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학습 랩소디 – 2018년 서울자유시민대학 본부에서

지난 4월 20일, 서울자유시민대학 본부(이하 본부)가 옛 서울시복지재단 건물의 리모델링을 마치고 개관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12월 12일 현재 확인한 성과결산에 따르면, 2018년에 본부에서 운영된 강좌의 수는 총 86개이며, 평생학습포털을 통해서 참여한 학습자의 수는 2천 4백여 명에 달한다. 나는 지난 8개월 동안 본부의 학습매니저로 일하며 이처럼 역동적이었던 순간들에 조력하는 기회를 누릴 수 있었다. 그리고 평생교육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으로서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는, 단순한 전달식 강의의 형식을 넘어서서 한 단계 더 진화하고 있는 평생학습의 양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여섯 살만 어렸으면 나도 참여했을 텐데

 

지난 9월 14일부터 12월 1일까지 본부에서는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이 주관한 ‘2018년 청년인생설계학교’가 진행되었다. 오리엔테이션을 포함한 총 17개의 교육과정이 서울 거주 만 19~29세(1989년~1999년 출생자)의 미취업 청년들에게 제공되었고, 그 중에 ‘퍼스널 테스트’ 및 ‘연결과 사유의 방’이라는 2개 프로그램이 본부에서 운영되었다. 전자는 참여자의 성향과 역량을 분석하는 검사와 워크숍이 주가 되고, 후자는 10명 내외의 참여자들이 소그룹을 이뤄 교류하며 활동하는 프로그램이다.

청년인생설계학교의 운영 목적은 청년들이 “맹목적인 스펙 쌓기와 구직 활동 대신 다양한 사유·배움·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진짜 나를 발견하고 앞으로의 인생을 설계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오는 금요일(12월 14일)이 프로그램 종료일인 것으로 아는데, 얼마나 많은 청년들이 얼마나 큰 변화와 울림을 경험했을지 ‘아직 마음만은 20대’인 30대로서 궁금해진다. 특히 지난 10월의 어느 날, 본부 건물에 들어와 헤매고 있어서 어쩌다 보니 본부 투어 가이드역할을 해주게 되었던 세 친구의 이야기가.

 

10월 19일 오후에 본부 1층 시민홀에서 진행된 서울시 예산학교 현장

 

지난 10월 16일부터 11월 2일까지는 본부 1층의 시민홀에서 서울시의 ‘2018 찾아가는 예산학교(이하 예산학교)’ 교육이 진행되었다. 예산학교는 서울시의 참여예산제도 및 서울시 예산에 대한 실질적 이해를 통해 시민 개개인이 보다 더 능동적으로 시민참여예산제도 운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교육내용은 국내·외의 참여예산제도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 학습, 참여예산제도의 운영현황과 시민참여의 범위, 다양한 시민참여사업과 참여예산의 관계 이해, 참여예산위원으로서의 역할범위 안내, 시민참여의 가치와 자질 함양 등이다. 3시간씩 2일 동안 서울시 시정참여방법 및 참여예산제도에 대한 교육을 수료한 시민은 해당 연도에 시민참여예산위원(300명)에 추첨될 수 있는 자격을 가진다. 그리고 위원으로 선정된 시민은 서울시 예산편성에 대한 의견 제시를 할 수 있고, 서울시민들이 제안한 사업을 직접 심사할 수 있다.

서울자유시민대학은 “개인의 인문적 소양을 위한 교육”과 “성숙한 시민으로서의 성장을 위한 교육”이라는 두 개의 축을 갖고 “시민 모두가 함께 변화를 실천”하는 데 조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런 맥락에서, 예산학교는 서울자유시민대학과 사촌 형제 정도의 사이라고 칭해볼 만하다. 만일 올해에 본부가 문을 열지 않았더라면 이 형제가 이번처럼 쉽게 만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맨 오른쪽을 봐주세요

 

언제 기온이 40도를 넘었느냐는 듯 제대로 쌀쌀해지던 10월 31일에 본부의 M2층에서 시작되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제2회 서울학습 사진 아카이브 전시 – 서울의 야학기록(이하 야학기록)’도 빼놓을 수 없다.

때때로 ‘자기만의 방’에서 특정한 주제에 대해 골똘히 사색하는 것은 체계적인 강의에 참여하며 스펀지처럼 지식을 흡수하는 것만큼이나, 어쩌면 그보다 조금 더 나은 학습이 된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만 있자니 좀이 쑤시거나 그만큼 시간을 투자할 만한 주제가 딱히 생각이 나지 않는다면 전시 관람만큼 좋은 게 없다.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의 ‘평생학습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사업의 일환인 야학기록은 지난 50여 년 동안 사회의 소외계층 및 취약계층에게 학습의 장이 되었던 한국 야학의 이야기와 이를 근간으로 시작되어 오늘날에는 평생교육법을 통해 제도화된 성인문해교육에 대한 여러 사진과 시화(詩畫)를 전시하고 있다. 중년층 이상의 관람자들에게는 지난 세월 속의 어떤 장면들을 회상해볼 수 있는, 청년층에게는 살아본 적 없는 시대의 조용하면서도 뜨거웠던 배움에의 열기를 짐작해볼 수 있는 전시로써 강추한다.

 

본부를 떠나며

 

학습매니저 서류심사에 통과하고 면접을 보러 왔을 때 받았던 질문이 하나 기억난다.

“서울자유시민대학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그때 무슨 대답을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만일 지금의 내가 그 질문을 받았다면 길게 생각할 것 없이 “랩소디”라고 대답할 것 같다.

랩소디(Rhapsody)의 어원은 그리스어 ‘Rhapsodia’로, 서사시의 한 부분이나 쉬지 않고 이어서 낭송하는 서사시를 의미한다. 음악용어로 쓰일 때에는 정해진 형식이나 특정 악기로 연주해야 한다는 규칙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형식의 악곡을 지칭한다. 리스트나 브람스까지 갈 것도 없이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를 떠올려보면(갈릴레오!) 그 특징을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음악(‘다들’ 11월 호의 “인생오케 음악회” 기사 참조)과 전시를 좋아하는,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그리고 평생교육학을 공부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지난 8개월 동안 쉴 새 없이 이어진 본부의 랩소디에 꽤나 즐거웠다. 모든 학습자들의 노래, 모든 직원 분들과 강사님들의 연주, 내년에도 멈춤 없이 계속 이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