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주얼리 원본을 가장 잘 만드는 금부치아 오효근 명장

타고난 손재주, 직업훈련원과 만나다

사실 금부치아라고 적어놓으면 이빨과 관련된 회사인가 싶다. 하지만 이 이름은 ‘금붙이’라는 우리말에 지역을 뜻하는 a를 붙인 것으로, ‘금붙이(하는) 곳’이라는 뜻이다. 오효근 대표가 회사를 차리기 전 홍대 앞에서 ‘금부치’라는 쥬얼리샵을 운영했었다고 한다.

오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손재주가 뛰어나 뭘 하나 만들어도 남들보다 훨씬 잘 했다. 14살 때부터 사회생활을 했던 오대표는 한옥을 짓는 아버지의 핏줄과 타고난 눈썰미, 매운 손놀림을 기반으로 직업훈련원에서 귀금속 금은세공을 전공했다. 초창기 직업훈련원에는 대학을 졸업하고 자기 길을 찾아온 사람들도 있었고, 서열화가 이루어지기 전이라 다양한 사람들이 많았다. 33명 정원이었는데, 매번 뭔가를 만들 때마다 동기들이 찾아와서 지켜보곤 했다. 그만큼 손재주가 뛰어났던 것. 자꾸 보러 오니까 더 열심히 하게 되었고, 실력은 더 늘었다.

 

 

5년을 6번 반복하지 말고 30년 경력이 되라

그렇게 졸업해 익산공단의 ‘원본’ 만드는 회사에 취직한다. ‘원본’이란 반지나 귀걸이 등을 만들 때 본보기가 되는 샘플로, 모두 수작업으로 만들어진다. 오효근 대표는 한국에서 원본을 가장 잘 만드는 사람이다. 기능인의 단점은 자신의 기능으로 디자인을 해석하려는데 있다. 오대표는 디자인의 의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즉, 기능으로 디자인을 해석하는 게 아니라, 디자이너의 의도에서 본다. 그래서 디자이너가 그린 것을 거의 같게, 혹은 더 예쁘게 만들 수 있다.

“경력이란 연수가 올라가면서 실력이 배가 되는 걸 말해요. 기능은 한 5년이면 배워요. 그런데 경력 30년된 사람이 5년을 6번 반복한 거라면? 그래서 알바, 계약직, 일용직이 서글픈 거예요. 같은 연수를 반복하고 있으니까. 정규직이라도 만년 대리, 만년 과장도 비슷하죠. 자기계발과 업무역량을 같이 증가시켜야 되는데 현실에 만족하는 거죠. 실력을 키우고, 기능을 증명하려고 노력해야 해요. 저는 기능장 따는데 17년 걸렸어요. 이걸 함으로써 실력만 느는 게 아니라 성취감도 느끼기 때문에 상승작용을 하는 거예요.”

 

실무에 도움받기 위해 학교를 다녔다

익산 공단 생활 이후 원본 만드는 회사를 1인 창업했던 오대표는 이랜드와 일을 하다 입사제안을 받는다. 이랜드 ‘테레지아’ 액세서리부 개발실장으로 입사해 일을 하면서 야간대학(인덕대 주얼리 디자인과)을 다닌다. 좀 더 멋진 주얼리를 만들기 위해 이론 공부를 했던 것. 회사 다니는 9년 동안 생산관리, 매장관리, 이벤트 등도 폭넓게 배웠다. 회사에서 자기사명서를 쓰게 했는데, 지금 돌아보니 거기 써놓은 것들이 그대로 다 이루어졌다고 한다. 석사 학위를 받겠다, 몇 년도에 집을 장만하겠다는 것들은 모두 이뤘고 이제 남은 건 책을 2권 쓰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다짐이나 목표를 구체적으로 써서 남겨놓는 것이 그 일을 이룰 때 큰 도움이 된다.

많은 것을 배운 이랜드에서 퇴사한 후 홍대 앞에 소매점 ‘금부치’를 열었고, 매장 경영을 잘하기 위해 사이버대 벤처창업경영학과에 편입했다. 판매를 하다 보니 만들고 싶은 열망이 생겨 지하에 조그맣게 제조 공장을 설립했다. 런칭한 지 얼마되지 않은 제이에스티나가 일을 맡겼고, 두 회사는 협력하면서 커졌다. 이 인연으로 이름이 알려져 제이에스티나 외에 스톤헨지, 클루, 데이지 등의 브랜드와 협력하게 되었고 여기까지 왔다.

 

 

이론 중심이 아니라 능력 중심의 사회를 꿈꾼다

박사과정에 들어가기 위해 교수에게 면접을 볼 때 “기술협회 이사장까지 지낸 분이 왜 박사를 하려고 하느냐?”는 질문을 들었다. 그때 오대표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30~40년 경력인 선배들을 보면 이미 박사 수준을 넘어섰다. 하지만 사회에선 박사가 아니라고 무시한다. 그래서 내가 대표로 왔다. 우리가 박사 수준을 넘었다는 걸 알리러.”

오대표는 사회 분위기도, 정부 시책도 기능 30년 경력자보다 박사를 더 선호한다며, 이론만 아는 박사들이 실무자를 가르치니 문제라고 했다. 농사를 글로 배운 사람이 제대로 농사를 가르칠 수 있겠냐는 오대표의 물음은 정당하다. 실무를 하는 사람들이 공부해야 더 발전한다.

“공부를 통해서 내가 모르는 사람과 만나요. 제한적인 내 바운더리를 벗어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사람의 가르침을 내가 갖고 있는 것과 접목하면 자신감을 가지게 되죠. 저는 작위적으로 학교를 다닌 적은 없습니다. 실무하면서 필요했기 때문에 공부했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40여 년간 공부했다고 볼 수 있죠.”

그런 오대표의 꿈은 ‘주얼리 주치의’다. 한 집안의 건강을 관리하는 주치의처럼, 한 가정의 돌반지부터 학교 입학 및 졸업 선물, 프로포즈 반지 등등을 전부 관리하는 일을 하고 싶다. 많이는 말고 10~20가정 정도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기술이나 기능에는 한계가 있지만 감각에는 한계가 없어요. 이게 이 일을 계속하게 합니다.”

 

tip 보석의 종류

모조석 : 색깔만 비슷한 보석.

합성석 : 천연석과 똑같이 화학적으로 합성한 보석.

천연석 : 땅에서 캔 보석.

합성석은 천연석과 거의 똑같기 때문에 육안으로 구별하기는 힘들고 감정을 받아봐야 진품과 가품을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다만 너무 깨끗한 것은 합성석일 경우가 많다. 땅에서 캔 것은 너무 깨끗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