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자유시민대학은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미래’다

황미연 홍보대외협력팀장 이하 황미연 : 국장님, 진흥원과 시민대학에 오신 지 오늘로 3일째인가요? 기분이 어떠세요? (웃음)

김종선 시민대학국장 이하 김종선 : 첫날은 굉장히 행복했는데, 이튿날부터 업무 보고로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어요. (웃음) 무엇이든 자세히 알수록 어려운 거잖아요. 밖에서는 멋지고 아름답게 보였는데, 깊숙이 들여다보니 할 일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박미경 시민대학운영팀장 이하 박미경 : 저희는 국장님 오시기만 기다렸어요. 너무 든든하고 감사하죠. 이제 시민대학의 시즌2를 본격적으로 열어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상훈 시민대학사업팀장 이하 이상훈 : 팀원들이랑 편안한 분이라고 얘기했어요. 워낙 내공이 있으신데다 저희 사업에 대한 이해도도 높으셔서 참 편하게 해주세요.

김종선 : 너무 자세히 알아서 괴로운 거 아니에요? (웃음)

박미경 : 국장님, 편하다니까 이제 사업팀에 일 많이 주세요! (웃음)

성인대학의 새 모델 만들 수 있을 거라 기대

황미연 : 시민대학국장이 지난 몇 달간 계속 공석이었어요.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으셨는데, 어떤 각오로 임하고 계신지요?

김종선 : 각오라고 표현하긴 좀 그런데요. 시민대학이 시민력 향상에 중점을 두고 인문학, 지역학 같은 강좌를 꽤 많이 열잖아요. 특히 지역학 같은 건 대한민국이 꽤 놓치고 있었던 부분인데, 그걸 시민대학이 채우려 한다는 게 신선했고 도전해 볼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학이라고 이름 붙은 곳에 오는 시민들은 어떤 기대를 갖고 있을지, 우리는 그들을 위해 어떠한 학습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지 두 가지 측면을 생각하고 있어요. 한국에서는 성인에 대한 제대로 된 대학 교육이 시도된 적 없다고 생각해요.

사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서 하고 있던 평생교육 단과대학이라든가 평생학습 사업들이 대부분 시민을 대상으로 했죠. 그런데 교육과정이 아카데믹하게 맞춰져 성인학습에 적합하지 않은 교육방법, 교수방법, 교육내용, 교육활동 등이 있어 아쉬움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시민대학을 통해 성인대학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시민대학국장직에 응시하게 된 거예요.

황미연 :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은 어떠셨어요?

김종선 : 일단은 ‘됐구나!’ 하는 안도감 그리고 부담감이 있었어요. 많은 기대에 어떻게 부응할 수 있을까, 현재 상황에서 내가 꿈꾸는 대학으로 나아가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하는 부담감이요.

황미연 : 밖에서 보시던 진흥원과 안에서 보시는 진흥원은 어떻게 다른가요?

김종선 : 이전에는 진흥원이 하는 일이 특별히 눈에 보이지 않았어요. 서울자유시민대학과 모두의학교를 운영하기 전까지는요. 그런데 두 학교를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는 걸 느꼈고, 입사 후 회의에 참여하면서 굉장히 많은 영역의 사업들을 담당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앞으로 더 많은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것도요. 다 만들어져 있었다면 재미없었을 텐데, 한창 울타리를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 빠르게 움직이고 변화하는 과정 속에 들어올 수 있어서 신났던 것 같아요.

‘학습등대’로 쓴 남양주의 신화

박미경 : 제가 듣기로는 국장님이 남양주의 신화를 쓰셨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저는 여기 와서 처음 뵈었지만, 업계에 많이 알려지신 분이고 유네스코 대상도 타신 걸로 알고 있거든요. 기존에 어떤 일을 해 오셨는지 좀 말씀해 주세요.

김종선 : 대학 졸업하고 백화점에서 문화센터를 운영했어요. 지역에 있는 학습관도 담당하다가 10년 전 학습도시를 만든다는 명목으로 남양주시에 가게 됐어요. 프로그램 운영할 땐 사람들 많이 끌어오면 되고, 평생학습관에선 평생학습 기회 제공 그리고 지역민들과 네트워킹 정도만 하면 됐었거든요. 그런데 시에 들어가니까 다를 수밖에 없었어요.

‘학습도시’라는 건 시민이 언제 어디서나 배울 수 있는 도시이자,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고 도시 전체를 재구조화하는 운동이라고 배웠어요. 그런데 어떻게 실현해야 할지가 큰 과제였어요. 프로그램 몇 개 돌린다고 해서 도시 전체가 움직이진 않거든요. 도시 전체에 인프라를 구축하고 프로그램도 운영하는 한편, 시민들도 움직여야 해요.

남양주의 특징 중 하나가 면적은 굉장히 넓은데 평생학습 기관이 얼마 없어서 지역 간 격차가 크다는 거예요. 2시간짜리 수업을 듣기 위해 오고 가는데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어요. 그걸 어떻게 해결하는가가 또 하나의 과제였죠.

황미연 : 어떻게 풀어나가셨어요?

김종선 : 그래서 고안한 개념이 “1, 2, 3 평생학습 인프라”였어요. 시민이 살고 있는 곳에서 10분 내에 학습등대, 20분 내에 중재센터, 30분 내에 도서관 또는 평생학습관 등 평생학습 인프라를 두자는 개념이었어요.

서울로 치면 동네배움터 같은 개념이죠. 마을의 유휴공간을 학습공간으로 꾸미고 주민들이 모여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서로 어울릴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로 학습등대예요. 수요조사를 통해 주민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참여자들끼리 학습동아리를 만들게 하고, 또 그들을 마을 사업에 참여시키는 거죠.

10개로 시작해 5년간 100개의 마을을 움직였어요. 처음엔 시 지원금으로 시작했다가 나중엔 자체 예산을 투입하는 마을도 있었어요. 혁신적인 변화죠. 한 마을당 학습자가 100~200명, 100개 마을엔 16,000명이었어요.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평생학습 참여율이 평균 3% 이상 높아진 거예요.

시민들 입장에서는 가까운 곳에서 평생학습 기회를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내가 몰랐던 마을 주민을 알게 되는 이중 혜택이 있었죠. 자연스럽게 공동체 생활에 들어가게 된 거예요.

황미연 : 많은 지역에서 이 사례를 벤치마킹한 걸로 알고 있어요.

김종선 : 네, 많이 찾아오시다 보니 행복학습센터의 모델이 되기도 했죠. 서울시의 경우 동네배움터를 만들었구요. 남양주시에서는 학습등대를 모델로 10분 내에서 체육복지를 경험할 수 있게 하는 ‘행복텐미닛(10minutes)’이라는 시스템을 만들기도 했어요. 그런 시스템이 갖춰진 곳에 사는 시민은 얼마나 풍요롭겠어요. 도시가 변하고, 성장하고, 시민이 계속 변하는 좋은 사례가 된 거죠.

이 사업을 하다 보면 마을 자체가 움직이는 게 보이거든요. 마을과 마을이 서로 만나 학습하면서 달라지는 것도 많구요. 그러다 보니 유네스코에서 상까지 받고 그랬죠.

관에서 예산을 지원했지만, 그걸 운영하는 건 주민이에요. 마을운영위원회를 두고 4~10명의 주민이 모여 학습등대를 위해 정기적으로 의논을 해요. 작지만 마을의 의제를 다루는 공론의 장이 되는 거예요. 또 학습등대가 마을 소식을 접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기도 해요.

물론 제가 다 한 건 아니에요. 저는 거버넌스, 협치에 노력을 기울였어요. 학습매니저들과 소통하면서 우리 뜻을 알리고, 그들의 의견을 듣고 조율하는 과정에 열심이었죠.

기획이 다 좋은 건 아냐

이상훈 : 제가 조사해 보니 석사학위 논문을 학습매니저에 대해서 쓰셨던데, 우리 시민대학 학습매니저들의 역량을 강화시키는 방안으로 뭐가 있을까요?

김종선 : 남양주시에서 6년 동안 해마다 1기씩 양성했는데, 그분들과 2주에 한 번씩 회의를 했어요. 근데 회의가 아니라 참여형 교육 같은 거였어요. 서로 해야 할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방법을 찾고, 마을에 가서 실천하는 콜브(Kolb, D. A.)의 경험학습 사이클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매니저들이 정말 많이 성장했어요. 지금 80명 정도 활동하고 계시는데, 마을경제협동조합 등으로 진출하신 분들도 많아요.

우리 시민대학에서 활동하시는 매니저들도 굉장히 큰 자부심을 갖고 계시더라구요. 시민들이 돈도 안 되는데 참여하시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학습 공간과 분위기를 만들어 가면서 자신의 성취감과 존재감을 확인하는 거예요. 우리는 그들이 갖추어야 할 역량을 강화하고, 서로 네트워킹하며 성장해나갈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줘야 할 것 같아요. 또 그걸 바탕으로 시민들이 시민대학을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어요.

지금은 학습매니저가 기획에 참여하고 있지 않는데, 기획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민들의 요구를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있고, 또 교수자의 교수 스타일이나 강점, 약점을 잘 알아요. 시민대학에서는 기획-운영-평가가 담당자뿐 만 아니라 시민과 함께할 수 있도록 보강해야 할 것 같아요.

황미연 : 당장 이것부터 해야 겠다 하는 1순위는 어떤 건가요?

김종선 : 두 팀장님과 직원들이 잘하고 계셨기 때문에 당장 바꿔야 할 것은 없는 것 같아요. 지금 필요한 것은 방향성이죠. 박미경 팀장님이 시즌2라고 표현을 했는데, 현재까지 해왔던 걸 바탕으로 다음은 무엇을 해야 할지 방향성을 갖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또 본부의 방향성, 그리고 각 캠퍼스의 방향성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게 할지 생각하는 게 가장 시급한 것 같아요.

황미연 : 함께 일하게 되신 두 분의 팀장님, 직원들에게 당부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

김종선 : 직원들이 일을 통해서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그 일이 자존감을 높이고 자신을 성장시키는 과정이었으면 좋겠어요. 함께 일하면서 가능하면 직원들이 발전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찾는데 집중하려고 해요. 일하다 보면 굉장히 소진되는 걸 느끼거든요. 허탈감이 생기잖아요. 그때마다 상사이기보다 옆에 있는 파트너로서 혹은 선 경험자로서 선배로서 그 과정을 쉽게 넘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이건 직원들에게 하는 당부가 아니라 저의 다짐 같은 거예요.

이상훈 : 첫 출근하셨을 때 김영철 원장님께서 ‘서울은 학교다’라는 진흥원의 슬로건을 말씀해 주셨잖아요. 국장님께서 더 추가하고 싶으신 거 있나요?

김종선 : 아직 구체적인 건 없는데요. 현재 서울시에서 하고 있는 많은 사업들 있잖아요. 도시재생, 마을공동체, 사회적 기업 등. 그 모든 것을 혁신시키고 발전시키고 변화시키는 데 필요한 게 새로 배움, 학습하는 거 아닐까요? 그러한 사업들, 정책을 추진할 때 필요한 교육 같은 걸 저희가 해주는 게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각개전투로 하다 보니 전문성이 있기도 하지만 미숙한 부분도 있죠. 그때 필요한 교육을 우리가 디자인하고 제공하는 허브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면 진흥원의 역할이 훨씬 좋을 것 같고, 시민대학에서 좀 하면 어떨까 생각해요.

또 지금 민간 네트워크 하고 있는데, 저희가 조금 미약한 부분이 일자리와 연결된 부분이잖아요. 산업체 기업체 이런 부분들을 시민대학과 기업과 학문 등이 연결될 수 있게 만들어주면 훨씬 더 촘촘한 평생학습, 시민대학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 조금 더 해봐요.

박미경 : 국장님이 생각하시는 서울자유시민대학을 한 문장으로 표현해주신다면? 어렵죠? 저도 아직 생각 안 해봤는데 여쭤보고 싶었어요. (웃음)

김종선 : 아무도 기획하지 않은 미래? 일단 그렇게 할까요?

왜 이런 얘기를 하냐면, 남양주에서 학습등대 사업을 하다 보니 우리가 기획하지도 않았는데 마을에서 창조적인 게 너무 많이 나오는 거예요. 기획이 다 좋은 건 아닌 것 같아요. 어쩌면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것들이 진짜 새롭고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시민들에게 그런 사고를 할 수 있도록 시민대학이 제 역할을 하면 어떨까 그런 의미입니다.

어쩌면 인생 자체가 평생학습

황미연 : 오랜 기간 평생교육에 관련된 일을 하셨는데, 국장님의 삶에서는 평생교육을 어떻게 실천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김종선 : 제가 학교 공부는 못했는데, 여러 영역에 호기심이 많았어요. 그리고 문화센터에서 프로그램을 400~500개씩 돌리다 보면, 잘 모르는 분야의 강사를 섭외할 때 대화가 쉽지 않거나 깊이를 탐색할 수 없잖아요.

진흥원 캘린더에 써있는데, 김우창 선생님께서 “혼자 견디는 훈련, 고독을 참는 훈련, 우리나라 평생교육에 꼭 필요한 대목”이라고 말씀하셨더라구요. 그 말씀에 굉장히 공감하는 게, 저는 외로움이 있을 때마다 공부를 했더라고요. 그때마다 서점을 갔고, 주말에 특별히 할 게 없으면 “뭐 배울 거 없나” 하면서 늘 배울 걸 찾았던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제 인생 자체가 평생학습이죠.

황미연 : 요즘 관심사는 어떤 거예요?

김종선 : 글씨를 잘 쓰는 건데요. 글씨에 감성이 담겼으면 좋겠어요. 전 감성적인 면이 있는 사람인데, 캘리그라피를 보면 메시지와 감성이 함께 드러나는 게 좋아서 그걸 좀 배워볼까 해요.

박미경 : 국장님, 저희 화요일마다 강좌 있어요. 저도 한번 해봤는데, 우리는 계속 머리를 쓰잖아요. 그런데 손을 쓰니까 마음이 굉장히 편안해지고 힐링하는 느낌이었어요.

황미연 : 저는 키보드를 치니까 점점 악필이 되는 것 같아요. 손에 힘도 안 들어가고, 글씨 쓰는 게 힘들어요. (웃음)

김종선 : 그럼 우리 다같이 해요! (웃음)

황미연 : 끝으로 <다들> 독자들에게도 한 말씀 부탁드려요.

김종선 : 책을 읽을 때 가끔 설레고 눈물이 날 때가 있어요. 글이 너무 좋아서. 그런 책이 있는데, <다들>이 그랬으면 좋겠어요. 가슴을 울리고 지식보다는 삶에 통찰을 주는 그런 매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걸 좋아하는 <다들> 독자들은 훌륭한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