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뛰어놀 텅 빈 공간만 있어도 좋아요.”

 

지난달, 전업주부에서 평생교육사라는 새로운 직업을 갖게 된 두 명의 시민을 만났던 김주명 원장이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모두의학교를 찾았다. ‘함께 성장하는’ 아이들을 꿈꾸며 문화센터도 키즈카페도 아닌 모두의학교에서 2년째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커뮤니티 <함성육아>를 만나기 위해서다. 아이들은 유치원보다 모두의학교 가는 걸 더 좋아하고, 네 집이 시작한 모임이 열다섯 집까지 늘었다니, 도대체 무엇이 이들을 모두의학교로 이끌었는지 만나서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여기서 잠깐! 주요 인터뷰이 소개

이수현 : 함성육아 대표. 사람을 모으고, 제안서를 써서 모두의학교 커뮤니티 지원 사업에 신청한 장본인. 활동 내역은 전부 활동일지로 남기고 있음. 대학교 행정 관리 업무를 했기에 프로그램 짜기, 기획서 쓰기를 좋아함. 관악구에 사는 5살 남현진의 엄마.

오유나 : 함성육아의 분위기 메이커. 사람을 상대하는 유통업계에서 일했기에 친화력이 뛰어남. 금천구에 사는 5살 딸 김지유의 엄마.

 

이민아 : 지방에서 올라와 관악구에 산 지 얼마 안 된 5살 딸 김소윤의 엄마. 방송 송출 및 자막 업무를 했었음.

 

박선애 : 모두의학교 인근 주민으로 함성육아에게 모두의학교라는 공간이 있다는 걸 소개해준 사람. 3살 김태은과 5살 김태겸의 엄마.

 

*이밖에 소윤이 친구 혜령이 외할머니, 조담 엄마 박은경 님, 이태호와 이윤재 엄마 박홍주 님, 유은비 엄마 김미현 님이 참여.

 

 

김주명 :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지요. 알고는 있지만 그걸 실천하기는 참 어렵습니다. 그런데 함성육아는 바로 그것을 실천하는 현장 같습니다. 어떻게 모두의학교와 인연을 맺게 되었나요?

이수현 : 저희는 기관보육 대신 통제받지 않는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어서 가정보육을 하던 사람들이에요. 지금은 아이들이 대부분 유치원을 다니고 있지만, 4세까지 가정보육을 하다 올해부터 기관보육을 시작했어요.가정보육을 하다보면 아이들이 친구를 찾아요. 그래서 인터넷에 가정보육을 하는 엄마들끼리 모여서 주 2회 정도 정기적인 모임을 갖자는 글을 올렸더니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연락을 주셨어요. 각자 돌아가며 집에서 만나다가 대관할 곳을 찾게 됐고, 이 부근에 사시는 선애 님이 모두의학교라는 곳이 새로 생겼다며 알려주셨어요. 그래서 모두의학교에 신청하고 모임을 가지게 되었죠. 아이들이 금방 친해졌고, 작년 공동육아 활동이 알차고 즐거워서 2년 가까이 함께 해올 수 있었습니다.

처음엔 네 집이 시작했는데, 여덟 집, 열두 집으로 늘어났고, 많이 모일 때는 열다섯 집까지 함께 하고 있어요. 모두의학교에 오기 전에는 집집마다 돌아가면서 모여서 놀았는데, 모두의학교처럼 모일 수 있는 지정된 장소가 있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아이들이 유치원보다 여기 오는 걸 더 좋아해요.

 

아이들에게도 엄마들에게도 친구가 생겼어요

김주명 : 모두의학교에서 모이니까 어떤 점이 좋나요?

오유나 : 동지가 생겨서 좋아요. 같은 걸 고민하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위로받고, 조언도 들을 수 있는 동지가 생겼죠. 아무래도 기관에 보내는 것보다 가정보육을 하면 물어볼 데도 없고 한데, 제가 힘들 때 기대거나 도움받을 수 있어서 든든해요. 또 아이 입장에서는 이 나이 때 누군가와 나누는 법, 양보하는 법 등 사회성을 배워야 하는데, 엄마의 보호 아래서 그런 것들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니까 좋아요.

이민아 : 저는 낯가림이 심하고, 먼저 누구한테 말을 거는 건 상상도 못하는 사람이거든요. 지방에서 살다가 서울로 이주해서 아는 사람이 없었어요. 재작년까지는 저랑 아이랑 둘이 놀았는데, 여기 오면서 아이에게도 친구가 생기고, 저에게도 친구가 생겼어요. 사귄 지 1년 정도인데도 옛날부터 알고 지낸 사람들처럼 편하구요. 전에는 키즈카페나 공원 같은 데를 찾아다녔는데, 모두의학교에 오면서 저희들을 위한 장소가 있다는 게 좋고, 마음대로 뛰어다녀도 누구 하나 뭐라 하지 않아서 좋아요. 애가 마음 놓고 뛰어다니니까 즐겁고, 애가 즐거워하니까 저도 좋구요. 공간 하나가 생김으로써 아이도 좋고 저도 좋은 1석2조죠.

이수현 : 엄마가 마음이 편해지니까 가정에서 아이 아빠한테도 좀 더 부드럽게 대하게 되죠.

박선애 : 아이들과 같이 집에서 지내다보면 엄마도 사람인지라 체력적으로 힘들어지는 날이 있거든요.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한데, 엄마가 힘이 들어 쉬고 싶은 순간에도 쉴 수가 없으니까 아이에게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게 되거든요. 함성육아를 하면서 여기 오면 엄마들도 많고, 아이들은 친구랑 놀 수 있어 엄마를 찾는 것도 덜해지고, 그러면 엄마 마음이 편해지고, 애들도 행복해졌어요.

 

 

김주명 : 함성육아 프로그램을 보니까 육아만 하는 게 아니고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던데, 어떤 활동을 하는지 소개해주세요.

오유나 : 물감 풀어서 미술도 했고, 말린꽃, 도토리 등을 이용해 만들기도 했어요. 플라스틱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플라스틱 장난감을 사는 대신 물감이나 자연물로 놀도록 하죠.

이수현 : 아이들이 동갑이지만 사이즈가 서로 달라서 작아진 옷들도 서로 교환해요. 저희 안에서 물물교환이 자주 일어나요. 얼마 전엔 모두의학교 1층에서 바자회도 했어요. ‘모두나누장’이라고 육아용품 아나바다도 하고, 주말이라 아빠들이 와서 사진도 찍어주고 아이들이랑 놀아주기도 했죠.

박선애 : 저희가 엄마가 되기 전에 직업을 가졌던 사회인이었잖아요? 육아로 경력단절이 오기 전까지는 다 일을 했던 분들이란 말이에요. 여기 계시는 엄마들 중에 어린이집 선생님이었던 분도 있고, 다양한 일을 하던 분들이 모여 각자의 재능을 발휘하니까 더 많은 활동을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어요. 잘 하는 부분들을 엄마들이 나서서 챙겨주니까요.

이수현 : 저희가 강사 인건비를 들이는 대신 저희 자체적으로 조달하는 거죠. 가정보육 단체방에 매주 의견을 물어서 어떤 걸 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받아서 즉흥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어요. 운동회 후기를 인터넷 카페에 올렸는데 가까우면 참여하고 싶다고 다들 부러워하셨죠. 또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집에서 페트병의 아래위를 잘라서 몇 개씩 가져오도록 했어요. 그걸 터널처럼 벽에 이어 붙이는데 높낮이를 다르게 붙여서, 그 안에 공을 굴리며 놀도록 한 적도 있어요. 아이들이 대단히 즐거워했죠.

 

활동주제 : 건강하고 간소한 함께밥상 모임
활동일시 및 장소 : 2019. 4. 22. 동네부엌
주요내용 : 구성원들과 함께한 4월 첫 함께밥상 메뉴는 ‘야채듬뿍 넣은 샤브샤브’다. 조미료를 일절 넣지 않고 멸치육수와 다양한 야채, 소고기만을 넣어 요리한 간소하고 건강한 식사였다. 요리를 함께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알게 된 구성원 대부분의 습관 중 하나는 ‘혹시 모르니까…’라는 생각으로 비상용 식재료를 지나치게 쌓아두고 혹시나 싶은 상황에 대비해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음식을 한다는 것이다. 함성육아 구성원들은 앞으로 식비도 절약하고 지구에 쓰레기를 보태는 일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식재료 소비에 있어서 신중함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모임에서 함께 읽기 책으로 선정한 <버리면 버릴수록 행복해졌다>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며 작은 실천으로 환경운동에 동참할 수 있는 소소한 지구 사랑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활동주제 : 아이를 위한 건강한 함박스테이크 반찬 만들기
활동일시 및 장소 : 2019. 5. 13 동네부엌
주요내용 : 외식의 영향으로 아이들도, 어른들도 달고 짜고 자극적인 입맛에 길들여졌다. 달고 짜지 않으면 맛없는 음식으로 치부해버리는 우리의 식습관을 반성하고, 집에서 해먹기 어렵기 때문에 외식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합리화했던 메뉴, 함박 스테이크를 직접 만들어보기로 했다. 생각보다 만드는 과정이 어렵지 않고 이름 모를 각종 화학조미료와 소스를 넣지 않고도 충분히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만들 수 있어서 모두 알차고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엄마들 모두가 입을 모아 집에서 혼자 만들려고 했으면 엄두도 나지 않았을 텐데 모두 역할 분담을 해 요리를 하니 쉽고 즐겁게 요리할 수 있었다며 후기를 남겼다.

 

활동주제 : 붓이 아니어도 괜찮아
활동일시 및 장소 : 2019. 8. 27 마루교실
주요내용 : 오늘 활동 주제는 ‘붓이 아니어도 괜찮아’로,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물감놀이에 꼭 붓이 아니어도 멋진 개성을 담은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자 집에서 붓을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물건과 야채를 준비해왔다. 집에서 혼자 도전하기에는 뒷정리 등 여러 가지 제약이 많아서 쉽게 못해줬던 물감놀이를 넓은 마루교실에서 해볼 수 있어서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 획일화된 방법이 아닌, 그리고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운 활동이 아이의 인지, 신체발달과 성장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앞으로 엄마들이 약간의 수고를 감수하고 아이들을 위해 자유미술놀이 활동을 많이 해줘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활동주제 : 화산폭발실험놀이
활동일시 및 장소 : 2019. 9. 27. 금요일 마루교실
주요내용 : 5살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룡’을 주제로 공룡이 멸종된 배경에 관한 만화를 함께 시청하고 화산폭발 실험놀이를 진행했다. 집에 있는 공룡 장난감을 준비해오고 구연산과 베이킹소다로 부글부글 넘쳐오르는 화학반응에 아이들은 너무 신기해하고 즐거워했다. 앞으로도 영상으로 혹은 책으로만 접하는 실험들을 엄마들이 많이 알아보고 다양하게 준비하면서 과학은 어렵고 재미없는 게 아닌 그 원리를 알면 알수록 흥미진진한 것 이라는 것을 체득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다.

 

활동주제 : 채소와 친해지기
활동일시 및 장소 : 2019. 10. 22. 화요일 마루교실
주요내용 : 아이들이 채소를 음식 속에 잘게 다져진 모습으로만 봐서 어떤 채소는 자르기 전의 본 모습을 모른다는 얘기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날것의 채소를 보여주고 냄새도 맡아보고 우리 몸을 어떻게 건강하게 해 주는지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연근을 보고 인삼이라고 말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어른들은 앞으로 야채와 좀 더 친숙해지기 위해선 함께 요리를 하거나 마트 야채/과일코너에서 이름들을 소개해주고 많이 보여줘야 겠다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아이들이 제일 좋아하는 놀이인 물감놀이에 채소 단면을 도장삼아 물감놀이를 했는데 파프리카 잘라진 단면으로 꽃을 표현하는 등 아이들은 각자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표현하며 신기하고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미래를 고민하지 말고 지금 여기에 충실할 것

김주명 : 보육시설에 안보내고 집에서 아이를 돌본다는 결심을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요, 주변에서 가정보육을 한다고 하면 유별나다는 시선은 없나요?

이수현 : 저희 어릴 때는 여섯 살은 되어야 유치원에 가지 않았나요? 그래서 저는 아이들이 아직 어리다고 생각해요. 두 살, 세 살, 네 살도 어리죠. 그런 아이들을 보육시설에 보내기가 쉽지 않아요. 미디어에서 보육시설에 대해 불신하게 만드는 뉴스도 있구요. 유별나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고, 지금도 듣고 있어요.

이민아 : 그런 소리 많이 듣는데, 그걸로 흔들리진 않아요. 저는 출산하고 복직 제안이 왔거든요. 시부모님이 아이 봐주신다고 복직하라고 하셨는데, 신랑과 의논을 해보니, 저도 신랑도 의견이 같았어요. 아이는 우리가 키우자. 시부모님에게 불효하지 말자. 제 아이는 제가 책임지고 싶었어요. 그 부분에서는 흔들리지 않았어요.

오유나 : 요즘은 조기교육도 많이 시키는데, 저는 아이들이 뛰어노는 게 중요하고, 학습에 얽매이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사람마다 생각의 차이가 있는지라 제 의견을 강요할 수는 없는 거고, 그냥 속으로 그렇게 얽매여 있는 아이들이 짠하다고 생각하죠.

 

김주명 : 아이들의 성장에 따라서 함성육아에도 변화가 일어날 텐데, 아이들이 초등학교 들어가고 커가면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나요?

이수현 : 사실 앞으로 계획을 딱히 세워보진 않았구요, 다들 지금이 가장 좋을 때니까 즐기라고 그러더라구요. 이렇게 모여서 놀 수 있는 시간이 앞으로 많지 않을 것 같아요. 학교 들어가면 학원도 다녀야 하고 그러니까. 그래서 즐기려구요.

오유나 : 미래에 대해 고민할 수도 있지만 현실에 충실하려고 해요. 지금 당장 해줄 수 있는 것, 지금 당장 즐길 수 있는 것, 우리가 지금 아이를 위해 뭘 해줄 수 있을까에 집중하고 있어요.

 

김주명 : 같이 육아하셨던 분 중에 제주도로 가신 분이 있다고 들었는데요?

이민아 : 네, 정말 열심히 참여하던 친구인데, 신랑이 제주도에서 나고 자라, 제주도로 돌아가게 되었어요. 헤어질 때 그 친구도 울고, 가고 난 뒤에 아이들도 자꾸 찾고 해서, 다른 집이랑 함께 제주도로 놀러 갔었어요. 같이 먹고, 자고, 놀고. 그 친구를 안 지 1년 좀 넘었는데,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란 친구처럼 편하게 잘 놀다 왔어요. 또 그 친구 친정이 부천이라 친정 올 때는 우리집에 와서 자고, 여기 와서 함성육아에 참여하고 그랬어요.

오유나 :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니까 좋은 게, 여기에서 뻗어나가서 다양한 체험을 아이들에게 접목시켜줄 수 있어요. 이 안에서만 활동이 끝나는 게 아니라 내부에서도 이사도 가고, 전학도 가고 변화가 많잖아요? 이런 변화를 통해 사람들끼리 이어지고 인트라가 넓어지는 것 같아 좋아요. 이사 간다고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박은경 : 이전에 키즈카페나 야외에서 만날 때는 연속적이지 않았어요. 지금 만나고 인사해도 다음에 다시 만날지 알 수 없는 관계죠. 그런데 여기는 매주 화, 목요일에 와서 노니까, 다음주에도 화, 목요일에 만날 수 있으니까 안정감이 생기고, 사람을 사귀는 것도 계속 이어져서 좋죠.

 

 

같이 모여 놀고 같이 치우는 우리의 공간

김주명 : 모두의학교 마루교실이 특별히 뭐가 있는 곳이 아니고 텅 빈 방이잖아요? 이렇게 공간만 있어도 가정보육에 도움이 되나요?

오유나 : 그럼요, 엄청 많이 돼요.

이민아 : 개인 집에는 두세 명만 와도 좁잖아요? 놀 때 가구나 다른 물건들을 조심해야 하구요. 여긴 넓으니까 같이 모여서 놀고, 같이 치우고 가는 거라서 빈 공간이 있다는 게 너무 좋아요. 물감 그리기 같은 경우도 집에서 하려면 준비가 많고, 혼자 치우기도 힘들고, 밀가루로 하는 전분놀이 같은 것도 묻으면 안 되고 조심해야 되니까 안하게 되는데, 여기선 마음껏 어지르고 같이 치우고 가면 되니까 너무 좋아요.

이수현 : 보시다시피 애들이 많이 뛰어다녀요. 집에서는 애들에게 뛰지 말라고 하잖아요? 아파트에 살아서 층간 소음도 있으니까요. 실내에서 이렇게 마음 놓고 뛸 수 있는 공간이 있으니까, 비가 와도 날이 궂어도 항상 놀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거잖아요. 아이들이 이 공간에서 그냥 달리기를 하는 게 아니라 술래잡기도 하고, 여러가지 놀이를 하거든요.

오유나 : 저희 어릴 때는 동네 골목길에서 막 그냥 뛰어놀았잖아요? 요즘은 자동차를 비롯해 아이들에게 위험요소가 너무 많아요. 아이들이 쉽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생각보다 너무 없어요. 기후변화 때문에 미세먼지도 심하니까 야외활동도 못하게 되고, 이런 실내 공간이 많이 생긴다면 육아가 좀 더 수월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수현 : 집에서 돌아가며 할 때는, 각 가정마다 장난감이 많지는 않으니까 싸움이 자주 있었어요. 그런데 여긴 아예 없으니까 분쟁이 일어날 일이 없어요. 사실 아이들은 장난감 없어도 잘 놀거든요.

 

김주명 : 애들끼리 싸운다든가 갈등은 없나요?

일동 : 많죠, 많아요.

이민아 : 그것도 배워가는 과정이라 생각해요. 집에서 엄마랑만 있으면 그런 걸 배우지 못하잖아요? 형제가 있으면 자기 걸 쟁취해나가는 훈련이라든지 그런 걸 배울 수 있는데 형제도 없으니까. 어디 가면 기 싸움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여기서 또래 친구들과 그런 것도 배우니까 크게 다칠 정도가 아니라면 놔둬요. 자기들끼리 ‘이걸 줄 테니까 그걸 달라’하며 협의도 하거든요. 이런 것이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것 때문에 크게 싸움이 나거나 하진 않아요. 싸워보고 자기들도 대책 안을 찾는 거죠.

오유나 : 싸우면서 자기 마음을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 같아요. 앞으로 사회에 나가면 어떤 사람을 만날지 모르고, 그 사람들이 어떤 화살을 던질지 모르는데 여기서 미리 부딪치면 엄마가 “이럴 땐 이렇게 하는 거야, 이런 경우도 있을 수 있어.” 눈으로 보면서 알려줄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죠. 학교나 유치원에서는 선생님이 아이 하나하나를 붙잡고 일일이 설명해줄 수는 없는 거잖아요? 그런 갈등도 접해보고 겪어보는 게 아이들한테 좋은 것 같아요.

 

유치원보다 모두의학교가 더 재밌어요

김주명 : 얘기하다 보니까 좋은 점만 얘기하시는데, 혹시 어려웠던 점이라든가 내부에 위기가 있었던 적은 없었나요?

이민아 : 너무 다들 절실할 때 여길 왔기 때문에 그런 건 생긴 적이 없었어요. 혼자 애랑 씨름하다가 여길 왔기 때문에 다들 절실해서요.

오유나 :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아직까지는 서로 배려하고, 조심하고, 실수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그래서 아직까지는 되게 평화로워요.

박홍주 : 저는 여기서 10분 거리에 사는데, 중간에 들어왔어요. 유치원 엄마를 통해서 알게 되어 들어왔는데, 저희 아이가 유치원 끝나면 맨날 가자고 해요. 5살, 2살 아이를 뒀는데, 저는 작은 애 보느라 좀 피곤하고 쉬고 싶은데 유치원 끝나자마자 와서 “엄마 오늘 모두의학교 가는 날이야? 언제 가?” 맨날 물어봐요. 그래서 계속 오게 됐어요.

외할머니 : 저희 혜령이도 마찬가지예요. 아이 엄마가 일하다 보니 제가 아이를 돌보는데, 혜령이가 유치원 갔다 오면 빨리 모두의학교 가자고 해요. 제가 할머니라서 못해주는 것도 있는데, 여기 오면 엄마들이 놀아주니까요. 원래 낯가림이 많던 아이였는데 모두의학교 오면서 활발해졌어요.

 

김주명 : 어느 요일에 모이나요? 한번 만나면 얼마 정도 계시나요?

박홍주 : 화요일, 목요일. 한번 만나면 4시간씩 만나요. 정해진 시간은 4시간인데, 아이들이 안 헤어지려고 해요. 여기서 방과 후 저녁 먹고 놀이터에서 놀다가 9시~10시쯤 헤어져요. 그렇게 가면서도 안 가려고 울고 그래요. 여기가 너무 재밌으니까 유치원에 안 가려고 그래요. 여기만 오려고 해서 유치원 보내려고 씨름을 해야 돼요.

오유나 : 주말이나 평일에 시간되는 분들은 따로 만나기도 하니까, 얘네들이 서로 만나는 횟수는 일주일에 두 번 보다 많아요. 최소 세 번? 여기 시작하기 전에 원래 만나던 친구들도 있잖아요. 근데 요즘은 그 친구들보다 여기 친구들을 맨날 보고 싶다고 해요. 애정이 커진 것 같아요.

 

 

김주명 : 모두의학교에서 더 지원을 해주면 좋겠다 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오유나 : 얘기해도 되나요? 지원금이 없어도 아이들은 잘 놀겠지만, 아무래도 지원금이 높아질수록 더 많이 해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런 기회가 많이 생기면 좋겠어요.

이민아 : 처음엔 인원수가 별로 없어서 지원금 보면서 “이거 다 언제 쓰지?” 했는데, 갑자기 인원수가 많아졌어요. 얘기 듣고 오시고 또 오시고 하니까.

오유나 : 지나가다가도 많이 오세요. 여기를 구경왔다가 들르시고.

외할머니 : 저도 손녀랑 모두의학교 운동장에 앉아 있다가 참여하게 되었죠.

오유나 : 새로 오시는 분도 환영하고, 같이 하자고 해야 하니까. 지원금이 모자라게 되었죠.

 

김주명 : 저희가 그런 부분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네요. 보통 커뮤니티하면 대여섯 명 내외에서 활동을 하시잖아요. 내년 사업에는 다양한 부분을 검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전에는 이 지역이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지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 모두의학교가 있고, 함성육아 팀이 자리를 잡으면서 이 동네가 아이를 키우기에 좋은 동네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오고 싶어하는 지역이 될 수도 있겠어요. 저도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걸 느끼고 갑니다. 좋은 모임을 지원하고 있다는 게 저희로서도 뿌듯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