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열정자들의 하모니

가장 중요한 지표로 삼았던 것은

우리가 과연 같은 지점을 향해서, 같이 바라볼 수 있느냐

이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였습니다.

 

함께, 인생의 절창을 만들다

 

김미지: 인터뷰에 앞서 공간을 둘러보는데 단원 분들께서 연습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 선율로 인터뷰를 시작하니 기분이 남다르네요.(웃음) 먼저 독자 분들을 위해 ‘인생오케’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릴게요.

유주환: 평소에도 굉장히 즐겨서 인용하는 건데, 황석영 선생님께서 인생의 누구에게나 절창은 있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문장 자체가 참 멋지지 않습니까. 인생오케를 처음 시작할 때 그 문장을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음대를 졸업했더라도 살다보면 누구의 엄마 혹은 아빠로만 살아가거나, 음악에 대한 열정은 있지만 이를 계속 하기가 곤란하다는 등 다양한 삶이 있으세요. 그렇게 악기, 음악에 대한 열정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계신 분들을 위한 곳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처음 단원을 모집할 때 음악을 전공했다면, 모집 일자를 기준으로 지난 5년간 프로 오케스트라에서 전문적으로 일하지 않으신 분, 또 어느 정도 일정 수준을 지닌 아마추어, 전 ‘위대한 열정자’라고 표현하는데요. 그런 분을 대상으로 모집했어요.

김미지: 선생님께서는 어떤 계기로 인생오케에 참여하시게 되신 건가요?

조지연: 바이올린을 전공했지만, 가끔 객원 연주자나 봉사로 연주 활동을 하면서 유 선생님 말씀처럼 누구의 엄마로만 살아왔죠. 그러다 우연히 같은 교회 성도 분의 추천으로 들어오게 됐어요. 제 주변에 음대 나오고, 유학도 다녀왔음에도 아이를 키우면서 주부로만 사는 이가 많아요. 아깝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그들도 이런 걸 하면 참 좋은데… 저 역시 처음엔 망설였어요. 추천해주신 분도 당연히 안 할 줄 알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근데 마침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겨서 참여하게 됐어요. 전공자가 많이 계실 줄 알았는데 막상 와보니 거의 안 계시더라고요. 근데 그 열정이 전공하신 분들보다 더 대단하세요. 그래서 감히 관둔다는 말을 못하겠어요.(웃음)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는 유일무이한 오케스트라

 

김미지: 그렇다면 현재 인생오케의 단원 현황은 어떤가요?

유주환: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편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웃음) 퍼스트․세컨드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플루트, 클라리넷. 이렇게 열다섯 분 정도 돼요. 인생오케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건, 원래 모든 곡들에는 호른, 오보에 등이 갖춰져야 하는데요. 어떤 악기가 모이게 될지 알 수 없으니, 그 상황에 맞추어 연주를 해요. 제가 원래 작곡을 전공했기 때문에 저희 스타일에 맞게 편곡을 합니다. 물론, 제가 아닌 그 작곡가의 냄새가 최대한 날 수 있도록 작업하고요.

 

김미지: 세상의 유일무이한 오케스트라가, 유일무이한 곡을 연주하는 거군요?(웃음)

유주환: 그런데 이상하게 들리진 않는 거죠.(웃음)

김미지: 인생오케가 시작된 지 1학기가 지났는데요. 분위기는 어떤가요?

유주환: 분위기 면에서는 세계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단원들도 대다수 남아계세요. 연습을 안 한다고 하면 밤길을 조심해야 할 정도예요. (웃음) 지금은 서울자유시민대학 학기가 시작되기 전이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모이고 있어요. 다들 연습하는 목요일만을 기다리시죠. 속 모르는 사람이 보면 한가한 분들이구나 생각할 정도예요. 절대 그렇지 않거든요. 그래서 저 역시 열정을 쏟고 있습니다.

조지연: 너무 열심히 하세요. 개인사정으로 연습을 3~4주 못했는데, 그게 죄송할 정도로요. 심지어 연습 시작 한 시간 전에 오셔서 준비하세요. 오늘도 그렇고요. 다들 음악을 기본적으로 좋아하시는 것 같고, 연세가 어느 정도 있으신 분들은 애들도 어느 정도 키워놓고 이제야 당신들의 인생을 찾고 계신 것 같아요. 유 선생님 말씀하신 것처럼, 인생오케, 그 절창을 찾으려 하시는 것 같아요.

김미지: 정말 놀랍네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그 원동력이 뭘까요? 아무래도 이끌어 가시는 분께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주시기에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유주환: 제가 잘 조각했다기보다는, 물론 처음엔 그런 생각도 없진 않았으나,(웃음) 절대 저 혼자만의 힘이 아닙니다. 일단 서울자유시민대학에서 바탕을 마련해주셨죠. 참으로 놀란 것은, 여기서 강연을 오랫동안 했거든요. 4~5년 정도? 별의 별 강좌를 했는데 그때는 주로 인문학을 했어요. 그래서 그것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강좌이기 때문에 긴장도 하고 기대도 했어요. 아마 제 열정이 없었으면 어렵지 않느냐고 말씀하시면, 그것도 일정 부분 맞지만, 자유시민대학의 배려가 없었다면 힘들었을 거예요. 지난 시즌 영상을 찍어주셨는데, 제가 액션 영화의 주인공인 줄 알았어요.(웃음) 스스로 지휘하는 모습을 볼 일이 별로 없잖아요. 주위에 자랑도 했어요. 이렇긋 세련된 콘텐츠로 사업을 뒷받침해주시는 것이 주효했고, 두 번째는 제가 꼼짝도 못하게 이젠 저를 끌고 다니시는 수많은 수강생들의 열정. 이게 결국 동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김미지: 그렇다면 인생오케가 시작할 때, 말씀하신 조각의 방향을 어떻게 잡으셨나요?

유주환: 인생오케는 이런 방향에서 보시면 답변이 될 것 같아요. 인생의 가장 큰 자랑과 특성은 세대를 아우른다는 거예요. 전공자와 비전공자, 아마추어와 프로로 구분하는 게 아닌 인생의 절창을 만들어보고자 그 기치로 모인 분들이라고 하면 대답을 대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김미지: 요즘 사회에는 다양한 연령대가 모이기가 쉽지 않죠. 세대 간 단절 문제도 대두되고 있고요. 그런 지점에서 소통에 있어 어려움은 없었나요?

조지연: 공통분모가 음악이기 때문에 그런 어려움은 없어요. 취업을 앞둔 학생부터 댁에서 손녀 봐주시다 오신 여사님까지 정말 다양한 분이 오셨어요.

유주환: 전통 사회에선 어르신들의 지혜가 참 중요한데, 지금 사회는 그것을 필요 없는 가치처럼 생각하게 만들잖아요. 만약에 자유시민대학 교육이 특정 연령대만을 위한 게 아닌 우리가 자연스럽게 모여서 음악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지혜를 구해 나갈 수 있다면, 그 아이디어만으로도 절반은 성공한 것 아닐까요. 제가 조각을 하고, 지혜를 드린다고요? 아니요, 제가 더 많이 얻습니다. 또 제가 많이 조종당해요.(웃음) 단원 분들이 제가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을 굉장히 많이 보여주세요. 조 선생님께서 “아, 이런 다른 세계가 있구나”, 라는 멋진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특히 예술 전공자들은 어려서부터 정해진 길을 걷게 되잖아요. 그래서 세계가 좁아질 수 있는데, 여기에 와서 다른 삶을 살았던 분들의 다양한 세계를 만나게 되는 거죠.

조지연: 맞아요. 항상 전공자들과 연주하고 봐왔는데, 여기서는 직장인, 은퇴자, 학생 등 정말 다양한 분이 음악이 정말 좋아서 강요 없이 열심히 하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전공자들은 물론 좋아서 전공 했겠지만 싫든 좋든 경쟁을 해야 하거나 하기 싫을 때도 억지로 해야 하는 게 있잖아요. 그런데 이곳에서는 음악을 즐기시는 게 너무 보기 좋아요. 연주회 때 따님, 손녀 등 가족들이 와서 격려하고 박수 치는 모습을 보는데, 참 뭉클하더라고요.

유주환: 무엇보다 다 같이 어깨동무하고 서로 독려하며 나아가는 게 정말 멋지죠.

김미지: 그런 면에서 인생오케 활동 전과 후, 내 인생에 음악이 안겨주는 의미가 어느 지점에서는 조금 변화했을 것 같아요.

조지연: 음악으로 인해 내 인생이 정말 풍부해진 걸 느껴요. 그 전엔 스트레스 받는 게 심했어요. 물론 지금도 긴장은 하지만, 그래도 틀렸다고 째려보거나 그런 사람 없잖아요.(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한편으로는 조금 더 모범을 보여야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서로를 듣고 이해하며 균형을 맞추는 하모니의 삶

 

김미지: 지난 기사들을 찾아보니 유 선생님께서 무엇보다 ‘밸런스’를 강조하셨더라고요. 어떤 의미일까요? 선생님의 철학과도 맞닿아 있을 것 같아요.

유주환: 철학이라고 말씀하시니까 얼굴이 후끈 달아오르네요.(웃음) 앙상블이라는 건 자기가 소리를 잘 내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다른 사람의 소리를 잘 듣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앙상블은 굉장히 오랫동안 음악에 있던 형식이고, 사실 하모니는 그리스말의 ‘팔(arm)’에서 나온 말이에요. 무슨 일을 할 때 서로 손도 내밀고 팔을 덧대서 하나가 되는 것, 이게 하모니라는 거죠. 단순히 우리가 모여서 연습하는 게 아니라 서로를 듣고 이해하고. 또 이를 마음의 거울로 삼으면서 연주하는 게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모범과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면에서 음악보다 더 훌륭한 모델이 있을까 싶고요. 그런데 우리가 학교에서 오케스트라를 할 때에는 그런 생각을 못했잖아요. 이제 시간이 이만큼 흘러서 거기에서 자유로워지니 그 의미가 오히려 다가오는 거죠. 하모니, 즉 서로 간의 균형을 가져가는 것. 이게 참 기가 막히지 않나요?(웃음)

김미지: 작년 11월 23일 첫 연주회를 하셨는데, 보통의 클래식 음악회와는 달랐다고 들었어요.

유주환: 음, 오랫동안 생각해왔던 건데요, 보통 음악회를 할 때 쉽고 대중적인 음악을 연주 해달라고 요청해요. 저는 그런 것에 대한 고집이 있어, 그렇게 잘 안 해요. 세상에 어려운 음악은 분명 존재하죠. 그러나 이를 처음에 어떻게 이해하도록 접근하느냐가 중요해요. 그 일은 사실 전공자들이 할 일 같아요. 무대와 객석이 지금 얼마나 떨어져 있어요. 음악은 사회적 약속으로부터 출발해요. 아이가 처음에 태어나서 음계가 어떻다고 말하지 않잖아요. 일종의 언어인 거죠. 당연히 이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경로를 터주어야죠. 그게 없이 가만히 앉아만 있으면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건, 큰 잘못이에요. 제 목표는 음악 자체에만 온전히 집중하면서, 이 상징하는 바가 어디로 가고 있는가를 가급적 쉬운 말로 공감할 수 있게 이야기해요. 공명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찾는 거죠. 그것의 좋은 모델이 인생오케가 아닌가 싶어요. 우리는 실제 백지 상태에서 출발하거든요. 그 땀의 순간을 체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음악회에 해설을 붙인 것 같아요. 우리는 다른 해석을 해야겠다.

조지연: 사실 그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정말 이해가기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를 잘 해주세요. 그래서 단원들도 더욱 열심히 하시고요. 어떨 때는 화를 낼 법도 하신데,(웃음) 한 분 한 분 다 맞추어 주시고.

김미지: 인생오케가 정말로 음악이 우리 삶의 좋은 자양분, 행복을 주는 존재임을 몸소 보여주고 있는 듯 하네요. 또 앞으로도 그것의 구실점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하겠습니다.

유주환: 정말 그랬으면 바라요. 인문학의 기본은 음악이 분명한데, 항상 인문학 콘서트라고 하면 음악을 곁다리로만 넣어놓죠. 도저히 못 참겠다, 그래서 인생오케를 시작한 계기이기도 해요.(웃음) 많은 분이 가능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고, 덕분에 제가 복 받은 거죠. 인생오케를 통해 제게 필요한 자양분을 얻고 있어요. 또 인생오케에는 수많은 어시스턴트가 있습니다. 다들 자신을 들어내기보다는 뒤에 숨어서 타인을 빛내주세요. 앙상블 단원이 한 사람 한 사람 빛나려면 자신을 드러내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디딤돌이 되어서 전체를 끌고 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걸 몸소 보여주고 계시죠. 앞으로도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