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의 철학, 발로 뛰는 철학, 함께하는 철학

도시 전체가 배움의 터전이 되고 시민 모두가 더불어 배우는 도시,
삶과 배움의 경계가 없는 서울은 학교입니다.
학습하는 시민, 성장하는 도시를 위해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이 함께합니다.

<다들>이 서울은 학교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매월 서울자유시민대학, 모두의학교, 동네배움터 소식을 전합니다.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이 운영하는 각양각색의 학교에서 일어나는 재미난 이야기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

지하철 2호선 강변역 1번출구에서 나와 조금만 걷다 보면 즐비한 아파트단지들을 볼 수 있다. 그중 한 단지 초입 상가 건물에는 제과점, 학원, 세탁소 등 다양한 상점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그 틈을 걷다 보면 ‘여긴 뭐하는 곳이지?’라는 궁금증이 생길 법한 한 공간을 만나게 된다. 불투명한 유리창 옆에 적혀 있는
‘공간 책·바·람’(서울 광진구 광나루로56길 34). 바로 광진구 구의3동 동네배움터 프로그램인 학습나루터가 진행되는 공간이다.

광진구는 주로 주민센터 공간에서 학습나루터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구의3동의 경우 주민센터의 환경이 학습나루터를 진행하기에 적절하지 않았다. 때문에 동네배움터 취지에 맞는 다른 공간을 찾을 수밖에 없었고, 학습나루터 프로그램 담당자인 김용준
평생교육사(광진구 교육지원과 평생교육팀)는 공간 책·바·람을
추천받게 된다. “우리 동네에 마을 커뮤니티 공간이 있는데, 여기를 구성하신 분들이 일을 아주 잘하시고, 학습나루터를 하기에 정말 좋은 공간이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책상 위의 철학, 발로 뛰는 철학, 함께 하는 철학’이라는 뜻을 지닌 공간 책·바·람(책.발發,함)은 올 1월 문을 연 따끈따끈한 공간이다. 이곳은 독서동아리 ‘책바람’ 구성원 7명이 협동조합을 설립하며 탄생했다.

독서동아리를 하면서 책을 읽다 보면 더 알고 싶은 부분이 생기는데, 그런 게 서로 또 다르니 폭이 넓어지더라고요. 그걸 제대로 흡수하려면 우리만의 공간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어요. 더 책을 읽고 싶어 따로 시간을 잡아 카페에서 모임을 해도 공간이 주는 한계가 있고요. 그래서 4~5년 전부터 우리가 원하는 시간, 아무 때에나 갈 수 있는 곳을 마련하기 위해 구상했어요. 덧붙여 동네 사람들이 편하게 커피 마시면서 책 한 권 읽을 수 있는 곳이었으면 했죠.(윤경숙 이사장)

공간 책·바·람에는 구석구석 디테일한 요소가 가득하다. 우선 마을 커뮤니티 공간으로서 편하게 차를 마시며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넓은 다목적 공간을 중심으로 스터디, 모임, 소강의 등이 가능한 3개의 방이 있는데, 다목적 공간과 붙어 있는 ‘나눔방’은 폴딩도어를 달아 공간의 효율성을 높였다. 나머지 2개의 방 역시 ‘지음知音’과 ‘이음’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3개의 방 이름을 연결하면, 다른 이의 이야기를 잘 들어 이를 잇고 나눈다는 의미가 완성된다.

어디 이뿐이랴, 책꽂이에 가득 꽂혀있는 책 한 권 한 권에도 의미가 담겨있다. 벽지의 색부터 책걸상, 조명 등 모든 게 7명의 조합원의 피 터지는 논쟁 끝에 마련되었다. 이 디테일함은 공간 책·바·람의 로고에도 이어진다. 얼핏 보면 책상 위 펼쳐진 책으로만 보기 쉽지만, 알고 보면 창을 뚫고 바깥세상으로 나오는 새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기도 하다. 책을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오겠다는 굳은 의지와 표현이 담겨있다.

이런 공간 책·바·람에서는 인문학 중심의 프로그램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아무래도 수년간 독서동아리를 이어온 구성원들로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철학, 역사, 문화예술 등에 관심을 가질 밖에 없었고, 때문에 인문학에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흥미로운 프로그램들을 구성했다. 지난 1월 ‘니체와 철학하기’를 시작으로 ‘천년의 지혜 논어 원전읽기’를 마무리했고, 5월 중순부터 학습나루터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그 첫 번째는 ‘우응순 선생님과 함께하는 친절한 강의. 『중용』을 만나다’로 총 4회 예정되어 있다.

공간 책·바·람이 학습나루터를 기획할 때 주안점으로 둔 것은 유년부터 중장년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구성이었다. 그렇게 중장년을 겨냥한 ‘ 『중용』을 만나다’를 비롯해 엄마와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우리 아이 지키는 눈높이 성교육’과 ‘독서하브루타, 내 아이와 소통하다’, 청소년들의 시나리오 작가 진로체험 ‘영화 같은 내 인생’, 30~40대 직장인을 생각한 ‘퇴근길 맥주인문학’ 등이 기획되었다. 동네 주민이라면 “누구 하나 놓치기 싫은”, 공간 책·바·람의 바람이 잘 드러난다.

앞으로 이곳이 누구에게나 열린 주민 커뮤니티 공간으로서 자리를 잘 잡았으면 해요. 여기에 오면 늘 뭔가 있다, 어떠한 프로그램이든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려고 합니다. 흔히 배워서 남 주느냐고 하잖아요. 그런데 전 배워서 남을 주는 게 최종 목표예요. 나 혼자 배우는 건 소용이 없다고 생각해요. 나누는 즐거움이 더욱 크죠. 나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 대화를 나누고, 그게 배움의 시작이잖아요. 저 역시 스스로 배우고 싶고 필요해서 공간을 만들고 프로그램을 기획했지만, 여기 오시는 분들을 통해서 더 많이 배우고 있어요.
사람들과 만나다 보면 자연스레 거리가 생기잖아요. 그럼 우리가  그걸 연결하고, 정보도 제공하는 등 허브 역할을 하는 거 역시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공간 책·바·람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소소한 프로그램들과 거리가 끝없이 열리고 생겼으면 합니다.

 


상의 철학, 독서동아리로 시작해
로 뛰는 철학, 공간 책·바·람이라는 행동의 시작이
께하는 철학, 앞으로 더 많은 이와 함께하는 결실로 이어지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