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 있게 외길 50년… 이승근 장인의 일과 학습

드라이버랑 뺀치는 꼭 넣고 다녀요. 손에서 놓아본 적이 없어…

올해로 73세인 이승근 장인은 5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세운의 장인들은 30년 이상 경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이승근 장인은 나이가 많은 원로급 장인이다. 그래서일까 고장이 난 물건을 척 보면, 앉은 자리에서 진단이 끝난다고 소문이 났다. 고치기 어렵다고 돌려보내졌던 빈티지 라디오는 이승근 장인의 손을 거치면 새것처럼 다시 태어난다. 그는 기술자들이 사회적으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현실에 개탄하고, 협동조합을 만들어 젊은 사람들에게 기술을 전수하려는 교육자의 역할을 자처하기도 했다.

 

“기술자는요 어딜 가나 굶어 죽지는 않아요.”

이승근 장인은 젊은 시절부터 손재주가 좋았다고 했다. 심지어 그는 늘 가방에 드라이버와 펜치를 넣고 다녔는데, 그의 이러한 손재주 덕분에 순간의 기지를 발휘해 어려움을 모면한 순간도 있었다. 장인은 젊은 시절 떠난 무전여행에서 젊은 치기에 무임승차를 한 적이 있었다. 결국 붙잡혔지만 마침 전기가 나간 역사에서 장인의 솜씨를 발휘해 전기를 고쳐주고 사면을 받게 된 것이다.

“무전여행 갔는데 기차를 몰래 타고 오다 김천역에서 걸렸어요. 그런데 역 안으로 혼나러 들어갔는데 그때 천둥번개가 치면서 역 안에 불이 다 나가더라고. 휴즈가 끊어진 거예요. 그래서 휴즈를 꽂아주고 고쳐줬어요.” 그는 요즘에도 가방에 수리 장비를 가지고 다닌다고 한다. “요즘에도 가방에다 테스트기하고 고데하고 드라이버 뺀치는 꼭 넣고 다녀요. 손에서 놓아본 적이 없어요.”

 

기술자에 대한 오해와 편견… 남몰래 흘린 눈물

이승근 장인은 기술자들이 자신들이 하는 일에 비해 제대로 평가받고 있지 못하다고 말했다. 특히 기술자를 “손으로만 먹고 사는 사람”이라고 오해하는 것이 가장 못마땅하고 속상하다는 것이다. 그는 계속해서 “손이 아니라 머리야”라고 강조했다.

젊었을 때는 기술자를 무시하는 사회의 시선 때문에 남몰래 눈물을 흘린 적도 있었다. “젊었을 때 어느 가정집에 테레비를 고치러 갔어요. 주인집 아주머니가 우리 아들은 머리도 나쁘고 공부도 못하는데 총각처럼 기술이나 배웠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 뒷통수를 뭐로 맞는 거 같았어요. 내가.. 내가 누군가. 내가 뭐하는 놈인가. 대가리 나쁘고 공부 못하면 이거 하는 건가? 참.. 그 저기가 지금도 안 잊혀요.”

이승근 장인에 따르면 기술자들은 외골수적인 기질이 많다고 했다. 사람들도 잘 안사귀고 자기 일이라면 고집과 아집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에 따르면 세운 장인들은 이렇게 비유된다.
“다들 자기 일에 고집들이 있어가지고 그냥 사람 막 찾아다니고 만나고 이러는 사람 없어요. 일에 치우치다 보면 자존심은 세지고. 앉은 자리에서 기계랑 싸우다 보면 다른 사람들이랑 어울릴 틈이 없는 거예요.”

그래도 세운이라는 공간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장인들이 한데 모여 어울리기에 최적화된 공간이다. 한 곳에서 다들 오랫동안 동고동락했던 터라 일적으로는 물론이고, 때로는 퇴근하면서 삼삼오오 하루의 피로를 떨쳐버릴 소주 한 잔을 걸칠 수 있는 오랜 친구와도 같은 사이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