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과 여행, 그것이 곧 배움

 

 

‘항공사 대표? 이거 실화?’

형광펜 들고 밑줄 그어가며 읽어야 할 것 같은 정제된 이야기도 좋지만, 때론 우리 주변 누군가와 마주앉아 부담 없이 나누는 수다 같은 이야기도 있었으면 했다. 항공업계에 저비용항공사(LCC: Low Cost Carrier)가 등장하면서 항공여행의 선택지가 늘어났던 것처럼! 우리 시대 사표들과의 인터뷰 ‘멘토’가 3년 넘게 독자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던 작년 여름, ‘지금 만나러 갑니다’ 인터뷰를 시작했던 이유다.

초대 편집자인 전아림 홍보대외협력팀 주임은 평소 흠모했던 소설가 정세랑을 만났고, 20대 직원들보다 더 빨리 유튜브의 세계를 섭렵한 이경아 기획조정국장은 70대 크리에이터 박막례 할머니를 만났다.
‘위대한 팬심’ 하나로 이어간 격식타파 자유분방 인터뷰였다. 사진 실리는 게 싫어 인터뷰어로는 절대 나서지 않겠다던 황미연 홍보대외협력팀장은 예정에 없던 청년인생설계학교 운영을 맡게 되면서 이 코너에 도움을 청했다. 맹목적인 스펙 쌓기에 내몰린 청년들의 자기 탐색 시간, ‘서울형 갭이어’ 정책을 발의한 이혜민 당시 서울청년의회 청년의원을 만나고 싶다는 것이었다. 만남은 성사됐고, 인터뷰어는 그 후로 지독한 청년앓이 중이다.

우리는 다양한 이유로 사람들을 만나왔고, 매월 다음 타자를 하이애나처럼 찾아다니곤 했다. 그러다 지난 달, 이상훈 시민대학사업팀장이 뜻밖의 인물을 제안해왔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였다. ‘항공사 대표? 이거 실화?’

 

 

다양한 관계 속에 삶의 지혜가 

이상훈 : 같이 근무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오랜만에 이렇게 다른 자리에서 뵈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항공사 대표로서는 좀 특별한 이력을 갖고 계시잖아요. 전공은 정치외교학에, 보험회사에서 투자자문회사를 거쳐 항공사로 이직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웃음)

최종구 : 어떻게 이 자리까지 왔는지 물으신다면, 네트워크 덕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서른일곱에 이스타항공 설립자를 만났습니다. 조그마한 중소기업으로 시작해 이사, 상무, 전무, 부사장, 사장까지 20년간 같이 일하고 있어요.

주로 대관, 언론 홍보 업무를 하면서 다양한 인간관계를 쌓아왔고, 그 안에서 삶의 지혜를 많이 얻었습니다. 아무리 세상이 디지털화되었다 해도 실제 사람을 만나서 눈빛 보고 대화하는 일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상훈 : 어떤 분들을 주로 만나시나요?

최종구 : 직원들은 물론 관련 기관, 기업, 언론인, 정치인, 고객까지 업무적으로 만나는 사람에 학교, 고향 선후배까지 하루에 보통 30명은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업무적으로든 사적으로든 사람들을 만나서 만들어지는 관계를 좋아해요. 이어지는 관계에서 각자가 가진 경험과 지식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어떤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데 서로가 도움이 되기도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기회를 주기도 하죠.

이상훈 : 그 분들 중 대표님 인생에 큰 영향을 준 스승은 누구신가요?

최종구 : 어느 한 사람을 꼽을 순 없어요.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만들어낸 네트워크가 곧 배움의 터전이고 스승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삶에서 축적된 가치를 가진 누군가와 소통하는 것은 잘 쓰인 책이나 논문만큼 좋은 배움의 방법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삶은 배움의 연속이라고 생각합니다. 배움은 학습을 통한 지식의 축적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관계와 소통으로 경험을 공유하고 이를 통해 지혜를 습득해 나가는 과정이기도 하잖아요.
저 역시 늘 성공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어려움이 있었을 때면 위기에서 기회를 찾은 분들과 만나 이야기하고, 그들의 노하우를 배웠어요. 그것들이 지금도 중요하게 쓰이고 있죠.

 

이상훈 : 사람들과의 관계, 그것이 배움의 터전이고 스승이라는 말씀 공감합니다. 몇 년 전 웹진 <다들> 인터뷰를 모아서 펴낸 단행본 제목이 <모든 이가 스승이고 모든 곳이 학교다>였거든요.

다양한 사람들과 성공적인 인간관계를 만들어가는 대표님만의 노력이 있을 것 같은데, 소개 좀 해주세요.

최종구 : 현대 사회는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 시대’라고 하죠. 누구나 스마트폰을 통해 쉽고 편하게 연결할 수 있고, 자기 재능과 끼를 마음껏 펼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혁명의 시대를 만드는 연결의 주체는 결국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입니다.

요즘은 사람을 만나고 관계를 이어가는 과정이 너무나 편리합니다. 하지만 편리하다고 해서 그게 쉬운 것은 아닙니다. 신입 직원들이나 사회 진출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의 강의에 강조하는 부분이 있는데요. 사소하지만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작은 습관’입니다.

바빠서 놓친 전화에 대해 꼭 답을 줘야 합니다. 통화가 어렵다면 정중한 문자로 피드백을 주고 특별한 날에는 간단한 메시지만으로도 그 사람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또한 받은 만큼 돌려주고 특히 애경사에는 직접 찾아가야 합니다. 특히 장례식과 같은 슬픈 일은 항상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어요.

 

‘여행’은 배움의 가장 좋은 수단

이상훈 : 항공업계에 몸담으신 지 10년이 넘으셨잖아요. 다양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분야인데, 항공사 대표로서 중시해오신 게 있다면 무엇인지요?

최종구 : 항공산업은 ‘종합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첨단의 기술이 축적된 항공기와 항공기를 운항하고 정비하는 전문 인력과 복잡한 변수들을 고려해 계획하고 통제하는 업무까지 각각의 전문성을 가진 조직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죠. 그렇기 때문에 소통이 가장 중요합니다.

직원들과 업무적인 소통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소통도 편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월간 소통’이라는 행사를 만들어서 한 달에 한 번 이달의 여러 가지 이슈, 제안 사항 등을 나누고 회식을 합니다. 직급에 상관없이 누구나 올 수 있어요. 항공기는 24시간 날아다니잖아요. 본부 직원 몇 명 빼고는 대부분 각자의 스케줄에 따라 근무하기 때문에 직원들과 자주 만나 소통하는 게 쉽지 않아서 그런 행사를 만들었습니다.

이상훈 : 직원들에 대한 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요?

최종구 : 조종사는 재교육이 필수이기 때문에 운항본부 내에 운항훈련팀을 두고 자체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승무원 대상 서비스 교육도 마찬가지죠. 또 산학협력 대학들과 공동으로 보수교육을 실시하기도 합니다. 항공사 구성원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 역량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교육에 어마어마한 노력과 시간을 투자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상훈 : 사실 저비용항공사들이 등장하기 전이나 운항을 시작한 초창기에는 ‘안전하지 않을 것 같다’는 소비자들의 오해가 많았죠. 그럼에도 꽤 안정적으로 자리매김을 한 것 같습니다.

최종구 : 안전에 대한 우려 때문에 아직도 LCC라면 타지 않겠다고 하시는 분들도 적지 않을 거예요. 그러나 대표적인 LCC들이 수 년째 무사고 운항 중입니다.  
풀서비스캐리어(FSC: Full Service Carrier)에 비해 지연이나 결항은 많을 수 있습니다. 대체기가 적기 때문이죠. 그러나 안전에 대한 걱정은 이제 내려놓으셔도 된다고 봅니다. 항공산업은 안전을 위한 겹겹의 가이드라인과 철저한 규제, 감시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항공은 실제로도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이라고 할 수 있죠.

 

 

이상훈 : LCC가 생기면서 시민들의 여행 패턴도 많이 달라진 것 같은데요.

최종구 : 제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게 바로 ‘항공여행의 대중화’입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양대 항공사만 있었을 땐 여행 경비 중 항공료의 비중이 아주 크지 않았습니까? 여행 가는 게 쉽지 않았죠. 그런데 이젠 누구든 큰 부담 없이 비행기를 탈 수 있어요. 제주도뿐만 아니라 해외도 그렇죠.

이상훈 : 사실 여행만큼 즐거운 공부법도 없는 것 같은데요. 대표님은 여행 많이 하시나요?

최종구 : 저는 형편이 어려울 때도 돈 버는 족족 여행을 다녔어요. 아이들 데리고 유럽도 가고 중국, 일본 다 가봤습니다. 여행이 곧 배움 아니겠습니까. 특히, 유적지나 문화유산은 책이나 영화로도 볼 수 있지만, 현지에 가서 직접 마주했을 때 알 수 있는 깊이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여행은 원 없이 시켜줬죠. 
여행은 배움을 위한 가장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더 많은 분들이 안전한 항공여행을 통해 더 많은 추억과 배움의 경험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