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변화를 공부로 쫓아간 무선통신 기술자 기가통신 김창순 명장

건설현장, 미용실, 식당에서 사용되는 워키토키

무선통신의 가장 기본적인 도구는 워키토키라고 불리는 무전기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형사들이 무전기로 연락하는 것만 봤지, 일상에서 무전기를 본 적이 없어 과연 이 첨단의 스마트폰 시대에 무전기를 쓰는 사람이 있을까 궁금했는데, 김창순 명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무전기는 현장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쓰는 곳은 건설현장. 물론 스마트폰을 써도 되지만, 화면을 열고 번호를 누르는 등 거추장스러운 단계를 거치는 스마트폰에 비해 무전기는 스위치만 누르면 바로 상대와 통신할 수 있기에 간편하다. 건설현장 외에도 매장이 넓거나 몇 층으로 이루어진 미용실, 대형 식당, 나이트클럽 등에서도 쓰이고, 병원에서도 사용된다.

 

 

일하면서 공부한다

김창순 명장은 1986년 1월 6일 맥슨전자 기술개발실에 입사하여 86아시안게임, 88올림픽을 거치며 91년 8월까지 연구개발을 했고, 이후 에스원에 들어가 9년 동안 일하면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개인사업을 하면서 박사과정에 도전하고 있다. 홀로그래피 3D 영상미디어 전공으로 현재 논문을 마무리하여 편집하는 중이다. 언뜻 듣기에는 홀로그래피와 무선통신이 무슨 관계가 있나 싶은데, 문자든 영상이든 데이터를 디지털화해 전송하기 위해서는 무선기술이 필요하다.

 

실무에 이론을 접목하는 재미

김창순 명장은 공학계의 행시라 불리는 기술사 자격증을 최근에 땄다. 그의 자격증 사랑은 유난하다. 군대에선 지금은 없어진 텔렉스를 하기 위해 인쇄통신사 자격증을 땄고, 90년에는 무선설비 기능사를 땄다. 방송국 기지국의 전파나 장비를 유지, 보수할 수 있는 자격증이다. 간호사인 아내와 연애 시절에는 두 사람이 함께 햄통신 자격증을 따서 무선 통신으로 사랑을 속삭였다. 당시에는 핸드폰이 없던 시절이었다.

햄통신은 취미활동 중 유일하게 자격증이 있는 분야다. 전파법이 엄격하고, 전쟁이나 비상사태 때 중요한 보안이 걸려 있기 때문에 자격증이 있는 사람만 취급할 수 있다. 취미활동이라지만 초창기 무선통신을 개척한 사람들이 바로 햄통신 하는 사람들이었다.

전파통신은 모르스 부호로 대변되는 선박에 필요한 통신이다. 김명장은 원래 배를 타고 싶어했기 때문에 이 자격증도 땄다. 현재는 예전보다 위상이 떨어졌지만, 지금도 여전히 태풍이 불거나 안개가 끼면 핸드폰 통화가 힘들기 때문에 선박들은 전파통신사들을 의무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이렇게 일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자격증을 딴 이유는 취업에 유리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무를 하면서 이론을 공부하니 실무에 이론을 접목하는 재미가 엄청났기 때문이다.

 

 

IOT, IOE, 수중통신 등 무궁무진한 발전 분야

하지만 이제는 스마트폰의 시대다. 스마트폰의 기본이 무선통신이기는 하나, 스마트폰 개발은 자본이 많은 몇몇 대기업들만이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김명장처럼 개인적으로 무선통신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제 기회가 없는 것일까?

김명장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무선통신은 개발 분야가 아직 무궁무진하다.

IOT(Internet Of Tings)는 무선칩을 통해 ‘머신 투 머신’의 통신을 하는 것, 즉 사물인터넷을 말한다. 이야기하는 냉장고, 밖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조정할 수 있는 청소기 같은 것이 여기 해당한다. 요즘은 IOT를 넘어 IOE(Internet Of Everything)라고 할 정도로 기술이 발전했다. 무선칩은 고속도로 하이패스에도, 공장자동화(RFID)에도 쓰이고 있다.

우주적으로 시선을 넓혀보면 위성통신이 있다. 우리는 1970년대에 우주로 쏘아올린 보이저 1, 2호와 아직도 통신하고 있다. 빛만큼 빠른 전자기파를 이용하는 무선 통신이다.

또 잠수함의 경우 아직 물속에서는 통신이 되지 않아 통신을 하려면 물 위로 떠올라야 한다. 물속에서는 초음파 통신 밖에 안되는데, 초음파 통신은 거리가 짧아 원거리 통신이 안된다. 만약 수중통신이 가능하게 된다면 잠수함은 떠오를 필요가 없게 된다.

이런 식으로 작고 스키니한 무선칩의 개발부터 우주로 보내는 전자기파, 잠수함을 개발하는 수중통신까지 무선통신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공부할 수 있는데 까지 공부하라

김명장은 명장이 된 후 카톨릭 상지대 전자통신과에서 명장도제 교육을 실시하며 학생들과 함께 열흘 동안 앰프를 만들기도 했고, 작년에는 서울도시과학기술고등학교에서 멘토링 과정을 통해 학생 1명을 1년간 지도했다. 요즘도 강의를 나가면 김명장은 학생들에게 ‘공부할 수 있는데 까지 공부하라, 형편상 취직해야 한다면 일을 하면서 공부하라, 그리고 자격증을 따라’는 조언을 잊지 않는다. 학생들에게만 공부를 시키는 게 아니라 스스로도 끊임없이 공부한다. 인터뷰 당일에도 컴퓨터를 켜놓고 불필요한 신호를 제거하는 고주파 필터에 대한 논문을 쓰고 있었다. 전자공학학회에 들어 매달 해외 논문도 받아 읽는다. 평생 공부할 수밖에 없는 분야이고, 그 공부가 즐겁기 때문이다.

 

tip 김명장의 꿈

박사논문이 통과되고 나면, 청와대에서 열리는 ‘명장 전시회’에 직접 만든 오디오를 출품하는 것이 김창순 명장의 다음 목표이다. 무선통신 분야 명장이므로 FM수신기, 즉 라디오가 달려 있는 멋진 앰프를 만들고 싶다. 도장을 찍고, 라벨을 붙여 핸드메이드로 만들 예정이다. 많은 명품오디오들이 소리 자체에 집중하는 까닭에 라디오 수신이 불안정한 경우가 많은데, 김명장은 라디오 수신에 특화된 오디오를 만들고 싶어한다. 라디오도 스테레오로 들으면 멋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