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골방에서 ‘큰’로봇을 만들다, 이천일 장인의 일과 학습

어떤 아이디어든지 가져오시면 만들어드려요

 

햇볕이 내리쬐는 9월 가을날. 어지럽게 놓여있는 기계들 사이에서, 장인은 골방 작업실에 앉아 홀로 일하고 있었다. 커튼 하나 없는 작업실에서, 장인은 얼굴이 까맣게 그을리는 줄도 모르고 의뢰받은 작업을 해결하느라 한참 동안이나 몰두했다. 말주변이 없다며 수줍게 이야기하면서도, 장인의 일 얘기가 나오면 무용담을 늘여놓듯 신이 나서 한참 동안이나 이야기를 풀어내곤 했다.

 

아이디어만 가져오면 실제로 구현.
“놀이동산에 움직이는 공룡 내가 만들어”

고향이 동대문이었던 장인은 제집 드나들 듯이 세운을 왔다 갔다 하면서 컸다. 그 덕분에 어렸을 적부터 소위 ‘알바’라고 불릴만한 진공관 라디오를 조립하는 등의 소일거리를 자주 접할 기회가 많았다고 했다. 손재주가 좋았던 터라, 그때 용돈벌이로 시작했던 일이 현재까지 이어져 평생 업이 되었다.

이천일 장인은 경력 40년의 로봇 제작 장인이다. 그가 만드는 로봇들은 ‘이벤트 로봇’이라고 불리는 것들인데, 놀이동산에서 공룡이나 사람 형태를 띤 기계 로봇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장인이 처음부터 로봇을 만들게 된 것은 아니었다. 기계와 관련된 일이라면 여러 가지 일을 도맡아서 했는데, 의뢰받은 장애인 의수를 작업하다가 그것을 우연히 본 일본 회사에서 로봇 팔을 만들어보지 않겠냐고 제의가 들어온 것이다. 이렇게 시작하여 맡게 된 일이 그가 밤낮모르고 골똘히 몰두하는 천직이 되어버렸다. “처음에는 로봇 팔, 그리고 애니메이션 로봇, 놀이동산에 공룡. 퍼레이드… 여러 가지 일을 했어요.” 실제로 일본 디즈니랜드, 국내에는 에버랜드와 같이 우리가 듣기에도 매우 익숙한 곳에 이천일 장인이 작업한 로봇들이 있다고 했다.

 

“수박 겉핥기더라도 다 알아야 해.”
모르는 게 무엇인지 아는 게 가장 중요.

장인의 일은 ‘무에서 유’를 만드는 일이 많다. 고객이 가져온 다소 추상적인 아이디어들은, 그의 손을 거치면 실제 기계로 구현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전기, 전자, 기계 모든 분야에서 얇더라도 넓게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만약에 공룡이라고 하면, 기계랑 전기랑 다 알아야 가능해요.”뿐만 아니라 그는 모든 것을 혼자 할 수 있다고 자부하지도 않는다. “모르는 것은 전문가한테 가야한다”가 그가 일을 하는 방식이고, 완제품을 만들기까지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직접 자문을 구해 당면한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따라서 어떤 것이 문제이고, 또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아는 것이야말로 그가 로봇 장인으로 일할 수 있었던 노하우이기도 하다.

 

“요즘은 학생들 도와주는 맛에 하루하루 재밌어”

 

요즘 이천일 장인의 주된 고객은 학생들이다. 그는 로봇을 연구하는 대학생들의 졸업 작품을 자문해주면서 젊은 학생들과 교류하는 시간이 그의 요즘 낙이라고 한다. “학생들의 도우미가 되어주는 거예요. 모르는 게 있다고 하면 알려주고 그런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