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과 필연 : ‘무선’과의 만남, 나의 길이 되다, 노공래 장인의 일과 학습

우연치 않게…. 어떤 일본인을 추천을 해 주더라고.

 

노공래 기술장인은 세운상가에서 전자제품 수리전문가로 불린다. 일반적으로 지역 전파상에서 수리하지 못하는 제품들이 그의 손으로 모인다. 특히 무선과 음향기기를 집중적으로 배워왔다. 세운상가 가동 5층에 위치한 작업실에서 노공래 기술장인을 만나볼 수 있었다. 그의 작업실에는 과거 방송 음향장비부터 무선전화기 등 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수 많은 전자제품들로 가득 차 있었다.

 

기술자의 길로.
“어떻게 보면 요즘 듀얼시스템하고 똑같은 건데”

서천이 고향인 장인은 인문계 고등학교 시절 학업에 염증을 느끼던 중 교장을 찾아간다. “근데 옛날부터 생각하기로 이게 손재주라는 게 있잖아요. 그걸 이제 살려보고자 생각을 했던거예요. 한 고등학교 반년쯤 다니다가 학교장 면담을 해서 학교는 다니되 쉽게 말하면 운동선수처럼 오전에는 학교에 있고 오후에는 기술을 개인적으로 기술을 다루겠다. 그래서 독학을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요즘 듀얼시스템하고 똑같은 건데”

그는 학교의 조그마한 공간에서 납땜을 하며, 책을 혼자 공부하여 기능사 시험에 합격하였고, 고등학교 3학년 때 상경하여 이집 저집 다니며 기술을 현장에서 배우며 터득하였다고 한다. 몇 년 후 군대에 입대하게 되었고 그 곳은 장인을 위한 새로운 배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통신병 주특기를 받고 대전통신학교를 거쳐 배치된 자대에는 반절이상 고장난 무선기기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 때는 이제 완전 진공관 방식인데 한 가지 좀… 뭐라 그럴까… 부대를 딱 갔더니 창고에 고장 나가지고 반 이상이 쌓여 있어요. 손을 못 대 가지고. 그걸 내가 수릴 다 했어요”

당시 기술이 있었던 장인은 상사의 명령이었지만 수 많은 기기를 오랜 시간 수리하며 배울 수 있는 시간을 얻었다. 어떻게 보면 무선기기와의 만남은 군대에서 시작되었지만, 본격적인 만남은 제대 후 시작된다.

 

무선과의 만남.
“우연치 않게…. 어떤 일본인을 추천을 해 주더라고”

제대 후 장인은 우연히 추천을 통해 일본인 기술자에게 무선기술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그 우연은 장인의 세운상가와 함께한 30년 경력의 필연이 된다. “우연치 않게 무선기기를 좀 해보자해가지고 어떤 일본인을 추천을 해주더라고” 서울 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 장인은 세운상가에 자리를 잡고 본격적으로 무선수리업을 시작하였다. 당시 신기술이었던 무선전화의 폭발적 인기와 더불어 무선전화 수리업도 호황을 누리게 되었다. “무선을 할 때 어느 정도 인기 있었냐면 아까 뭐 파나소닉이니 산요 그랬죠? 솔직히 국내 보면은 각 대기업들 서비스센터들이 있어요 근데 이런 거 실질적인 고장난 거는 못 고칩니다…….막말로 줄서서 기다렸습니다.” 이렇게 장인은 세운상가의 역사와 30년을 함께 했다. 시대의 변화와 함께 무선전화기도 쇠퇴하였지만, 현재는 일반 음향기기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노공래 기술장인은 앞으로도 몸이 허락하는 한 이 일을 할 것이라고 한다. 일에 만족하며 이 일을 사랑한다고 한다. 오히려 연휴가 많은 날이 싫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일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우연과 필연

일과 삶 속에는 수 많은 우연이 개입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우연을 통해 배운다. 우연 학습 역량이란 우연한 사건을 배움에 기회로 인식할 수 있는 역량이다. 이것은 크럼볼츠(Krumboltz, 2009)가 주창한 ‘계획된 우연(planned happenstance)’이라고 볼 수 있다. 연세대학교 장원섭 교수는 현대장인들은 우연한 계기를 통해 일을 시작한 경우가 많았지만, 강한 의지를 가지고 지독하게 학습하여 숙련을 형성하고 전문성을 높여 성장해 갔다고 말한다. 결국 장인의 길은 우연에서 시작했을지언정 그것을 필연으로 만들어 갔다는 특징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