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평생학습 현장을 가다Ⅰ

전국시도평생교육진흥원협의회(회장 이계윤 광주평생교육진흥원장)의 2019 해외 선진 사례 탐방 연수가 지난 5월 29일부터 6월 8일까지 독일, 덴마크와 스웨덴에서 9박 11일간 진행됐다. 이번 해외 연수에는 강원, 경남, 경북, 광주, 대전 등 7개 시·도 진흥원 원장과 14개 시·도의 임직원 20명 등 총 27명이 참석했다.

연수는 독일의 시민대학, 덴마크의 대학 평생교육원, 스웨덴의 SKL(연구‧자문기관)을 중심으로 세 나라의 우수 평생교육 현장을 방문했다. 이와 더불어 유네스코 평생교육 연구소도 방문하여 세계의 평생학습도시 현황과 특징에 대해 알아보는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평생교육 현장을 방문하여 보고, 느낀 점을 세 차례에 걸쳐 공유하고자 한다.

 

900여 개가 운영되고 있는 독일 <폭스호흐슐레(시민대학)>

독일의 폭스호흐슐레(Volkshochschule Norderstedt)는 20세기 초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하거나 놓친 성인들을 위해 세워진 학교다. 우리나라에서는 시민대학으로 통용되고 있으나 그 기원을 찾아본다면 시민대학보다는 시민학교로써 그 의미가 더 와닿는다. 이번 연수에서 방문한 노르더슈테트시의 시민대학 역시 모두의학교나 지자체의 평생학습관을 떠오르게 했다.

※ 참고 : 독일 폭스호흐슐레의 역사와 의미(바로가기)

현재 독일의 시민대학은 900여 개가 있고, 1개 주(우리나라의 시·도단위)를 제외하고 시단위(우리나라의 시·군·구 단위)에서 운영되고 있다. 베를린과 같이 대규모 도시의 경우 여러 지구로 나누어 각 지구별로 시민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연수단이 방문한 노르더슈테트시도 8개 지구로 나누어 각각 시민대학을 운영하고 있었다. 노르더슈테트시의 인구가 8만 명인데 그 지구를 8개로 나누어 운영하고 있으니 모든 시민에게 골고루 배움의 기회가 닿을 수 있는 구조가 완성되어 있는 셈이다.

 

시민들의 생활 패턴에 맞춰 다양한 프로그램과 회차 운영

우리가 방문한 시민대학은 2018년 기준 연간 990개의 프로그램과 60개의 기업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노르더슈테트시가 속한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에서 두 번째로 크게 운영되고 있는 규모로 학습자 수는 연간 11,000명이고, 프로그램 운영 시간은 29,000시간에 이른다. 프로그램의 내용은 독일어를 비롯하여 세계의 다양한 언어를 배우는 과정이 가장 많고, 최근 몇 년간 건강과 웰빙을 다루는 과정이 급격히 증가했다고 한다. 시민들의 프로그램 참여 이유는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구직과 같이 무언가를 얻기 위함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참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프로그램 운영 규모가 크기 때문에 운영 방법은 관리하기 용이한 방향으로 설계되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의 큰 착각이었다. 우선 프로그램 운영 시간과 회차가 매우 다양했다. 동일한 콘텐츠라 할지라도 시민들의 다양한 생활 패턴을 고려하여 주말이나 평일 저녁에 관계없이 맞춤형으로 편성하고 있다.

 

시민의 전화 및 인터뷰 등을 통해서 프로그램 기획

둘째, 시민 누구나 무언가 배우고 싶다면 전화 한 통화로 해결할 수 있었다. 물론 바로 개설되지는 않고, 전 직원의 토론을 거치는 과정이 있다고 했지만 이러한 방법이 자리를 잡고 안정적으로 구동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이와 더불어 시민들과 개별 인터뷰를 통해서도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었다.(모두의학교에서도 이와 비슷한 버킷리스트 카드 제도와 초대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시도하고 있다.)

셋째, 프로그램을 개설하기 위한 최소 인원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 프로그램에 따라 다르고 5~6명 일수도 있고, 50~60명이 될 수도 있다. 수강률은 80%를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정량 지표에 늘 압박을 당하는 처지이기 때문에 이러한 유연한 운영 구조에 감탄했다.

넷째, 2학기 체제로 운영되는 매 학기 프로그램은 전체 직원이 참여하는 기획 회의에서 결정한다. 매년 콘텐츠는 비슷하나 기획 회의에서 학기별로 테마를 설정하여 차별화 포인트를 두고 있다. 올해는 독일 시민대학의 100주년을 기념하여 ‘함께 사는 것’을 테마로 하고 있다. 무언가를 기획할 때 항상 새롭고, 다른 것만을 찾게 되는 오류에 빠질 때가 많은데 기존 콘텐츠를 활용하면서도 새로움을 추구하는 방법이 매우 효율적이라고 생각되었다. 무엇보다 전 직원이 참여하는 기획회의 역시 기억에 남는다.

 

중복 참여나 특정 성별, 연령대 편중 현상에 대해 문제삼지 않아

다섯째, 참여자의 중복 참여를 제한하지 않았고, 여성(75%)과 특정 연령대(50대 이상 50%)에 편중되는 단골 참여자의 현황을 문제로 인지하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시민대학의 프로그램과 강사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지표로 삼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평생교육 참여 현황과 동일하다는 것에 놀랐고, 이를 상반된 관점으로 인지하고 있다는 것에 두 번 놀랐다. 어느 나라나 역사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이 배움의 기회를 얻지 못했고, 개인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여유가 있어지는 나이는 50대 이후이기 때문에 당연한 현상이라는 관계자 답변에 공감하면서도 그동안 의도치 않게 그들을 배제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여섯째, 모든 프로그램은 비학점제로 운영하고 있었고, 학습 동아리와 같이 후속 모임은 별도로 지원하고 있지 않았다. 우리가 방문한 시민대학만의 사례일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인 사업 구조여서 이 지점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이다.

마지막으로 모두의학교의 절반 정도 되는 규모의 시설이지만 직원의 규모는 두 배였다. 원장(1명)을 비롯하여 프로그램 기획자(5명), 행정직(13명), 교육 운영직(4명), 견습생(1명), 경비(1명)까지 총 25명이 직접 고용되어 근무하고 있다. 이외에도 306명의 프리랜서 강사가 등록되어 활동 중이다. 프로그램 기획자의 자격은 학부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2개 이상 성인교육연수를 완료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강사를 관리하기 위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아울러 프로그램 기획자는 각자의 특화된 콘텐츠 영역이 두 개 정도 있고, 그에 따라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프로그램 기획자의 경우 원장과 동일한 크기의 사무실을 1인 1실로 쓰고 있었는데 연수 기간 중 가장 큰 문화 충격이었다.

 

<모두의학교>와 유사 콘셉트로 270억 복합 공간 조성 중인 노더슈테트시

노더슈테트시의 시민대학은 때로는 동네배움터를, 때로는 서울자유시민대학을, 때로는 모두의학교를 떠오르게 했다. 그만큼 우리가 소프트웨어, 즉 내용적인 측면은 잘 채워나가고 있는 것 같아 뿌듯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담는 그릇은 과연 동일한 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숙제가 남아있는 것 같다. 이 지점이 이번 노더슈테트 시민대학을 방문하면서 느낀 우리나라와 독일 평생교육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내가 경험했던 평생교육 사업은 항상 하드웨어적인 측면보다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이 먼저였다. 모두의학교의 경우 두 측면을 동시에 추진하긴 했으나 소프트웨어의 우선순위가 배로 높았다. 그러나 이제는 하드웨어가 먼저이고, 소프트웨어가 다음이어야 함을 절실히 깨닫고 있다.

노더슈테트시는 모두의학교와 유사한 콘셉트로 시립도서관, 시민대학, 아카이브 공간을 복합적으로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270억이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 중 가장 큰 규모이다. 현재 공모를 통해 설계 도면이 확정된 단계로 완공 후 기회가 되면 다시 방문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