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손의 종이꽃 만들기 도전~

도시 전체가 배움의 터전이 되고 시민 모두가 더불어 배우는 도시,
삶과 배움의 경계가 없는 서울은 학교입니다.
학습하는 시민, 성장하는 도시를 위해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이 함께합니다.

<다들>이 서울은 학교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매월 서울자유시민대학, 모두의학교, 동네배움터 소식을 전합니다.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이 운영하는 각양각색의 학교에서 일어나는 재미난 이야기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

 

누구나 스승이 되는 재능나눔학교

모든 이가 스승이고 모든 곳이 학교다
일상이 학습이 되고 삶이 학문이 되는 도시 서울

서울자유시민대학에서는 누구나 강사가 되고, 학습자가 될 수 있는 ‘재능나눔학교’를 운영 중이다. 올해 여름엔 본부(서대문)와 은평학습장에서 재능나눔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사마천의 사기 읽기, 자서전 쓰고 출판하기, 도시에서 버섯 키우기, 자산관리, 명리학 기초, 손주사랑 교실, 부동산 주부 교실, 클래식 음악 듣기, 약이 되는 음식 등 굉장히 다채로운 강좌가 마련되어 있고, 이 강의를 하는 분들은 전직 외교관, 금융투자 전문가, 협동조합 대표, 중국 다예사, 지휘자, 바리스타, 출판사 대표 등으로 강좌만큼이나 다양하다. 연일 35도가 넘는 더위에도 서울자유시민대학의 재능나눔학교는 엄청난 열정으로 더위를 이기고 있다.

 

맞다, 나 금손 아니고, 곰손이지

그 다양한 강좌들 중 ‘자이언트 종이꽃 만들기’를 신청한 건 “재밌겠다”라는 동물적 반응에 의한 선택이었다. 그렇게 아무 생각없이 신청하고, 시간이 지나 강의실에 들어섰을 때 나는 그제야 기억해냈다. 내가 손재주가 없다는 사실을. 중학생 때 내가 괴발개발 바느질하느라 꼬질꼬질하게 때 묻혀 놓은 가정 숙제용 미니 버선을 엄마가 보다 못해 다 뜯고 밤새 새로 바느질 해줬던 오래전 기억에 이어, 골판지로 필통 만들었다고 자랑삼아 블로그에 올렸더니 인사치레로라도 대여섯개는 달리곤 했던 댓글이 하나도 달리지 않았던 최근의 기억까지 주르륵 떠올랐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오늘 아침만 해도 머리 감고 헤어드라이어로 머리 말리는 것조차 내 맘대로 되지 않아 신경질내며 나오던 참이 아닌가! ‘이 강좌 왜 신청했지?’하는 생각을, 책상에 널린 목공본드와 가위와 종이를 보면서 떠올렸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선생님은 이미 오셨고, “취재 나오셨죠?” 반갑게 학습매니저와 담당자도 인사를 하셨다. 빼박이구나. 아이고 모르겠다, 한번 해보지 뭐.

 

페이퍼 플라워는 꽃의 이미지를 형상화 한 것

지난주에는 습자지로 꽃상여에 붙인 것과 흡사한 파르르 떨리는 꽃잎의 대형 종이꽃을 만들었고, 오늘은 빳빳한 종이로 모란처럼 풍성한 꽃을 만들기로 했다. 이후에도 국화꽃, 다알리아, 장미꽃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중. 오늘 만드는 꽃은 모란인가? 작약인가? 이게 무슨 꽃인가? 골똘히 들여다보고 있는데 강사님이 말씀하셨다. “페이퍼 플라워는 진짜 꽃이 아니라 꽃의 이미지를 형상화 한 거예요. 그러니까 딱 모란이다, 벚꽃이다 할 수 없고 실재하는 꽃이 아니죠. 국화꽃에 몬스테라 이파리를 붙여도 되고, 색깔도 다양하게 쓸 수 있구요.” 아…그렇구나!! 꽃을 만들기 전에 페이퍼 플라워의 장점을 이야기해주셨다.

 

① 내 손으로 만든 작품이니까 싫증이 나지 않는다.

② 공간 장식에 뛰어나다.

③ 종이는 재활용되는 소재라 환경에 해가 되지 않는다.

 

‘음… 싫증이 나지 않는 게 맞나? 그건 아니지 싶은데…’ 조화보다는 생화를 좋아하는 내가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강사님이 또 말씀하셨다. “제가 조화만 만지는 사람이 아닙니다. 생화도 하는데요, 페이퍼플라워는 페이퍼플라워만의 매력이 있답니다.” 아…그렇구나!! 아무래도 강사님이 독심술이 있는 듯. 김미경 강사님은 테이블 장식, 케이터링, 꽃장식 등을 아우르며 웨딩장소를 연출하거나 이벤트장, 연회장 등을 꾸미는 에이플러스테마라는 업체를 운영 중이다.

 

 

손가락 마디마다 목공풀이 덕지덕지

오늘의 준비재료는 머메이드 종이(220~240g)로 자른 꽃모양 도안 17장, 심지용 종이(120g) 2장, 5중날 가위, 가위, 글루건 혹은 목공본드 되시겠다. 5중날 가위가 편하긴 하지만 없으면 그냥 가위로 대체해도 된다.

 

 

일단 만들어온 꽃잎 아래쪽에 5cm 칼집을 하나 내고 양쪽을 살짝 겹치게 하여 풀을 바른다. 꽃잎이 평면에서 오목한 형태로 바뀐다. 오므린 꽃잎 중 제일 큰 6장을 A4 용지에 동그랗게 그려둔 원을 중심으로 빙 돌려가며 붙인다. 미리 자리를 잡아 붙여야 꽃잎의 간격이 일정해진다. 맨 마지막 꽃잎을 첫 꽃잎 아래로 숨겨야 하기 때문에 첫 꽃잎을 붙일 때 딱 붙이면 안된다. 왼쪽 편을 슬쩍 띄워놓은 후 나중에 마지막 꽃잎을 넣고 제대로 붙인다. 가장 큰 꽃잎이 원형으로 붙으면 그 안에 다음으로 큰 꽃잎 6장을 약간 작은 원형으로 빙 돌려가며 붙이고, 또 더 작은 꽃잎 5장을 원형으로 붙이는 식으로 4겹을 만든다. 이때 붙이는 깊이(즉, 꽃잎을 눕히는 각도)에 따라 활짝 핀 꽃이 되기도 하고 수줍은 꽃이 되기도 한다.

 

이 작업을 끝내고 나면 온 손가락에 풀이 덕지덕지 묻는다. 곰손이냐 황금손이냐는 풀이 새나오지 않게 깔끔하게 붙이냐 허연 풀이 다 보이게 붙이냐의 차이인데, 역시나 나는 디테일이 약한 곰손이었던 것.
내가 공예를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성격이 급하기 때문일 것이다. 성격이 급한데 손이 따라주질 않으니 빨리 마무리하려고 대충대충하고, 그러니 디테일이 엉망이 되는 것. 역시나 꽃잎 4겹을 수강생들 중 가장 빠르게 붙이고서 화장실로 뛰어갔다. 손에 덕지덕지 붙은 풀을 떼어 내려고.

 

 

자꾸 만들다 보면 나만의 기술이 생깁니다

손을 씻고 돌아와 보니 가위날의 반대부분 즉, 가위등을 이용해 꽃잎을 둥글게 말라고 하셨다. 가위로 말아보니 빗금만 생기고 예쁘게 말아지지 않았다. 내 옆에 앉은 수강생은 정말 동그랗게 예쁘게 마는데, 나는 대체 이게 뭥미? 그러다 각진 가위 대신 필통에서 볼펜을 꺼내 말아보았다. 볼펜은 원기둥 형태이다 보니 가위보다 훨씬 동그랗게 잘 말렸다.

 

 

다음 단계로 수술 만들기로 넘어간다.

노란색이나 미색 종이를 반으로 길게 접어 접힌 부분에 5중날가위로 칼집을 넣어준다. 그런 다음 덜 잘린 아랫부분에 풀을 붙여가며 돌돌 말고, 사방으로 수술을 펴주면 작은 수술 완성! 여기에다 폭이 넓은 종이에 칼집을 넣어준 후 작은 수술 위로 돌돌 말며 붙이면 긴수술도 완성된다. 긴 수술은 가위등으로 둥글게 말아주면 도르르 말려 작은 수술과 다른 모양에, 단차가 생겨 예쁘다. 이때 강사님이 팁을 알려주셨다. 수술을 만들 때 접힌 종이를 거꾸로 뒤집어 붙이면서 앞뒤를 1cm 정도 차이나게 비틀어 붙이면 수술 부분이 부풀어 올라 풍성해진다고. 그런 디테일이 종이꽃의 분위기를 달라지게 만든다. 강사님은 자꾸 하다보면 다른 생각이 나고, 점점 나만의 기술이 생겨난다고 하셨다.

 

그러면 내가 가위등 대신 볼펜으로 꽃잎을 구부린 것도 나만의 기술인가? 이런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며 긴 수술 역시 볼펜으로 말아주고 있는데, 완성된 사람은 수술과 꽃을 가지고 나오라고 하셨다. 꽃 가운데 글루건으로 수술을 붙여주면 오늘의 꽃 완성! 수술을 붙였더니 꽃잎들 사이로 삐져나와 허옇게 말라붙은 풀이 보이지 않아 매우 깔끔해 보인다. 헤헤.

 

 

모두의 꽃으로 만든 종이꽃벽

오늘 처음 오신 수강생 중에 꽃잎을 너무 세로로 세워 붙여 다시 처음부터 하신 분이 있었는데, 그 분을 제외하고는 실수하신 분이 없어 모든 수강생이 종이꽃을 성공적으로 완성했다. 아무래도 나이 드신 분들의 속도가 젊은 분들보다 느려 완성하는데 시간이 좀 더 걸리자, 나이 드신 분들이 속상해 했다. 강사님은 “제가 다른 곳에서 젊은 분들과 수업을 하는데, 여기 분들이 훨씬 잘 하세요. 나이가 드시면 아무래도 인생 경험이 풍부해져서 그런 것 같아요. 이건 빈말이 아니예요.”라며 응원의 말씀을 해주셨다.

 

 

꽃이 완성되자 강사님은 수강생 한명 한명의 꽃을 양손에 들고 이런 부분을 잘했고, 이런 부분이 아쉽다며 품평을 해주셨다. 그게 뭐라고 또 강사님께 칭찬받으면 기분 좋고 그렇다. 모든 평가가 끝나자 이 강좌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벽에 꽃 모아서 붙이기 시간이 돌아왔다. 하얀 벽에 스카치테이프로 모두의 꽃을 모아서 붙였더니, 오~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이래서 페이퍼 플라워를 만드는구나 싶었다.

 

 

다들 핸드폰을 들고 사진 찍느라 분주했다.

나눠주신 강의 자료를 보니 종이꽃으로 결혼식 아치도 만들고, 연회의 의자 뒷장식도 하고, 사람들이 그 앞에 서서 사진 찍을 수 있게 포토월도 만들 수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예뻤다.

내가 오늘 만든 꽃은 들고 가서 내 방의 어디에 붙여야 어울릴까 고민을 거듭했다. 식탁 앞? 책상 앞? 현관문 안쪽은 어떨까?

 

 

그런데 다음 일정 때문에 살짝 일찍 빠져나오느라 지하철을 타고서야 내 양손이 텅비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앗! 내 꽃!”

그 꽃은 주인도 없이 벽에 혼자 덩그러니 남아 있다가 재활용통에 들어갔겠지? 그나마 쓰레기가 아니라 재활용되는 소재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사진이라도 찍어두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아주 끝까지 실수만발인 종이꽃 만들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