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자유시민대학 오케스트라, “인생오케” 음악회

 

서울자유시민대학 본부의 문화예술학 강좌이자 새롭게 시도되는 협력모델로서 지난 9월 13일에 개강한 “내 인생의 오케스트라, 인생오케”는 11월 22일을 끝으로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그 동안 본부의 학습매니저로서 지켜본 대부분의 강좌들은 이렇게 종강을 맞이하면 “다른 강좌에서 다시 만나요~”라며 짧은 작별인사를 나누고 헤어졌지만, 인생오케의 종강 현장에는 그런 분위기가 단 ‘1’도 없었다.

 

우리에게 종강은 없다! ⓒ김홍구

사실 인생오케는 시작부터 달랐다. 수강신청에 별도의 제약이 없는 서울자유시민대학의 강좌들과 달리 오케스트라에 편성되는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시민, 음악회 무대에 설 수 있는 시민, 과거에 음악대학을 졸업한 경우에는 지난 5년간 전문단체에서 활동한 경험이 없는 시민을 대상으로 수강대상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모인 인생오케 단원들은 세대를 초월한 조화와 협업을 통한 공동체의식과 시민의식을 공유하였고, 10주 동안의 교육과정에서 함께 연습하며 가다듬은 소리를 11월 23일에 본부에서 열린 제1회 연주회를 통해서 선보이게 되었다.

 

오후 5시부터 시작된 리허설 ⓒ김홍구

대학원생이 된 이후로는 잠시 쉬고 있긴 하지만, 나는 몇 년 전까지 밴드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했었고, 인디 음악가들의 공연에서 음향 및 진행을 담당하거나 현대미술작가들과 여러 차례 협업하며 전시 주제에 맞는 표제음악 작곡을 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인생오케의 학습매니저를 맡게 되었고, 예전의 경험과 기억들을 되살려보며 공연 오프닝의 사회와 공연자 동선 관리 등을 비롯한 전반적인 행사 진행을 담당했다.

 

리허설을 마친 단원들이 2층에 마련된 대기실로 이동하여 개인연습에 몰두하는 모습 ⓒ서울자유시민대학 본부 운영팀 최진희 대리
인생오케의 소개 및 음악가와 연주곡에 대한 해설까지 능수능란했던 유주환 지휘자 ⓒ서울자유시민대학 본부 운영팀 최진희 대리

인생오케의 첫 번째 연주회는 흔히 연상할 ‘클래식 음악회’와는 매우 다른 형식, 그리고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지휘자와 관객의 대화를 통해 공감을 자아내되 작곡가 ‘뒷담화’나 늘어놓는 ‘아무 말 대잔치’를 지양하는 것, 엄숙한 관습이나 예의는 뒤로 하고 무대와 객석이 함께 호흡하며 ‘잘 노는 것’을 추구하는 유주환 지휘자의 공연철학이 가득 담긴 자리였다.

 

첫 번째 연주곡이었던 베토벤의 ‘로망스’에는 서울 코뮤니타스 앙상블의 김진승 바이올리니스트가 함께 했다 ⓒ서울자유시민대학 본부 운영팀 최진희 대리

이날 연주된 곡은 저 유명한 베토벤의 ‘로망스’와 멘델스존의 ‘핑갈의 동굴(서곡)’이었다. 유주환 지휘자는 연주곡에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들려주며 진정으로 ‘웃고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

베토벤이 ‘로망스’를 작곡할 때에 얼마나 건강이 나빴는지, 멘델스존이 교과서에 쓰인 것처럼 정말 ‘금수저’였는지, 작곡자는 멜로디의 구성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그 의도는 연주자가 어떤 기술을 통해 최대로 표현하는지 등등 청산유수처럼 쏟아진 유 지휘자의 해설은 관객들이 곡의 배경과 특성을 십분 이해하며 감상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인도자’의 역할을 다했다.

그토록 촘촘하게 깔린 멍석 위에서 인생오케는 절절하면서도 사색적인 연가(戀歌) 한 곡과 거대한 동굴 속을 여행하는 듯한 뱃노래를 연주했다. 관객들은 ‘로망스’와 ‘핑갈의 동굴(서곡)’에 담긴 멜로디와 리듬을 통한, 그 모든 선율이 선사하는 감성적인 긴장과 이완의 연속을 통한 음악적 카타르시스를 만끽하였을 것이다.

 

첫 연주회를 성황리에 마친 인생오케 ⓒ김홍구

여러 장비와 기계를 통해 음향을 변형시킬 수 있는 밴드와 달리 오케스트라는 오직 각각의 악기에서 나오는 생소리만을 모아 흠결이 없는 소리의 덩어리를 만들어내야 한다. 따라서 단원 간의 배려, 이해, 신뢰는 연주력만큼이나 중요한 요소이다. 실력이 떨어진다고,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고, 소득 수준이 다르다고 서로를 싫어하거나 무시하면 연주회는커녕 단 한 번의 연습도 제대로 마칠 수 없으며, 순식간에 오케스트라는 와해되어버린다.

그래서 서울자유시민대학 오케스트라로서 개설된 인생오케는 협동, 조화, 일치라는 현대적 시민의식의 고취 및 발표회를 통한 지역사회에의 공헌을 추구한다. 유주환 지휘자의 배려와 리더십 속에서 팀 전체가 하나로 호흡하기 위한 ‘일치성’을 끊임없이 갈고 닦은 시간들을 통해, 모두가 하나를 위하는 동시에 하나가 모두를 위했던 시간들을 통해 인생오케는 목적을 달성하였다. 그 모습을 바로 곁에서 지켜보며, 지휘자님과 단원 분들께 더 필요한 것은 없나 생각하며, 어떻게 하면 더 멋진 연주회가 만들어지도록 도울 수 있을까 고민하며 함께 보냈던 지난 10주가 이렇게 빨리 지나간 것이 그저 아쉬울 따름이다.

 

서울자유시민대학 오케스트라 인생오케

  • 아래 왼쪽부터 김진승 협연자, 제1바이올린 조지연 단장, 제1바이올린 이명자, 제2바이올린 소명섭 부단장, 유주환 지휘자, 강좌 기획 및 운영 담당 최진희 대리, 플룻 김학봉, 플룻 김주신, 플룻 김민영
  • 위 왼쪽부터 강좌 현장 및 학습자 관리 담당 김홍구 학습매니저, 첼로 이진숙, 제1바이올린 신윤희, 제2바이올린 박향지, 제2바이올린 한정진, 비올라 김자영, 비올라 정재훈, (키다리 김민영 님 때문에 얼굴이 가려진) 첼로 장수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