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의 주인 나야, 나!

 

모두의학교에는 주인 여럿이 있다. 주인은 여러 유형으로 나눠지는데 그 중 모두의학교를 애정하는 마음을 혼자만 품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앞에 나서는 적극적인 주인들도 있다. 우리는 이들을 ‘모두아띠’라 부른다. 모두아띠는 모두의학교 시민자원활동가를 일컫는 공식 명칭으로 시민 응대뿐만 아니라 모두의학교라는 가치를 다른 시민들에게 널리 알리는 사절단의 역할도 한다. 한편으로 시민 중심 플랫폼을 지향하는 모두의학교에서 모두아띠는 하나의 실험적인 시도이기도 한데, ‘과연 시민이 주인이 되어 스스로 학습을 통해 주체적으로 공간을 꾸려 나갈 수 있을까?’란 물음에 대한 현재진행형 대답이기도 하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던 어느 주말, 현재 활동 중인 모두아띠 황에스더, 김태형 님 그리고 지역 청년단체 꿈지락네트워크를 운영하는 박석준 실행위원과 김혜영 팀장을 비롯한 모두의학교 스태프들이 한 자리에 모인 건 이러한 시도를 점검하고 나아갈 길을 모색하기 위함이었다.

 

 

‘나만의 서재’ 같은 모두의책방

혜영 : 모두의학교가 이제 두 살을 맞이했지만 많은 좌충우돌을 겪고 있어요. 더 나은 성장을 위해서 현재 모두의학교 면면을 점검하고 다 함께 고민하는 자리를 만들고 있는데요, 이번에 꿈지락네트워크 대표이자 청춘삘-딩을 이끄는 박석준 실행위원을 섭외한 이유는 청춘삘-딩 역시 청년들이 주인이 되어 직접 운영하고 이끄는 공간이거든요. 같은 취지의 공간을 이끌어본 유경험자로서 모두의학교에 조언을 해줬으면하는 바람이 있어요. 또 모두아띠 역시 8기를 맞이했는데, 최전선에서 주인의식을 발휘하는 고마운 분들이죠. 이분들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들어보고 모두의학교의 시도가 과연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개선점은 무엇인지 짚어보고자 합니다.

에스더 : 매주 수요일 오전 모두의책방에서 모두아띠를 하고 있어요. 우연히 모두의학교를 알게 된 후로 수업도 들어보고 이 편안하고 자유로운 공간의 매력에 푹 빠져 있었는데요, 특히 모두의책방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기도 해요. 책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지만, 모두의책방은 마치 제 개인 서재 같은 느낌이거든요. 그래서 모두아띠 활동을 하면서 ‘나만의 서재’를 방문한 모든 이들에게 반가운 친구 같은 존재가 되고 싶었어요. 사실 과잉 친절은 자칫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이곳을 방문한 분들에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되 불편한 점은 없는지 살피고 더 편안한 자리로 안내해드리면서 친근한 아띠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죠.

석준 : 황에스더님은 모두의책방을 ‘나만의 서재’로 말씀을 해 주셨는데요, 공유하는 공간에서 주체적인 자세는 바로 ‘내 것’이라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 같아요.

 

 

에스더 : 그러한 느낌을 강하게 받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한 가지는 제가 모두아띠를 하는 수요일 오전에는 책방에 상주하는 직원분이 없다는 거예요. 오롯이 저 혼자거든요. 직원분이 있었다면 제 행동도 다소 제한적이었을 텐데, 실내에 흐르는 음악도 제가 직접 선곡하고 저 혼자이다 보니 이곳을 방문하는 분을 보면 ‘나만의 서재에 시민분들이 놀러왔구나’란 여유로운 마음이 들어서 더욱 반갑게 맞이하게 되는 것 같아요.

석준 : 그게 바로 자율성이고 자율성을 바탕으로 주인의식도 서는 거죠. 황에스더님의 모습이 모두의학교 지향점과 몹시 닮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다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 단계는 바로 옆 사람에게 ‘당신도 같이 해볼래요?’ 손을 내미는 자세인데요, 혹시 모두의학교란 공간을 알려본 경험도 있으세요?

 

에스더 : 저는 양천구에 살면서 주민 신문을 제작하는 기자로도 활동 중인데요, 이번 호에 모두의학교를 소개하는 기사를 싣기도 했어요. 공간이 무척 아름답고 편안해서 저희 지역 주민들에게도 알리고 싶었거든요.

한편으로는 모두아띠를 하면서 이런 일도 있어요. 비가 내리고 커피가 어울리는 그런 날, 제가 마실 커피를 한 잔 탔는데, 문득 제 서재에 놀러 오신 시민 분께도 한 잔 대접하고 싶더라고요. 책방이라 음식물을 권하기가 조심스러웠지만 나누고 싶은 마음에 커피를 타드렸는데 그 분이 무척 좋아하시면서 활짝 웃으셨어요. 커피향과 함께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요. 또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온 엄마가 있었는데,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엄마의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죠. 마침 아이가 간식을 먹고 싶다고 보채길래 제가 갖고 있던 쑥개떡을 책방 데스크 앞에서 나눠 먹기도 했어요. 당시에 엄마와 아이가 참 좋아해서 저도 기뻤죠.

석준 : 맞아요. 작은 간식 하나가 큰 매개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청춘삘-딩에도 웰컴쿠키와 사탕 등을 구비하는데요, 간식 하나로 그렇게 관계가 시작되고 형성되더라고요.
무엇보다 공공장소에서의 모두를 위한 규칙은 반드시 지켜야 할 부분이지만 황에스더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규칙은 지키되 유연함을 발휘한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그 유연함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 공간에 호감을 갖고 매료될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물론 모두의책방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찾아오잖아요. 다른 경험으로 또 어떤 게 있나요?

에스더 : 개구쟁이 친구들이 서재에서 신나게 달리기를 한 적이 있었어요. 독서를 하거나 신문을 보시던 분들이 차마 어린이들에게 뛰지 말라는 말은 안 하셨지만 불편해하시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제가 나서서 어린이들에게 이곳에서 이렇게 뛰면 안 된다고 주의를 줬고, 밖에서 놀도록 회유를 한 적도 있어요. 또 책방에서는 소곤소곤 대화를 나누는 것도 가능한데, 소리에 예민하셨던 한 분이 주위에서 삼삼오오 독서모임을 하며 대화하는 목소리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제게 항의를 하신 적도 있고요.

석준 : 아무래도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다 보니, 서로 조금씩 양보가 필요하겠죠. 어린이들은 이 공간에선 이렇게 뛰어 놀아서는 안 되는구나 깨닫는 부분도 있을 거고요. 무엇보다 서로 조율하며 배워 나가는 점이 평생학습에선 가장 주요한 부분이라 생각해요.

 

프랜차이즈 카페와 개인 카페의 차이

태형 : 저는 봉사를 통해 알게 된 인연이 참 좋아서 꾸준히 봉사를 해왔거든요. 지금은 매주 목요일 모두의학교 1층에서 모두아띠를 하고 있어요. 실은 정기적으로 할 수 있는 봉사 일을 찾던 중 모두아띠를 알게 되었어요. 모두아띠를 통해서 모두의학교란 존재를 알게 되었고요. 모두의학교를 알게 되면서 일반적인 평생교육원이 아니라 대안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 모두의학교 시스템이 궁금하기도 했고요.

석준 : 김태형 님은 봉사활동에 관심을 갖다가 모두의학교를 알게 된 케이스인데요, 혹시 모두의학교를 접하면서 어떤 걸 느꼈는지 궁금해요.

태형 : 예전에는 아름다운 가게에서 봉사를 했는데요, 모두아띠의 경우 특별히 따라야할 규칙과 금지된 것이 없어서 자유로운 것 같아요. 혼자 봉사를 하다 보니 제 일에 책임감도 더 갖게 되는 것 같고요.

마치 프랜차이즈 카페와 개인 카페의 차이랄까요? 프랜차이즈 카페는 정해진 규칙이 있고 매뉴얼에 어긋나면 안되죠. 반면 개인 카페는 그보다 자유로움이 있어요. 모두아띠를 하면서 이런 비유를 떠올렸어요. 한편으로는 자유로운 곳이지만 그만큼 제 행동이 모두의학교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것 같고, 이곳을 찾아오시는 분들이 제 행동을 모두의학교 이미지로 받아들이시게 될까봐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어요.
한편으로 아쉬운 부분은 제가 목요일 오전에 아띠를 하는 터라 그 시간에는 청년층을 만나기가 힘들더라고요. 어린이나 나이 드신 분들을 많이 접하는 편이고, 아직 우리나라에서 평생교육은 나이 드신 분들을 위한 거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석준 : 어찌 보면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시간이 없는 건 아닐까요. 어린이와 노인의 자산은 바로 시간인데 청년층에게는 그 자산이 없는 것 같아요. 실은 요즘 많은 청년들이 안정적인 직장을 찾고자 애쓰지만 사실 평균수명이 늘어났잖아요. 100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다면 도전해보지 않았던 분야를 배워보고 시도하는 노력도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또 모두의학교가 그것을 실현할 장을 열어줄 수도 있고요.

에스더 : 모두의학교는 어르신들에게도 활짝 열려 있잖아요. 원하는 수업도 들을 수 있고 강의도 직접 해볼 수 있고요.

석준 : 그럼요, 이곳에서는 뭐든 도전해볼 수 있죠.

 

 

혜영 : 솔직히 모두의학교 2년차에 접어들며 고민이 많았어요. 지역 특성상 모두의학교는 이 지역에 있는 다양한 결의 시민들을 아우르는 역할도 하는데 거기서 비롯된 좌충우돌도 많고요. 그럼에도 여전히 다른 지역의 공공기관에서 모두의학교를 롤모델로 여기고 많은 분들이 벤치마킹을 위해 견학을 오세요. 시민이 주체가 되는 콘셉트의 사업 계획을 구상하는 분들에게 섣불리 움직이지 마시라고 조언해드리고 싶었는데, 실은 오늘 이 자리를 통해서 실수를 하더라도 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졌어요.

 

석준 : 많은 분들이 체계적으로 잘 운영되는 게 성과라고 생각하잖아요. 그러나 민주시민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가 생겨나는 게 당연한 성장 과정이자 그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성장이라 생각해요. 한 예로 어린이가 성장하는 걸 봐도 넘어져야 다시 일어나는 법도 배우고, 갈등과 다툼이 있어야 다시 화해하고 화합하는 법을 배우면서 성장하잖아요. 현재의 좌충우돌은 그 자체가 바로 모두의학교가 제대로 잘 운영되고 있는 증거라 생각해요.

또한 모두아띠 분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황에스더 님의 유연성을 발휘한 내재화된 매뉴얼 그리고 김태형 님의 프랜차이즈와 개인카페의 서로 다른 매뉴얼 비유는 모두 흥미롭고 인상적이었습니다.
모두의학교가 모두아띠들과 함께 나아가는 것은 모두의학교가 성장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궁극적으로 모두아띠 분들이야말로 시민이 주인이라는 모두의학교의 지향점을 올바르게 이끌어 줄 수 있는 주역이에요.

 

도시 전체가 배움의 터전이 되고 시민 모두가 더불어 배우는 도시,
삶과 배움의 경계가 없는 서울은 학교입니다.
학습하는 시민, 성장하는 도시를 위해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이 함께합니다.

<다들>이 서울은 학교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매월 서울자유시민대학, 모두의학교, 동네배움터, 청년인생설계학교 소식을 전합니다.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이 운영하는 각양각색의 학교에서 일어나는 재미난 이야기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