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의 주인이 될 수 있는 방법

 

도시 전체가 배움의 터전이 되고 시민 모두가 더불어 배우는 도시,
삶과 배움의 경계가 없는 서울은 학교입니다.
학습하는 시민, 성장하는 도시를 위해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이 함께합니다.

<다들>이 서울은 학교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매월 서울자유시민대학, 모두의학교, 동네배움터 소식을 전합니다.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이 운영하는 각양각색의 학교에서 일어나는 재미난 이야기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

 

에너지 전환은 처음이라…

‘에너지 전환, 처음이라도 괜찮아’
뭔가 최대한 쉽고 발랄하게 풀어보려는 문장이다. 하지만 쉽지 않다. 평소 에너지에 큰 관심 없는 사람의 눈으로 보면 ‘에너지 전환’이라는 용어도 어렵고, ‘비전화 제작자’는 뭘하는 사람인가 싶고, 스크린에 적힌 ‘재생에너지 임팩트 투자’에 오면 그만 정신이 혼미해진다.
간단하게 설명하고 넘어가자.
‘에너지 전환’이라는 것은 현재의 화석 에너지, 즉 화력발전, 수력발전, 원자력 발전을 친환경 에너지,
즉 풍력발전, 태양력발전으로 바꾸자(=전환)는 소리다. ‘비전화 제작자’는 ‘전’기와 ‘화’학물질을 쓰지 않고 뭔가를 만드는 사람이다. ‘임팩트 투자’란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을 끼치는 곳에 투자하는 행위다.
그 앞에 ‘재생 에너지’가 붙으니 재생 에너지 분야에 투자하면 돈도 벌고, 사회에도 이익이 된다는 말이다.

 

내가 불편하지 않아야 지속가능하다

‘에너지 전환, 처음이라도 괜찮아’라는 슬로건을 내건 모두의 에너지 학교는 주말 오후, 2회차의 워크숍을 한다. 첫 주에는 강의를 듣고, 둘째 주에 정수기를 만든다. 지난 1기에는 학부모들의 신청을 받았고, 이번 2기에는 청년들의 신청을 받았다.
총 9명의 청년들이 왔는데, 친구와 함께 온 사람보다 1인 참석자가 월등히 많았다. 그만큼 환경에 관심있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청년들이 많다는 증거다.
사회자 규온 님(비전화제작자)은 참석자들에게 어떻게 이 워크샵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물었고, 원전 사고, 미세먼지 등에 심각성을 느껴 참석한 사람들이 많았다. 나의 에너지만으로 살고 싶다는 소망을 품은 사람, 남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는 사람, 전기자동차가 진짜 친환경이 맞는지, 지속가능한 에너지 발전 방법이 있긴 한지 궁금하다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궁금증을 듣고, 오늘의 강연자 재생에너지 임팩트 투자사 ‘루트에너지’의 윤태환 대표(이하 윤대표)가 앞으로 나섰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해나가는 것이다”는 말로 시작한 그는 에너지 전환에 대해 “내가 힘들지 않게 환경과 나를 보살피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0여년 간 환경운동활동가들이 환경운동을 하면서 깨달은 것이 바로 이것이다. 내가 불편하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
예전에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에어컨을 켜지 말고 선풍기를 씁시다”라고 했다면 지금의 환경운동은 “더운 거 싫어요. 에어컨 쓰고 싶어요. 그걸 돌리는 에너지가 화석연료가 아니면 되잖아요?”가 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아까부터 재생에너지 강연장의 에어컨 바람이 너무 강한 거 아닌가 하며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기자는 이 말을 듣고 속이 뜨끔했다. ‘나는 여전히 옛날 프레임으로 생각하는 사람이구나’를 깨달았다.

 

재생에너지 후진국 한국

윤대표는 덴마크에서 해양풍력발전소 짓는 일을 했다. 그 중 해양에서 모은 전기를 육지로 끌어오는 기술 분야에서 일했다. 세계 최고의 풍력발전소에서도 일했고, 노후된 풍력발전소를 케냐에 가져가 전기가 없던 마을에 전기를 공급하는 일도 했다.
한국은 1인당 온실가스 배출 증가율 세계 3위, 1인당 석탄소비량 2위, 미세먼지 조기사망률 2위 국가다. 그런데도 재생에너지 공급비율은 단 3%에 불과하다. ‘미세먼지 조기사망률 2위’라는 것은 지금 10대인 청소년들이 60대가 되었을 때, 10만 명 중 6600명이 미세먼지 때문에 수명대로 못살고 죽는다는 말이다. 죽는 사람이 6600명이면 아픈 사람은 얼마나 더 많겠는가?

케냐 사람들은 한국을 모르지만, NGO 단체들이 나눠주는 환경관련 책자나 자료에서 Korea라는 이름을 보기는 한다. 윤대표는 그들에게서 한국의 이미지가 에너지 후진국이라는 것을 알고 충격받아 귀국 후 재생에너지 관련 일을 하게 되었다. 세 번의 사업 실패 후 네 번째로 ‘내 손 안의 발전소’라는 모토를 걸고 ‘루트에너지’라는 임팩트 투자사를 설립해 성업 중이다.

 

에너지 생산단가가 같아지면 그때부터 달라진다

오늘 윤대표가 전할 이야기는 ‘에너지의 세계 7대 트렌드’이다. 강의 끝난 후 질문을 받지 않고, 강의 중간에 궁금할 때마다 손을 들면 답을 해주고 넘어가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청년들은 활발하게 질문했고, 덕분에 풍성한 강의가 되었다.

7대 에너지 트렌드 중 가장 중요한 개념은 그리드 페리티(Grid Parity)다. 풍력/태양광 발전의 비용이 화력/원자력 발전과 같아지는 지점을 일컫는 말이다. 아직은 풍력/태양광이 석탄보다 비싸지만 2020년대에 이르면 같아지거나 더 싸진다. 지금도 전세계 222개국 중 80여개 국이 그리드 페리티에 도달했다. 햇볕이 풍부한 아프리카, 미국 캘리포니아 등이 해당된다. 우리나라는 2008년만 해도 태양광으로 1Kw를 생산하는데 560원이 들었는데, 2019년에는 120원 밖에 안든다. 원자력 보다는 비싸지만 화력보다는 싸다.
그리드 페리티에 도달하면 사람들의 선택이 달라진다. 재생에너지는 사실 기술의 문제라기보단 비용의 문제였다. 생산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대신 화석에너지를 사용했는데, 비용적으로 메리트가 없다면 사람들은 재생에너지를 선택하게 된다.
그래서 요즘은 재생에너지로 인류가 쓰는 에너지를 100% 대체할 수 있다는 연구가 활발하다. 전에는 불가능하게 여겨졌던 일이다.

 

제발, 내 앞마당에 놓아주세요!

두 번째 트렌드는 핌피(PIMFY)현상. 님비 현상과 반대 현상이다. 님비현상이 ‘내 뒷마당은 안돼요(Not In My Back Yard)’라면, 핌피는 ‘내 앞마당으로 오세요(Please, In My Front Yard)’다. 윤대표가 찍어온 코펜하겐 앞바다의 풍력발전기는 그곳 주민들에게 흉물이 아니라 아름다운 광경이라고 한다. 거기서 나는 이익이 고스란히 지역 주민들의 통장에 꽂히기 때문이다. 주민 소득의 7~10%가 풍력발전에서 나온다. 그 소득은 세금조차 떼지 않는다. 그러니 천천히 돌아가는 하얀 프로펠러가 어찌 아름답지 않겠는가?
덴마크는 신재생에너지의 70%를 시민들의 투자로 일궜다. 법적으로도 주민 참여가 없으면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짓지 못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기업이 잘되어야 국민이 잘산다(Top Down)며 낙수효과를 말하지만, 덴마크는 정반대로 개개인이 잘 살아야 나라가 잘 산다(Bottom Up)는 방식으로 경제가 운영된다. 이렇게 다른 국가이니 우리나라에선 불가능하지 않을까? 덴마크도 처음부터 법이 강제했던 게 아니다. 덴마크는 전통적으로 조선강국이었는데, 일본과의 경쟁에서 밀려났고, 배를 만드는 대신 무엇으로 먹고 살아야할까 고민하다 낙농업이 발달한 나라답게 축산분뇨가 많고, 바닷바람이 강하다는 것에 착안하여 재생에너지 분야에 투자하게 되었다. 지금 세계적으로 유명한 풍력발전회사 베스타스가 실은 낙농기계회사였다고 한다. 발전소를 짓기 위해 주민들의 협조가 필요한만큼, 이익을 주민들에게 돌려주고 함께 참여하게 함으로써 선순환이 이루어졌다.

 

전기를 개인적으로 사고 팔 수 있다고?

다음 트렌드인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 블록체인 에너지 시스템, 전력 소매시장 자유화는 전부 한 카테고리에 있는 트렌드이다. 덴마크는 전기 사용량이 늘었는데도 대형 발전소가 줄어들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지역에서 생산해서 지역에서 소비하는 재생에너지의 비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것이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이다.
우리나라는 한전이 전기를 독점 공급하지만,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들이 전력 소매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영국은 피클로(piclo) 사이트에서 자신이 쓸 전기의 종류를 고를 수 있으며, 일본에선 편의점에서 필요한 양만큼만 전기를 살 수 있다.


이렇게 전력을 개인이 사고 팔 수 있게 됨에 따라 그 거래가 공정하도록 블록체인으로 관리하는 기술도 발달되고 있다. 한국은 에너지에 관해서는 아직 중앙집중형이지만 세계적인 대세를 언제까지고 거스를 순 없을 것이다.
이 외에 전기 절약은 전기를 많이 쓰는 시간대에 해야한다는 수요관리, 지금 청년 세대의 첫 차나 두 번째 차는 전기차일 가능성이 100%라는 전기자동차 트렌드까지 7대 트렌드 소개가 끝나자 2시간이 훌쩍 지났다.

 

 

 

미 · 니 · 인 · 터 · 뷰

정수기 만들고 싶어 참여

서울혁신파크에 있는 비전화공방에서 비전화정수기 만들기 수업이 있었는데, 안타깝게 놓쳤어요. 그걸 아는 친구가 이런 게 있더라며 이 프로그램을 알려줬어요. 정수기를 만들려면 워크샵도 해야 하더라구요. 그래서 강의 들으러 왔습니다. 모두의학교도 모르고 에너지 전환에 대해서도 잘 모르지만, 오늘 강의 들어보니까 뭔지 개념을 알게 되었고, 강사님도 말씀을 잘 하셔서 재밌게 잘 들었어요. 담주에 와서 정수기 만들고 싶네요.(참여자 손인혜)
 

모든 분야에 열려있는 ‘하우(how)연구소’ 모두의학교

모두의 에너지 학교는 모두의학교에서 하는 파트너 협력체계 구축 사업입니다. 작년에는 구일고등학교와 함께 ‘주인공학교’를 했고, 올해는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비전화공방서울과 함께 ‘모두의 에너지 학교’를 열게 되었습니다.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은 과거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이었어요. 이름을 바꾼만큼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에너지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시민들과 만나 소통하는 방법을 고민하다 교육을 선택하게 되었고, 모두의학교에 먼저 찾아와주셨어요. 올해는 4기까지 추진할 예정인데, 1기는 학부모, 2기는 청년으로 했고, 3기는 가족, 4기는 전연령을 대상으로 할 거예요. 비전화정수기를 만드는데 4시간 정도 걸리기 때문에 평일 저녁에는 하기 힘들어서 토요일에 하고 있습니다.
1기 때는 첫 시간에 정수기를 만들었어요. 일주일 동안 써보고 다음 회차에 경험담을 나누려구요. 그런데 불편해서 그런지 사용하지 않으신 분들이 많더라구요.
그래서 이번 2기에는 첫 시간에 강의를 하고, 두 번째 시간에 정수기를 만드는 걸로 바꿨어요. 에너지 전환에 관한 실천문자도 받아서 굿즈도 만들 거예요. 일년에 하루라도 전기 끄는 날에 사용하시라고 양초나 성냥으로 만들어 볼까 합니다.
모두의학교는 요즘 ‘하우(how) 연구소’를 지향하고 있어요. 전문적인 분야에서 시민교육을 할 때 직접 시민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워크샵이나 참여형 행사를 하기 마련인데, 그걸 직접하기 힘들어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모두의학교는 시민교육에 대한 노하우가 있으니까 도움을 드릴 수 있어요. 저희는 언제든지 열려 있으니까 어떤 분야든 시민 교육이 필요할 때 적극적으로 모두의학교 문을 두드려주세요. 환영합니다!(기획자 임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