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나이 77세 <꽃할배 놀이터> 어르신들 이야기

도시 전체가 배움의 터전이 되고 시민 모두가 더불어 배우는 도시,
삶과 배움의 경계가 없는 서울은 학교입니다.
학습하는 시민, 성장하는 도시를 위해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이 함께합니다.

<다들>이 서울은 학교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매월 서울자유시민대학, 모두의학교, 동네배움터 소식을 전합니다.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이 운영하는 각양각색의 학교에서 일어나는 재미난 이야기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

 

여전히 바쁘게 돌아가는 모두의학교에서의 하루 일과이지만 오늘 따라 왠지 모를 허전함이 느껴지는 것은 꽃할배 놀이터가 종강하고 난 첫 주이기 때문일까?? 꽃할배들이 휩쓸고(?) 지나간 모두의학교(여전히 꽃할배들은 모두의학교 1층에서 장기를 두고 계시지만)에서 꽃할배들과 함께했던 두 달간의 재미난 시간들을 되돌아본다:)

 

모두의학교에 할아버지들이 왜 이렇게 많지??

유난히 더웠던 폭염 덕분이었다. 모두의학교가 어르신들의 비공식 만남의 장소가 된 것은! 아니, 어쩌면 항상 모두의학교의 주변을 지켜주셨는데 우리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 맞을 것이다. 직원들이 출근도 하기 전인 이른 아침부터 모두의학교 주변 벤치에서 장기를 두시던 어르신들이 여름이 되자 무더위를 피해 모두의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오셨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모두의학교 직원들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어르신들의 시간을 재밌게 채워드릴 무언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마침 혜영님이 [모두의 앙상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세대를 주제로 한 작은 학교들을 만들어 보면 어떻겠냐는 재밌는 제안을 하셨고(*모두의 앙상블 프로젝트는 새로운 경험과 체험 중심의 배움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현재 모두의학교에서 나와 보람님이 담당하여 운영하고 있다.) 장기를 두시는 할아버지들이 떠오른 나는 호기롭게 남성어르신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해 보겠다고 자원(?)했다.

 

사실 혜영님과의 회의를 마친 후 자리에 돌아오자마자 고민했다.(혜영님도 나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보셨겠지…) 할머니로 하겠다고 할까?? 장기교실이나 바둑교실이 아닌 이상 남성어르신들의 흥미를 끌만한 것이 많지 않을 텐데… 수 만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면서 불안해졌다. 하지만, 이내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장기나 바둑이 아닌 무언가를 새로 경험해보게 해드리는 것, 서로가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면서 공감의 힘을 얻게 해드리는 것 이 두 가지만 생각하자. 정 안되면 내가 장기라도 배워서 재밌게 해드리자!!

 

꽃할배 놀이터를 가능하게 한 어벤져스

1교시 : 글 쓰는 꽃할배 with 안건모 편집장

‘어르신들의 글쓰기 수업’은 드문드문 찾아볼 수 있는 수업이다. 다만 우리는 글을 매개로 해서 어르신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정확한 맞춤법, 글쓰기 기법을 알려 주는 것이 아니라 어르신들의 인생을 그대로 녹여내 글로 풀어내는 방법을 알려드리고 싶었다. 이 역할을 해주실 분으로 안건모 편집장님을 모신 건 신의 한 수였다. 선한 웃음과 겸손함으로 인생의 글들을 한 문장 한 문장 봐주신 편집장님은 수업 중간 20년간의 버스 운전으로 쌓은 재밌는 사연들과 이야기들로 어르신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담담하게 풀어낸 어르신들의 이야기가 눈시울을 붉혔고 아이 같은 장난기가 슬며시 웃음짓게도 만들었다.

어르신들의 글을 봐주시는 안건모 편집장님
쓴글을 발표하시는 이천재 어르신

“밤에 잠을 자는데 어머니가 울면서 이불 소창을 뜯어가지고 아버지 시신을 덮더니 내가 부스스 잠을 깨여서 물어보니 너희 아버지가 죽었다 하였다. 하시면서 음성 누님 집에 가서 알리라고 했다. 나는 새벽에 청주에서 걸어서 음성까지 갔다. 80리 길을 가서 보니 점심 때가 지나 도착했다. 누님께 이야기하니 매형과 내가 쌀 5말과 부식을 같이 나누어가지고 버스를 타고 왔다. 그런데 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집에 오니 어머니가 머리를 풀고 울고 있었다. 그걸 보고 눈물이 나고 마음이 아팠다.”

-주성봉(1949년생) 어르신 인생 글 中-

“국민 학교 3학년 때쯤 되는 것 같다. 운동장에서 고무줄 놀이하는 여자 학생들이 많이 있었다. 나는 고무줄 놀이하는 여학생들의 놀이에 훼방을 놓았다. 고무줄을 끊어가지고 달아나다 잡혀 가지고 어깨를 두들겨 맞았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렇게 짓궂은 행동을 보였는지 참으로 이상하기만 하다.”

– 김병호(1947년생) 어르신 인생 글 中 –

 

2교시 : 요리하는 꽃할배 with 소풍가는 고양이

꽃할배 놀이터를 기획하면서 가장 먼저 확정한 수업은 요리수업이었다. “꽃할배 놀이터는 할어버지들을 위한 학교니까 아침부터 오후까지 이어지는데 점심식사는 어떡하지?” 라는 고민에서 나온 것이 바로 요리수업이다. 첫날에는 앞치마를 입는 것조차 어색해 하셨지만 시간이 지나자 요리 수업 전 알아서 손을 씻고 앞치마를 하는 어르신들을 볼 수 있었다.

 

요리수업을 함께 해준 곳은 사회적 기업 소풍가는 고양이 팀이다. 소풍가는 고양이는 비대졸 청(소)년과 어른이 협동해 공평하고 공정한 일터를 만드는 도시락 케이터링 팀으로 함께해준 나무, 허밍, 홍아님은 꽃할배들의 애정을 독차지 했다. 매번 홍아팀, 허밍팀, 나무팀으로 팀을 나눠 요리대결을 펼쳤고 진 팀은 뒷정리를 맡아했다. 그중 유난히 칼솜씨가 눈에 띄던 홍성래 어르신(1941년생)은 알고 보니 댁에서도 할머니를 위해 식사준비를 하시는 애처가셨다:)

 

남다른 칼솜씨의 홍성래 어르신
오늘의 요리 대결 우승은?! 홍아조!!

3교시 : 노래하는 꽃할배 with 사이, 양현석

남성어르신을 위한 학교를 구상하면서 가장 먼저 생각난 분! 싱어송라이터 사이님이다. 프로그램 걱정으로 불안감에 휩싸여 잠을 이루지 못할 때 사이님께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고 사이님은 걱정 가득한 어린양(?)의 손을 잡아 주셨다.(그 후 함께 불안해 했다.) 노래하는 꽃할배의 수업은 두 가지로 나눠 진행되었다. 첫 번째는 양현석님이 이끌어 주신 젬베를 중심으로 한 타악기 앙상블, 두 번째는 버킷리스트를 주제로 노래 만들어 부르기이다. 물론 처음엔 어려워 하셨다. 젬베는 무겁고 물 건너온 악기들은 다들 이상하게 생긴 것들 뿐이니.. 하지만 이내 그럴듯한 앙상블이 만들어 졌고 어르신들의 버킷리스트를 모아 가사를 붙였다.

 

<우리가 바라는 것>

우리가 바라는 건 아주 간단해
자식들 고생 안 시키다 조용히 가는 것
사는 동안 구구팔팔 건강하다가
잘못한 게 있으면 용서를 빌고 가는 것

참을 걸, 즐길걸, 그리고 베풀 걸
이제라도 우리가 할 수 있다네
돈 버는 거야 이미 늦었겠지만
우리는 아무것도 아직 늦지 않았네

기차를 타고 개성 평양을 지나
내 고향 장춘까지 여행을 떠날래
청양군 흙속에서 아이처럼 뒹굴다
멋있는 나무 코트 입고 불꽃이 될래

*마지막 가사의 멋진 나무코트는 멋진 관을 뜻하는 것임을 말씀하셨다.

 

공연을 즐기는 꽃할배 코러스
귀여운 탬버리너(?) 김욱현 어르신

잊을 수 없는 첫 날

모두의학교에서 몇 번의 프로그램들이 개강하고 종강한 후였지만 꽃할배 놀이터의 개강날은 유난히 긴장되었다. 아무도 안 오시면 어떡하지? 오셨는데 재미없다고 가시는 거 아닐까? 우려와는 달리 서상태 어르신을 제외하곤 한 분도 빠짐없이 와 주셨고(장소를 헷갈리신 서상태 어르신을 1층에서 발견) 모두 재밌게 참여해 주셨다.

첫날 잊을 수 없던 몇 컷!

 

자기소개 시간 첫 번째로 일어나 소개를 하시는 황춘석 어르신

“ 저는 1934년 생으로… 장춘에서 태어나… ”

(1934년?? 중국 장춘??)

 

요리수업 시간 도마 앞에 서계시던 어르신들의 어색한 모습

 

음악시간 사이님이 선보인 냉동만두라는 곡을 들으며 어리둥절해 하시는 어르신들의 모습

내가 부르는 노래들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요리로 치자면 냉동만두, 냉동만두 같은 거죠

 

믿을 수 없던 마지막 날

마지막 날 꽃할배들는 파티음식을 만들었고 인생 글을 발표했고 노래 공연을 했다. 모두의학교 1층에서 진행한 소박한 공연이었지만 꽃할배들의 흥겨운 몸짓과 감동적인 노랫말이 지나가던 이들의 발걸음을 잠시 동안 머물게 했다.

#꽃할배_ 놀이터 #모두의_학교

2018 #모두의학교 #가을학기 #개강파티 #모두배우장#모두의학교에_꽃할배가_떳다!모두의학교에서 신나게 배우고 즐기시는 꽃할배분들을 소개해 드릴게요 😀

게시: 모두의학교 2018년 9월 21일 금요일

마지막 날, 꽃할배 놀이터를 만끽하고 계신 어르신들

‘새로 무언가를 배우는 것을 싫어하실 거야, 살아온 삶이 길었던 만큼 변화를 이끌어 내기가 어려울 거야’라는 생각… 이제까지 내가 남성어르신들을 바라보던 편견이었다. 어르신들은 누구보다 배움에 적극적이셨고 길지 않은 시간 이었음에도 큰 변화를 만들어 내셨다.

일기를 통해 꽃할배 놀이터를 돌아보면서 어쩌면 꽃할배 놀이터를 통해 가장 많이 배우고 변화된 사람은 내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감사하게도 어르신들은 꽃할배 놀이터의 종강을 너무나 아쉬워하셨고 다시 만들어져서 참여하시길 원하셨다.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했던 걱정과 불안과 긴장들이 한 번에 사라지는 행복한 순간이었다. 몰래 오셔서 아쉬운 마음을 보여 주시고 살짝이(?) 선물도 주신 꽃할배 어르신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모두의 손녀가 전하는 모두의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