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창조와 계승 : 3대를 잇는 일과의 사랑

그럼요. 그 우리는 이 습성이 이 일에 미친 사람들이라서.

 

세운상가 특수조끼 및 특수장비 기술장인
이종훈(60세)

 

 

이종훈 기술장인은 특수조끼/장비 전문가로 불린다.
세운상가 대부분의 작업실이 1인 작업실인데 비해 이종훈 장인의 작업실은 많은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작업실 여기저기에는 특허 받은 특수조끼, 총기가방, 무기케이스, AS가방, 특공대조끼 등 다양한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미래의 장인어른과의 만남. “너 그러지 말고 와서 기술 배워.”

이종훈 장인은 어릴 적 일찍이 부모님을 여의고 10대 때 홀연단신으로 서울로 올라 왔다. 종로 시장어귀를 왔다갔다하며 생활할 때, 어떤 어르신이 자꾸 옆에 와서 너 그렇게 돌아다니지 말고 나한테 와서 기술이나 배우라고 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날 콜레라가 유행하던 여름철 몸이 몹시 아파오면서 골몰에 쓰러지는 일이 생겼고 그 때 그 어르신 얼굴이 떠 올랐다. 장인은 그 사장님을 찾아가 취직해도 되겠냐고 물었고 사장님은 난 니가 올줄 알았다고 하셨다. 평생 업과의 첫 만남이었다.

“예. 근데 하루는 굉장히 여름철에 아팠어요. 콜레라 그 유행할 무렵에. 근데 누워있는데 골목에 쓰러져서 이렇게 누워있는데 그 사장님 생각이 자꾸 얼굴이 비치더라고. 그래서 쫓아갔죠. 나 취직해도 되겠냐고. 그랬더니 딱 하시는 말씀이 그럴 줄 알았다는 거에요. 너 올 줄 알았다고 그래서 이제 취직, 거기 이렇게 해서 이제 이거 여길 들어온 거에요.”

그렇게 일을 하며 배우기 시작하였다. 예나 지금이나 쟁이들은 잘 가르쳐주지 않았으나, 미싱부터 시작하여 때로는 어깨너머로, 때로는 잘 보여가며 하나하나 배워나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사장님의 장녀와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어떤 어르신이 장인어르신이 된 것이다. 더불어 이제 일은 새롭게 발전시키고 계승해야 할 업이 되었다.

 

일과의 사랑 : 고통을 기꺼이 감내하게 해주는 힘.

장인의 일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장인이라도 IMF 한파는 피해가지 못했다. 부도를 맞게 되었다. 당시 주변에 모든 사람들은 그냥 손 털고 일어날 것을 권유했다. 당시에 모두가 그런 분위기였다. 정신적으로 피폐한 나날이 계속 되었으나 장인은 모두를 불러 놓고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뭐 완전히 뭐 정말 그러고 고민이 생기니까, 어느 쪽으로 가야 내가 잘 가는 길인가. 근데 이제 그래서 한 한 두달 방황하다가 이제 결론을 내렸지 다 불러놓고 나는 선택을 하겠는데 내가 다 갚겠다고….. 나는 2.5프로 사채이자 계산해서 다 갚을 것이며, 또 은행 빚도 다 갚을 것이고, 그리고 나 청계천 여기 안 떠난다. 그리고 내 직업도 안 버리고 간판도 안내린다. 그래서 다 정리했어요. 근데 지금 생각을 하니까 어린나이에 판단을 내가 얼마나 잘했는지 아 그 얼마나 좋습니까, 지금?”

장인의 선택은 모든 고통을 정면으로 받아들이겠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하나다. 장인이 사랑하는 일을 버리고 싶지 않아서였다. 오히려 이것은 전화위복이 되었다. 이러한 소문은 신뢰가 되었고 소문을 듣고 선입처리해 주는 거래처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제는 그 일의 소중함을 알았던 아들이 다른 좋은 취업 제안을 뒤로하고 그 맥을 잇고자 한다.

 

전통의 창조와 계승

장인이라고 하면 전통의 계승자로 생각한다. 과거 전통을 그대로 재현하는 사람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하지만 현대의 장인들은 단순히 전통의 재현이 아닌 재창조와 후대의 연결을 잇는 사람이라고 연세대학교 장원섭 교수는 이야기한다. 그 과정 속에서 고통과 역경을 이기고 감당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일의 의미다.
일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일의 의미는 매우 중요하다. 일의 의미에 따라 고통 속에서도 행복해 질수 있고 편안함 속에서도 불행해 질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