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진짜 학교인가요? – 제3회 서울 평생학습 대토론회 1부

2018년 10월 12일 오전 9시 40분, 제3회 서울 평생학습 대토론회가 마포구 공덕동 서울창업허브 10층 대강당에서 열렸다. 1회 ‘한국 사회, 평생학습에 길을 묻다’, 2회 ‘광장 민주주의, 담장을 넘어 일상으로’에 이은 제3회 서울 평생학습 대토론회(이하 토론회)의 주제는 ‘서울은 학교다’이다. 이 문장은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이 출범할 때부터 사용해온 슬로건이다.

 

거대한 도시를 위대한 학교로!

김지아 아나운서의 사회로 시작된 토론회의 첫 순서는 김영철 원장의 개회사.

1회와 2회의 대토론회 주제가 이후 평생학습 분야에 끼친 영향을 분석하고, 서울 시민들에게 일정 부분 이상의 성과를 냈다고 자평했다. 이번 세 번째 대토론회의 주제 역시 그런 영향을 미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거대한 도시 전체를 위대한 학교로 발전시키는 일은 힘들지만, 그 벅찬 과제를 떠맡읍시다. 그리하여 마침내 대한민국 전체를 학교로 만드는 대역사를 같이 이뤄갑시다!”라는 김 원장의 마지막 멘트에 박수가 터져나왔다.

 

김영철 원장의 개회사를 듣고 있고 참가자들

 

김신일 대회장의 대회사가 이어졌다. 제1회 대토론회에서 강조되었던 “개인지향 학습운동으로부터 공동체지향 학습운동으로 나아가되, 양자의 균형을 유지하자”는 방향이 제3회 대회에서 “시민의 개인성장과 도시공동체의 변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모델을 모색하자.”는 목표로 반영된 것이 의미가 크다며 평생학습의 양적 성장과 질적 발전을 함께 이루어가자고 말했다. 또한 ‘서울은 학교다’의 ‘학교’가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산업화시대의 학교가 아니라, 자율적으로 만들어가는 자기주도적 학습의 교육방식을 말한다고 강조했다.

 

대회사를 위해 단상에 오른 김신일 대회장

 

다른 일정이 있어 참석하지 못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영상으로 격려사를 보내줬다. 올 초 문을 연 서울자유시민대학, 모두의학교, 동네 배움터가 ‘서울은 학교다’라는 대담한 슬로건을 현실로 만들 수 있도록, 의미있는 토론의 마당이 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창기 한국평생교육총연합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앨빈 토플러는 21세기의 문맹이란 글자를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배울 수 없는 사람, 배운 것을 버릴 수 없는 사람, 배운 것을 또 배울 수 없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올해 3회를 맞는 대토론회 참석자들에게 여기 참석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다들 대회주제가 마음에 든다고 했습니다. 이번 대회 주제인 ‘서울은 학교다’도 멋진 슬로건입니다. 600년 도읍지 서울은 공간적으로 학교 아닌 곳이 없으니, 오늘 명품 토론의 장을 만들어봅시다.”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문영민 서울특별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위원장의 축사가 끝나고, 사진촬영이 이어졌다.

 

서울은 진짜 학교인가 릴레이 토크쇼

10시 40분부터 시작된 2부 순서는 ‘서울은 진짜 학교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릴레이 토크쇼였다. 사회를 맡은 김영철 원장이 나와 첫 순서로 ‘거대한 서울이 위대한 학교인가?’라는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거대한 서울이 위대한 학교인가?” 물으며 발표하는 김영철 원장

 

세계대전 시기에 맥주홀 폭동사태를 일으키고, 유대인들을 말살했던 배제와 차별의 도시 뮌헨. 그러나 지금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살기 좋은 도시가 되었고, 난민환영 피켓을 들고 난민들을 받아들이는 열린 공동체가 되었다. 이 도시를 180도 바꾼 것은 바로 뮌헨 시민대학의 힘이었다. 100년 전통의 뮌헨시민대학은 도심 곳곳에 100개가 넘는 캠퍼스가 있고, 시민 5명 중 1명꼴로 시민대학 강좌를 듣는다. 그 중에서 시민정치 강좌가 유명하며, 이런 강좌를 통해 시민의식이 함양될 수 있었다.

배제와 차별의 도시에서 열린 공동체로 변화된 뮌헨과 달리 한국 서울은 현재 높은 자살률, 낮은 출산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초고령 사회에 접어들었다. 이런 서울을 구할 방법은 평생학습 뿐이다. 평생학습은 교육으로 보기보다 복지로 봐야한다. 새로운 복지, 똑똑하고 영리한 복지다. 서울시는 현재 45개의 서울자유시민대학 캠퍼스를 2022년까지 100개 캠퍼스로 늘리고, 현재 1만4천 명의 평생학습자를 2022년까지 10만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현재 대학교와 연계한 캠퍼스를 기업과 연계한 캠퍼스로 확대할 예정이고, 그 과정에서 퇴근길 시민대학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며, 서울시장 명의의 학위도 수여할 것을 검토 중이다.

뮌헨과 서울을 비교하는 김영철 원장의 프레젠테이션이 끝난 후 릴레이토크쇼 참석자들이 단상에 올라왔고, 소개가 이어졌다. 인문학, 자원봉사, 협동조합, 평생교육사 등 평생교육 각 분야의 대표자들이 소개된 후 한 명씩 차례로 ‘서울은 진짜 학교인가?’라는 주제에 대한 10분 스피치를 시작했다.

 

 

내 인생에 대한 설계를 도와줄 인문학

김민웅(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운영위원, 교수)
사랑하는 연인들 사이에서 “나는 당신을 평생 사랑할게.”하는 약속은 뻥이 될 소지가 다분합니다. 그 정도로 ‘평생’이라는 약속은 지키기가 어렵죠. 평생교육도 마찬가지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인문학 강의를 하면 주로 30대 여성들이 많이 듣습니다. 그들에게 어떤 것을 배우고 싶냐고 물어보면 이것저것 다 공부하고 싶다고 해요. 다만 시험만 보지 말아달라고 하죠. 그렇게 다양한 분야의 인문학을 공부하고, 그 욕구가 충족되면 다음 단계가 시민 민주주의예요. 2016년 이전까지는 민주주의에 대한 교육이 어려웠어요. 현실이 민주적이지 못하니까. 다행히 촛불혁명이 일어나면서 시민민주주의에 대한 교육이 활발히 이루어졌죠. 요즘은 수강자들로부터 내 인생 설계에 대한 교육을 해달라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어요. 다른 인생이나 다른 세상을 원하면서 같은 걸 하고 있으면 안돼죠. 모험이라는 건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고, 다른 세상을 원하면 모험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토크쇼 패널로 참석한 김민웅 교수

 

슬리퍼 신고 갈 수 있는 배움터의 중요성

양병찬(공주대 교수, 동네배움터 운영위원)
제가 여기 참석하려고 KTX를 타고 먼 거리에서 왔습니다. 학습자에게 거리는 중요해요. 서울은 그렇지 않지만, 한국 대부분의 지방도시에는 한 도시에 교육관 하나 있는 게 전부입니다. 그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시작한 것이 바로 동네배움터입니다.

지금까지 평생교육에 대해 일반적으로 두 가지 선입견이 있습니다. 하나는 많이 배운 사람이 또 배운다. 즉, 배울 필요 없는 사람이 배우고, 진짜 배워야 하는 사람은 그 시간에 일해야 하니까 배울 수가 없다는 겁니다. 둘째는 한가한 사람들의 교양 취미라는 거죠.

이런 비판을 해결하기 위해 동네배움터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슬리퍼 신고 나갈 수 있는 가까운 곳에 배움터가 있다는 게 중요합니다. 평생학습이 일상에 뿌리를 내릴 수 있으니까요. 시간이 없어도, 일을 해도 가까운 곳에 배움터가 있으면 참여할 수 있죠. 이렇게 공유공간이 생기면, 그 공간을 관리하고 거기서 뭔가를 하는 사람들이 필요하단 말이에요? 이게 바로 일자리가 되는 거죠. 이렇게 됨으로써 동네배움터가 한국 평생교육의 오명을 씻는데 일정 정도 역할을 하리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밑그림을 그리고 시민이 완성한다

이재현(NPO스쿨 대표, 모두의학교 실행위원)
모두의학교는 2013년 이전한 구 한울중학교 터에 세워졌습니다. 이곳에서는 ‘마스터 플랜’이라는 말 대신 ‘마스터 프로세스’라는 말을 쓰는데요,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의미입니다. 무엇을 진행 중인가? 바로 ‘이 학교가 왜 존재합니까?’라는 정체성에 대한 질문, ‘우리와 함께할 사람들은 누굴까요?’라는 참여자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고 있습니다.

제가 컨설팅을 해보면 우리나라 공공재는 두 극단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민들이 바쁘고 힘드니까 ‘우리가 다 하자’는 극단과 시민들의 자리니까 자유롭게 하시라며 ‘백지를 드리자’는 극단이죠. 그래서는 참여가 안 됩니다. 모두의학교는 밑그림을 그리고, 그 완성은 시민들이 하게 만들었습니다.

 

배움과 실천이 결합된 자원봉사

박윤애(자원봉사이음 대표)
자원봉사는 최고의 시민을 키우는 교육입니다. 20년 전 경기도 안양시에서 문해교육을 할 때 아래층에 밥집을 열어 문해교육 받으시는 분들이 밥도 짓고 봉사도 한 게 자원봉사 이음의 시작이었습니다. 조손가정 등 지역 아동센터와 연계해 아이들에게 밥을 먹였는데, 이렇게 자원봉사를 하다 보니 그 실천과정에서 여러 의문이나 문제가 생겼고, 그 문제를 풀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게 되더라구요. 저는 실천과 결합되지 않은 배움도, 배움이 없는 봉사도 둘 다 허당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원봉사는 배움과 실천이 결합된 것이라야 합니다.

 

민주주의 학교이자 평생교육의 산실, 협동조합

손소영(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팀장)
협동조합은 170년 전 영국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차티스트 운동가들이 만든 로치데일 공정 개척자조합이 협동조합의 시초였죠. 돈을 벌려고 물건을 판 게 아니라 내가 필요한 걸 직접 구하자는 정신에서 출발했습니다. 설탕, 양초, 버터, 오트밀, 빵 등의 5가지 품목을 팔면서 조합원들에게는 여성이라도 1인 1표를 주었지요. 내가 필요한 걸 구하자는 게 바로 기업이 아닌가 싶고, 1인1표제를 실행한 게 바로 민주주의의 실현체가 아닌가 싶습니다.

현재 서울에는 3천여개의 협동조합이 있고, 이 중 647개가 교육 협동조합니다. 업종 중 2위입니다. 그러므로 협동조합은 민주주의 학교이자 기업가 정신을 함양하는 곳이고, 평생교육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설국열차에서 내립시다

신민선(한국평생교육사협회 회장)
평생교육은 원래 사회교육으로 부르다가 1999년 평생교육으로 명칭을 바꾸었습니다. 그 이후 우리는 평생교육을 위해 힘차게 달려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질문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질주했는데, 교육으로 인해 한국 사회는 과연 변했는가? 그 답은 부정적입니다. 경쟁은 심해지고, 취업은 안되고, 어떻게 취업했다 해도 결혼도 안하고, 결혼을 한다 해도 아이는 낳지 않고, 또 한국이 싫어서 떠나고. 잘 사는 사람이든 못사는 사람이든 노후는 다 불안합니다. 마치 영화 <설국열차>에 나오는 사람들 같죠. 우리가 설국열차를 탔다면 이제는 멈추고 우리의 모습을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오늘 토론에서 평생교육사들은 이런 관점을 놓치지 말고 토론방에 참여하도록 합시다.

 

좌측부터 신민선 회장, 손소영 팀장, 박윤애 대표, 이재현 대표, 양병찬 교수, 김민웅 교수, 김영철 원장

 

이렇게 서울자유시민대학, 동네배움터, 모두의학교, 자원봉사, 협동조합, 평생교육사 등 서울시 평생교육을 담당하는 대표적인 단체의 수장들이 모여 각각의 역할과 이 시점에서 ‘서울은 진짜 학교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답을 해주었다. 슬로건으로서의 학교가 아니라, 그 슬로건이 일상에 정착하는데 문제가 되는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시간이었다.

릴레이 토크가 끝나고 청중석의 질문을 받았다. 동작구민 한분이 동작구에는 동네배움터, 평생학습관, 50플러스센터, 대학 평생교육강좌 등 수많은 기관이 있고, 그 평생학습장들이 서로 중복되는 경향이 있는데, 양적 성장만 하고 질적 성장이 따라와주지 못하는 것 같다며 어떤 방향성을 갖고 있는지 질문했다.

 

 

이에 양병찬 교수는 “교육부의 혁신교육지구사업과 지자체의 마을공동체사업이 서로 경쟁하고, 비슷하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동네배움터는 슬리퍼 신고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평생교육 장소가 있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질보다 양에 우선 집중하고 있습니다. 질의 문제는 동네배움터 혼자 노력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 모두의학교나 자유시민대학과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이 모두를 아우르는 공민관 같은 게 있어야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기대가 있으나, 일단은 경로가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라 지금 경로를 만들고 있는 중입니다.”라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