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바꾸는 도시혁명 ‘소셜리빙랩’

도시 규모가 커지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미국의 도시계획가 제인 제이콥스(1916~2006)는 그의 저서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에서 도시 규모가 10배 커지면 도시 문제는 17배 이상 덩달아 커지고, 도시는 창의적인 사람들로 가득 차게 된다고 지적했다. 다양성을 지닌 도시는 그만큼 문제가 많아지지만 새로운 비즈니스의 인큐베이터가 된다는 뜻이다.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는 골목길과 그곳에 방치된 불법주차가 대표적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도시인은 세금을 내고 정부와 기업은 대신 해결에 나서왔다. 시민은 공공서비스의 대상으로 전락한지 오래고 도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로 병들어간다. 이런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시도할 때가 됐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현장을 실험실로 삼아 당사자인 시민의 참여로 다양한 사회문제의 해법을 모색하는 ‘소셜리빙랩’이 그것이다.

지난해 가을, 춘천시 석사천에서 주민 200여명이 참여해 만든 시민정원 ‘리틀 포레스트’가 산 증거다. 비가 오면 범람하고 지나는 사람도 없어 잡초만 무성한 이 썰렁한 공간을 주목한 것은 시민들이었다. 하천주변 유휴 부지를 시민 50개 팀에게 가상으로 분양하고 한 달 동안 나만의 정원을 만들어보게 했는데 도시 풍경이 확연히 바뀌었다. 시민들은 정원을 가꾸기 전에 원예교육도 받고 지정된 화원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을 지급받아 자신의 정원을 가꿀 원예를 직접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원예 쿠폰과 함께 카페 쿠폰도 지급됐는데 그것으로 매주 토요일마다 푸드 트럭에서 음료를 마실 수 있도록 조치했다. 팻말 만들기와 화관 만들기 같은 공동체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마지막 주말엔 가드닝 파티까지 열렸다.

시민참여로 이뤄진 한 달간의 실험은 도시에 큰 울림을 안겨줬다. 춘천시의 화답도 이어졌다. 시민정원은 해마다 열리는 도시축제로 발전할 수 있도록 예산이 배정됐고 도시 곳곳에 아름다운 시민정원을 조성할 수 있는 시민참여 사업으로 도약했다.

이런 성공적인 사례에도 불구하고 리빙랩은 아직 우리에게 낯선 단어다. 그 이유는 리빙랩의 특징인 시민참여 기반이 광범위하게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국민과 함께 일하는 부분을 늘려가야 한다. 일방적으로 공공서비스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함께 관계를 맺을 줄 아는 정부가 되어야 한다.” 영국의 사회혁신 싱크탱크 NESTA를 이끌고 있는 제프 멀건(Geoff Mulgan)의 말처럼 보다 광범위한 시민의 참여를 이끌어낼 방법은 없는 것일까?

주민과 함께 공동 창조(Co-creation)하는 방식으로 도시문제를 해결할 숙제거리를 찾아보자.

경상북도 의성군 탑리버스정류장은 한국전쟁의 난리통인 1951년에 생겨났다. 대구의 큰 장인 서문시장과 의성을 시외버스로 이어온 지 68년째다. 하지만 탑리버스정류장의 대표이사로 평생을 살아온 김재도(81)씨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70~`80년대 하루 이용객이 2,000명을 상회하던 정류장이 하루 20명도 채 되지 않게 급감했기 때문이다. 지역의 인구유출과 저출생으로 지방소멸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경북 의성군은 지자체 소멸위험 지수가 0.158로 30년 내 사라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방자치단체로 손꼽힌다.

지역의 위기는 이렇듯 저출생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제조업 고용창출력 약화 등으로 지역 일자리 상황이 계속 어려움에 처하고 있는 것이다. `13년 비수도권 청년 순유출 인구가 4.5만 명이던 것이 `17년에는 5.9만 명으로 급증해 지역이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이것이 2019년을 맞이하는 한국 사회의 자화상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이런 저출산고령화의 위기를 어떻게 돌파해나갈 것인지가 핵심 화두로 떠오른 지 이미 오래다. 핵심은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다. 그것은 정부와 시장이 선도하는 모델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지역 주민이 참여해 함께 할 때 돌파구가 열리지 않을까? 우리의 고민은 여기서 출발한다. 탑리버스정류장이 소셜리빙랩 현장이 되고 주민의 직접 참여를 통해 활력을 불어넣는 모델을 수립해보자는 것이다.

행정안전부가 2018년 ‘시민참여 공간활성화’ 공모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한 목포 공장공장의 <괜찮아마을> 사례가 대표적이다. 괜찮아마을은 전국의 청년을 기수별로 30명씩 목포에 모아 원도심 빈공간에 설립된 괜찮은학교와 괜찮은집, 괜찮은공장에서 청년 힐링과 창업 프로그램을 진행해 청년 정착인을 배출함으로써 청년실업과 지역 공동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한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2017년 서울에만 빈집이 8만 가구에 육박했고 경기도엔 빈집이 14만5000가구에 달했다. 2019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렇게 질문한다. 점점 심해지는 지역격차를 해결할 방법이 없을까? 우리 동네 비어있는 빈집들을 활용할 방법이 없을까? 여성도 안심하고 밤길을 다닐 수 있을까?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이고 있다. 문제를 가장 잘 아는 당사자, ‘시민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주민들이 서로의 아이를 봐줄 수 있는 육아공동체를 만들고 사회적 기업은 빈집을 저렴하게 빌려서 리모델링한 후 다시 저렴한 임대료로 1인 가구 청년들에게 빌려주는 사업을 시도하는 것이 그 예이다. 사회문제는 정부나 지자체가 해결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그렇지 않음을 보여주는 반가운 변화가 이미 우리 곁에서 시작되고 있다. 지역문제 해결을 위해 당사자인 주민의 참여를 끌어내려면 주민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고 그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

지역을 살리는 핵심 전략의 한가지로 ‘소셜리빙랩’이 주목받고 있다. 우리는 리빙랩을 리빙랩답게 만들려면 최종 사용자인 시민이 포함돼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낡은 사고와 행동방식을 바꾸기 위해 광범위하고 복잡한 사회적 학습의 과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사회 전체를 사회기술적 실험이 진행되는 하나의 거대한 연구실로 여겨야 한다. 바로 우리가 사는 지역, 마을이 그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