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듣는 땜장이’ 류재룡 장인의 일과 학습

장인이 일하는 방에 들어서면, 어지럽게 놓여 있는 기계들과 쉽게 마주할 수 있다.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이곳에서 일한다는 류재룡 장인, 한쪽 벽을 가득 메운 특허증이 말해주듯, 이 분야에서 소문난 전문가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을 그저 “땜장이”라고만 소개한다. 우리의 방문에 첼로 클래식과 ABBA, 이문세의 노래를 틀어주려 LP판을 고르는 그는, 감성적인 땜장이였다.


사람들은 장인이다 발명가다 그러는데, 나는 그냥 땜장이에요.

 

류재룡 장인은 세운상가 내에서도 못 고치는 게 없을 정도로 소문난 전문가이지만, 정작 그의 전문 분야는 라디오다. 그의 라디오 사랑은 국민학교(초등학교) 5학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라디오가 좋은데 산골이니까 방송을 들으려고 동네 높은 곳에 전깃줄 연결해서 레시바로 들었어요. 그때부터 워낙에나 만드는 거 좋아했었죠.” 라디오를 너무 좋아했지만, 그 당시 제법 값이 나가던 라디오를 그는 직접 만들어서 쓰게 됐다고 한다. 그러면서 주변에 제법 솜씨가 좋다고 입소문이 나고 조금씩 용돈을 벌어 쓰던 것이, 그가 본격적으로 기계를 만지는 일을 업으로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는 한결같이 “재미가 없으면 일을 안 한다.”면서 돈을 쫓으려고 이 일을 시작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용돈은 잘 들어오는데, 똑같은 걸 자꾸 하니까 재미가 없는 거야… 새로운 걸 계속 해야 하는데… 그래서 이 개발, 저 개발하는데 푹 빠졌어요.”

 

 

소문난 류재룡 장인의 실력 때문에, 다양한 곳에서 많은 의뢰가 들어오지만 그가 일을 맡고 몰두하는 주된 동력은 “재미”이다. “특정 하나를 딱 하는 게 아니라, 재미있고 그러면 막 차고 들어앉아서 다 해보는 편이에요.” 그 덕분에 그는 국내 기계 산업계에 굵직굵직한 아이디어 상품들을 개발하는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스크린 골프도 제가 개발해줬어요. 나중에는 실내 말고 실외에서 동작하는 것도 개발해주고…” 몇 년 전에는 대학 연구소에서 그와 공동으로 작업해보고 싶다고 의뢰가 들어와 위촉 연구원직을 맡아 대학 교수와 박사급 연구원들에게 기계에 대한 자문을 해주기도 했다고 한다. “대덕연구단지 로봇 연구소에도 위촉으로 갔어요. 그분들은 한 가지만 했찌만, 나는 잡다하게 손 안 가는 데 없이 막 하니까. 얘기하고 토론하면서 문제를 해결해주는 거죠. 나중에는 대우도 받고 그랬어요.”

 

사람들이 그러잖아요. 이렇게 생긴 손가락이 손재주가 좋다고…

 

류재룡 장인이 가장 힘든 때는 외로이 혼자 기계와 싸울 때이다. 늘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이 시도해보지 않았던 일에서 막히거나 문제가 생기면 그것을 해결하는 것도 오롯이 류재룡 장인이 홀로 감내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일이 막혀서 끙끙댈 때가 가장 힘들어요.” 이 때문에 그는 한동안 술과 담배를 달고 살았다고 한다. 그가 일로 받은 스트레스를 혼자 조용히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던 것이다. “하루에 세 갑도 피고… 그런데 나이 먹으니까 아둔해지는 것 같고 해서 몇 년 전부터는 전혀 안 하고 관리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