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씨표류기(Feat. 하지 않아도 괜찮은 섬)

 

청년인생설계학교 여름학기에는 3가지의 캠프형 프로그램이 있다. 지리산 별아띠 천문대에서 쉬는 게 전부인 ‘청년요양원’, 서울을 벗어나 지역주민들과 생활하며 다른 지역에서 노동, 소통 등을 하며 살아보는 ‘별의별 이주OO’. 그리고 강연과 휴식, 네트워킹 등으로 구성된 ‘섬마을 인생학교’가 그 3가지 프로그램이다.

필자가 다녀온 프로그램은 ‘섬마을 인생학교’로, 여기서 지내는 기간 동안 충분히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인생을 스스로 찾을 기회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푹~ 쉬었다 와!”

출발 전 저녁, 청년인생설계학교 여름학기 참여자들을 만난다는 설렘과 낯선 곳으로 간다는 불안감을 애써 다스리며 눈을 붙였고, ‘3박 4일 푹 쉬다가 오라!’는 응원이 귓가를 아련하게 맴도는 와중에 나는 서서히 잠에 빠져들고 있었다.

빠빠빠 빠빠 ~ 굿..

‘섬마을 인생학교’로 떠나는 당일 아침.
몽롱한 상태로 배낭을 배고 용산역으로 향했다. 북적북적한 1호선에 몸을 싣고 용산역에 도착하기 까지 내내 ‘여름학기 참여자들을 처음 만나면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지?’, ‘아~주 어색하겠구먼’이라는 생각이 교차했고 메신저에서는 벌써 용산역에 도착해서 만나기로 한 장소에 기다리고 있다는 내용이 하나 둘 뜨기 시작했다.

용산역에 도착했다는 안내 방송과 함께 목적지까지 오는 동안 내내 함께한 고민이 사라지고 ‘3박 4일 그래 일도 하고 아름다운 바다 풍경을 보면서 쉬다가 오자!’는 결심, 그리고 여전히 낯선 곳으로 간다는 불안감과 섬마을 인생학교로 가는 첫 걸음을 내디뎠다.
(필자 tmi1 – 필자의 성격은 내성적이다… 아무튼 내성적이다)

 

눈 떠보니 목포역

어색했던 첫 만남의 시간이 지나고, 어느새 눈 떠보니 목포역이었다. 창밖은 비가 내리고 있었고 배가 뜰 수 있을까? 하는 나의 걱정을 읽기라고 한 건지 섬마을 인생학교 담당님의 메시지가 와 있었다.

[선생님~ 여객터미널에 전화해보니 배가 뜰 수 있다고 하네요]

비로 인해 목포역에 예상보다 늦게 도착한 우리들은 서둘러 인원 체크를 하고, 예약된 식사 장소로 각자 이동하기 시작했다. 목포역에서 얼마 되지 않은 곳이었지만 비가 와서 그런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서인지 멀게만 느껴졌지만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식사 장소에 도착하니, 다른 운영자와 참여자들은 이미 도착해서 식사를 자유롭게 하고 있었다. 참여자분들은 이미 여름학기 내내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오고 가면서 만난 적이 있는지 어색하지만 친해 보여 저렇게 빨리 친해질 수가 있나? 하며 의아한 마음이 살짝 들었지만 첫술을 뜨는 순간 깨달았다. 역시 맛있는 음식 앞에서는 모든 것이 무장해제 된다는 진리를.

 

본격적인 표류의 시작

우리의 최종 목적지인 도초도는 목포역에서 쾌속선을 타고 1시간가량 가다 보면 나타나는 섬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시목해변이 있는 곳이다.

도초도의 아름다운 풍경을 구경하다 보니 우리가 3박 4일 동안 함께 동고동락 할 장소! 섬마을 인생학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숙소 앞 정자에서 간단하게 방 배정과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됐다.

짐을 풀고 다시 모인 우리들이 처음 마주한 프로그램은 자.기.소.개.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자기소개 타임에 맞춰 우리 모두 3박 4일 동안 각자가 되고 싶거나 추구하는 삶의 방향을 담은 별명으로 각자를 소개했다.

출발하기 전 별명으로 부른다는 이야기를 입수한 필자는 어릴 때부터 나의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부르는 별명이 있어 별명 짓는 프로그램에는 큰 부담이 없었으나, 막상 도착해 별명을 부르는 취지를 듣다 보니 3박 4일 동안에는 익숙한 나의 모습이 아닌 내가 앞으로 살고 싶은 삶의 방향을 담아 새로 지어봐야겠다는 의욕이 생겼다.
(필자 tmi2 – 말하는 대로 이뤄진다는 속설을 믿는 편이다)

이런 나의 의지를 담아 지은 나의 별명은 ‘이너피스’. 불나방 같았던 기존 삶을 버리고 마음의 평화를 얻겠다는 의미로 지은 이 별명을 시작으로 3박 4일 동안 흐르는 대로 나를 내맡기는 표류가 시작됐고, 그렇게 ‘쉼’과도 멀어지는 것 같았다.

 

네가 진짜로 하고 싶은 게 뭐야?

섬마을 인생학교는 일부 프로그램만 정해져 있고 나머지는 참여자가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싫다면 하기 싫은 대로 자신이 진짜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알아가는 학교기 때문이다.

일부 정해져 있는 프로그램은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스스로와의 대화가 어색한 우리가 방향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었고, 첫날 저녁에 진행된 ‘알아차림 명상’을 통해 내가 출발 전부터 불안했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그동안 내성적이라는 울타리 안에 사람과 관계 맺음에 있어 벽과 단계를 만들고 그것을 하나의 숙제로 여겼던 것이다. 그래서 이번 3박 4일에는 흘러가는 대로, 너무 노력하지 않기! 표류해보기가 목표가 되었다.

 

하고 싶은 것을 하고, 하기 싫은 것은 하지 않아도 되는 곳

매일 아침 7시 30분, 도초도의 아침은 매우 규칙적이었고 빨리 찾아왔다.
청년인생설계학교 여름학기의 끝자락에서 만난 우리들이라 그런지, 아니면 이전 정보 없이 오롯이 섬마을 인생학교에서 만난 그 모습 그대로 상대방을 받아드려서인지 그것도 아니면 첫날 ‘알아가기 명상’을 통해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것을 드러내서인지 모르겠지만 급속도로 친해졌다.

다 같이 눈뜨고 이동하고 활동을 통해 친해진 우리들은 ‘나’ 스스로와도 친해져 있었다. 기존에 있었던 축구, 고기잡기, 노래 부르기 등의 프로그램 외에도 현장에서 즉석에서 하고 싶은 활동들이 추가되기 시작했다.

아침 요가, 섬마을 콘서트,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세바시 등등

 

전날 저녁 참여자 요청으로 즉석으로 진행된 아침요가!
비가 와서 아침요가를 진행하지 못했지만 바닷가에 누워 빗소리를 듣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각자가 잘하는 것은 선생님이 되기도 하고 상담사의 역할이 되어 서로의 고민을 주고 받으며 우리 모두 기존의 삶에서 벗어나 각자가 원하는 삶의 방향으로 순탄(?)하게 표류하고 있는 3박 4일이었고 어느새 마지막 날이 다가왔다.
(필자 tmi3 – 3박 4일 동안 잠들 기 전 필자는 분명…쉬고 오라고 했는데…라는 생각을 자장가 삼아 잠자리에 들었다)

 

진짜 표류하기 싫다면 서두르세요!

계획이란 원래 깨라고 있는 것이다! 라는 속설처럼 3박 4일 동안 하고 싶은 것들을 이것저것 추가하다 보니 기존에 계획된 시간보다 더 넘치게 활동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우리의 2박 3일은 계획된 시간보다 늦게 잠들었고, 늦게 일어났고, 충분히 프로그램을 즐기며 섬마을 인생학교의 취지처럼 ‘나’와 가까워졌다.

하.지.만 섬마을 인생학교 마지막 날에는 배를 타야했으므로 무조건 기존에 짜인 시간표대로 움직여야 했다. 헤어짐이 아쉬워 전날 늦게까지 잠들지 못한 참여자들도 마지막 날 아침에는 정해진 기상시간에 일어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도초도에서 머무는 동안 내내 비가 내려 제대로 풍경을 즐기지 못한 우리가 안타까웠는지 아니면 우리를 떠나보내기 아쉬웠는지 마지막 날 도초도의 아침은 매우 맑았고, 도초도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2019년 청년인생설계학교 여름학기 참여자들은 환하게 웃으며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고,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나는 소리쳤다.

“여러분이 오늘 어떻게 행동하냐에 따라 우리는 표류할 수도 집에 돌아갈 수도 있어요!!!!!!”

 

표류 속에서 만난 진정한 ‘쉼’

3박 4일 동안 섬마을 인생학교에 다녀와서 크게 변화한 것이 있냐고 물어본다면 ‘쉼’에 대한 정의라고 말할 수 있다. 처음 출발 할 때 나는 ‘쉼=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막상 도착해서 이것저것 챙길 것이 많아지자 ‘섬마을 인생학교는 쉬는 프로그램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루하루 지날 수 록 쉼이라는 것은 단순히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닌 다양한 활동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거나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 지를 못 느끼고 그 속에 심취하면서 어떤 행동을 하던 즐거운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3박 4일의 첫 시작에서 배씨는 흘러가는 대로 내 몸을 맡기는 표류를 선택했고, 흘러가는 대로 3박 4일 보내다 보니 모든 것이 순탄하게 마무리 되었다는 해피엔딩으로 배씨표류기를 끝맺음 한다.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계획하고 싶은 청년들을 위한
서울형 갭이어(Gap-year) 프로젝트로, 2017년 서울청년의회의 정책 제안으로 탄생했다.
혼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폭 넓은 경험, 평소 생각하기 어려웠던 나와 세상을 향한
탐구,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또래와 만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어느덧 2019년도 절반이 지나 여름이 찾아왔고, 2019년 청년인생설계학교도 열기를 띠며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무더운 여름, 이열치열이라는 옛말처럼 올해 여름 2019년 청년인생설계학교 여름학기에 참석해 뜨거운 여름을 보낼 준비가 된 청춘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