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1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자 그들은 학사가 되었다

 

도시 전체가 배움의 터전이 되고 시민 모두가 더불어 배우는 도시,
삶과 배움의 경계가 없는 서울은 학교입니다.
학습하는 시민, 성장하는 도시를 위해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이 함께합니다.

<다들>이 서울은 학교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매월 서울자유시민대학, 모두의학교, 동네배움터 소식을 전합니다.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이 운영하는 각양각색의 학교에서 일어나는 재미난 이야기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

 

1회 명예 시민학위 수여식

연인들이 사탕을 주고받는다는 3월 14일,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선 학위증을 주고받았다.

6년 전, 서울시민청 시민대학 개관을 시작으로 은평, 중랑, 뚝섬 등에 학습장을 개원하고, 대학과 MOU를 맺으며 차근차근 영역을 넓혀온 서울자유시민대학에서 공부한 시민들이 드디어 학사 학위를 받는 날이다.

다목적홀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 회원들이 직접 유기농 차를 우려내어 예쁜 찻잔에 따라주었다. 아직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때라 따뜻한 차 한모금이 온 몸에 온기를 가득 채웠다.

식장 안으로 들어가자 1층에는 학사복과 학사모를 쓴 오늘의 주인공들이 열을 맞춰 앉아 있었고, 2층에는 가족들과 관계자들이 드문드문 자리했다. 무대에서 팝페라팀 퀸스틀러가 정지용의 ‘향수’를 부르고 있었다.

퀸스틀러와 함께 식전 축하 공연을 맡은 서울자유시민대학 체임버오케스트라는 서울자유시민대학 ‘인생오케’ 강좌를 들은 수강생들의 모임이다. 예전에 악기를 다뤘지만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 손놓고 있던 시민들을 대상으로 수강생을 모집했고, 이들이 모임을 만들어 지금껏 연주하고 있다. 명예시민학위 수여식에 서울자유시민대학에서 결성된 오케스트라라니 뜻도 있고 재미도 있다.

서울자유시민대학 체임버오케스트라 ‘인생오케’의 축하공연

공부할수록 젊어지는 마법

축하공연이 끝나고, 서울시 전임원 아나운서의 진행으로 행사가 시작되었다.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 제창에 이어 내빈 소개를 했다. 김영철 서울평생교육진흥원장, 신원철 서울시의회 의장에 이어 박원순 서울시장이 일어서자 객석에서 함성이 터졌다. 그도 그럴 것이 박원순 시장은 오늘 학위를 받는 분들보다 약간 더 화려한 푸른색이 들어간 학사복에 학사모까지 쓰고 왔다.

인사가 끝나고 서울자유시민대학에서 공부한 시민들의 인터뷰가 담긴 동영상을 봤다. 인터뷰이 중에는 형무소에서 자격증을 취득한 시민, 대학 시절 이과 전공이었으나 문과로 전향해 강의를 들은 시민도 있었다. 자신감 없고 내성적이었던 분이 자신감을 장착하기도 했고, 70대가 되었지만 공부하면서 20대가 된 것 같다는 분도 있었다.

이어서 서울시의회 신원철 의장의 축사가 있었다.

“방금 본 동영상에서 공부를 할수록 20대가 되어간다고 하셨는데, 그렇게 보면 여기서 제가 제일 나이가 많은 것 같습니다. 흔히들 배움에 나이가 어디 있냐, 배움에는 끝이 없다고 하는데, 오늘 여기 계신 381명의 사람들이 바로 그런 분들입니다. 존경하고 축하드립니다. 여기서 멈추지 말고 석사, 박사까지 하시고, 서울시가 세계적인 평생학습도시가 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위대한 국가와 도시를 만드는 시민의 학습

이어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학사복에 학사모 차림으로 나와 축사를 했다.

오늘 학위를 받는 분뿐만 아니라 뒷바라지한 가족들에게도 축하를 드린다며 시작한 축사는 독일 뮌헨의 시민대학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총 인구가 100만 명이 되지 않는 도시 뮌헨에서는 한 학기에 수만 개의 강좌가 열리고, 시민 한 명이 일주일에 적어도 한두 개의 강좌를 듣는다고 한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읽어보면 뮌헨은 예로부터 게르만족이 사는 곳이었는데, 게르만족은 바바리안 즉, 야만족이라고 불렸다. 그랬던 도시에 지금은 세계 최고의 자동차회사 BMW, 최고의 보험사 알리앙츠 등이 둥지를 틀고 있으며, 국민소득도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그 이유는? 바로 공부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선 시민의 힘을 시민력이라고 합니다. 위대한 국가는 위대한 시민이 만들고, 위대한 시민의 힘은 학습에서 나옵니다. 저는 뉴욕, 도쿄, 파리, 베이징, 서울 등 세계 각 시민 다섯명을 무작위로 모아 자유 대화를 해봤으면 좋겠어요. 통역 붙여주고 요즘 문제가 되는 미세먼지, 기후 변화 등에 관한 이야기를 하라고 하면, 어느 도시의 시민이 상식과 보편성을 가지고 있는지 그 수준이 딱 보이겠죠?“

서울자유시민대학이 현재는 28개인데 권역별로 확산되고 모든 시민이 석사, 박사 학위를 가지면 서울이 세계에서 가장 발전한 최고의 도시가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지금 100시간 이상 공부하신 분들이 학위를 받는데, 이건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세상에 얼마나 유혹이 많습니까? TV, 드라마, 술자리…이런 것들을 물리치고 100시간이나 공부하셨다는 게 대단합니다. 축하드립니다.”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부르다

축사가 끝나고 드디어 수여식이 시작되었다.

먼저 학습자 대표와 우수학습자 11명에 대한 학위가 수여되었다. 학습자 대표 노영기 씨와 무려 800시간 이상 학습한 우수학습자 원동선, 문현자, 박미희, 도현정, 이교성, 구본형, 김은숙, 최영아, 김기수, 강성식 씨가 학위증을 받았다. 이들은 수여자인 박원순 시장과 함께 기념 촬영을 했다.

이후 가나다순으로 한 그룹씩 단상 위에 올라와 학위를 받았다. 6그룹까지는 신원철 의장이, 7그룹부터 14그룹까지는 김영철 원장이 수여했다. 단상 위에 올라온 후 사회자가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호명하면, 학위증을 받고, 수여자와 악수하고, 한 그룹의 수여가 끝나면 다 함께 모여 학위증을 펴들고 기념촬영 했다. 간혹 일이 바빠 못오겠다고 통보했으나 시간을 내어 부랴부랴 달려오신 분들 덕분에 이름에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14그룹까지 굉장히 일사분란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수여식이 이루어졌다.

 

그 과정에서 381명의 학생들 이름이 한 명 한 명 모두 불리는 것을 보고 있자니 묘하게 감격스러웠다. 내가 대학교 졸업할 때 이름 불린 적이 있던가? 다른 많은 동기생들처럼 나도 대학졸업식이 거행되는 식장 안으로 들어가보지도 않았다. 대학교는 고사하고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때까지도 졸업생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불러주는 학교는 없지 않을까? 물론 반으로 나뉘어 있었기에 반에서 담임선생님이 졸업장을 주며 이름을 불러주시기는 하지만.

모든 졸업생들이 모여 이름을 부르고 듣는 그 과경을 보며 김춘수 시인의 시를 떠올렸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 꽃이 되었다’고 했던가?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불러주는 그 순간이 학습자들을 꽃으로 피어나게 한다는 느낌이었다.

 

학사모를 던지며 수고하셨습니다!”

수여식이 끝난 뒤엔 모든 졸업자들 전체 촬영이 있었다. 앉아서 한번, 서서 한번, 마지막엔 학사모를 다함께 던지며 촬영했다. 학사모를 던지는 광경도 헐리우드 영화나 광고CF에서나 봤지 실제로 이렇게 보기는 처음이다.

모든 순서가 끝나고 식장을 나오는데, 다목적홀 입구에 등신대의 박원순 시장 입간판이 서 있었다. 이 포토존은 제법 인기가 있어서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진찍을 차례를 기다렸다. 마지막까지 알뜰살뜰하게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졸업식이었다.


나도 명예시민학위를 받고 싶다면
?

명예시민학위는 서울자유시민대학의 강좌를 일정 기준 이상 이수한 학습자에게 서울특별시장 명의의 학위를 수여하는 제도로, 비학위제도이긴 하나 시민대학과 연계된 다양한 사회참여 활동이 가능하다. 시민연구회, 동아리 등의 지속적인 활동을 통해 정책파트너가 되거나 서울평생교육진흥원 시민기자단, 모두의학교 자원봉사자 모두아띠, 학습매니저, 평생학습코디네이터 등 일자리로 확대 연계된다.

출석률 70%(10주 과정), 80%(5주 과정)이상 및 과제 등 일정 기준 충족 시에만 학습시간을 인정하는데, 시민학사는 100시간 이상 취득, 석사는 학사 학위 취득 이후 200시간(누적 300시간), 박사는 석사 학위 취득 이후 200시간(누적 500시간) 이상 강좌를 이수하고 사회참여활동과 연구과제 수행 등을 충족해야 한다.

올해 1분기 서울자유시민대학 수강신청 기간은 끝났으니 2분기 신청기간을 노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