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으로 만들기,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힘

 

도시 전체가 배움의 터전이 되고 시민 모두가 더불어 배우는 도시,
삶과 배움의 경계가 없는 서울은 학교입니다.
학습하는 시민, 성장하는 도시를 위해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이 함께합니다.

<다들>이 서울은 학교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매월 서울자유시민대학, 모두의학교, 동네배움터 소식을 전합니다.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이 운영하는 각양각색의 학교에서 일어나는 재미난 이야기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


* 자파리: [명사] ‘장난’의 방언(제주).여러 가지 물건들을 아주 심하게 어지럽히면서 노는 모양을 이르는 말. 예] “아휴 이 자파리, 아주 난장을 피어났네.”, “저 아이들 자파리가 보통이 아니구나.”


은평구 신사동에 위치한 동네배움터 ‘자파리공작소’. 이 독특한 이름은 바로 제주도의 사투리인 ‘자파리’에서 영감을 얻어 지어졌다. 자파리공작소는 초록길도서관이라는 작은도서관에서 월요일마다 진행한 책 모임에서 만난 4명의 엄마가 만나 마련한 공간이다. 그중 2명이 바로 제주도 출신이었던 것.

우연히 천이 남아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구성원 한 명이 뭔가를 만들면 좋겠다고 해서 그때부터 바느질 모임이 시작됐어요. 그게 너무 재밌어서 모임을 키워나갔더니 결국 공간이 생긴 거죠. 그렇게 2017년 3월에 정식으로 오픈해서 운영 중이에요. 제주도 사투리로 흔히 어른들이 보기에 하찮고 쓸데없는 짓을 하는 어린아이들을 보고, ‘어휴 이 자파리’, 이렇게 이야기를 해요. 그런데 어린아이들은 나름대로 집중해서 너무나 재미있게 놀고 있잖아요. 저희 공방이 그런 곳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냥 돈 주고 사면 되지, 뭘.’ 이럴 수 있지만, 우리는 무언가를 하는 게 즐겁고, 또 만들고 싶은 걸 좋아해서 모인 거잖아요. 그런 게 취지와 행동이 비슷한 거 같아서 이름을 자파리공작소라고 지었어요.(이은영 학습매니저)

자파리공자소는 작지만 알찬 공간이다. 내가 원한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변화무쌍한 곳이다. 책을 읽는 도서관, 모여서 수다를 떠는 카페, 이런저런 작업 공방, 맛있는 걸 함께 만들어 먹는 공동체 식탁, 언제나 누구든 무엇으로도 복작복작 사용할 수 있다.

네 명의 운영진은 모두 ‘공방’과는 전혀 상관없는 직업을 가졌거나 전공했다. 누군가는 미대를 나오지 않았지만, 동네의 작은 도서관에서 들은 민화 수업을 계기로 민화에 푹 빠져 공모전에서 상까지 받는 등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했다. 즉, 취미의 배움이 나눔으로 이어지고 그로 인해 자파리공작소라는 공간의 탄생까지, 건강한 순환이 이루어진 것이다. “잘 하지는 못 해도 만드는 걸 좋아하고, 배우는 것도 좋아해요. 서로 지닌 재능을 나누고자 한 거지 대단한 기술을 배우려는 게 아니잖아요. 그럴 거면 학원에 등록해야죠. 그런 곳은 널리고 널렸어요. 그런 거보다 같이 하는 그런 재미를 느끼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일까, 자파리공작소의 모토는 “만들고, 나누고, 배우고, 노는 것”이다.

그런 지점에서 동네배움터는 자파리공작소와 딱 들어맞는 사업이었다. 은평구에서도 역촌동은 공동체사업이 활발한 지역이다. 그러나 바로 큰길 건너에 있는, 자파리공작소가 있는 신사동은 그에 비해 그렇지 못한 분위기. 그렇기에 작년부터 더욱 많은 이와 함께 재능을 나누고 소통하고자 동네배움터를 시작하였다. 지난해에는 ‘그림책으로 일본어 배우기’와 ‘해금 배우기’ 두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일본어 수업 같은 경우 운영진 중 한 명이 결온을 하면서 한국으로 오게 된 일본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일본어를 배울 수 있는 매체는 만화, 영화 등 많지만, 이들이 도서관에서 만난 만큼 그림책을 통해 일본어를 배우면 좋겠다는 생각에 수업을 기획했고, 청강생이 있을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 수업의 마무리로 참여자들이 스스로 그림책 번역과 편집을 해서 ‘글·그림 000 옮김’이라고 표기된 책도 만들었다. 모두 이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번역서를 가지게 된 것이다.

해금 수업은 마침 동네에서 해금공방을 운영하는 분을 알게 되어 진행할 수 있었다. 국악이라는 게 멀지 않으며,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걸 알리고자 프로그램을 기획했고, 수업을 그냥 끝내기에는 아쉬운 마음에 마무리로 해금공연을 진행했다. 물론, 10회차 수업만으로 연주를 한다는 건 무리였으나, 자파리공작소의 불꽃 같은 추진력으로 동네 해금동호회와 해금 연주자 은한을 섭외, 은평구립 내를건너서숲으로도서관에서 협연을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참여자들이 엄청 뿌듯해하셨어요. 공연을 끝내고 한 분은 문자로 자기가 이 동네에 살면서 이런 프로그램을 만나게 되어서 감사했다는 장문의 문자를 보내셔서. 우리도 감동받았어요.”

올해에는 지난해에 이어 ‘그림책으로 일본어 배우기’와 함께 생활도예, 생활목공, 일본 가정식 만들기, 민화 그리기, 서양미술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생할도예 수업에서는 찻잔과 간식 접시를 만든 후 다과회를 열 예정이고, 목공수업에서는 수납은 물론 의자도 선반도 다 되는 다목적 스툴을 제작할 계획이다. 이런 자파리공작소에서 하는 수업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이왕이면 생활에 밀접하고 도움이 될만한 아이템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나에게 필요가 없으면 예쁜 쓰레기가 되잖아요.(웃음) 물론 어떨 때는 기성품을 사는 게 가격이나 시간적으로도 경제적일 수 있어요. 그렇지만 내가 만들 수 있는 것,  할 수 있는 것과 아닌 것이 차이는 삶을 살아가는 태도와 연결된다고 봐요. 일종의 최근 유행하는 ‘메이커스 운동(Makers Movement)’ 같은, 이런 만들기를 통해 더욱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며 장악해가는 거죠. 물론 내가 100% 순수 만들 순 없지만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그걸 지향하고 싶어요. 그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싶고요.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아요.(웃음) 왔다 갔다 하면서 동네 사람들을 만나면 확실히 재밌어요. 동네에서 살아가는 게 주체적이게 되죠. 직장을 다닐 때는 집이 그저 잠자는 곳이었기 때문에 이 동네가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았어요. 그런데 자파리공작소를 하면서 이곳이 내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곳이지, 라고 의미가 달라졌죠. 내 주변에 누가 있는지, 또 그 사람들과 무엇을 나눌 수 있을까. 앞으로 사람들이 이곳에서 삶의 태도와 가치를 나누면서 소통해나갔으면 해요.(이은영 학습매니저)

* 자파리공작소: [명사] 다른 사람 눈에는 쓸데없는 짓처럼 보일지라도 나에게만큼은 소중한 것들을 만들어 가는 곳. 내게 필요한 걸 만드는 동시에 삶을 살아가는 태도를 배울 수 있다. 은평구 은평로2길 3-3 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