키우지, 옛날엔 딸은 필요 없다고 했어. 우리 때만 해도 그랬어. 근데 딸들만 남아 있으니께 가르쳐서 뭣 허냐 그랬던가봐. 그때부터 날 그렇게 일을 시켜먹었어요. 나무도 하라고 그러고 밥도 하라고 그러고. 그래서 반찬 같은 건 어딜 가든 자신한 거야. 어려서부터 10명 20명 밥을 다 했응게. 15살 먹어서부터.

지금 같으면 엄마, 아빠랑 싸우면서라도 학교를 가지. 얼마나 원망스러운지 말도 못해. 근데 내 머리가 엄청 좋은가 봐요. 우리 동네 사람이 너는 배웠으면 하다못해 동네 이장이라도 해 먹는다 그랬어. 지금도 우리 이종 형부가 그래요. 저렇게 안 배웠는데 어쩌고 그렇게 카톡하고 문자도 허냐고.

미국 가서 진짜 엄마 아빠 원망을 많이 했어요. 미국 사람하고 직접 이야기하면 입 들썩거리는 것만 보지 한마디도 못 알아먹어. 나 죽인다 해도 못 알아먹지. 가르치기 싫으면 이런 데로 입양이라도 보내지 그 생각까지 했다니까. 근디 우리 유라가 날 위로하더라고.

이경아 : 근데 영상에서는 미국 사람들하고도 너무 잘 어울리셨어요.

박막례 : 아오, 미국 사람 나온 것은 또 어떻게 봤어? 암튼 미국서 재밌었어요. 다 좋아해주고 잘해주더라고.

이경아 : 제가 다 영광스러웠어요. 구글 본사에서 한국인을 초대한 거잖아요.

동영상을 보다 보면 툭툭 던지시는 말씀들 중에 젊은이들 같은 생각이 참 많으신 것 같아요. 또 요즘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이해하는 마음이 크시더라구요. 그게 인기의 비결이 아닐까 싶고, 계속해서 새로운 것에 도전하시는 부분이 존경스럽다는 생각도 들어요.

 

할머니 위해 직장까지 포기한 손녀에게 고마워

 

이경아 : 저희가 오늘 오면서 확인해 보니까 유튜브에 118개의 영상을 올리셨더라구요. 저는 아버지 얘기하신 거랑, 명절 선물을 뭘 줄지 고민하셨던 거, 또 돗도리현에 여행 가셔서 애기처럼 썰매 타시던 게 인상 깊었어요. 선생님께선 어떤 영상이 가장 기억에 남으시나요?

박막례 : 김해 가서 친구 만난 게 제일로 기억에 남아요. 고향 친군데 서울서 살다가 거기로 이사 가서 거의 10년 동안 못 봤어. 그것이 항시 기억에 남아요.

아, 내가 얼마나 바본지 광고해야 쓰겄다. 돗도리라고 하길래 도토리 주우러 간 줄 알았지. 마을 이름이 돗도리인 줄 알았겄어요? 내가 그마만치 바보야.

이경아 : 손녀 분이랑 추억거리가 진짜 많으시겠어요. 정말 복 받으신 거 같아요. 요즘에 그런 손녀가 어디 있겠어요. 가장 기억에 남으시는 건 뭔가요?

박막례 : 할머니 위해서 직장도 포기하는 그런 손녀가 어디 있어요. 우리 할머니 치매 걸리면 안 된다고 그때만 해도 이러고 하게 될 줄은 몰랐지. 지는 거기 아니면 돈 벌 데 없을까 하고 자신만만했는지 몰라도 나는 엄청 가슴 아팠어요. 직장 못 구하면 어쩌나 진짜 속이 아팠어. 할머니를 데리고는 다녀야겄고 직장은 시간을 안 내주니까 그만뒀지.

이경아 : 정말 큰 용기네요.

박막례 : 내가 웃기는 이야기 한번 할까요? 엊그저께 일이야. 딸내미네 집 화장실이 잘 막혀요. 똥을 쌌는데 물이 안 내려 가더라고. 딸내미한테 니가 내리면 안 되냐니까 “그건 무슨 경우야?” 그러더라고. 그 순간 내가 아파서 누워 있으면 저것이 똥을 치울까 싶고 뿔따구가 나. 그래서 아프면 치울거냐 했더니 아프면 치운대. 아니 성할 때도 안 치우는데 아프면 치우겄어?

그래서 인자 손자한테 전화를 했어. 할머니가 고모네 집 와서 똥을 쌌는데 물이 안 내려간다 그랬더니 토욜날 갈랑게 덮어놓고 있으래. 아하하하하.

이경아 : 사장님(박막례 할머니 따님이자 쌈밥집 사장님) 듣고 계신 거 아니에요?

박막례 : 내가 없는 말 하는 것도 아닌데 뭐. 난 유튜브 찍을 때도 다 있는 말 하지. 그러고는 진짜 흐뭇하기도 하고 내가 자식은 저기해도 손자들은 잘 키웠구나 생각했지. 내일 온다니까 또 한번 웃겨야지. 아이고 하하하하.

이경아 : 손자, 손녀가 다 그렇게 착한 건 할머니한테 배워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진짜 부럽고, 저도 아이한테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소속사도 생기시고 강남에 박막례관이란 영화관도 생겼더라고요. 인기가 점점 더 많아지실 것 같은데, 앞으로 계획 좀 말씀해 주세요.

박막례 :  계획? 없어요. 그냥 허면 허는 거지. 계획이 뭔 계획이 있겄어. 호호호호호.

이경아 :  뭔가 새롭게 배워보고 싶은 건 없으세요?

박막례 :  못 배운 게 제일로 한이지. 칠십이 넘어갖고 뭣을 저기 허겄소. 금방 요리 들은 걸 조리 잊어버리고 그러는데 뭐를 허겄어. 대학도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이 가야 졸업이라도 맡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가서 뭣해.

이경아 : 그래도 아직은 한창 젊으신 거 같아요. 요즘 80대에 대학 들어가시는 분도 있거든요. 충분히 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참, 선생님 뷰티 유튜버로 유명하시잖아요. 화장을 너무 잘하시는 것 같아요. 저는 아침마다 출근하면서 화장하는 거 정말 어렵거든요. 피부 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박막례 :  피부 관리는 원래 안 해요. 내가 장사를 43년을 했어. 새벽에 손님들이 얼굴이 지저분하면 저기 허잖아. 항시 머리하고 화장은 깔끔하게 하고 나와. 나이 먹어서 추하다 소리 들으면 안 되니까 50대부터는 더 열심히 했어. 젊을 때는 화장 안 해도 볼만 허잖아요. 호호호호.

3시 40분에 일어나니까 스킨하고 로션하고 같이 막 그냥 발라버려. 피부는 타고났는가봐. 피부가 좋아. 막 섞어 써도 다 먹어. 엊그저께도 화보 하나 찍었는데 거기서 화장 잘 했다고 저기만 해주드만. 좀 두드려만 주고 안 해도 되겠다고 그러더라고.

이경아 : 지난번에 수지 화장법 따라하신 영상 봤는데, 다들 너무 예쁘시다고 난리였어요. 그래서 비법을 여쭤봤어요. 거기서 보면 제품명 같은 것도 다 말씀해 주시잖아요. 쇼핑도 하러 다니시고 공부도 계속 하시는 거예요? 소재는 어떻게 찾으세요?

박막례 :  그런 건 공부를 좀 해야지. 화장품은 내가 사기도 하고 유라도 많이 사다 줘요. 팬들이 또 많이 보내주더라고요. 진짜 행복해요. 엊그저께도 팬이 팩을 보냈네. 화장 지우는 것도 보내고.

이경아 : 그럼 마지막으로 박막례 할머니를 사랑하시는 팬분들에게도 한 말씀 해주세요.

막례 :  너무 사랑하고, 항시 고맙고, 감사하고 말로는 다 못 허지. 내가 재밌는 거 많이 찍어서 올리는 게 보답하는 것인지 진짜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겄어요. 진짜 고마워요. 항시 사랑해주고 좋은 말 해주고 그래갖고.

 

이경아 국장과 박막례 할머니의 팬미팅

박막례 할머니가 알바(?)하시는 곳으로 유명한 경기도 용인의 쌈밥집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