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의대’가 모두의 미래는 아니다

도시 전체가 배움의 터전이 되고 시민 모두가 더불어 배우는 도시,
삶과 배움의 경계가 없는 서울은 학교입니다.
학습하는 시민, 성장하는 도시를 위해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이 함께합니다.

<다들>이 서울은 학교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매월 서울자유시민대학, 모두의학교, 동네배움터 소식을 전합니다.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이 운영하는 각양각색의 학교에서 일어나는 재미난 이야기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

 

나 자신을 탐색하고 고민하는 시간, 주인공학교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는데, 어느새 눈앞에 다가와 당혹감을 안겨주는 순간들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고3이라는 시간과 수능이 그랬을지 모른다. 그것들을 보내고 나면 자꾸만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전공과 학교를 정해야 하고, 졸업 후 진로를 택해야 하며, 직업과 직장의 문제도 풀어야 한다. 이후로도 크고 작은 선택의 순간들은 끊임없이 찾아온다. 그때마다 지표가 되는 건 대부분 가까운 이들의 조언, 언젠간 나도 알게 되겠지 싶은 적성, 그리고 재능이라기엔 조금 모자란 소소한 역량 같은 것들이다.

선택의 결과가 늘 성공적일 수만은 없다. 때로는 선택을 번복해야 할 것이며,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이 남을 수도 있다. 그러나 선택의 경험이 많아질수록 분명해지는 깨달음도 있다. 좀 더 나은 삶을 원한다면 나 자신을 잘 알아야 한다는 것. 모든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 그 책임이 고통스럽지 않으려면, 나도 잘 모르는 나를 논하는 누군가에게 귀 기울이기보다 나 자신을 탐색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모두의학교는 그 시간을 ‘주인공학교’라 부른다.

4월 24일 수요일 오후 1시, 독산고 1~2학년 학생 11명이 모두의학교를 찾아왔다. 특수학급 학생 9명, 일반학급 학생 2명으로 구성된 통합 동아리 학생들이었다. 1층 여러가지홀로 직행한 이들은 각자 자기를 설명할 낱말 카드를 하나씩 골라 목에 걸었다. 함께 온 세 분의 선생님도 고심하며 카드를 고르셨다. 1인 1카드를 통해 자신을 소개하면서 서로를 알아간 이들은 퍼실리테이터들의 아프리카 타악기 연주를 본 후 각자 호감이 가는 악기를 하나씩 택하기로 했다. 마음에 드는 악기를 향해 돌진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수줍은 듯 머뭇거리는 학생도 있었다. 모든 학생들의 선택이 끝나자 카드 대신 악기가 새로운 소통의 도구가 되었고, 신나는 마라카투 리듬을 배우며 11월 수능 전날 고3 선배들을 위한 장행식(壯行式) 공연을 약속했다. 독산고 버전 ‘주인공학교’ 개강 첫날이었다.

 

독산고 주인공학교 <마라카투와 함께>

“독산고와 함께하는 주인공학교는 예술을 통해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음악으로 자기를 표현해보는 시간이에요. 독산고 말고도 모두의학교 인근 금천문화예술정보학교부터 문성중, 난곡중, 한울중이랑 주인공학교를 진행하고 있어요. 학교별 자유학년제, 직업 체험, 동아리 활동 등과 연계해 학생들이 자신의 존재와 삶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경험들을 제공하려고 해요. 각 학교와 학생들의 특성, 선생님들의 의견을 고려해 주제나 형식을 매번 다르게 기획하고 있어요. 또 이렇게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모두의학교에 와서 진행하고 있어요.”

올해 초 정책사업팀에서 모두의학교팀으로 자리를 옮겨 ‘아림님’이라는 새 이름을 얻은 이아림 주임은 주인공학교를 통해 학생들이 성취의 경험을 하나씩 얻어가기를 바란다고 했다. 몇 개월에 걸쳐 새로운 악기를 익히고 무대에 오르는 경험, 자기만의 이야기로 한 권의 그림책을 펴내는 경험, 평범한 일상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음악으로 만드는 경험을 해보는 일들이 자신을 표현하면서 스스로를 알아가고 자기주도성을 기르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거라 믿고 있었다.

문성중 <노래하는 사진첩>
문성중 <노래하는 사진첩>
난곡중 <나의 이야기, 나의 그림책>
난곡중 <나의 이야기, 나의 그림책>

이렇게 살아도 괜찮아

주인공학교는 네 가지 단계로 진행된다. 탐색하기-표현하기-상상하기-경험하기 순이다. 첫 번째 ‘탐색하기’ 단계에서는 우리 삶에는 다양한 길이 있다는 것과 자신의 일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는 방법을 배운다. 이를 위해 모두의학교는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희망 직업군을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크리에이터, 웹툰작가, 싱어송라이터, 영화촬영감독, 안무가, 바리스타, 호텔조리사, 파티시에, 드론개발자 등을 섭외해 길라잡이 특강을 진행한다. 작년 가을, 구일고 학생 232명을 대상으로 했던 주인공학교 주제는 ‘이렇게 살아도 괜찮아’였다.

모두의학교에서 주인공학교를 처음 기획하고 운영한 ‘지회님’은 참여자들에게서 온 가장 인상적인 피드백이 “내가 원하는 사람을 진짜로 만나게 해줄지 몰랐다”는 이야기였다고 했다. 일반적인 초·중·고교에서 경험하는 진로 탐색 프로그램이 대부분 선생님이나 학부모의 시각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일 거다. 주인공학교에서는 이렇듯 누구나 원하는 것을 표현하고 그것이 실현되는 경험을 하는 일 역시 매우 중요한 요소다.

두 번째 ‘표현하기’ 단계에서는 앞서 탐색한 관심사와 호불호를 기반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자기 언어로 표현해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상상하기’ 단계로 넘어가 자신의 진로와 관련된 고민을 깊숙이 파헤쳐보고, 그 고민이 해결된 미래 모습을 단기·중기·장기로 상상해본다. 끝으로 ‘경험하기’ 단계에 이르면, 자신이 원하는 진로와 생각해보지 않은 진로를 직접 경험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대학 진학이나 취업, 결혼 등 인생에서 마주하게 될 다양한 선택의 순간에 당황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꾸려나갈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주인공학교다.

 

시험보다는 실험을, 경쟁보다는 경험을

드라마 <SKY 캐슬>의 김주영 선생님이라면 주인공학교에 대해 뭐라고 했을까? 예서 엄마한테 ‘서울 의대’ 가는 데 도움이 1도 안 된다고 경고했을지 모른다. 예서를 명상실로 불러다 모두의학교에 가는 건 수험생인 네가 PC방에 게임하러 가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주입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모두의학교는 피라미드 꼭대기에 올라야 한다고 말하는 차민혁 교수의 교육관과도 거리가 아주 멀다. ‘서울 의대’가 모두의 미래는 아니기 때문이다. 기술이 진화할수록 세상은 복잡해지고 삶의 양상도 다양해진다. 서울 의대가 모두의 미래가 될 수 없는 이유다. 이제 교육은 시험보다는 실험을, 경쟁보다는 경험을 필요로 한다. 주인공학교를 통해 학교교육과 평생교육이 융합한 이유이며, 모두의학교가 존재하는 까닭일 것이다.

오늘의 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