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공부가 돼야 한다”

시민청 태평관에서 열린 시민청 특강

나무는 정면이 없고 경계가 없으며, 바라보는 쪽이 정면입니다. 정면과 경계를 지움으로써언제나 완성된 모습으로 서 있습니다. 꽃이 아름다운 이유는 완성되었기 때문입니다.

 

지난 12월 13일 서울시민청 태평관에서 열린 서울자유시민대학 시민청 특강 강단에 김용택 시인이 특별강연자로 초청됐다. ‘자연이 말하는 것을 받아쓰다’를 주제로 진행된 이날 특강은 올해 마무리된 서울자유시민대학의 강좌 이후 수강자들의 인문학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특별히 마련되었는데 수강모집한지 3시간만에 수강마감이 되어버렸고 눈이 내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200여명의 발길이 몰려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 더불어 김용택 시인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이날 강연에서 김 시인은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인공지능의 발달과 현재 직업의 75%가 소멸, 변화하게 될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이해 대체될 수 없는 인간형으로 ‘감성을 공감하는 인간’을 꼽고, 같은 문법으로 말하고 글을 썼을 때 소통되는 ‘교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삶이 곧 예술이며 공부가 되는 고향마을 임실에서의 삶

 

삶이 곧 예술이며, 공부

현재 전북 임실 고향 마을에 살고 있는 시인은 수려한 동네 풍경과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지내는 삶의 풍경을 보여주는 한편, 임실의 자연 속 삶을 소재로 ‘인문’과 ‘시’ 이야기를 풀어나갔으며, 동네에 자리하고 있는 300년 된 느티나무를 통해 계절의 흐름을 함께 나누고 시와 자연을 읊는 시인의 길에 들어선 일화를 소개했다.

고향 마을의 뒷산 이야기로 물꼬를 튼 김용택 시인은 임진왜란 당시 정착한 임실마을 주민들의 정착 유래를 ‘기댐’에서 찾았다. 그는 “사람은 무너짐에 대한 대비를 하며 불안과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살아간다”면서 ‘기대는 것’을 ‘인문의 시작’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배움은 짧지만 자연이 하는 말을 잘 알아들으며, 그에 순응해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가족과 주변인들의 일화를 들려줬다. 기하학적인 그림 같은 자태로 널려 있는 고추, 흐트러짐 없이 바른 모양새로 심어진 깨, 예술작품과 같은 가마니의 짜임새 등에서 그는 누구보다 자연의 생태계를 정확히 파악할 줄 아는 농부들의 삶이 곧 예술이 되는 것을 바라보며 ‘사는 것 자체가 공부’가 되는 삶을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문이란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학문이며, 공부란 일등이 되는 것이 아닌 사람이 되어 가는 것이며, 삶이 곧 시가 되어감을 농사짓는 고향 사람들과 같이 살면서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자연이 말하는 것을 받아쓰다

 

“선입견을 지우고 받아들여야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수 있다”

가장 작은 것을 바꾸지 않으면 가장 큰 것도 배울 수 없다고 강조한 그는 생각을 바꾸면 말이 바뀌고 행동이 달라진다며, 달라지지 않는 공부는 필요치 않으며 ‘사람이 그러면 못써’, ‘싸워야 큰다’, ‘남의 일 같지 않아’, ‘ 밥 먹을 때는 TV를 보지 마라’ 등 노모가 얘기해주신 일상생활에서의 작은 실천에서부터 변화의 혁신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살다보면 뭔 수가 나는 거지”, “심심할 줄 알아야 심심하지 않다” 등 일상에 배어난 삶 속에 숨은 인문학을 찾아내어 유쾌하게 풀어내기도 했다. 자연과의 삶 속에서 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할 줄 알았던 농부들이 자연 속에서 살아있는 삶의 지혜를 터득해 낸 것이라고 보았다. “생각을 정리해야 새로운 것이 나온다”고 본 김용택 시인은 생각을 정리하는 것에서부터 모든 인문적인 것이 나오며, 이것이 바로 글쓰기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31년 고향 모교에서의 교직생활 속에서 접한 자연과 일상을 글로 옮겨 적다 보니 시인이 되어 있었다고 밝힌 그는 “자기가 하는 일을 자세히 보며 생각을 써가다 보면, 생각이 늘고 표현력이 풍부해지며, 글을 쓰다 보면 자기가 하는 일이 더욱 잘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삶을 도와주는 게 글이지 무엇이 되기 위한 수단이 아니며, 하다보면 무엇을 하게 된다는 것이 바로 자신의 삶이었다고 고백했다.

교사로서 늘 새로운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배웠다는 그는 아이들이 쓴 어른의 허를 찌르는 독창적이고도 재기 넘치는 시를 함께 소개했다. 그는 아이들의 시를 통해 시가 결코 어려운 글이 아니며, 글쓰기로 무엇이 되어 보려면 1일 1줄씩 써보다 보면 생각도 늘고, 글도 점점 늘어서 한편의 글도 쓸 수 있게 된다고 격려했다.

 

서울자유시민대학 시민청 특강

 

완성된 나무와 같이 생각의 경계를 허물다

고향마을에 우뚝 선 500년 된 느티나무와 300년 된 느티나무의 사계절 모습을 사진으로 보여주었다. 정면이 없고, 경계가 없으며, 바라보는 쪽이 정면이 되는 언제봐도 완성이 되어 있는 나무의 모습을 통해 진정한 아름다움의 가치를 다시금 되새기게 했다.

그는 완성된 모습의 나무와 같이 생각의 경계를 지우는 일과 각자가 품고 있는 연못의 물을 퍼서 서로 교환하는 융합과 통섭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 나가는 게 오늘날 이념으로 분단된 우리 시대에게 가장 중요한 자세라고 강조했다. 정답이 하나밖에 없는 나라, 인생의 답이 하나밖에 없는 답답한 세상을 벗어나 늘 새롭고 감동이 넘치는 속에서 살만한 세상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받아들이는 힘’을 키우는 인문이라고 강조했다.

어디서든 일한만큼 경제적으로 대접받고 인간적으로 존중받는 사회, 노동한 만큼 휴식할 수 있는 나라는 나 혼자 잘 살 수도, 나 혼자 행복할 수도 없다며, 서로 기대고 든든하게 관계하면서 살아가는 세상이 되기 위해서는 ‘살다보면 별일이 다 있는 삶’이지만 ‘살다보면 뭔 수가 나오는’ 삶 자체가 그 해답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또한 강연에서 그동안 자본과 국가권력이 우리 삶을 절대적으로 규제하고 통제해 왔다면 앞으로는 시민의 힘, 독일 시민대학과 같이 시민대학의 힘이 큰 영향력을 가질 것이라고 강조한 김용택 시인은 삶이 공부가 돼야 하며, 어제와 다른 내일을 만들기 위한 평생 공부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했다.

한편 일상이 학습이 되고 삶이 학문이 되는 도시, 서울시민과 함께 성장하는 배움의 장이자 평생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는 서울자유시민대학은 올해 7개 학과 교육과정을 마쳤으며, 내년 3월부터 변화하는 시대가 요구하는 인문, 예술, 사회 등 다양한 분야의 교육과정을 다시 운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