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합으로 새로운 분야를 만든 이종관 산업현장교수

경영학 박사가 철학은 왜 했는가?

처음 이종관 산업현장교수의 이력을 접했을 때 들었던 생각은 “한 사람이 이렇게 다양한 걸 할 수도 있나?”였다. 이교수는 한양대 공대를 졸업하고, 연세대 경영학 석사를 하고, 몽골 울란바토르대에서 인상학으로 박사를 받았다. 지금까지 자격증을 46개나 땄고,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다. 종잡을 수가 없는 이력들.

이에 대해 이종관 교수 자신은 “현대는 융합형 인재가 각광받는 시대”라고 말한다.

한양대 고분자공학과를 졸업한 이교수는 재학시 공업화학기사, 환경관리기사, 산업안전관리기사 등의 자격증을 따고, LG에 취직했다. 거기서 전공을 살려 세일즈엔지니어로 2년간 근무했고, 월급이 많은 울산 미포 현대조선소의 직업훈련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이때부터 교육업무에 투신, 서울로 올라와 현대백화점과 현대산업개발을 거치며 30여년 동안 현대에서 교육업무 전문가로 일했다.

그러다 보니 경영학을 전공한 건 이해가 간다. 그런데 인상학이라니?

현대백화점에서 판매직원 교육을 할 때의 일화다. 일본의 직원교육 매뉴얼을 카피해 여자 고객에게는 옷, 가방, 소지품 등을 칭찬하고, 남자 고객에게는 남성다움을 칭찬하라고 교육을 했다. 교육을 받은 판매직원이 어느 중년 남성 고객에게 “넥타이가 잘 어울리시네요.”라고 칭찬을 했는데, 그 고객은 지금 막 부인의 삼일장을 치르고 온 고객이었다. 칭찬을 듣고 좋아하기는커녕 약을 올리는 거냐고 노발대발했고, 이때 이교수는 교육방법이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사람의 소지품을 칭찬하는 게 아니라 얼굴을 보고 그에 맞는 인사를 하는 것이 제대로 된 손님 접객이라는 생각을 했고, 당시 우리나라에 나와 있는 관상학 책 52권을 다 사서 3년간 공부했다. 그리고는 현대백화점을 퇴직하자마자 몽골로 날아가 인상학박사 과정을 밟았다. 한국 대학엔 인상학이 없었기 때문이다. 박사를 받은 뒤 원광디지털대학교에 얼굴경영학과라는 과를 창설해 9년간 교수로 재직했다. 마케팅이론을 관상과 접목하여 인상마케팅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만든 것이다. 융합으로 학문분야 하나를 새로이 개척한 것이다.

 

등단한 시인, 11권의 시집 내

공대를 졸업해 교육 인문 사회 분야에서 일을 하다보니 필연적으로 따르는 질문이 “내 정체성은 무엇인가?”였다. 심리학, 철학, 교육학, 산업경영을 두루 섭렵했는데, 나는 뭘하는 사람인가? 철학은 필연적으로 “왜 사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학문이다. 그러다 보니 근본으로 들어가 어떤 사물을 볼 때 그 내부로 빠져들게 되고 자연스럽게 시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 이교수는 11권의 시집을 낸 시인이다.

이교수가 획득한 46개의 자격증 중에는 재밌는 것들도 많다. 예절사는 결혼식에서 주례를 설 수 있는 자격증. 지금까지 300여 쌍의 주례를 서주었다고 한다. 역리사, 도로교통 안전관리사, 경영품질평가사 등도 있다.

자기 기술 분야만 파지 말고 다른 학문도 해서 폭을 넓히는 게 중요한 시대이다. 인문학을 공부하고 사고의 폭을 넓혀 창의력을 키워야 미래에 대비할 수 있다.

“예전에는 ‘일 더하기 일은?’ 물으면 ‘2’라는 정답을 맞추는 사람이 똑똑한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요즘은 ‘일 더하기 일은 귀요미’라고도 하고, ‘일 더하기 일은 삼, 왜냐면 남자 하나와 여자 하나가 더해지면 아기가 나오니까요.’라고도 하고, ‘일 더하기 일은 십일(11)’이라고도 해요. 이렇게 다양한 생각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자격증을 46개나 딴 이유

그의 배움은 끝이 없다. 이종관 교수는 지금도 제과제빵 과정을 배우고 있다. 제빵사 필기 시험에는 합격했고, 실기를 대비 중이다. 화공학 전공자로서 빵 만드는 공정을 화공적 측면에서 획기적으로 바꾸고 싶어 그렇다고 한다. 빵 만드는 과정에 관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11개 정도 가지고 있는데, 사실 제빵 자격증을 따지 않고 그냥 연구만 해도 되지만 “자격증도 없는 사람이 무슨 소리야?”하는 말을 듣기 싫어 자격증을 따놓고 연구할 거라고 한다.

지금까지 무려 46개의 자격증을 딴 이유가 여기 있다. 그냥 관상 마케팅을 해도 됐지만, 관상보는 사람들이 “당신이 관상쟁이도 아니면서 무슨 자격으로?”할까봐 몽골까지 날아가서 인상학 학위를 받았다. 현대 인재개발원장 시절 유통대학원 문을 아침 6시반에 열어주고, 밤 9시에 잠그다 보니 아침저녁으로 하루 4시간이 남았고, 그 시간을 흘려보내기 아까워서 공부를 시작했다. 결국 경영학 박사를 땄고, 자격증도 와장창 땄다.

HRD(인적자원개발)라는 분야의 현장산업교수가 자격증과 각기 다른 학문분야의 학위를 딴 것은 우연이 아니다. 창의적인 융합인재가 살아남는 시대, 그런 인재를 키우는 선생님이 융합인재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