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기획하는 사업에 내가 참여하고 싶다니까요

 

청년인생설계학교 가을 학기를 앞두고 3명의, 아니 4명의 청년이 모였다.
청년인생설계학교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이 학교를 멱살잡고 끌어오고 있는 전아림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주임(이하 아림), 가을학기 인생설계프로그램 중 ‘별의별 이주00’을 운영하는 김평화 서울시 청년허브 교육협력팀 매니저(이하 평화), ‘프로진로고민러’를 운영하는 나호준 스텐드랩 청년연구소 대표(이하 호준), ‘소셜디자이너 경험 과정’을 운영하는 김희성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공동운영위원장(이하 희성)이 그들이다.

프로그램명도 생소하고, 이름 뒤에 길게 붙는 단체명과 직책도 복잡하지만, 걱정마시라! 지금부터 바로 그것에 대한 소개를 할 테니까. 4명이 나눈 좌담을 이해하기 쉽도록 뭉텅이 지어 들려주려 한다.

 

 

시골 내려가 2주간 살아볼래요?

“별의별 이주 00”

청년 정책이 서울 위주로 꾸려지는 것에 대한 대안으로 서울 외 지역으로 나가 2주간 살아보는 프로그램이다. 신청자들은 전남 영광, 강원 춘천, 충남 홍성, 충북 옥천의 네 지역 중 한 곳에서 각각 사회복지사, 돌봄교사, 기자, 농부가 되어 살아보게 된다. ‘별의별 이주00’에서 ‘이주’란 ‘2주’와 ‘이주(移住)’라는 중의적 의미를 가진다.

 

기획자 평화(청년허브)의 한마디

“예를 들어 이주 기자에 지원하는 청년은 두 부류로 나뉘어요. 언론고시를 준비하던 사람과 귀촌이 꿈이지만 본격적인 파워 귀농은 무서운 사람. 언론고시를 준비하던 청년에게는 직접 취재하고 기사를 써서 지면에 발행되는 경험이 짜릿할테구요, 귀농 탐색을 하시는 분들은 2주간 살아보니 용기가 생겨 좀 더 길게 살아도 되겠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기도 해요. 오시는 분들마다 얻어가는 게 다른 거죠. 또 어떤 분은 지난 여름학기 이주 농부로 갔을 땐 적응을 못하셨는데, 가을학기 이주돌봄을 하고 있는 지역은 잘 맞는다고 해요. 사람마다 맞는 지역도 다른 거죠.

저희는 잘 꾸며진 환경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지역에 던지고 생존하게 하거든요. 이주 기자 같은 경우 옥천신문과 함께 하는데, 지역 신문에 청년들이 직접 기사를 써서 실을 수 있는 기회도 있어요. 거대담론을 하는, 큰 신문사라면 불가능한 일이겠죠. 유명하고 어려운 분을 모시고 인터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이웃들을 인터뷰하여 소식을 전하니까 본인이 스케줄을 짜서 활동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구요. 이런 경험이 청년들에겐 소중하죠. 마찬가지로 지방은 청년을 필요로 하고, 기회가 열려 있는 거예요.

지금 이와 비슷한 프로그램이 전국적으로 30개가 넘어요. 지자체에서 청년허브로 연락이 많이 와요. 그때마다 ‘기존 지방이주 정책과는 다르다, 지방 이주가 아니라 경로탐색이 주제다’하고 설명드려요. 지자체에선 지방 이주를 하지 않으면 성과측정을 어떻게 하냐고 반문하세요. 아무래도 지자체는 몇 명이 지방으로 이주했다는 성과가 나와야 하니까요.”

희성 성과지표에 대한 건 고민해봐야 하는 문제입니다. 서울시는 세대균형지표, 환경영향평가, 성인지 지표 같은 걸 측정하고 실현하는 중이에요. 이런 지표처럼 청년 쪽도 단지 숫자가 아닌 측정가능한 지표가 나오면 좋겠지요.

호준 평화님이 하신 말씀 중 진로설계를 위한 안전지대가 필요하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대한민국 청년들에게는 안전하지 않다는 공감대가 있어요. 실패해도 괜찮고, 저질러도 괜찮다는 안전함이 주어져야 해요. 저희 프로그램(프로진로고민러)은 2시간짜리인데, 시간이 짧아서 하고 나서 집에 가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버려요. 그래서 2주라는 긴 시간 동안 지방에서 하는 프로그램이 부럽네요.

 

대기업과 공무원 말고도 갈 길은 많아요!

“소셜디자이너 체험 과정”

NGO, NPO, 사회적기업, 시민사회단체 등 공공가치에 기여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고 진로설계에 도움을 주는 일종의 멘토링 프로그램이다. 민달팽이 유니온, 채식한끼, 감성붓다, 한국장애인관광협회, 무중력지대, 청년유니온 등 다양한 사회단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사람책이 되어 경험을 나누고, 청년들의 질문에 답한다.

 

기획자 희성(서울청정넷)의 한마디

“청년들의 진로에는 공무원과 대기업만 있는 게 아닙니다. 다양한 선택지를 보여주고, 다양한 삶의 모델들을 만나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그 중에 올 가을학기에는 사회적 경제, 노동, 주거, 장애인 인권 등의 공익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시민활동가, 스타트업, 공조직의 구성원들을 불러모았습니다. 이런 일을 하고 싶지만 어떻게 하면 할 수 있는지 모르는 청년들을 위한 자리죠.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고등학교 때 진로를 한번 정하면 쭉 그대로 갔어요. 이제 더 이상은 그런 식으로는 안된다는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었기에 이런 프로그램이 가능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진로탐색을 퍼스널 트레이닝(PT)해드려요!

“프로진로고민러”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각자의 고민 유형에 맞춰 1:1 PT하듯 진로를 함께 찾아가 보는 프로그램이다. 대학생이나 취준생이라면 전반적 진로설정 코스를, 이미 일을 하고 있지만 이직이나 퇴사를 고민한다면 목표 재설정 코스를 추천한다.

 

기획자 호준(스텐드랩)의 한마디

“프로진로고민러는 게임형 툴킷을 토대로 만들었어요. 텀블벅에서 펀딩도 했는데, 반응이 좋은 편이었죠. 청년들은 입시에 매진하느라 진로 고민할 기회를 잃어버렸다가 대학 4학년이 되면 갑자기 진로를 선택하라고 강요받잖아요. 어떻게 하면 쉽고 재밌게 진로 고민을 할 수 있을까 하다가 1,600여 명의 청년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상황에 따라 고민의 유형을 6개로 나누었어요. 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상황, 하고 싶은 건 있는데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 선택의 기로에 놓인 상황, 지금은 괜찮지만 나중에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모르는 상황, 하고 있는 일이 안맞는 상황 등등. 그 상황에서 생각의 흐름에 따라 코칭알고리즘과 긍정심리학을 적용해서 가장 쉽고 재밌게 해결할 수 있는 플로우를 개발했습니다. 이를 고민학습지와 워크숍 형태로 제시하는데, 이번 청년인생설계학교 가을학기에선 그 6가지 유형 중 2가지, 즉 ‘전반적 진로 설정 편’과 ‘목표 재설정 편’을 열었습니다.

직업이란 그릇일 뿐,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가 중요하고, 그게 담기는 모양새는 각각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는 진로를 찾아준다기 보단 진로 탐색의 근육을 키우는 법을 알려드립니다. 헬스장에서 PT(퍼스널 트레이닝)를 받으면, 4~5개월이 지나면 스스로 훈련할 수 있게 돼요. 그처럼 저희의 PT를 받고 나면 이후에 진로 탐색에 대한 고민을 능동적으로 할 수 있게 되죠. 생각의 프로세스를 가르쳐드리니까요.”

평화 정말 듣고 싶은 프로그램이에요. 저는 아마 목표재설정 근육이 필요하겠죠. 그런 경우 있잖아요. 지금 하는 일에 자신이 없는데도 좋은 선배, 좋은 직장, 좋은 사람 때문에 무마하는 거요. 만약 그런 것들이 떨어져나가면 바로 ‘퇴사각’이거든요. 마음에 힘이 있으면 그런 경우가 줄어들 텐데요.

 

아림 저는 이런 생각 자체를 해본 적이 없어요. 근육을 쓸 기회가 없었으니 제게 근육이 있는지 그걸 쓸 줄 아는지조차 모르는 거죠. 제게도 이런 프로그램이 꼭 필요했어요.

 

위 3개의 프로그램 외에도 7개의 프로그램이 더 있으니, 알고 싶다면 클릭!

 

 

 

전아림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 홍보대외협력팀 주임)

“저는 대학교 4학년 기말고사 치는 중에 원서를 내서 바로 취업이 됐어요. 그곳에서 2년 계약직으로 다니다, 이곳으로 자리를 옮겼죠. 계속 회사만 다녔고, 비슷한 평생교육 일을 했고, 정책 대상자와 직접 맞닿는 일이 아니라 중간지원을 하는, 행정 일을 했죠. 진로 고민 할 틈도 없이, 나에 대해 생각할 일 없이 회사를 다녔어요. 그러다 작년부터 청년인생설계학교를 맡게 되었는데, 운영을 함께 하는 청년 동료들이나 참여자들, 청년 시민들에게 자극을 많이 받았어요. 이들을 직접 대면하면서 생각도 많아졌어요. 운영하는 입장이자 동시에 저도 청년이기에, 나는 뭘하고 싶지?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를 물으면서 채워나갔어요.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도 내가 하면 좋을까? 내가 하면 재밌을까?를 쭉 질문하고 있어요.”

 

 

김평화
(서울특별시 청년허브 교류협력팀 매니저)

“저는 청년허브가 있는 공간의 한 입주단체에서 근무했어요. 60~80개의 단체가 입주해 있었는데 그 중 한 군데서 근무하다가 청년허브를 알게 되었고 관심이 생겼어요. 청년을 대상으로 뭔가를 한다는 게 메리트가 컸죠. 내가 당사자인 청년 문제에 작은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 싶어서 청년허브에서 일하게 됐어요. 즉 소셜벤처에서 근무하다가 소셜벤처를 지원하는 일을 하게 된거죠. 지역교류 업무는 자원해서 한 건 아니었지만(웃음), 저도 지역출신이고 하니까 여러모로 잘 맞아요. 이 일을 하다가 제일 좋을 때는, 직장 다니는 분들이 ‘지역에 일주일만 가서 있고 싶은데 안되냐’는 전화를 받을 때예요.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서 넣어드리려고 해요. 그런 분들이 내는 일주일이 얼마나 큰 일주일인지 잘 알거든요. 그분들은 그만큼 얻어가시는 것들이 많아요. 다음 휴가에도 그 지역에 찾아가거나 자원봉사자로 합류하거나. 저희 프로그램(별의별 이주00)은 지방에 친구가 생기는 프로그램이에요. 일상에서 ‘빡칠’ 때 펜션을 잡는 게 아니라 그 지방에 내려가 친구집에서 묵는 거죠. 저희가 바라는 게 그거였어요. 이 청년이 언제든지 내려갈 수 있는 친구 집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사실 저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제가 하는 사업에 제가 참여하고 싶을 때가 있거든요. 하하.”

 

 

김희성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공동운영위원장)

“저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는데, 원하는 과에 다 떨어지고 2지망으로 붙었어요. 전공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지만, 보통 경영학과는 선호하는 곳이다 보니 그냥 다녔죠. 다행히 학보사 기자를 하면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됐는데요. 그렇게 알게 된 사람이 서울시뉴딜일자리 사업 중에 청년혁신활동가 양성사업이 있다더라며 소개를 시켜줬어요. 2014년부터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운영사무국에서 일하게 됐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청년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2017~2018년엔 서울시 청년명예시장도 했구요(서울시에는 청년을 포함 여성, 노인, 어린이, 외국인 등 17명의 명예시장이 있다). 그때 서울청년의회에서 갭이어 정책이 제안되었고,  청년인생설계학교가 탄생했는데요. 저도 그 일원으로서 책임을 느끼고 함께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우리나라에선 대학 진학 시 약간 비뚤어지게 되면 다시 돌아가기가 쉽지 않잖아요? 그런 차원에서 저도 고민이 많았어요. 한번 직업을 선택하면 돌아가기 쉽지 않을텐데… 그렇다면 기왕 하는 일이 나쁜 일은 아니었음 좋겠다는 막연한 바람이 있었죠. 원래는 행정직 공무원을 해볼까도 했는데, 그렇게 되지는 못했고 지금은 이렇게 공무원들과 같이 일을 하고 있네요. 아직도 저의 역량과 미래에 대해 계속 고민하는 중이에요.”

 

 

나호준
(스텝드랩 청년연구소 CEO)

“저는 미대 출신으로 미술강사 생활을 7~8년 했습니다. 그 외에도 성우, 인권운동가, 미술관 연구직, 영상편집자 등 30가지가 넘는 직업을 가져봤고, 진로 고민이 심했어요. 그런 과정을 통해 나는 가치를 삶으로 구현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고, 그럼 소셜벤처가 잘 맞겠다 싶었죠. 그래서 소설벤처를 키워주는 언더독스 사관학교를 찾아갔는데, 재미있고 잘 맞는 거예요. 거기서 시작한 팀과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제 자체가 진로고민이 심했고, 우리팀도 전부 진로고민이 심한 사람들이에요. 청년들이 진로 고민 때문에 이렇게 힘들어하는데 좀 더 쉽게, 좀 더 재밌게 만들어줄 수는 없을까? 하는 소셜미션을 가진 사람들이 저희 회사에 들어와 있어요. 그래서 프로진로고민러가 탄생할 수 있었죠. 이런 분야가 사기업이 도전하기는 힘든 분야라고 처음엔 생각했지만, 사기업만이 가질 수 있는 날카로움이 있어요. 다음달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생명이 경각에 달려 있을 때 내리는 날카로움이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하고, 사회문제를 최전방에서 해결하기도 하죠. 저희 회사의 형태가 일장일단이 있지만, 그 와중에도 전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사람들을 돕고 있어요.”

 

다들 진로에 대해서 고민이 많고, 지금도 고민하고 있는 청년들이었다.
이렇게 스스로 고민하고 자기의 문제를 찾아가는 청년 당사자들이 만들기 때문에 청년인생설계학교의 프로그램 하나하나가 그토록 신선하고 공감가는 게 아닌가 싶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그런 꽃 중에 아름답지 않은 꽃은 또 어디 있으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계획하고 싶은 청년들을 위한
서울형 갭이어(Gap-year) 프로젝트로, 2017년 서울청년의회의 정책 제안으로 탄생했다.
혼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폭 넓은 경험, 평소 생각하기 어려웠던 나와 세상을 향한
탐구,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또래와 만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어느덧 2019년도 절반이 지나 여름이 찾아왔고, 2019년 청년인생설계학교도 열기를 띠며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무더운 여름, 이열치열이라는 옛말처럼 올해 여름 2019년 청년인생설계학교 여름학기에 참석해 뜨거운 여름을 보낼 준비가 된 청춘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