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 같고, 사오정 같아도 괜찮아

 

이 모든 일의 시작은 EBS <질문이 있는 특강쇼 빅뱅>이었다. 어느 날 밤, 모두의학교 김혜영 팀장은 TV를 틀었다가 마침 시작하는 그 프로그램을 보게 된다. 류청산 교수가 ‘미래사회와 평생학습’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했고, ‘평생학습’이라는 말에 ‘좀 보다가 자야지’ 했던 김 팀장은 보다보니 재밌어서 끝까지 시청을 해버렸고, 이불 속에 들어갈 때 즈음엔 이미 “이 교수님을 꼭 만나야 해!” 결심한 상태였다. 얼마 뒤 김 팀장과 임지회 주임은 무작정 류청산 교수가 계시는 경인교대로 찾아갔고, 첫날부터 두 시간 동안 욕을 먹고 나오게 된다.

이렇게 인연이 끝나나 싶었는데, 류청산 교수는 야단을 친 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전화를 걸어왔고, 이에 희망의 싹을 본 김 팀장과 임 주임은 이후로도 몇 번을 계속 찾아갔고, 찾아갈 때마다 점점 데려가는 직원 수가 늘었다. 어떤 날은 여섯 명이 함께 가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류청산 교수가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모두의학교 자문위원이 되어 있었다는 이야기다.

비가 올 거라는 예보만 무성하고 비 한 방울 뿌리지 않던 7월 어느 날, 모두의학교 자문위원 류청산 교수를 모시고 <이제는 말할 수 있다> 풍의 토크쇼를 진행했다. 만난 첫날 그들은 왜 두 시간 동안 욕을 먹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류청산 교수는 왜 모두의학교에 와 있을까? 두 팀은 쿵짝쿵짝 무슨 모의를 꾸미고 있을까? 그 모든 이야기보따리를 이 지면에 풀어본다.

 

 

“첫인상? 무모한 돈키호테 같았어요.”

임지회 : 작년에 불쑥 찾아뵀을 때 저희 첫인상은 어땠나요?

류청산 : 당황스러웠죠. 돈키호테, 아니 유럽의 돈키호테보다 훨씬 더 무모한 돈키호테 같았어요. 사실 그런 점이 미래형 소프트 스킬로 좋아요. 이것저것 다 계산하다보면 할 수 있는 일이 없거든요. 두 사람은 계산기 두드리지 않고, 상대편 배려도 없이 자기들의 가치만 가지고 무작정 왔는데, 이렇게 무모하게 도전해야 미래를 설계할 수 있어요.

이유정 : 처음 만남에 2시간 동안 야단을 쳤다고 하시던데, 어떤 말씀을 하신 거예요?

류청산 : 미래학자들은 다른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듣고 핵심을 캐치해서 정리를 잘해요. 그런데 그런 사람 앞에서 이분들이 미래의 교육을 담당하고 싶다면서, 1분이면 설명하고도 남을 걸, 장황하게 3~5분씩 해요. 의사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은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성격이 급해요.

그런데 저를 찾아와서 도와달라면서 핵심 얘기는 안하고 변죽만 울리면서 계속 설명만 하고 있으니 답답해서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 자세한 설명은 교실에서나 하는 거다, 도와달라고 왔으면 엑기스만 뽑아 던져주고 나머지 궁금한 건 물어보라고 해야 된다”고 하면서 융단폭격을 퍼부었죠. 거의 혼을 냈죠.

임지회 : 그런데도 저희는 포기하지 않았죠. (웃음)

류청산 : 아… 정말 사오정 수준이더군요. 이 정도 혼내면 다시는 안 와야 되는데, 말을 해도 듣지 않아. 정말 의지가 강하고…

 

기계로 대체될 수 없는 나

김혜영 : 사실 교수님이 저희를 혼내고 나서 전화를 주셨잖아요. 그때 저흰 알았다니까요. 교수님은 차가운 듯하지만 따뜻한 분이라는 걸. 그래서 다른 직원들을 보낼 때도 미리 정신 교육을 시켰어요. 교수님이 무섭게 혼내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를 도와주려는 분이시다. 그러니 정신 무장하고 가서 배우고 오라고 보냈어요.

류청산 : 사실 모두의학교 와보기 전까지는 제가 평생교육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은 선입견이 있었어요. 여기 와서 시설을 보니까 선진국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잘 해놨더군요. 우리나라 교육이 안되는 첫 번째 이유가 시설이 전부 1960~1970년대에 지어진, 산업시대용 클래스이기 때문이에요. 낡은 시설이 새로운 콘텐츠를 담을 수 없는 거죠. 그래서 가장 먼저 바뀌어야 될 게 교육환경과 시설인데, 모두의학교에선 그게 되겠더라구요.

제가 “학교는 사라질 거다”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그게 학교가 없어진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처럼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단계별 진학하는 제도, 매일 캠퍼스에 등하교 하는 형태가 사라진다는 말이에요. 이미 지금 청소년들은 정보와 지식의 30% 이상을 학교가 아닌 사이버세상에서 배우고 있어요. 아마 앞으로는 그 비율이 100%가 될 거예요. 그랬을 때 학교에 와서는 무엇을 할 수 있느냐? 지식 습득이 아니라 친구 사귀고, 체험하고, 경험할 수 있겠죠.

학교라는 것 자체가 산업시대의 유물이고, 주사용자인 산업시대의 사람들을 따라서 학교도 늙어가요. 결국 그 늙은 사람들이 다시 학교에 와서 공부를 하게 될 텐데, 그게 바로 평생교육이죠. 그 사람들을 모으려면 시험 쳐서는 안돼요. 왜? 시험이라는 건 암기능력을 평가하는 거거든요. 암기능력을 평가하는 이유는 인지력과 실행력이 중요했기 때문이에요. 산업시대에는 이게 중요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중요하지 않죠.

정보는 인터넷에 다 있으니까 더 이상 외울 필요가 없고, 실행력은 사람이 로봇이나 AI를 쫓아갈 수가 없죠. 그럴 때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실행의지죠. 실행능력을 ‘하드스킬’, 실행의지를 ‘소프트스킬’이라고 합니다. AI보다 뛰어난 실행능력을 가진 인간은 없어요. 하지만 아직까지 실행의지는 기계가 인간을 따라올 수 없어요.

그러니 언어, 수리, 사회, 기술, 과학 같은 것들은 곧 학교에서 사라질 것이고, 대신 협동심, 희생정신, 봉사정신 같은 걸 학교에 다 같이 모여 배울 거예요. 또 인간이 하면서 즐거워할 수 있는 요리, 스포츠, 그림그리기 같은 것들이 남겠죠.

학교가 체계화된 건 미국 개척시대예요. 그때 농사기술을 가르치려고 농대가 시작되었고, 미국은 땅이 넓다보니 호미나 낫으로는 답이 안 나오니까 트랙터 같은 기계를 만들었고, 그 조작법을 가르쳐줘야 했으니 공대가 만들어졌어요. 이어서 한 해 농사를 지어보니 너무 생산물이 많아도 문제, 적어도 문제라 통계가 중요해지고, 이후 경영학과까지가 대학교육의 시초였어요. 즉 트랙터 기술 가르치려면 모아서 가르치는 게 효과적이니까 학교가 생긴 거죠. 그때는 효율성과 생산성이 중요했으나, 요즘은 개성과 인권이 존중되고 적성을 발견해주는 교육이 중요한 시대 아닙니까?
제가 요즘 교장선생님들을 모아놓고 미래의 융합교육방법론을 강의하는데요, 그 강의의 핵심은 바로 이겁니다. ‘기계로 대체될 수 없는 나’.

 

생애주기별 문제요인으로부터 시작되는 프로그램

김혜영 : 교수님 요즘 안수진 주임과 함께 열심히 하고 계신 것도 좀 소개해 주세요.

류청산 : 방금 실행능력과 실행의지 이야기를 했는데요, 실행의지를 키우기 위해선 마음의 에너지와 변화량을 측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모두의학교가 짧은 시간에 이렇게 하드웨어를 잘 만들었는데, 그 다음에는 어떡할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궁극적으로 인간의 마음의 에너지를 키워나가는 방향으로 나아가야겠지요?

지금 여러 가지 실험적인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것이 방향성 없이 각각 흩어져 있어요. 이것들이 같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지금 그것을 하고 있어요. 마음의 에너지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평가 준거를 만들어내고, 교육생이 반응하도록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를 평가 분석하여 피드백을 다음 프로그램에 반영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안수진 : 모두의학교가 세대별 장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는데요. 교수님과 워크숍을 통해 생애주기별로 아동기, 청소년기, 청년기, 중년기, 노년기의 5단계로 나누었어요. 그 중에서도 기간이 긴 중년기는 사회활동기와 활동확장기, 노년기는 성인후기와 성인완성기로 세부를 나누었습니다. 일단 이번 여름학기에 아동기, 청소년기, 청년기 프로그램을 운영했어요. <책방놀이터>, <노래하는 사진첩>, <리틀 포레스트>라는 프로그램이에요.

이 프로그램들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 각각 생애주기의 문제요인과 강화요인을 살펴서 만든 것들입니다. 예를 들어 청년기의 가장 큰 문제요인은 자립감 부족인데, 이를 강화하기 위해 협력, 시도, 향유의 경험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고, 이에 맞춰 몇 달 동안 농사를 지어보고, 수확물로 밥도 해먹는 프로그램을 만든 식이죠. 가을학기에는 중년기, 노년기 프로그램도 시작할 겁니다. 이런 도구개발을 위해 회의하는데, 한번은 6시간이나 걸렸어요. 오후 2시에 회의하러 들어가서 8시에 나왔다니까요. (웃음)

류청산 : 제가 우리학교 학생들한테도 이렇게 열심히 안해요. 모두의학교가 정말 상상을 초월했어요. 운영하는 프로그램의 방향성이 다 흩어져 있더라구요. 키워드를 찾아내고, 방향을 압축해야 그 이후에 측정 도구를 개발하고 검증할 수 있거든요. 그러려니 6시간씩 걸릴 수밖에. 사실 저는 학교에서도 ‘미래형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한 학기에 130명의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1학기 끝나고 나면 뇌사상태에 빠질 것 같다고 느낄 정도로 힘들어요. 왜냐하면 학생 1인당 13개의 수행과제를 쓰도록 하거든요. 그러니 그게 몇 갭니까? 일주일에 130개의 글을 다 읽고 나면 일주일이 후딱 가요.

임지회 : 마지막으로 모두의학교에 대한 기대 한 말씀 해주세요.

류청산 : ‘선언적 모두의학교’가 아니라 ‘실천하는 모두의학교’가 되었으면 합니다. 모두의학교를 처음 알게 됐을 때, 네이밍들이 다 신선했어요. ‘모두의학교’라는 이름도, ‘서울은 학교다’라는 슬로건도. 교육의 미래, 미래의 변화가 잘 담긴 슬로건이죠.

작년 12월에 ‘실수대첩’ 행사에도 초대받아서 왔는데, 그 이름도 신선했어요. 우리나라 교육은 한번 실수하면 끝나잖아요? 그래서 대학생들이 성적 확인 정정 기간이 시작되자마자 밤 12시부터 바로 메일 보내고 연락이 옵니다. 그런 의미에서 실수해도 괜찮다는 실수대첩은 신선하죠. ‘서울은 학교다’나 ‘모두의학교’는 교육의 미래인 탈경계화를 잘 드러낸 슬로건이에요. 앞으로 이 슬로건을 제대로 실천하는 게 모두의학교의 숙제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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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이 서울은 학교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매월 서울자유시민대학, 모두의학교, 동네배움터 소식을 전합니다.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이 운영하는 각양각색의 학교에서 일어나는 재미난 이야기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