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게임을 통해 공감하고 서유기를 보며 우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인문학

 

<장애인과 함께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문학> 릴레이 강연 시작하다

 

장애인과 함께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문학

<인간의 조건>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문학의 첫 프로그램으로 한국척수장애인협회 장애인식개선교육강사 보수교육과 연계하여 운영되는 것으로 1박 2일동안 공감, 우정, 분노, 평등, 욕망, 기억의 6가지 주제의 강좌로 진행되었다. 오전 10시, 강의가 시작되자 한여름 매우 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참석자 모두들 열의가 넘치는 표정으로 강의에 집중하고 있었다.

 

제1강은 ‘공감’에 대한 강의였다. ‘컴퓨터 게임으로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한양대학교 오영진 교수의 강의가 진행됐다. 흔히 컴퓨터게임에 대한 인식은 아직까지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많은 편이다. “게임은 나쁘다”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지만, “게임은 좋다”라고 하면 동의할 만한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강의는 이 선입견을 완전히 바꿔주었다.

 

흔히 열 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더 효과가 크다고 말한다. 하지만 열 번 보는 것보다 한번 ‘되어보는’ 것은 더 효과가 클 것이다. 우리는 게임을 통해 누군가가 되어보고 그 사람의 삶을 이해해 볼 수 있다.

한 가지 예로 자폐아의 입장이 되어보는 게임을 들었다. 자폐아들은 감각이 예민해서, 낯선 사람들이 가까이가면 불안함과 두려움을 느낀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듣는 것보다 게임을 통해 경험해 보면 그들의 감정을 더 잘 알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댓 드래곤 캔서’라는 게임을 통해 투병중인 아이를 둔 가족의 심리를 느껴볼 수도 있다. 우리는 게임을 통해 이 상황에 개입하면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듣고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공감할 수 있게 된다.

 

아주 오래 전, 독서는 게임만큼이나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고 한다. 명상과 수련에 비해 독서라는 건 천박한 행동이라는 인식이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독서는 권장되는 활동이지 부정적인 활동이 결코 아니다. 물론 책 중에도 좋은 책이 있고, 그렇지 않은 책도 있다. 게임역시 좋은 게임과 그렇지 않은 게임이 있다.
결국 우리는 게임이 우리 삶을 더 윤리적으로 만들어줄 것인지에 대해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윤리적인 삶을 사는데 게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는 말로 해당 강연을 마무리했다.

장애인과 함께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문학-인간의 조건

두 번째 강의는 ‘우정’에 대한 강의다. ‘고전 서유기를 우정의 관점에서 다시 읽다’라는 소주제로 김용선 강사가 강의했다. 우선 서유기에 대한 작품해설을 진행하며 등장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이야기했는데, 삼장법사는 서유기에 나오는 유일한 실존인물이라고 한다. 하지만 서유기에 나오는 삼정법사는 현실 속 인물이라기보다는 이야기로 만들어진 허구의 인물에 가깝다. 그도 그럴 것이 한 승려가 당시에 교통수단이 발달하지도 않았는데, 고향을 떠나 먼 타국으로 불경을 가지러갔다는 이야기가 소문을 타고 전해지다 보니 허구의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고 한다. 그런데 이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삼장법사,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사이를 보면 왜 이들을 보고 우정을 이야기하나 싶기도 하다.

 

정말 멋진 우정이라면 서유기가 아닌 삼국지를 예로 들었어야 하지 않을까, 의리와 전우애로 똘똘 뭉친 세 사람의 우정. 하지만 뭔가 이상적이지만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그런가하면 서유기의 등장인물은 오합지졸에 가깝다. 소심한 삼정법사, 말썽꾸러기 손오공, 식탐 많은 저팔계, 회색분자라는 사오정. 이들은 이간질하고 오해하고 싸우고,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진짜 현실적인 우정이 어떤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이들의 이야기는 주변사람들과 맺고 있는 우정뿐 아니라, 배신과 결별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당일 마지막 강의로 ‘분노-사회적 약자가 제대로 사우는 법’이라는 주제로 전혜진 강사의 강의가 이어졌다. 강의에서 사회적 약자란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위 일부 재벌이 아닌 누군가의 ‘을’이 되어야 하는 대다수의 서민들을 이야기했다. 김수영의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라는 시와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라는 소설을 예로 들며 ‘분노가 나쁘다’는 ‘폭력은 나쁘다’라는 관점이 다가 아니라, 분노해야 할 대상을 제대로 찾고 제대로 분노하는 법에 대해 생각해보기를 권했다.

 

본 프로그램에 참석한 장애인 학습자들은 대부분 초중등학교 및 각 기관에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교육을 진행하기 위한 강사라고 한다. 그래서 더더욱 각 강의 중간 중간 질의응답 시간에 심도 있는 질문과 답변이 오갔으며, 장애를 뛰어넘은 학습에 대한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문학>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가 함께 질문하고 함께 공부할 수 있는 다양한 평생학습의 장이 확대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