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맞았지만 지금은 다르다

2016년 5월, 서울시는 보건복지부와 대립하는 중에 청년수당을 추진한다. 학교를 졸업하고 미취업 상태(니트, 사회밖 청년이라고 이른다)에 있는 청년에게 매월 50만원씩 6개월간 현금을 지급하고, 동 기간 동안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시범 사업이었다. 청년들이 자기 진로를 찾는 시간을 보장하고 동시에 사회적 연결권으로서 프로그램을 결합시킨 설계였다. 청년과 가장 이질적일 것 같았던 ‘지원’, ‘수당’과 같은 단어들의 결합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왔다. ‘청년만 힘드냐, 노인은 더 가난하다’, ‘돈을 주면 청년은 나태해진다’, ‘청년이라면 나가서 뭐라도 해야지, 할 일이 넘쳐난다’ 등 청년 세대로 비난이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청년활동지원사업을 재개했고, 올해까지 1만 5천여 명의 서울청년들이 사업에 참여했다. 첫 시작은 비난 일색이었지만 지난 2년 동안 청년수당은 청년들의 강한 호응을 바탕으로 지금은 전국 10개의 시·도에서 유사한 사업이 시행되고 있고, 내년에는 중앙정부를 통해 확산될 전망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금의 청년문제가 단순히 일자리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님을, 다음 사회를 여는 새로운 시민인 청년들이 다른 기준을 통해 등장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증거다.

 

대학만 졸업하면 먹고 살 걱정이 없던 때가 있었다. 작은 기업에 취직하더라도 내 집 마련을 꿈꾸었던 때, 서른이 되기 전에 일자리를 잡고 결혼하고, 아이는 둘 정도 계획할 수 있던 때가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존재했다. 그렇게 사는 삶이 평범한 보통의, 또 다수의 삶이었다. 하지만 2018년 10월 현재 청년들의 삶은 그때 청년들의 삶과 전혀 다르다.

 

부모님으로부터 등록금이나 집(자가 소유나 월세 모두 포함), 사교육 비용(유학, 학원 등)을 보장받는 청년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청년들은 대학을 입학하는 순간부터 부채가 시작된다. 학교를 다니는 중에도 아르바이트를 멈출 수 없는 이유다. 외국어는 기본이고, 창업이나 국토대장정 같은 새로운 스펙도 쌓아야 한다. NCS에 따라 시험 준비도 해야 하고, 흔치 않은 면접 기회라도 잡으면 세련된 화법과 넘치는 열정을 잘 보이기 위해 시간당 수 십 만원 하는 컨설팅도 받아야 한다. 여성이라면 어렵게 잡은 면접장에서 적당한 성희롱은 웃으면서 넘기는 기개를 보이기도 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취업을 하게 되더라도 비정규직일 확률이 6할을 넘는다. 일단 월세 내고, 학자금 대출 갚고 나면 월급은 통장을 그저 스쳐지나갈 뿐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대학 입학을 거부하거나 포기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대학 진학을 접는 청년은 최소 2천 만원의 부채는 없이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 있다. 대신 취직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취직하더라도 오랫동안 저임금일 확률이 대졸자보다 다소 높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스펙 쌓기나 이른 사회생활 대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 공시생들은 보통 2~3년 정도의 기간을 목표로 시험을 준비하는데, 갈수록 경쟁률이 높아져서 이 길 또한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큰 돈 벌지 않아도 되니 소소하게 창업에 도전하는 청년들도 일부 있다.

 

택배나 음식배달, 수작업 상품, 콘텐츠 크리에이티브 등 기존처럼 점포를 내거나 회사를 차리는 창업이 아니라 창직에 가까운 시도다. 다만, 이들 중에는 몇 가지의 수입 활동을 병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떤 경로를 선택하더라도 쉬운 길이 없다. 공무원처럼 안정적인 직장을 제외하고는 20년, 30년 후를 보장할 선택지가 없을뿐더러 정부나 학교 누구도 어디를 향해 가야한다고 제시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은 이러한 청년들의 현실에서 나온 트렌드다. 가지고 있는 비용이 많지 않기 때문에 투자대비 확실한 효과가 있는 것을 선택하겠다는 것이다.

 

이제 기존의 룰은 지금의 청년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지금 많은 청년들에게 평범한 삶은 비정규 초단시간 노동, 부채, 민달팽이(주거가 없는 상태)를 기본값이 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서울시가 시도하고 있는 청년수당은 청년들에게 강한 호응을 얻었다. 기업이나 교육기관이 아닌 청년들에게 직접 지원할 뿐만 아니라 교육이나 고용을 조건으로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청년들이 자유롭게 자신에게 맞는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2018년 청년인생설계학교 오리엔테이션 모습

 

올해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청년인생설계학교> 또한 청년들이 결정할 새로운 경로를 찾아보고자 하는 사업이다. 3개월 동안 다양한 경험을 보다 풍부한 삶을 그려보는 기회와 시간을 가져보면서 생각하지 못했던 또 다른 경로를 설정해보기도 하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청년기에 이러한 시도는 굉장히 중요하다. 청년기의 불안정은 단지 청년기만의 문제가 아니라 저출생, 중장년빈곤 등으로 이어지는 사회적 위험의 시발점이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먼저 청년문제를 겪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유럽사회를 보면 청년이 학교나 직장 등 어디에 소속되어 있지 않더라도 다양한 교육과 사회참여의 기회를 보장하는 정책들을 일반화하고 있다. 일본은 청년의 연령을 45세까지로 높이고, 지원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평생교육 분야에서 청년은 고려하지 않았던 집단이었지만(물론 모든 분야에서 그랬다), 이제는 적극적으로 포용할 것을 고려해야 하는 집단이라 할 수 있다. 청년들에게 필요한 다양한 경험, 다양한 세대와의 협동, 전인적 교육 등 포용의 영역은 보다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에서 시도하고 있는 개인활동계좌(CPA)와 같은 시도는 어떤가. 만 16세 이상의 모든 경제활동인구에 대해서 사망할 때까지 개인별로 제공되는 사회적 인출권이다. 개인별 직업훈련계좌(CPF), 시민활동계좌(CEC), 위험예방계좌(CPP)로 구성되는데 계좌는 곧 시간의 개념이다, 즉 교육을 받거나 시민활동을 하는 시간을 보장해주고, 시간만큼을 수당(또는 급여)로 지급한다. 재정은 계좌의 성격에 따라서 국가와 지방정부 그리고 기업이 분담한다. 이는 청년이 사회로부터 받는 기본 권리로서 일을 하던, 하지 않던, 회사를 옮기던 변하지 않는 고유 권한이 된다. 소속이 아니라 개인을 전제로 교육, 소득보장, 사회참여활동 등을 보장하기 때문에 청년 뿐 아니라 은퇴자, 주부까지도 포괄할 수 있을 것이다.

 

평생교육×청년, 새로운 판을 상상해 봐도 좋을 것 같다.

 

 


 

한국노동연구원(2017), 해외노동동향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