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하고 엄숙한 박물관이 아닌 우리 동네의 학습공간이자 쉼터로!

 

문화예술을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봤을 거다. ‘아, 우리 동네에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많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가슴에 손을 얹고) 다시금 생각해보자. ‘진짜 우리 동네에 미술관이 있다면 나는 얼마나 자주 가게 될까?’ 솔직히 말하자면, ‘음…’

 

 

북한산 기슭에 위치한 한적한 동네 평창동. 번잡스러운 서울 도심과 달리 시멘트의 회색빛보다는 싱그러운 초록빛이 가득한 이곳에는 유명한 여러 미술관, 갤러리 등 다양한 문화시설이 자리 잡고 있다. 그중 하나인 1999년에 개관한 화정박물관은 티베트를 비롯한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의 미술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문화공간이다. 특히 국내에서 티베트 탕카(Thanka)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다시 한번 질문을 던져보자. ‘우리 동네에 티베트 탕카가 유명한 화정박물관이 있다면 나는 자주 얼마나 가게 될까?’ 글쎄, 이것도 솔직히 말하자면, ‘음…’

그런데 이게 웬일?! 현재 화정박물관에는 적어도 주 1회씩 동네 사람들이 와서 시간을 보낸다. 바로 이곳에서 동네배움터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가 평소에는 박물관에 잘 안 간다는 분들이셨어요. 박물관이라고 하면 재미없을 것 같고, 분위기도 딱딱하고 그럴 것 같다고요. 여기에 박물관이 있다는 것조차도 처음 알고 오신 분들도 많으셨죠. 사실 박물관이 우리에게 그리 친숙한 공간은 아니잖아요.
그런데 동네배움터가 시작되면서 분위기가 조금씩 변하고 있어요. 이를 계기로 오셔서 전시도 보시고, 몇 분은 박물관 소식을 받고 싶다고 등록도 하셨죠. 저 역시 예전보다 이 동네와 친근해진 느낌이에요. 길을 지나가다 보며 낯익은 분들을 뵙게 되니까요.(웃음)

– 화정박물관 김소연 교육사

 

실제 화정박물관이 동네배움터를 시작한 데에는 이러한 이유가 컸다. 바로, 지역민들과 좀 더 밀착해 교류하며 소통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전에도 박물관에서 인문학강연 등 자체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했지만, 대다수가 관련 전공자 등 외부에서 찾아오는 이들이었다. 그러나 올해 6월부터 동네배움터를 시작하면서는 지역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위해 동네배움터 프로그램 역시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즐기면서 들을 수 있도록 기획했다. 더불어 박물관의 소장품과 전시 프로그램을 최대한 연계해서 구성했다. 그렇게 ‘칠보공예’ ‘포슬린아트(약항아리 문양)’ ‘유럽자수’ 등이 진행된다. 즉, 전시를 관람하면서 내가 직접 작품을 만드는 일석이조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거다.

이와 더불어 ‘엄마와 아이가 함께하는 허브체험’ ‘가족 힐링 박물관 여행’ 등도 마련했다. 역시 가족이 한여름 무더위를 피해 시원한 박물관에서 체험학습과 피서를 동시에 즐길 수 있도록 한 일석이조의 프로그램이다.

그래서일까, 참여자들의 반응 또한 좋다. 쉽게 접할 수 없는 전문분야의 수업들을 저렴한 재료비만 내면 배울 수 있으니 어찌 나쁠 수 있으랴, 그것도 바로 우리 동네에서!

이러한 화정박물관의 동네배움터는 ‘실력향상’이 아닌 ‘즐거움’을 목적으로 한다. 아무래도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수업이 아니다 보니 처음에는 많은 이가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을 가졌다고 한다. 실제로 수업을 신청하면서 “이런 걸 해본 적이 없는데, 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이 많았다고. 그럴 때마다 김소연 교육사는 “무조건 처음 하시는 분들에게 맞추어서 수업을 진행하니 꼭 오시라” 홍보했다.

앞으로도 화정박물관의 동네배움터는 누구나 쉽게 따라갈 수 있도록 수업을 단계별로 최대한 세분화해서 진행해갈 예정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잘 그린’ 혹은 ‘좋은’ 그림을 가름하는 기준에 대한 생각의 변화를 이끄는 거다.

 

서양화 수업의 경우는 처음엔 모작으로 시작하는 게 좋아요. 기교가 많은 작품보다는 쉽게 따라 할 수 있으면서도 결과는 멋있게 나올만한 작품을 선정하는 거죠. 예를 들면 세잔의 정물화 같은.(웃음) 그렇게 아크릴화에 점점 적응하며 익혀가고, 나중에는 이를 응용해 자기만의 스타일로 작품을 완성하는 거죠. 그렇게 단계별로 진행을 하면 처음 그림을 그리시는 분들도 생각보다 잘하세요. 또 정밀한 묘사를 해야만 잘 그린 그림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신데, 세잔의 작품을 보여주면서 설명하면 꼭 그렇게 사실적으로만 그려야 잘하는 게 아니라는 인식을 하시게 돼요. 그렇게 그림을 완성하면 정말 뿌듯해하세요. 만족도가 크죠.

 

6월에 시작한 첫 프로그램인 ‘칠보공예’ 역시 쉽지 않은 작업이다. 그 효과와 기법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작업물의 결과도 예상처럼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험’에 초점을 맞춘 덕분에 참여자들은 오히려 스스로 기법을 연구해나가는 즐거움에 흠뻑 빠져있다.

 

강사가 알려주는 걸 그대로 따라만 하는 게 아니라 ‘이건 이렇게 하니 이런 효과가 나오네’, 스스로 터득해 가는 게 보일 때마다 정말 신기해요. 다들 열정 있게 하시는 것 같아 보람도 크고요. 무엇이든 잘하려고 하면 더욱 스트레스를 받고 멀어지는 것 같아요. 이렇게 직접 체험을 하면, 추후 관람자가 되어서도 내가 해봤기 때문에 더욱 친근하고 어렵지 않게 느끼실 거예요. 이런 즐거운 체험을 해보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 박물관이 많은 이의 경험의 폭을 넓혀주는 곳이 되었으면 하고요. 그 물꼬를 동네배움터가 열어주고 있다고 생각하죠. 또 화정박물관이라는 공간을 경험하면서 또 다른 박물관을 찾을 수도 있잖아요. 그러한 기회, 많은 이에게 많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게 행복하고 이를 함께 누렸으면 좋겠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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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이 서울은 학교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매월 서울자유시민대학, 모두의학교, 동네배움터 소식을 전합니다.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이 운영하는 각양각색의 학교에서 일어나는 재미난 이야기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