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음악은 즐거워!

 

도시 전체가 배움의 터전이 되고 시민 모두가 더불어 배우는 도시,
삶과 배움의 경계가 없는 서울은 학교입니다.
학습하는 시민, 성장하는 도시를 위해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이 함께합니다.

<다들>이 서울은 학교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매월 서울자유시민대학, 모두의학교, 동네배움터 소식을 전합니다.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이 운영하는 각양각색의 학교에서 일어나는 재미난 이야기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

 

나는 어느 쪽이냐 하면 음악보다는 미술을 좋아하는 편이다. 전시회 보러 미술관에 가고, 미술관련 강좌를 듣고, 화집이나 미술에세이를 즐겨 본다. 가끔 공짜표가 생기면 음악회에 가기도 하지만 음악 관련 책을 읽거나 강좌를 들어본 적은 없다.

새로 지어 외관이 아름다운 중랑학습장에 도착했을 때만 해도 같은 예술이니까 음악 강좌도 미술 강좌와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지레짐작은 강사님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깨졌다. 이런 진부한 표현하고 싶지 않지만, 강사님 목소리는 정말 꾀꼬리 같았다. 강의 듣는 내내 TV 아나운서(정지영과 닮은 목소리)의 멘트를 듣는 기분이었다. 목소리가 강의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걸 처음 실감했다.

강의 부제가 ‘귀가 트이는 클래식 감상 가이드’이다 보니 2시간 동안 10곡이 넘는 음악을 듣는다. 연주실황 동영상을 보여주는데, 오디오가 없는데도 음질이 좋았다. 지은 지 얼마되지 않은 신축건물이라 강의실 스피커가 좋았던 것이다. 끊임없이 음악이 들리고 꾀꼬리 같은 해설이 곁들여지니 강의 분위기는 밝고 경쾌했다. 미술작품만 찰칵찰칵 넘겨보는, 착 가라앉은 미술강좌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였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들도 많이 들었다. 이 강의가 아니었다면 나는 죽을 때까지 ‘돈 버는 새끼손가락’이 뭔지 몰랐을 거다. 2시간이 순삭되고, 왼손 오른손 플라잉 키스까지 날리고 나오니 온 몸에 엔돌핀이 가득했다. 이래서 사람들이 음악 강좌를 듣는구나!

안인모 강사의 목소리와 이야기가 듣고 싶다면 팟빵이나 유튜브에서 ‘클래식이 알고 싶다’나 ‘래알캔디’를 검색해볼 것. 팟캐스트와 동영상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강사님의 친절한 설명으로 낭만주의 시대 음악을 살펴보자.

(정사보다 야사에 치중한 느낌이 든다면, 그건 그저 느낌적인 느낌일 뿐.^^)

 

 

가곡의 왕 슈베르트

“슈베르트는 베토벤 때문에 망한 사람이에요. 시와 음악이 예술의 결정체로 탄생한 예술가곡의 창시자이지만, 같은 시기에 악성 베토벤이 있었어요. 어떻게 악성(음악의 성인)을 능가하겠어요? 이를테면 조용필 시대의 2등 가수 같은 셈이죠. 슈베르트는 심지어 베토벤 장례식에 관을 운구했어요. 하지만 다음 해 같이 살던 친구에게 매독이 옮아 죽죠. 정작 그 친구는 70대까지 장수했대요. 슈베르트는 가난하기도 했고, 운이 없기도 했어요. 열일곱살 때부터 가곡을 작곡했지만, 당시에 가곡은 인기가 없는 장르였죠. 음악가들은 악보를 팔아야 돈을 벌 수 있었는데, 악보 출판할 돈이 없어 친구들이 십시일반으로 도와줘서 첫 악보 ‘마왕’을 냈지만 팔리지 않았죠. ‘마왕’은 괴테의 작품에 곡을 붙인 것으로, 슈베르트는 괴테의 시 60여개에 곡을 붙였지만, 괴테는 슈베르트를 인정하지 않았대요. 슈베르트가 죽고 나서야 어느 음악회에서 듣고 좋은 곡이라고 했다네요.

슈베르트는 가난해서 집에 피아노가 없다 보니 기타로 작곡을 하거나 피아노 있는 친구 집에 가서 작곡을 했어요. 보통은 악보를 내고 바로 연주회를 하는데, 돈이 없어 첫 연주회도 31세 때인 1828년에야 할 수 있었죠. 다행히 연주회가 성공했고, 피아노를 살 수 있었지만, 피아노를 산지 6개월 만에 죽습니다. 가슴 아프죠.”

 

예브게니 키신의 ‘즉흥곡 op3’

https://www.youtube.com/watch?v=Ybq6Ea79nZ4

: 이 연주를 잘 들어보면 새끼손가락이 솔로(노래부분)를, 나머지 손가락들이 반주를 하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피아니스트의 새끼손가락은 돈버는 손가락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는 슈베르트의 즉흥곡 op3을 학교에서 들었는데, 그때 교실 창문 너머 담쟁이 넝쿨의 이파리들이 일제히 바람에 파르르 떨리는 모습이 이 곡의 배경음과 어우러져 전율했어요. 아마 그때 사춘기가 온 것 같아요.

 

토마스 크바스토프의 겨울나그네 중 ‘보리수’

https://www.youtube.com/watch?v=GrKFVm1qlMc

: 성악가의 신체가 남다르죠? 이 분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공부해서 나오는 소리가 아니라 신이 주신 소리 같다는 느낌이 들어요. ‘보리수’는 슈베르트가 죽은 해에 나온 연가곡집 ‘겨울나그네’에 수록된 곡인데, 당시 매독을 앓았던 슈베르트는 너무 아파서 자다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였어요. ‘겨울나그네’도 여자와 헤어지고, 그녀를 잊기 위해 겨울 여행을 떠난 이의 노래예요. 마지막 곡인 ‘보리수’는 보리수 나무 아래서 편히 쉬자는 내용인데, 자살을 암시하는 우울한 노래입니다.

 

영화 <배리 린든>, <해피엔드>의 주제음악 ‘피아노 트리오 op100’

https://www.youtube.com/watch?v=e52IMaE-3As

: 이 곡이 바로 슈베르트에게 큰 성공을 가져다주었던 곡이에요. 31세 때 첫 연주회에서 이 곡을 연주해 인기를 끌었죠. 여러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쓰였구요. 드라마 <밀회>에서 김희애와 유아인이 함께 연주했던 연탄곡도 슈베르트가 작곡한 곡입니다.

 

 

무언가 럭키 도련님 멘델스존

“무언가 66곡을 작곡한 멘델스존이라 무언가 럭키 도련님이라 이름 붙여봤어요. 유서깊은 은행가 집안에서 태어나 여행을 하며 작곡을 할 수 있었던 부잣집 도련님이죠. 인생에 굴곡이 없어 작곡한 곡에도 깊이가 없다는 평가를 받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결혼을 축복해주는 것으로 이미 소임을 다한 것 아닐까요? 멘델스존의 ‘한여름밤의 꿈’은 영국 왕실의 왕비가 결혼할 때 웨딩마치로 쓴 이후 지금까지 전세계 곳곳의 결혼식장에서 울려 퍼지고 있습니다.

멘델스존이 바흐의 마태수난곡을 발견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건 아니고 마태수난곡을 처음 연주했습니다. 합창단 2개와 오케스트라가 필요한 대규모 음악이라 실제 연주하려면 돈이 많이 들었거든요. 멘델스존이기에 바흐의 이상을 실연으로 펼칠 수 있었죠. 그리고 슈베르트가 죽은 후에 그의 교향곡도 처음 연주해준 사람이 멘델스존입니다.”

 

바바라 보니의 ‘노래의 날개 위에’

https://www.youtube.com/watch?v=Xfj4thZrFj4&list=PLXdxL8S06AyrO6QhGDt6wYbG2JNve_CKa

: 바바라 보니는 목소리나 청아하고 밝아서 슈베르트의 어두운 가곡보다는 멘델스존의 곡에 어울리는 것 같아요.

 

 

피아노의 시인 쇼팽

“폴란드 출신의 쇼팽은 바르샤바 혁명을 피해서 파리로 갑니다. 첫사랑 콘스탄자에게 고백 한번 못해보고서요. 타국에서 폴란드를 그리워하며 민속 춤곡을 넣어 마주르카, 폴로네즈 같은 장르를 만들었습니다. 쇼팽도 가곡, 첼로소나타 등을 작곡했지만 그의 곡 90% 이상이 피아노곡입니다. 그래서 피아노의 시인이라는 별명이 붙었죠.

쇼팽의 곡은 클래식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들었을 때 “어? 쇼팽인가?”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화성이 특이하기 때문이죠. 지금은 재즈에서 쓰이고 있는 화성(harmony)을 당시 쇼팽은 클래식 곡에 썼습니다. 자신만의 화성이 있었기 때문에 쇼팽의 곡은 들으면 알 수 있습니다.”

 

안인모 강사의 ‘녹턴 op9-2’ 해설

https://www.youtube.com/watch?v=o9_uJCyfkds

: 쇼팽의 곡 중 가장 대중적인 곡이죠. 녹턴은 밤에 연인의 창문 아래에서 부르는 노래를 말하죠. 쇼팽의 연인 조르주 상드를 위한 곡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게 아니고 첫사랑 콘스탄자를 그리워하며 쓴 곡입니다. 또한 타지에서 조국 폴란드를 그리워하는 마음도 담겨 있지요.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의 ‘이별의 노래’

https://www.youtube.com/watch?v=snvEd-zsTa4

: 에띄드란 연습곡이란 뜻입니다. 피아노 연습을 위한 곡으로, 이곡 이별의 노래도 에띄드 중 한 곡입니다. 피아니스트들은 좀 억울해요. 다른 악기는 한두음만 연주하면 되는데, 피아노는 열손가락을 동원해 여러음을 한꺼번에 연주하니 다른 악기보다 10~20배쯤 힘들어요. 그런데도 객석에선 ‘저 피아노 언제 틀리나 보자’ 도끼눈을 뜨고 지켜보다가 약간만 틀려도 바로 알아차려요. 다른 악기나 심지어 성악도 외국 가사면 틀리는 걸 잘 모른단 말이에요. 그러니 피아노는 안틀리려면 죽어라 연습해야 됩니다.

 

 

환상시인 슈만

“트로이 메라이를 작곡한 슈만은 사이코 기질이 다분했습니다. 평생 ‘나는 누구인가?’라는 의문을 가슴에 담고 살았어요. 자기 안에 여러 캐릭터가 있다고 느꼈고, 그 캐릭터에 이름을 지어줬어요. 얌전한 아이에겐 오이제비우스(E), 괴팍한 아이에겐 플로레스탕(F)이라구요. 그리고 작곡한 악보에 E 혹은 F를 표기했습니다. 즉 E로 표기한 것은 얌전한 자아가, F로 표기한 것은 괴팍한 자아가 작곡했다는 거죠. ‘카니발’이라는 곡 안에는 쇼팽, 파가니니, 클라라의 캐릭터가 다 등장하기도 합니다.

클라라는 슈만의 아내로 유명하죠. 슈만의 곡을 클라라가 썼다는 소문도 파다할 정도구요. 클라라는 당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였고, 슈만과 결혼한 후 아이를 6명이나 낳아 키우면서도 전 유럽으로 연주여행을 다닐 정도로 에너지가 넘치는 여성이었습니다. 슈만은 클라라와 결혼했을 때 이미 손가락을 다쳐서 피아노를 잘 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자기 아내를 보며 좌절했죠. 3번이나 자살 시도를 할 정도로요. 한번은 라인강에 뛰어들기도 했죠. 그렇지만 자살로 생을 마감한 건 아니고 정신병원에 입원한 후 거기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악마의 피아니스트 리스트

“낭만주의 시대의 특징은 작곡가와 연주자가 같았다는 점입니다. 낭만주의 시대에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 피아니스트 리스트 등 명연주자가 나왔습니다. 그들은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다는 소문이 날 정도로 연주를 잘했습니다. 리스트는 워커홀릭이었어요. 어떻게 한 사람이 이 많은 일을 할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죠. ‘헝가리 광시곡’ 등 작곡도 많이 했고, 편곡도 굉장히 많이 했어요. 베토벤 교향곡 9개를 전부 피아노곡으로 편곡했고, 슈베르트와 슈만의 곡도 편곡했습니다. 그가 손대지 않은 곡이 없다고 할 정도였어요.

워낙 피아노를 잘 치니까 엄청 다양한 테크닉을 넣는 바람에 피아노 연주를 어렵게 만든 장본인이에요. 왼손과 오른손을 크로스해서 치는 기법이 리스트로부터 시작되었구요, 연주회에서 피아노를 옆으로 놓고 치게 된 것도 리스트가 자기 옆모습에 자신이 있어 그렇게 한 게 시초라고 합니다. 쇼맨쉽이 뛰어난 사람이었죠. 덕분에 연주회만 하면 백작부인들이 그렇게 달려들었다고 해요. 워커홀릭이면서 연애도 많이 했어요. 주로 백작 부인들과만 사귀었는데, 비트겐슈타인 백작부인에게 바친 ‘사랑의 꿈’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곡입니다. 그렇게 살다가 말년에는 수도사로 수도원에 들어가요. 그래서 후반기 곡들은 종교적입니다.”

 

벅스버니 버전의 ‘헝가리 광시곡 op2’

https://www.youtube.com/watch?v=gcQNL1YdY0Q

: 애니메이션 벅스버니에서 토끼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연주가 바로 리스트의 헝가리 광시곡입니다. 집시의 멜로디를 넣어 만든 곡이죠.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위안 op3’

https://www.youtube.com/watch?v=ShiOdiZzfM0

: 이 곡은 리스트의 말년에 작곡한 것으로, 음악이 주는 가장 큰 힘은 위안이라고 생각해요. 슬플 때 슬픈 음악을 들으면 음악이 너무 슬퍼서 내 슬픔은 괜찮은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나요? 이 곡이야말로 ‘힐링’이라는 말에 어울리는 곡입니다. 연주자 호로비츠는 러시아 귀족집안에서 태어났으나 망명하여 미국에서 활동했습니다. 손가락을 다 펴고 치는 것이 그의 전매특허입니다.

 

자유시민대학, 평생학습관, 자치회관, 주민센터, 공동육아방이 모여있는 망우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