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다시 세운으로’ 김정규 장인의 일과 학습

김정규 장인은 경력 36년의 전기 전자 수리 전문가다. 한창 세운상가가 호황을 누릴 때 많은 돈을 벌었다고 했다. 그러던 것도 잠시, 사업에 문제가 생겨 뉴질랜드로 이민을 가서 수리업을 이어가게 된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세운으로 돌아왔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여기가 편안하고 정이 들어서… 세운은 그런 공간이에요.” 그는 돌고 돌아 다시 세운으로 왔다. 요즘 그는 호황을 누렸던 세운의 또 한 번의 르네상스를 위해 힘쓰고 있다.

어딜 가지를 못해. 세운상가에 정이 들어서 편안한 거예요.

 

장인은 제품을 수리하는 일을 하지만 “머리를 쓰는 일”이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기술자를 손재주만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라는 것이다. “막 경험으로 한다 이러잖아요? 다 뭐 경험으로 하는 게 있어요. 몸으로 하면 거의 다 하는데 이거는 몸만으로는 안돼. 머리를 써야 되는 거야. 회로로 머리를 써야 돼요. 왜 이게 작동이 안 될까를 찾는 거 아니에요?” 그에게 맡겨지는 웬만한 제품들은 시중에서 해결되지 못한 것들이 많아, 그가 직접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단순히 머리가 좋다고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해겨로디지 않는다고 말한다. “기본 회로가 있으니까 거기서 응용을 해서 또 발전시키고, 발전시키고 나가는 거야 전자 제품들이. 그 기분을 아니까 이걸 할 수가 있어. 어떤 기분인지.” 문제가 해결되는 ‘그 기분’을 아는 것이야 말로 김정규 장인만의 노하우인 것이다.

안 풀릴 때는 기계를 던져 버리고 싶을 만큼 힘들어요. 그러다가도 해결이 되면 날아갈 듯 기쁘죠.

 

경력이 많은 숙련된 장인에게도 그동안 맡아보지 못했던 물품들은 낯설기 마련이다. 장인은 가장 힘든 순간을 ‘문제가 잘 안 풀릴 때’라고 말한다. “안 풀릴 때는 기계를 던져 버리고 싶을 만큼 힘들어요.” 그러다가도 이내 해결이 되면 날아갈 듯 기쁘다고 한다.

 

 

그러나 김정규 장인은 이 일을 하게 되면서 기계만큼이나 사람을 잘 상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사람을 잘 상대해야 해요. 기계만 열심히 고쳐가지고 이거 다 됐어요. 가져가세요. 이러면은… 인간관계가 형성이 안 되잖아요? 그래 이제 서로 아 이게 이렇게 해서 여기 망가진 것 같은데요? 뭐 딴 건… 이런 대화를 하면 이제 그 사람도 호감을 해요. 또, 아 내가 그걸 잘못 들어서 그런가? 얘기도 하고. 그런 게 좋잖아요. 서로 좋게. 서로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기술자들은 나만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김정규 장인은 세운에서 비슷한 일을 하는 ‘동료’가 있음을 가장 좋은 점으로 꼽았다. “기술자들은 나만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모르는 게 있으면 물어도 보고, 서로 의논을 하면서 이렇게 하나하나씩 해나가요.” 그는 요즘 사람들의 추억이 담긴 물품을 접수받아 저렴한 가격에 수리해주는 ‘수리수리협동조합’을 만들어 동료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부품이 나오지 않아 수리가 어려운 턴테이블, 진공관 라디오와 같은 물품들은 장인의 손을 거쳐 다시 소리를 찾게 된다. “요즘은 동료들하고 낮에 일하고, 저녁에 술 한 잔 먹고 그리고 집에 가는 게 낙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