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의 리듬으로 : 고객의 리듬이 아닌 시계의 리듬으로

그치 내 방식대로 하지 나는. 내 방식대로 속임 없이

 

세운상가 시계조립/수리 장인
장충락(64세)

 

 

장충락 기술장인은 시계조립/수리 전문가로 불린다.
예지동 좁은 시계골몰을 걷다보면, 이곳의 역사와 함께 한 장충락 기술장인을 만나볼 수 있다. 인터뷰 시간에도 계속 시계를 맡기러 오는 손님들이 왔다 갔다 했다.
장충락 장인을 만나고 헤어질 때까지도 그의 손에는 시계가 들려 있었다.

 

 

 

전자기기에서 시계로 “요거를 내가 해야 되겠더라구. 그래서 나왔어요.”

충남 예산 출신인 장충락 장인은 과거 농경사회에서 산업화로 진전되던 시기와 맥을 같이 하여 서울로 올라왔다. 전자기기 제조회사에서 시계와 관련된 계측기를 생산하던 때였다.
70년대 중반, 예지동 시계골몰에는 전자시계, LED시계가 나오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하였다. 당시 시계 쪽에서 전자를 다룰 수 있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우연히 나온 길에서 장인은 이게 바로 나에게 일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그 때 뭐 민트론, 오트론, 카파, 케이트론도 있고… 이제 금성 이런데서 나오고 있었는데, 시계쪽에서 전자를 다룰 수 있는 사람들이 거의 없잖아요….. 근데 여기 나와서 AS 하는 과정을 보니까, 요거를 내가 해야되겠더라구, 그래서 나왔어요.”

그렇게 시작된 일은 시계 기술장인 탄생의 시작이었다. 기술자였던 장인은 시계를 수리하는 재미에 빠져있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수리를 해주고 수리비를 받는 것이 나의 어느 부위를 파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한다.

“재미를 느낀 거는 처음부터 그랬죠 안 되던 것이 내 손을 대면은 쫙 살아 나가서 움직여 준다는 말이에요. 참 재미있잖아요. 맨 처음에 할 때는 얼떨떨하지. 왜? 돈하고 관계되는 일이니까 돈을 받아야 되고. 저는 월급을 받던 사람이 와서 직접 내가 하는 대가로 돈을 받다보니까, 어떤 때는 진짜 마음이 별로 내키지가 않더라고. 내가 어느 부위를 판다라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내가 스님도 아니고 성직자도 아닌데 내가 괜히 그 때 기분이 안들더라고. 얼마, 그 때 아무생각 안하고 고쳐놓고, 이거 얼마에요 했을 때 내가 말을 못했어요. 그러면 옆 사람한테 한 점포에 있는 사람한테 물어봐. 그러면 얘기해줘요. 그런 적도 있어요. 처음에는 적응이 안되서 그런 때도 있었어요. 근데 이제 적응이 되다 보니까, 뻔뻔스러워지는 거지.”

 

시계의 리듬으로

장인은 시계수리에서 얻는 재미가 있는 반면에 고객과의 입장으로 고통스러운 부분도 존재한다고 이야기한다. 기술 전문가는 기술로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한다. 장인도 의사가 암환자가 몇 기인지 어떻게 처방해야 하는지 내 능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 처럼 본인의 전문기술로 문제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며 시계와 리듬을 맞춰서 일을 한다. 이것을 아는 업체고객들은 어떤 것이 늦어져도 이해하지만, 소문을 듣고 찾아 온 고객들 중 극히 일부는 막무가내로 고객의 리듬을 맞춰 주기를 원한다. 이런 부분이 장인에게는 애로사항이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그게 필요 없는 사람이거든. 어떤 일 하나에 좀 늦는다던가, 이러면 업자들은 다 이해를 하거든요. 빨리해줘, 빨리해줘 해도 상황에 따라 자기들이 기달려 주기도 하고 일반인들은 안그러거든. 늦었다고……. 그러기도하고. 인터넷에 그 집 못쓴다고 막 올리기도 하고.”

“그치 내 방식대로 하지 나는. 내 방식대로 속임 없이 이게 제일 행복한 방법이에요. 진짜 내가 뭘 얻었어요. 내 철학이라고 봐야지 속이지 않고 내 방식대로 마냥 밀고 나가면 가장 편하더라고. 누가 뭐라고 해도, 내 방식으로 내가 인정하고, 뭐 꼼수들 나오잖아요. 안 그런다는 거지. 그니까 아까도 말씀드렸지만은 없으면 한끼 굶으면 돼. 그쵸? 감언이설 해서 뺏어 먹어 봐. 빚이잖아요, 빚. 그렇게 안 사는게…”

장인에게 있어 놓여진 시계란 이것을 어떻게 해서 고치는 지에 중점을 두지 흥정을 할 대상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한편으로는 기술자들이 장사치 반 만 따라가도 돈은 더 잘 벌 것이라고도 이야기한다.

 

장인의 리듬

장인의 탄생(2015) 책에는 일의 리듬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온다.

 

일의 리듬은 시대에 따라 변화해 왔다. 전 산업사회에서 인간은 자연의 리듬에 따라 일했다.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 지면 쉬고, 봄에는 씨 뿌리고 가을에는 수확했다. 산업사회에서는 기계의 리듬을 따랐다. 후기 산업사회에서는 고객의 리듬이 인간의 일을 지배한다. 극심한 시장 경쟁 상황에서 임금근로자뿐만 아니라 자영업자도 자기 일에 대한 통제권을 고객에게 빼앗기고 있다. 장인은 일의 정직한 리듬에 따라 자신의 리듬을 창조해 낸다. 그 리듬에 충실하게 일함으로써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장인의 탄생(2015)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