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다이크브라운과 울트라마린으로 만드는 나만의 무채색

 

어반스케치란 도시의 건축물, 골목, 공원, 사람들을 현장에서 보고 그리는 그림이다. 골목이나 공원에서 작은 스케치북을 무릎에 펴놓고 휴대용 팔레트의 물감을 칠하거나 펜으로 스케치하고 있는 사람들을 본적이 있다면, 당신은 어반스케처스를 본 것이다. 자유여행과 인스타그램의 발달로 요 몇 년 사이 어반스케치는 부쩍 대중화된 느낌이다. 나도 몇 년 전 마음맞는 사람들과 한달에 한두번 어반스케치를 한 적이 있다. 모임에서 그린 그림을 인터넷에 올려놓으면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자기도 참여하고 싶다는 댓글이 종종 달렸다. 그만큼 사람들이 해보고 싶어하고 관심 있는 분야이면서, 한편으로는 정기적이며 지속적으로 시간을 낼 수 있는, 마음맞는 사람들을 모으기가 힘든 분야이기도 하다.

서울자유시민대학이 그런 트렌드를 놓칠 리가 없다.
작년에 10주 과정의 어반스케치 강좌를 열었고,
올해도 같은 강사님의 강좌가 5주 과정으로 개설되었다.
그 다섯 번째 시간에 참여하여 수강생들의 스케치북을 들여다보고, 강사님의 시연을 지켜볼 수 있었다.

수강생들의 그림으로 전시회를 열고, 이 지면에 기사가 나가 홍보가 되면 어반스케치가 정규강좌로 편성될 수 있다고 한다. 꼭 그렇게 되면 좋겠다. 그럼 내년에는 기자가 아니라 수강생으로 함께 배우고 그리고 싶다.

 

 

다 도와드릴 수 있지만 시간 내는 건 못 도와드려요.

다섯 번의 강의 중 처음 두 번은 강의실에서 수업을 했고, 나머지 두 번은 정동길과 덕수궁으로 나가 실제 어반스케치를 했다. 지난 주, 덕수궁에서 어반스케치를 한 뒤 미완성 그림은 집에서 완성해 오라고 했는데, 20여 명 중 마무리해온 분은 5명 정도 밖에 없었다. 또한 광복절을 맞아 거기에 어울리는 그림도 그려오라고 숙제를 냈는데, 그 역시 3~4명 정도만 해왔다.

강사님은 “그럼 수업 때 말고 일주일 동안 그림 한 번도 안그린 분 손들어 보세요.”했고, 여러 명이 손을 들자 “왜 안 그린 것 같아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바빴다는 대답이 압도적이었다. 그러자 강사님은 “드로잉은 하루 5분만 짬이 나도 할 수 있어요. 여기서 일주일 내내 나는 5분도 시간이 없었다 하시는 분은 없죠? 그럼 바빠서 못그렸다는 건 답이 아니죠. 왜 그림을 안 그리게 되냐면, 그것이 우선순위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제가 여러분에게 미술도구도 알려드리고, 그림 그리는 법도 알려드릴 수 있지만 시간 내는 건 도와드릴 수 없어요. 시간은 각자 내셔야 돼요.”라고 하면서, 자신이 이번 주말 동안 동해 여행을 하며 그린 그림들을 보여주셨다.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가서도 2~3시간 일찍 일어나 바닷가에서 그림을 그리는 등 짬짬이 시간을 내서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어반스케치란? 드로잉의 생활화.

강사님은 퀵드로잉과 어반스케치는 다르다고 했다. 빨리 휙휙 그리는 퀵드로잉은 크로키라고도 하는데, 이렇게 그려진 그림은 장면만 다르지 다 똑같게 느껴져서 재미가 없다. 퀵드로잉으로 100번을 그려봤자 그림은 늘지 않는다고 한다. 어반스케치를 할 때는 재료, 도구, 그림풍을 바꿔서 다양하게 많이 그려보는 것이 좋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시도해보면 안목이 높아지고 시야가 넓어진다. 잘 그릴 줄 아는데 퀵드로잉을 하는 사람과 그것밖에 할 줄 몰라서 퀵드로잉을 하는 사람은 다르다고 했다. 좋은 그림을 그리려면 그만큼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열심히 그리기 위해 어떤 분들은 스케치북을 목걸이처럼 목에 걸고 다니면서 이동할 때도 그리고, 틈날 때마다 그리는데, 그렇게 드로잉이 생활화되는 게 바로 어반스케치라고 했다.
이후 20분 간 지난 시간 마무리하지 못한 그림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그림을 그려보는 시간을 가졌다. 강사님은 돌아다니며 그림을 봐주셨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질문하는, 공통적으로 헤매는 부분 3가지에 대해 정리해 알려주셨다.

 

① 그림을 어디까지 그려야 완성한 걸까요?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에요. 이에 대한 답은 간단해요. ‘내 눈으로 봤을 때 더 이상 고칠 게 없다 싶을 때.’ (이 말에 수강생들이 야유했다. 고칠 게 없도록 어떻게 그린단 말인가?) 그러니 자신과 자꾸 타협하지 마세요. 이 정도면 됐지 뭐 타협하는 1mm가 쌓이고 싸여 그림을 망쳐요. 그리고 ‘내 눈으로 봤을 때’라는 말은 지금 수준의 내 눈을 말하는 거예요. 지금 그린 그림을 나중에 실력이 쌓인 뒤 보면 고칠 곳이 엄청 보여요. 하지만 지금 자기 수준에서 고칠 게 없다 싶으면 된 거예요.

② 어떻게 해야 그림에 입체감이 생길까요?

입체감이 없는 이유는 그림에 강약이 없어서 그래요. 빛이 들어와서 하얗게 빛나야 되는 부분이 어둡거나, 그림자져서 어두워야 하는 부분이 어둡지 않아서 생기는 현상이죠. 그림의 기본은 빛과 어둠을 표현하는 것이니, 일단 빛이 어디서 들어와 어느 부분이 빛나는지를 눈여겨 보셔야 해요. 그리고 색칠할 때는 자꾸 덧칠해 평면적으로 만들지 말고 밝은 곳은 밝게, 어두운 곳은 어둡게 칠하세요. 어반스케치는 3번 정도의 덧칠이 적당합니다. 6~7번씩 덧칠하면 평면적인 그림이 됩니다.

③ 항상 시간이 모자라요. 현장에서 빨리 그리려면 어떡하면 될까요?

손을 멈추지 말고 계속 그려야 해요. 초보자들이 그림을 그리다 멈추고 생각을 하느라 시간을 보내는데, 그러면 2시간을 드려도 그 중 그리는 시간은 1시간 20분밖에 안되는 거예요. 그러니까 시간이 모자라죠. 머리는 생각을 해도, 손은 멈추지 말고 계속 그리세요. 생각은 그림 그리면서 하면 됩니다.

 

하늘 그리는 법과 나무 그리는 법

잠시 쉬는 시간을 가진 후 강사님의 시연이 이어졌다. 어반스케치에 자주 등장하는 하늘과 나무 그리는 법을 직접 시연해 보여주셨다. 하늘을 그리는 방법도 한 가지가 아니었다. 4가지 방법을 알려주셨다. 물을 듬뿍 묻힌 후 파란 물감을 그 위에 번지게 칠하는 방법, 먼저 진한 물감으로 구름의 테두리를 그린 후 물을 타 주변을 뭉개서 하늘을 표현하고, 구름에는 명암을 넣는 방법, 두 가지 색깔로 그라데이션하는 방법, 푸른 바탕에 흰색 과슈로 덧칠을 해서 구름을 표현하는 방법 등이었다.

나무를 그릴 때는 먼저 기둥을 그려주고, 그린색으로 이파리 부분을 진하게 찍어주고, 물을 더해 넓게 녹색을 펼쳐준 후, 블루를 더해 어두운 부분을 표현하면 입체감 있게 그릴 수 있다. 강사님은 흰색과 검은색 물감은 쓰지 말라고 하면서, 검은색 물감을 대체하는 자신만의 무채색을 만들라고 하셨다. 강사님의 무채색은 반다이크브라운과 울트라마린을 5:5로 섞어서 만들었다. 이걸 기본으로 해서, 나무 기둥을 그릴 때는 반다이크브라운의 비율을 높이고, 차가운 스틸을 그릴 때는 울트라마린의 비율을 높여서 쓴다. 나무는 브라운 계열이고, 스틸은 푸른색이 돌기 때문이다. 꼭 이대로 할 필요는 없지만 물감을 섞어 자기만의 무채색을 만들면 검은 물감을 쓰지 않아도 더 깊이 있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한다.

 

붓 닦을 때는 키친타올

강사님이 사용하는 미술도구에 수강생들은 큰 관심을 보였다. 고체물감이 들어가 있는 팔레트는 크기가 작은데도 15만원의 고가여서 그냥 2만원짜리 팔레트에 직접 물감을 짜서 다녀야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붓을 쫙 펼쳐서 세울 수 있는 케이스도 부러움을 샀다. 수강생 중 마취과 의사가 수술용 면포를 갖다줘서 강사님은 그걸 붓 닦는데 사용하셨다. 수강생들이 부러워하자, 그 대용으로 키친타올을 쓰면 된다고 알려주셨다.

4가지 하늘과 나무 그림이 끝난 후, 짧아서 아쉬운 5주의 강의를 마쳤다. 수강생들은 돌아가기 전에 자신의 스케치북에서 그림 1~2점을 뜯어 제출했다. 그 그림이 약 2주간 서울자유시민대학 본부 휴게실에 전시될 예정이다.
강사님이 시연하실 때 사진을 찍느라 수강생들의 스케치북을 들춰보게 되었는데, 다들 실력이 수준급이었다. 많은 분들이 해외여행을 하면서 성당, 전차, 식당, 골목 등을 이미 그려오셨고, 이제 이곳에 와서 우리나라 건물과 사람들을 그리고 있었다. 다들 5강은 짧다며 더 긴 강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덕·수·궁에서 그린 그림들

 

 

광·복·절 관련 그림들

 

 

서울자유시민대학 프로그램북 에 실린 김영실 씨의 그림과 원본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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