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평생학습 현장을 가다Ⅱ

전국시도평생교육진흥원협의회(회장 이계윤 광주평생교육진흥원장)의 2019 해외 선진 사례 탐방 연수가 지난 5월 29일부터 6월 8일까지 독일, 덴마크와 스웨덴에서 9박 11일간 진행됐다. 이번 해외 연수에는 강원, 경남, 경북, 광주, 대전 등 7개 시·도 진흥원 원장과 14개 시·도의 임직원 20명 등 총 27명이 참석했다. 연수는 독일의 시민대학, 덴마크의 대학 평생교육원, 스웨덴의 SKL(연구‧자문기관)을 중심으로 세 나라의 우수 평생교육 현장을 방문했다. 이와 더불어 유네스코 평생교육 연구소도 방문하여 세계의 평생학습도시 현황과 특징에 대해 알아보는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평생교육 현장을 방문하여 보고, 느낀 점을 세 차례에 걸쳐 공유하고자 한다.

코펜하겐에 위치한 덴마크 공과대학은 유럽의 5대 공과대학 중 하나로 1829년에 설립되었다.
학생 수는 1만1천여 명이고, 102개국의 다국적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다. 조직은 18개 학과와 7개 센터, 7개 행정 지원 조직, 5개 자회사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연수단이 방문한 평생교육원도 7개 센터 중 하나다.

 

 

[공과대학 조직도] ※ 클릭 시 확대

 

공과대학의 미션은 자연과학과 기술과학을 응용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가치 창출에 있다. 그에 따라 공과대학은 교육뿐만 아니라 연구, 공공부문 혁신과 컨설팅을 대학의 주된 기능과 역할로 규정하고 있다. 주목할 만 한 점은 이 네 가지 영역이 분절되어 있지 않고, 한 세트처럼 유기적으로 구동되고 있다는 점이다.

 

[에너지학과의 홈페이지 메인 화면 구성(https://www.energy.dtu.dk/english)]
※ 상단 메뉴가 교육, 연구, 혁신 등의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확인 할 수 있다. 이처럼 DTU의 모든 학과 홈페이지 메뉴의 타이틀은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4가지 역할과 기능에 대해 학과별로 확인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생명공학, 전기공학, 풍력 에너지 등으로 구성된 학과를 베이스로 구동되고 있는데 학과별로 연구 분야가 있고, 연구 분야에 따라 연구 그룹을 구성하고 있다. 학문 분야별로 약 50~200명 정도의 연구원들이 배치되어 활동 중이다. 이러한 연구 활동에 기초해서 가치에만 의존하지 않고, 정확한 데이터에 기반을 둔 공공부문 컨설팅과 자문 서비스를 국가 기관이나 유럽 정부, 지자체에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법이나 규정을 제정할 때 의사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공공부문 혁신은 연구가 연구로만 그치지 않고, 사회에 직접적으로 이로운 영향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실행되도록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에 해당 연구가 실제 산업의 선도적인 기술 개발을 주도할 수 있도록 기업, 민간단체 등과 협업하여 혁신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혁신 정신과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공과대학은 스타트업 에코 시스템을 마련하여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과 연구원, 교수들이 연구를 통해서 회사를 설립해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그 결과 2018년 기준 등록된 특허는 50개, 발명품은 117개, 산업 관련 프로젝트는 1,460개, 새로 창업된 회사는 87개에 이른다.

 

 

교육은 학부, 석사, 박사 과정 등이 있고, 유연하게 과정을 마칠 수 있도록 구조가 마련되어 있다. 예를 들면 학년별로 모든 학생이 똑같은 교육 과정을 이수하도록 강제하지 않고, 학생 스스로 선택하여 구성할 수 있다. 당연히 학과에만 얽매여 있지 않아도 되고, 타 학교와 협력하여 과정을 마칠 수 있다. 무엇보다 시험을 자신이 원하는 시점에 치를 수 있다(5월, 8월, 12월 중). 교수방법의 경우 최근 트렌드가 인공 지능과 가상 현실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해서 새로운 교수방법을 개발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덴마크 공과대학의 현재 가장 중요한 과제는 지속가능한 개발에 기여이다.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설정한 과제로 모든 학과와 연구 분야를 막론하고 녹색 성장, 기후와 관련한 여러 가지 과제 해결을 상위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이는 학문 분야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대학의 운영 시스템에도 적용되고 있었다.

이번 연수에서 탐방한 평생교육원이 아닌 공과대학 자체를 자세히 소개한 이유는 평생교육원의 교육 콘텐츠가 대학의 교육과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평생교육원은 2019년 4월 개원한 신생 조직으로 그동안 대학의 졸업생이 재교육을 원할 경우 각 학과에서 별도로 진행을 했어야 했는데 그 과정을 통합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이에 공과대학 평생교육원의 설립 목적은 성인의 계속 교육이다.

덴마크는 부가가치 산업이 발달한 나라로 이 산업의 종사자는 기술이 계속 발달함에 따라 재교육을 받아야 자신의 커리어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생교육원은 이러한 성인의 재교육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들이 알 수 없는 미래를 대비할 수 있도록 어떻게 교육 할 것인가가 중점 과제라고 하였다. 이때 모든 교육의 콘텐츠는 공과대학의 학과와 연구 분야에 기반을 두고 있다.

 

[평생교육원 홈페이지 메인 화면(https://www.dtu.dk/english/Education/Continuing-education)]
※ 자신이 어떤 유형의 성인학습자이고, 어떤 목적으로 재교육을 원하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간단한 검사 도구를 개발하여 제공하고 있다. 검사는 평생교육원의 구체적인 교육 과정을 학습자와 매칭해주며 종료된다.

 

평생교육원의 교육 과정은 성인 학습자가 자신의 상황에 맞게 다양한 루트로 참여할 수 있도록 크게 4가지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온라인 무료 공개 강좌(대학의 정규 교육 과정 제공)와 MBA를 포함한 1년 이하의 단기 과정, 새로운 직업 분야에서 경력을 쌓거나 전문 분야에서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디플로마 프로그램, 대학의 정규 과정 과목에 빈자리가 있는 경우 수강료를 지불하고 참여할 수 있는 오픈 코스,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석사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가장 인기 있는 과정은 디플로마 과정이다.

공과대학 평생교육원이 지향하는 바는 우리나라의 대학 평생교육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접근 방법은 다름을 확인할 수 있다. 대학의 정규 교육 콘텐츠에 기반을 둔다는 것과 그에 따른 성인들의 평생교육 요구, 즉, 커리어 개발을 위한 재교육에 대한 요구를 정확히 매칭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내년부터 대입 역전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 평생교육원의 기능과 역할을 고민할 때 공과대학 평생교육원의 사례는 눈여겨볼만하다.

아울러 평생교육기관의 운영 측면에서는 기관의 비전과 미션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그에 따른 수요층의 특성과 요구에 맞는 평생교육 서비스를 정확하게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전략이자 기본 전략임을 다시 한 번 깨닫는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덴마크 공과대학의 운영 구조는 ‘교육-연구-혁신-컨설팅’이 선순환되는 구조로 교육과 연구가 학문으로만 존재하지 않고, 실질적으로 사회의 공익을 창출하고 있었다. 이 구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시·도 평생교육진흥원의 운영 구조도 이렇게 세팅된다면 보다 평생교육 현장과 제도 개선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모두의학교를 세팅하고, 운영하면서 공과대학의 운영 구조를 미약하지만 여러 시도를 통해 조금씩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선순환구조가 전국 평생교육 공공 영역에도 확산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