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꽃꽂이를 계승하며 현대성을 접목시키는 청아플라워즈 이지언 대표

평생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

우리나라 1호 화훼디자인 명장 이지언 청아플라워즈 대표에게 공교롭게도 던진 첫 질문은 ‘공무원 생활을 하시다 꽃꽂이에 전념하기 위해 그만 두신 것으로 아는데, 왜 공무원직을 유지하지 않았는지, 겸직해도 됐을텐데 이 길을 택한 걸 후회하지는 않는지?’였다.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지금 젊은 분들은 그 당시 여성의 지위에 대하여 전혀 이해를 못하실 겁니다. 여자는 결혼을 하면 직장을 그만 두는 것이 관례였습니다. 더 근무하고 싶더라도 눈치가 보이고, 결혼을 하지 않아도 혼기가 넘으면 대개는 내보내는 시대였습니다. 꽃꽂이를 선택한 건, 직장은 나를 그만두게 하더라도, 나의 기능을 활용하는 직업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평생 할 수 있기 때문이었어요.”

그렇다. 지금은 공무원이 평생직장이지만, 몇십 년 전만 해도 여자에게 평생직장이란 가정 뿐이었다. 그리고 이대표는 시작했을 때 기대했던 것처럼 지금까지 청아플라워즈를 운영하며 좋아하는 꽃과 평생을 함께 하고 있다.

 

한국 화훼디자인의 산 증인

이대표는 한국이 화훼디자인의 불모지였던 1992년부터 외국의 유명 강사들을 초청하여 강연회를 열고 선진 화훼디자인을 보급시켰다. 또한 1993년 우리나라 최초로 화훼디자인 기능경기대회를 만들었다. 정부의 전국 기능경기대회는 물론 민간 기능경기대회도 이대표의 도움을 받지 않은 대회가 없다. 그리고 1998년에는 유러피언 플라워디자인 교재를 출판했다. 이렇게 강습회, 기능대회, 책 출판 등으로 우리나라의 화훼디자인을 외국 수준으로 끌어올린 장본인이 이지언 대표다.

요즘은 플라워디자인 분야에도 해외유학파가 많다. 이대표의 말에 따르면 그들 대부분이 본격적인 유학이 아니라 단기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나갔다 온다고 한다. 이대표는 상업적인 목적의 외국 자격증 사업이 활발한 게 마땅치 않다.

“독일의 FDF 회장이 저와 친한 독일국립꽃예술직업전문학교 교장의 추천서를 갖고 찾아와서 독일 자격증 사업을 제안했어요. 저는 단호하게 거절했습니다. 외국 자격증을 취득한다는 명목으로 막대한 외화가 유출되는 것이 아까웠고, 제가 그때 이미 노동부에 국가기술 화훼장식 기능사 자격시험을 만들어야 한다고 신청한 상태였거든요. 천신만고 외로운 싸움 끝에 기능사 자격시험이 실시 됐지요.”

국가기술자격시험까지도 이대표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거라고 하니 가히 한국 화훼디자인의 산증인이다.

 

전통 꽃꽂이에 현대성을 가미하다

전통 꽃꽂이는 취미와 도락에 방점을 찍는다. 자연에 가까운 사실적인 조형으로 공간예술과 조형예술을 한다. 서구식 꽃꽂이를 통칭하여 화훼디자인이라고 부르는데, 화훼디자인은 미술의 조형원리와 색채학을 바탕으로 조형물을 만든다. 전통 꽃꽂이가 선과 공간의 여백을 중시한다면, 화훼디자인은 기하학적 형태나 구체적인 디자인을 선호한다. 둘 다 각각의 장점이 있는데, 다만 요즘의 화훼디자인이 꽃은 거의 보이지 않고 다른 재료들로 조형에 치우치는 작품이 많아 걱정스럽다. 이대표는 우리 고유의 전통꽃꽂이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현대성을 접목시켜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화환의 혁신은 디자이너에게 맡겨야

장례식장이나 축하연 자리에 가면 보게 되는 화환은 국화꽃 등으로 동그랗게 만들어 사람 키보다 높다. 이 화환은 수십년 동안 디자인 변화도 없이 그대로였다. 이대표는 화환 디자인이 빈약하고 꽃 종류가 편중되어 있는 게 현재 한국 화훼디자인의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농림부에서 예산도 들이붓고 노력을 하지만 개선되지 않는데, 이는 화환 개선을 화훼디자이너와 상의하지 않고 유통업자하고만 해결하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조화를 섞거나 쓴 꽃을 다시 뽑아 쓰는 재탕화환이 난무하고, 디자인은 이십년째 제자리인 것, 이 모든 문제가 정책방향이 잘못 됐기 때문이다. 이대표는 새로운 삼단화환의 디자인을 고안하여 2건을 디자인 등록했다고 한다. 제발 정부에서 화훼디자이너와 이야기를 해서 실패하지 않는 정책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게 이대표의 당부다.

 

식탁의 꽃 한송이가 생활의 윤기를 더한다

이대표는 장애기능인들에게 화훼기술을 전수하고 제자들을 길러냈다. 경기대회 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가진 사람으로 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도 화훼디자인 종목을 신설해줬고, 국제장애인기능올림픽대회 출전해 상을 받는 제자들도 생겨났다. 15년간 심사장을 하다 보니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깊어졌다. 지금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서 꽃꽂이 체험학습을 하는데, 장애인들이 꽃을 대하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행복하다고.

이대표는 꽃을 어려워하거나 멀리하지만 말고 식탁 위에 꽃 한송이 꽂기부터 시작해보면 꽃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한 플로리스트를 꿈꾸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꽃을 좋아한다면 충분히 도전할 만한 분야이며 꽃예술은 종합예술이기 때문에 기본기를 익힌 뒤에 다양한 기능과 지식을 익히면 분명히 재미있게 화훼디자인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